Creative Minds

88연승, 역대 최고의 감독 존 우든 ‘기적의 전술’은 코트 밖에 있었다

164호 (2014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혁신

1948년부터 1975년까지 27년간 UCLA 농구팀을 맡았던 존 우든 감독은 3류팀을 최고명문의 반열에 올려놨다. 1964 NCAA 챔피언십 첫 우승을 비롯해 1967년부터 7년 연속우승을 하는 등 총 10회의 우승을 UCLA에 안겨줬다. 그는성공자신이 될 수 있는 최고의 존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때의 만족감과 그로 인한 마음의 평화라고 정의했다. 저명한 교육심리학자인 드웩의 분류법에 따르면학습목표를 중시하는 리더였던 셈이다. 우든은가치 정립을 우선시했고, ‘진지한 태도와 끈기를 강조했으며, ‘최선을 다해 능력을 키우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항상준비된 상태로 있을 것을 요구했다. 그가 종목을 막론하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포츠 감독으로 남게 된 비결이다. 

 

편집자주

창조와 혁신이 화두인 시대입니다. 예술가, 문학가, 학자, 엔지니어, 운동선수 등 창작가들의 노하우는 기업 경영자에게 보석 같은 지혜를 제공합니다. 이병주 생생경영연구소장이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창조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1967 UCLA는 루이빌에서 NCAA(미국대학스포츠연맹) 농구대회 결승전을 치렀다. 선수들은 강호 데이턴 대학과 경기를 하기 위해 코트에 나가기 전 탈의실에서 존 우든(John Wooden) 감독을 기다렸다.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졸업해서 선발 중에 네 명이 신참이었다. 우든 감독은 탈의실에 들어오자마자 칠판 쪽으로 걸어가서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큰 대회 경험이 없는 선수들은 이번 결승전에서 활용할 비장의 전술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든 감독이 그린 그림은 미국 국가가 흘러나올 때 선수들이 어디에 서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또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일러줬다. 전날 다른 팀 선수들이 경기 후 행패를 부렸던 사건을 언급하면서 점잖게 행동하라고 당부했다. 결승전에서 싸울 상대 팀에 대한 정보나 상황에 따른 전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NCAA 챔피언십을 3회 차지한 린 섀클포드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감독님께서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가르치실 건 이미 다 가르쳤다고 생각하셨죠.”

 

우든 감독은 연장전 승률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연장전은 짧은 승부로 상대의 예상을 뒤집는 전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든 감독은 연장전에 들어가기 전에도 전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늘 이렇게 이야기했다.

 

“점수판을 보지 말고,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라. 너희가 가진 걸 모두 쏟아부어라. 후회 없는 경기를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이런 감독의 태도에 자신감과 평정심을 갖게 된 선수들은 긴장된 경기에서 대부분 이겼고, 미국 농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모든 종목을 통틀어 역사상 최고의 감독

1910년 인디애나 주 남부의 농장 마을인 홀(Hall)에서 태어난 우든은 학창시절 뛰어난 농구 실력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퍼듀 대학 농구팀에서 가드로 뛰면서, 졸업하던 해 전국대회 우승컵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공로로 우든은 농구 명예의 전당에 선수로서 헌액됐다. 대학 졸업 후 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 겸 농구팀 코치를 맡아 일하면서, 지역 농구팀에서 파트타임 선수로 활동했다. 미국 프로농구연맹(NBA)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범했기 때문에 당시 대학을 졸업한 선수들은 지역별로 결성된 농구단체에 소속된 팀에서 뛸 수밖에 없었다. 우든은 불안정한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코치에 전념했다. 11년간 고등학교 농구팀을 맡아 감독 능력을 증명한 우든은 1946년부터 2년간 인디애나 대학 농구팀을 맡았고, 1948년에는 UCLA로 스카우트됐다.

 

그의 경력은 UCLA에서 꽃을 피웠다. 1948년부터 1975년까지 27년간 UCLA 농구팀을 맡았던 우든 감독은 삼류 팀을 최고 명문의 반석에 올려놓았다. 그가 부임하기 전까지 UCLA는 승보다 패가 많았던 그저 그런 팀이었다. 우든은 이런 팀에서 전원압박수비인 올코트프레싱 같은, 당시로서는 창의적인 스타일의 농구를 펼칠 수 있도록 팀을 개혁하고 기반을 만들어갔다. 이런 방식이 효과를 보기 시작해서 1964 NCAA 챔피언십 첫 우승을 비롯해 1967년부터 7년 연속우승 등 NCAA 10회의 우승을 UCLA에 안겨줬다. 두 번째로 많은 우승을 차지한 감독이 4회에 불과하고, 3연속 우승한 감독은 우든 말고는 없다. 시즌 내내 한 번도 지지 않는 퍼펙트 시즌을 네 차례나 일궈냈는데, 두 차례 이상 퍼펙트 시즌을 기록한 감독도 우든 외에는 한 명도 없다. 그는 1971년부터 3년 동안 88연승을 거뒀는데, 이 기록은 앞으로 오랜 기간 깨지기 힘들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의 임기 동안 UCLA 620 147패로 승률이 8할을 넘었다. 올해의 감독상을 6회 수상했고, 심지어 임기 중인 1973년 농구 명예의 전당에 감독으로 헌액됐다. 이로써 명예의 전당에 선수와 감독으로 동시에 헌액된 최초 기록을 세웠다. 130년 역사의 스포츠 권위지인 <스포팅 뉴스> 2009년 존 우든을모든 종목을 통틀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뽑았다. 그는 이듬해 99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성공은 최선을 다했을 때의 만족감과 마음의 평화

우든은 1975 NCA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최고의 자리에서 갑작스레 은퇴했다. 이후 우든은 자신이 UCLA에서 펼쳤던 리더십과 성공에 대한 철학을 사람들에게 전파하며 일생을 보냈다. 그는 성공을 매우 독특하게 정의한다.

 

“성공은 자신이 될 수 있는 최고의 존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때의 만족감과 그로 인한 마음의 평화다.”

 

즉 성공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바라본 것이다. 최선을 다했더라도 결과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외적인 상황에 영향을 받아서 나빠질 수 있는데, 우든은 이런 경우를 성공의 정의에서 제외시켰다.

 

1959∼1960년 시즌은 우든 감독이 UCLA에서 27년간 재임할 동안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 해에는 시즌 내내 5할 승률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마지막 경기에서 꼭 이겨야만 14 12, 5할을 넘는 기록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우든이 팀을 맡은 후 성적이 꾸준히 상승해 팬들의 기대가 올라가 있던 차라, 형편없는 성적에 대해 팬들의 불만이 대단했다. 지역 언론은전술이 엉망이다” “UCLA 농구팀에게 포스트시즌이란 없다등 연일 비난과 조롱을 담은 기사를 쏟아냈다. 이처럼 승패의 관점으로 보면 최악의 시즌이었지만 우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그 시즌이 자신의 부임기간 중 가장 성공적인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바로 전해 UCLA는 지역 리그에서 3위를 차지했지만, 그때 주전 선수 다섯 명 가운데 무려 네 명이 졸업했다. 게다가 통제할 수 없는 외적인 문제까지 생겼다. 몇 년 전 UCLA 축구팀에서 선수들에게 지역 리그 상한선을 초과하는 급여를 지급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결국 NCAA 규정을 어긴 게 밝혀져 UCLA가 제제를 받았다. 미식축구뿐만 아니라 UCLA의 모든 스포츠팀은 다른 지역의 우승팀들과 맞붙는 전국대회인 포스트시즌 토너먼트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그 때문에 고등학교의 뛰어난 농구선수들이 다른 학교로 발길을 돌렸다. 즉 그 시즌은 경험 부족, 실력 있는 선수 부족, 포스트시즌 경기자격 박탈로 인한 동기 저하 등 여러 어려움이 겹친 해였다. 그런 장애 속에서도 14 12패라는 기록을 남긴 것이다. 당시 선수들은 30승 무패로 퍼펙트 시즌을 만들었던 선수들만큼이나 기량을 100% 발휘했다. 선수들은 하나로 똘똘 뭉쳤고 최선을 다했다. 우든은 그 시즌이 감독 인생에서 최고의 가르침을 펼친 한 해였다고 회상했다.

 

4년 후인 1963∼1964년 시즌에 UCLA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30승 무패로 완벽한 시즌을 기록했고 처음으로 NCAA 챔피언십 트로피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마침내 우든 감독이 성공을 거뒀다고 평했고 언론에서는 우든 감독의 성공을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우든은 이번에도 그들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는 4년 전 승률 5할을 넘기기 위해 최종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했던 때와 비교해 더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가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은 챔피언십 우승 여부가 아니라 잠재력을 얼마나 최대한으로 발휘했느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일도 있었다. 우든 감독이 워낙 유명하니, 한 연구기관에서 그의 코칭 스타일을 분석했다. 그가 연습시간에 각각의 팀원들에게 건넨 칭찬의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비교적 덜 중요한 선수들이 슈퍼스타들보다 월등히 많은 칭찬, 지지, 인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조사를 본 사람들은 우든 감독을 비난했다.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들의 기여도와 영향력을 무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우든 감독의 철학을 이해한다면 그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우든 감독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선수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전시키는 선수들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UCLA의 슈퍼스타들도 그것을 모두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성과목표와 학습목표

아마도 저명한 교육심리학자인 드웩(Carol Dweck) 교수라면, 우든 감독이 성과목표보다는 학습목표를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것 같다. 성과목표는 1등이나 남들보다 뛰어난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다. 성과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성공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으로 보고, 항상 결과를 남들과 비교한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 남보다 나쁜 결과가 나올까봐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이들은 능력이나 자질이 고정돼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반면 지식, 능력 등의 성장을 추구하는 학습목표를 가진 사람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지식이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이므로 결과보다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뭔가를 배우고 그로 인해 실력이 늘었는지에 관심이 있다. 능력은 향상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능력보다 오히려 노력을 중시한다.

 

두 가지 상반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성과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실패를 능력이 부족해서 나타난 결과라고 믿는다. 따라서 실패했을 때 되도록 그 원인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상황에 대해 핑계를 대거나 남을 비난한다. 그래도 빠져나갈 수 없게 되면 자신의 능력이 모자란다고 판단해서 쉽게 포기하고 좌절한다. 그러다 보니 성과추구형은 실패를 피하기 위해 쉬운 목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학습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실패를 노력이 부족해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또 실패했을 때 오히려 그로 인해 경험과 지식, 능력이 향상됐다고 여기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성장추구형이므로 실패할 가능성은 있지만 많이 배울 수 있는 도전적인 목표를 선호한다.

 

드웩은 변화하는 환경이나 어려움에 직면해 적응하기 위해서는 학습목표를 지니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어려서부터 성적을 비교하고, 성과를 추궁하며, 성공을 찬양하는 등 성과목표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때문에 학생들이 학습목표를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다른 목소리도 있다. 성과목표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만약 성과목표가 나쁘기만 한 것이었다면, 성과를 중시하는 문화가 생기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성과목표는 강한 동기를 부여하는 데는 훨씬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어떤 일에 착수할 때 성과목표를 두면 강한 추진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발성이 줄어들고 실패를 회피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몇몇 학자들은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실증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연구에 따라 두 목표가 서로를 희석시키기 때문에 동시에 추구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은 동기이론에서는 오래전에 입증됐다.

 

정서에 관한 원숭이 실험-우유를 주는 철사로 된 어미 원숭이보다 포근한 헝겊 원숭이를 아기 원숭이가 더 좋아한다는 실험-으로 유명한 할로(Harry Harlow)는 원숭이들의 학습에 관한 실험을 계획하다가 훗날 동기이론을 발전시키게 되는 획기적인 발견을 했다. 간단한 자물쇠 퍼즐을 원숭이들에게 풀게 할 계획이었는데, 실험을 세팅하기도 전에 원숭이들이 자물쇠 퍼즐을 가지고 놀다가 푸는 것이었다. (그림 1) 할로는 이 현상으로부터 원숭이들에게 행동 자체를 즐기는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자물쇠 푸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던 원숭이들에게 건포도를 주자 오히려 퍼즐을 푸는 속도나 관심사가 떨어지는 것이었다. 외재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가 내재적 동기를 소멸시키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발견은 나중에 동기이론으로 발전했고, 외적 동기가 내적 동기를 소멸시킨다는 연구가 여러 논문에서 입증됐다. 내적 동기는 학습목표로 표출되고 외적 동기는 성과목표로 드러나므로,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했을 때 학습목표의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행동(퍼즐 풀이)에 두 개의 목표(건포도와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두 목표 중 기본욕구(식욕)에 더 가까운 성과목표(건포도)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조직에서 수행하는 일은 여러 행동으로 구성된 것이므로 상황에 따라 다른 목표를 부여하는 게 가능하다. 두 명의 조직이론가(Seijts & Latham, 2006)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가지고 실험을 통해 이를 보여줬다. 참가자는 무선통신업체의 경영자가 돼 가격, 영업, 재무, 지역망, 제휴 등 10개 분야에서 의사결정을 한다. 이 결정에 따라 1년 후 성과가 나오고, 이에 기반해 다음 의사결정을 한다. 모두 13라운드, 그러니까 13년 동안 통신업체를 경영하고 최종 성과를 얻는다. 산업의 성장률이나 시장 상황 등은 실제 미국 통신산업의 상황이 그대로 입력됐다. 따라서 8년 차부터 규제완화의 영향으로 이전의 전략이 먹히지 않게 된다. 참가자들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

 

 

이 경영 시뮬레이션에서 성과목표가 부여된 참가자들은 높은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라는 지침을 받았고, 학습목표가 부여된 참가자들에게는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6개 이상 고안해 실행하라고 요구했다. 결과는 극명하게 나왔다. 규제완화 이후 학습목표를 추구한 참가자들과 성과목표를 추구한 사람들의 시장점유율의 차이가 급격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학습목표를 추구한 사람들의 성과가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그러나 성과목표의 장점도 발견됐다. 규제완화 이전까지는 성과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고, 의사결정 속도 면에서는 성과목표를 추구한 사람들이 훨씬 빨랐다. 이 결과로부터 저자들은 수월하지 않은 일에는 학습목표가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학습목표는 결과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일을 성공시키는 효과적인 프로세스를 발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지식이나 스킬을 배우면서 일을 해나가도록 한다. 하지만 과거의 관행이 그대로 적용되는 수월한 일에는 학습목표가 시간낭비일 뿐이라고 역설한다. 실험결과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이런 일에는 높은 성과목표를 부여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요컨대 상황에 따라 적합한 목표를 부여하면 일을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가령 프로젝트 초기에는 성과목표가 업무의 방향성을 일깨우게 하고 강한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는 학습목표를 통해 일의 의미와 재미, 필요 지식 등을 자발적으로 습득하도록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프로젝트 말기에는 디테일까지 완벽을 다하거나 마지막에 가치를 하나 더 부가하기 위해 다시금 성과목표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목표관리를 이렇게 복잡하게 할 수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이런 게 가능하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가능하다. 인간은 다양한 상황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존재다. 최근 인지과학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간의 자아는 여러 대리인이 합쳐진 상태라고 한다. 즉 인간의 자아는 하나로 규정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필요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대리인이 나와서 행동하므로, 어떨 때는 이기적이고 다른 때는 이타적일 수가 있다.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욕망이 표출된다. 그러므로 하나의 상황에 두 개의 목표를 주면 둘 중 하나가 희석되지만 다양한 상황에 따라 적합한 목표를 부여했을 때는 오히려 성과가 훨씬 올라가게 된다. 실제로 위대한 경영자들은 대부분 두 가지 목표를 똑같이 중시했는데, 바로 이런 접근을 한 것이다. 그들은 학습을 중시하지만 성과를 절대로 포기하지도 않았다.

 

존 우든 감독 역시 그렇게 선수들을 이끌었다. 그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법을 알았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

우든 감독은 UCLA에 부임하기 전에 선수들을 키우는 자신만의 방법을 이미 고안한 상태였다. 그는 선수들을 육성하는 원칙, 선수들이 준수해야 하는 규범을성공 피라미드로 그려서 책상 뒤에 붙여놓고 매일 강조했다. (그림 2) 우든 감독의 성공 피라미드에는 선수들이 따라야 하는 원칙 15개가 그려져 있다.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의 목표를 부여한 것이다.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해 이해할 수 있다.

 

첫째, 가치 정립이 제일 먼저다. 우든 감독은 선수들이 왜 농구를 하는지 확고한 믿음을 갖기를 바랐다. 농구를 통해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시키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피라미드의 제일 아래에 근면, 우정, 충성심, 협동심, 열정 같은 사람됨의 가치를 놓고 토대를 만들었다.

 

고등학교 농구선수권을 평정하고 농구장학생으로 UCLA에 입학하고 싶어한 학생이 있었다. 우든 감독은 면접을 보고 곧바로 장학금을 제안할 생각이었다. 면접에 어머니가 함께 왔는데, 감독이 어떤 말을 하자 어머니가 질문했다. 그러자 학생이 어머니에게, “엄만 왜 그렇게 무식해요? 그냥 입 다물고 감독님 말씀이나 듣고 있어요라고 고함쳤다. 우든 감독은 그 학생의 태도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어머니도 존경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힘든 상황이 닥칠 때 감독과 동료들을 존경하겠는가? 그 학생은 UCLA에 입학하지 못했다.

 

 

둘째, 진지한 태도와 끈기가 능력보다 중요하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졌으면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승부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다. 우든 감독은 노력에 따라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태도와 의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피라미드의 두 번째 층에 자제력, 기민함, 진취성, 집념처럼 선수로서 자세를 키우기 위한 원칙을 배치했다.

 

이런 진지한 태도와 예절은 승부에 직접 영향을 주기도 한다. 우든 감독은 양말을 주름지지 않게 신는 법, 신발 끈 매는 법, 윗옷을 바지 안에 집어넣기, 손톱 짧게 깎기, 머리를 짧게 자를 것 등을 항상 강조했다. 신입생들이 농구팀에 들어오는 첫날에는 양말을 발가락부터 끼워 신는 시범을 보여줬다. 몇몇 선수들은 우리가 유치원 아이냐며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선수들은 양말을 주름지게 대충 신어서 시즌 중에 발에 물집이 생겨 낭패를 당하거나 손톱이 길어 슛을 놓치는 경험을 했다. 그때 가서야 우든 감독이 사소한 예절을 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이해했다.

 

셋째, 최선을 다해 능력을 키워야 한다. 우든 감독은 모든 선수가 잠재력을 실현시키는 수준까지 기량을 발휘하기를 바랐다. 구체적으로 피라미드의 세 번째 층에 배치된 컨디션, 기술, 팀 정신 등을 말한다. 우든 감독은 경기에서 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기라는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연습 코트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게 목표였다.

 

농구협회에서 사고를 우려해 덩크슛을 금지한 적이 있었다. 훗날 카림 압둘 자바로 이름을 바꾼 루이스 앨신더는 덩크가 주무기였기에 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우든 감독은 태연하게 말했다. “루이스, 이 금지 조치는 모두에게 적용된단다. 농구는 덩크가 다가 아니야. 그러니까 격분하지 말고 계속해서 플레이해라. 다른 기술을 연습하면 되잖니.” 앨신더는 덩크 금지라는 규칙 변화를 빨리 극복해냈을 뿐만 아니라 기량이 한 단계 더 올라갔다.

 

넷째, 항상 경기에 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연습에 최선을 다해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렸을 때, 피라미드의 넷째 층에 있는 평정심과 자신감을 갖게 된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황하지 않고 아무리 강한 상대를 만나도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랬을 때 마지막 층에 위치한 위대한 경쟁력, 즉 경쟁을 즐길 수 있는 상태가 된다고 생각했다. 우든 감독은 경기에 뛰지 않는 후보선수들까지도 항상 준비하고 있으라고 했다.

 

1963∼1964년 시즌에 더그 매킨토시는 29경기 연속으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주전이 아니었기에 한 번도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듀크 대학과 벌인 NCAA 챔피언십에서 주전 선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우든 감독은 매킨토시에게 기회를 줬고 그는 UCLA가 최초로 챔피언십을 차지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매킨토시는 한 번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연습했고 준비된 상태였다. 훗날 우든 감독은 매킨토시를 자신의 감독 기간을 통틀어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두 명의 선수 중 하나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우든 감독은 상황에 따라, 혹은 역할에 따라 다양한 목표를 부여하고 이를 실행하도록 이끌었다. 즉 사람으로서 추구해야 할 목표(가치), 운동선수로서 목표(태도), 연습생으로서 목표(능력), 출전선수로서 목표(준비상태) 등을 모두 추구하도록 만들었다. 동시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다. 그러나 따로따로 잡으면 가능하다.

 

우든 감독 시절에는 규정상 1학년은 경기에 뛸 수 없었다. 우든 감독은 이 규정을 바람직하게 생각했다. 카림 압둘 자바는 고등학교 때부터 유명했고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실력을 충분히 갖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1년 동안 연습만 했다. 우든 감독은 1학년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잠재력을 키우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목표를 차근차근 선수들에게 심어줘야 했다. 카림 압둘 자바가 미국 프로농구 역사에 남는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건 끊임없는 성장을 목표로 하는 마음가짐으로 도전과 발전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일이 점점 복잡해져 구성원들은 훨씬 도전적인 업무를 해야 한다.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성장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성과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성장할 수 있는 법을 우든 감독에게서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이병주 생생경영연구소장 capomaru@gmail.com

이병주 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LG경제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창의성, 변화관리, 리더십 등을 연구했다. 저서로 <애플 콤플렉스> <> <3불 전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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