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Strategy

집요하고 치밀하게 관계 맺는 나라 中國 거만한 태도로는 ‘관시문화’ 적응 못한다

162호 (2014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인문학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필수로 구축해야 할 것이관시(關係)’. 중국 사회에서 관시 없이는 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는 눈앞에 기회가 왔을 때 신속하게 잡아 활용하려는 중국인들의 속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국 관시의 핵심은 접대다. 그저 마시고 즐기자는 술자리가 아니다. 중국에서 장기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접대는 서로 공감하며 교류할 수 있도록 섬세하면서 꼼꼼하게 기획돼야 한다. 특히거만하게 굴면서 상대방을 무시하는한국인 특유의 실수를 조심해야 한다.

 

관시(關係)에 대한 중국인들의 집념

중국 시장을 제법 다녀 본 사람들은 관시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 관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관시 없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어쩌면 불가능하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중국인들은 어떤 방법으로 관시를 만들고 그 관시를 어떻게 이용할까? 관시가 없는 사람들의관시 만들기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중국인들은 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시를 만들려고 하는가? 먼저 이야기 한 편을 통해 중국인들의 관시 문화와 그 속성을 설명하겠다.

 

농촌 청년의 이야기

중국의 제법 큰 지방도시에서 건설국장을 하는 천(?) 씨는 어느 날 새벽 예고도 없이 방문자를 맞이했다. 사연은 이렇다. 허름한 옷을 입은 한 청년이 등짝에 자루부대를 매고 새벽부터 천 국장 집 대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중국 고위 관료에게는 시도 때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온갖 연줄을 동원해 찾아오기 때문에 특별한 관계가 없는 사람의 자택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다. 그날도 예외 없이 낯선 청년은 국장의 운전기사에게 출입을 거절당하고 있었다.

 

문전박대를 당하면 대부분의 방문자는 그냥 돌아간다. 그런데 이 청년은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버티며 들고 온 물건을 국장에게 꼭 전해야 한다고 우긴다. 2층 베란다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국장은 청년을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그리고 청년이 건네는 자루를 보면서 이것이 뭐냐고 물어보니 청년은 고향에서 직접 농사지은 감자와 고추라고 말한다. 국장은 빙그레 웃으며 청년에게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국장의 지인이 기차를 타고 다른 지방으로 출장을 가던 중이었다. 우연히 옆 좌석에 앉은 사람과 긴 시간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서로 자라온 배경과 자신의 사업, 출신지 등을 나누던 두 사람은 둘 다 군대를 갔다 왔다는 공통점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지인은 자신이 모시던 사람이 지금 장군까지 올라가서 현재 어디에서 근무 중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한 사람이 목적지에 도착하면서 둘의 대화는 끝이 났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여름, (지인이 얘기 도중 말했던) 그 장군에게 낯선 사람이 찾아왔다. 자신을 과거 장군을 모시며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병사라고 소개한 그 사람은 고향에서 가져온 특산물을 선물로 건넸다. 더운 날씨에 그 사람은 이마는 물론 온 몸에서 연신 땀을 흘렸고, 장군은 옛 부하가 잊지 않고 찾아 준 것에 감동했다. 솔직히 찾아온 사람의 얼굴은 생소했지만 거느렸던 부하들의 이름과 얼굴을 다 기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유야 어떻든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해 간단히 대화를 나누고 돌려보냈다. 그 후 이 사람은 가끔 장군을 찾아와 안부 인사를 하고 간단한 선물을 주고 갔다. 무슨 부탁을 하는 것도 아니요, 청탁도 없었다. 장군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신경 쓰이거나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니었다.

 

천 국장이 고향 청년에게 말하는장군을 찾아온 사람은 누굴까? 물론 기차를 타고 가며 천 국장의 지인과 대화를 나눴던 사람이다. 이 사람은 옆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장군의 이름과 과거 및 현재의 근무지를 기억했다가 그를 찾아가 능청을 떨며 관계를 맺는데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천 국장의 이야기만 들어보면 이 관계에 별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 청년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국장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사람은 장군에게 아무런 부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기 사업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장군과 자기의 관계가 이 정도라고 자랑을 하고 다녔다. 필요하면 상대 사업가 앞에서 장군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장군은 안부전화하는 부하의 인사를 반갑게 받아 준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이 사람에 대한 대우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군대의 힘이 얼마나 좋은 나라인가? 당연히 이 사람의 사업은 장군과의 관계로 단계마다 도사린 여러 장벽 앞에서 머뭇거림 없이 진행됐다. 천 국장은 이야기를 마치며 청년에게 말한다. “이런 식으로 내게 접근하는 사람이 많다. 너 또한 이런 종류라는 것을 나는 다 안다.” 더 귀찮게 하지 말고 보따리 들고 나가라는 의미다.

 

 

마침내 청년은 관시를 맺는다

국장의 말을 듣고 난 청년은 알았다고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이 보따리만큼은 반드시 전해주라는 고향 아버님의 부탁이 있어서 도로 가져갈 수 없다고 말한다. 무거운 짐을 들고 다시 돌아갈 청년을 보니 딱한 생각이 들어 국장은 놓고 가라고 한다. 청년이 가고 나서 자루를 슬쩍 들춰보니 아닌 게 아니라 감자와 고추가 있었다. 그런데 그 사이로 빨간 봉투 하나가 보였다. 국장은 혹시 돈을 두고 간 것은 아닌가 하는 놀란 마음으로 얼른 봉투를 꺼내 열어 봤다. 다행히 돈은 없었다.

 

그 속에서 나온 것은 몇 장의 사진과 편지 한 통이었다. 사진을 보니 자신의 어릴 적 가족사진이었다. 청년의 아버지가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자네가 살던 고향집이 헐리면서 그 안의 물건을 정리하던 중에 사진 몇 장을 발견했는데 자네에게 소중할 것으로 생각돼 챙겨 보낸다. 보내는 길에 농사지은 약간의 감자와 고추도 함께 보낸다.”

 

국장은 갑자기 가슴이 멍해졌다. 아니, 그럼 이 청년은 고향 마을 어르신의 자제란 말인가? 국장은 당황했다. 창 밖을 쳐다보니 청년은 막 대문을 나서고 있었다. 국장은 황급하게 청년에게 소리치며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오게 한 후 고향의 사정을 이것저것 물었다. 고향을 떠나 수십 년 동안 오로지 출세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국장에게 어릴 적 사진과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국장은 청년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말했다. 청년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국장 집을 나섰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청년은 국장 집을 나와 골목길에 들어서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드디어 대어가 한 마리 낚였습니다. 아버지의 계획이 적중했네요. 저는 앞으로 이 큰 물고기를 천천히 잡아먹을 겁니다.”

 

중국 관시의 종류와 특성

위의 이야기는 실화다. 관시를 향한 중국 사람들의 집념은 이렇게 집요하고 치밀하며 계획적이다. 중국인들은 왜 이토록 관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까? 두말 할 것 없이 돈과 출세에 연결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관시가 있어야 한다. 물론 능력도 필요하지만 관시가 좋은 사람은 능력 있는 사람보다 더 성공하고 빨리 출세한다. 관시가 곧 능력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중국 관시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우리는 중국에 진출해 관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먼저 중국 관시의 특성을 알아보자.

 

중국에는 대체로 네 종류의 관시가 있다. 첫째, 가족과 친척의 관시다. 중국도 우리처럼 가족 중심의 농경 사회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가족과 친척은 유구한 역사와 험난한 인생에서 더 없이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다. 가족이나 친척이 높은 자리에 있으면 그것은 매우 튼튼하고 견고한 관시가 된다. 가족과 친척 관시의 특징은 조건이 없다는 것이다. 어려울 때 서로 조건 없이 도와야 가족 전체가 산다. 주면 받아야 하는 관시가 아니다. 무조건의 관시가 가족 관시다.

 

둘째, 동등한 관시다. 돈과 권력에 엮이지 않아도 가능한 관시다. 예컨대 내 이웃이 철도국에 근무하고 나는 교육국에 근무한다면 난 그 사람에게 춘절(설날)에 고향 가는 기차표를 부탁할 수 있다. 춘절 연휴 중국에서 기차표 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사람은 안다. 내 표를 구해주는 대신 그는 그의 자녀가 좋은 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도록 부탁한다. 중국은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졸업해서 취직할 때까지 이런 관시가 동원돼야 한다. 이처럼 동등한 관시는 서로 주고받는 관시다. 서로 돕는 것이므로 공평하다. 부담도 크지 않다.

 

셋째, 직장에서의 상하 관시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관계다. 자기 사람을 심고 키워 서로 일정 세력을 형성하는 관시다. 그렇다고 조직의 보스가 자기 친구나 후배를 함부로 조직에 끼워 넣으면 안 된다. 중국에는 모든 공적인 조직에 공산당 조직이 있다. 성장과 시장 위에 당 서기가 있다. 당 서기야말로 실세 중에 실세다. 중국의 모든 당 조직에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 중국에 현존하는 공식 문화다. 이 문화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관시가 있다. 중국에서는 사제 간 관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좋은 위치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좋은 대학의 스승은 사회에서 잘나가는 제자들을 많이 거느린다. 중국인에게는 자신이 출세했을 때, 더구나 스승의 추천으로 좋은 자리에 갔을 때 그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전통이 있다. 그것을 잊는 순간 그 사람의 출세는 거기서 멈춘다. 이런 문화적 이유로 스승은 매년 설날 각계각층에서 성공한 수많은 제자들의 방문을 받는다.

 

물론 중국에도 학벌 관시가 있다. 같은 학교를 나온 사람끼리는 서로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별로 중요한 관시는 아니다. 한국과 다르다. 이유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당과 조직에 그들만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선배와 친구 또는 후배라고 해서 특별히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다. 동창생 관시보다는 상하 조직의 관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고등학교나 대학 동창의 관시는 별로 힘을 쓰지 못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당사자가 학교 선후배를 찾는 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관시가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말해 별 방법이 없다. 아무리 베이징대를 우등으로 졸업했다고 해도 관시가 없으면 좋은 국영기업에 취업하기 힘들다. 중국에 왜 아직도 태자당(太子黨)1 가 있고, 공청단(??)2 가 있고, 이번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저우용캉(朱永康)처럼 석유방(石油幇)3 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특히 농촌에서 올라온 수재들은 이런 관시의 벽 앞에서 좌절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다. 관시가 있는 사람은 일을 쉽게 풀고 없는 사람은 벽에 부딪친다.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관시가 없는 사람들은 관시를 만들어야 한다. 농어촌에서 올라온 사람들 중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중국의 진정한 고수들이다.

 

중국에는 왜 관시 문화가 이토록 강한가?

중국 사람들은 왜 관시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까? 왜 이 정도로 관시가 각계각층에 퍼져 관시가 법 위에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관시는 중국인들의 잠재적인 속성과 궁합이 아주 잘 맞는 문화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의 잠재적인 속성이란 무엇일까.

 

대체로 관시를 만들고 이용하려는 중국인들의 속성은 3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하나는 급공근리(急功近利). 조급한 성공과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부수규구(不守?).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투기취교(投机取巧). 기회를 틈타서 사리사욕을 챙긴다는 의미다. 위의 세 가지 표현은 중국 관시의 속성을 잘 담고 있다. 이런 말도 있다. 승다죽소(僧多粥少), 스님은 많고 죽은 적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사람은 많은데 먹을 것은 적다는 이야기다.

 

정리하자면 중국 사람들은 급한 상황에서 정석대로 하면 늦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여기에 규칙을 잘 지키지 않으려는 속성도 있다. 중국의 무질서는 세계가 알아주는 비공식(?) 브랜드다. 예를 들어 중국 지방도시에서 운전하는 일은 거의 목숨을 내놔야 하는 것과 같다. 운전규칙이 필요 없다. 그저 내가 편한 방식으로 차를 몰아 목적지까지 가기만 하면 된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중국인들에게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괜히 설파한 것이 아니다. 중국인들의 이런 속성을 꿰차고 있었던 것이다.

 

즉 중국 사람들은 규칙을 지키면 기회가 영영 오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처럼 기회를 만났을 때 신속하게 이익을 챙기려는 속성이 발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법전을 찾고 규정과 절차를 챙기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는 사회 환경이 중국인들로 하여금 법보다 빠르게 문제를 풀 수 있는 관시를 동원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중국 사람들은 규칙을 지키면 기회가 영영 오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처럼 기회를 만났을 때 신속하게 이익을 챙기려는 속성이 발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먼저 중국 고수들을 만나야 한다

앞의 이야기는 관시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착을 잘 보여준다. 배경과 학벌이 없는 사람들이 관시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애쓰고 있는지도 말해준다. 기회가 왔을 때 아주 철저하면서도 천천히 관시를 만들고 이용한다는 점도 시사한다. 중국인들의 머릿속에는 관시가 없으면 돈을 벌 수 없고 출세도 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박혀 있다. 일종의 문화이자 몸에 밴 관습이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분명 좋은 관시가 필요하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들과 어떻게 관시를 맺어야 하는지다.

 

국내 기업들에는 실전에서 유용하게 써 먹을 수 있는 관시가 필요하다. 도움을 요청하면 달려와서 도와줄 수 있는 관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름 없는 평민들도 관시를 만드는 기술이 저토록 대단하다. 게다가 우리가 중국 땅에서 만나야 하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고수(高手) 반열에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고수들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그런 고수들과 싸워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피해 간다고 될 일도 아니다. 중국 땅에서는 어차피 마주쳐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에서의 전투를 앞두고 먼저 중국 고수들을 만나야 한다. 만나서 우선 배워야 한다. 싸움보다는 고수와의 만남이 먼저라는 뜻이다.

 

중국의 고수는 어떤 사람인가? 그들은 우선 자신의 신분이나 부, 배경을 티내지 않는다. 겉모습만 봐서는 그 사람이 고수인지 하수인지 알 수 없다. 갑자기 돈을 많이 번 졸부와는 격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선물은 말할 것도 없고 대화 주제도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서 염두에 둬야 할 점은 그 사람에게 나의 권위를 나타내는 동시에 내게 있는 권한의 정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본 고수들은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었다. 한 친구는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간파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친화력도 상당하다. 적당한 유머를 섞어가며 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모른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1∼2시간은 금방 흘러간다. 전혀 지루하지 않다. 언젠가 그 친구가 운영하는 호텔에서 약 2주 정도 신세 진 일이 있었다. 가장 놀란 것은 보름 동안 그가 나를 위해 주문한 음식이 모두 다른 종류였다는 점이다. 같은 음식이 한번도 중복되지 않고 늘 새로운 음식으로 접대했다는 뜻이다.

 

그는 상대를 아주 천천히 파악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결코 서두르지 않고 상대에 대한 그물을 어떻게 쳐야 할지 숙고한다. 마작에 능하고 카드도 선수다. 술과 담배는 하지 않는다. 이 친구의 관시는 성장에서 시장까지 미치지 않는 데가 없다. 중국에서 술을 못하는 사람이 이 정도 인간관계를 지녔다는 것은 이미 고수 반열에 들어섰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또 한 사람은 공무원 신분의 비교적 고위층이다. 이 사람도 자기 신분을 가능한 먼저 드러내지 않는다. 어느 날 그가 근무하는 곳을 방문했는데 국장급 간부가 그에게 쩔쩔매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신분을 말하지도 않고 권력을 자랑하지도 않지만 한번쯤 나타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을 나타낸다. 상대에게잘 보고 판단하라는 언지를 주는 것이다. 이 친구 또한 여러 장점을 가졌지만 가장 큰 특징은접대의 달인이라는 점이다. 그의 접대는 사람에게 깊고도 진한 감동을 준다. 소탈한 모습과 세심한 배려, 분위기를 편하게 해주는 인품까지 모든 점에서 완벽에 가까운 접대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중국생활 10년 동안 이 사람만큼 접대를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의 주량은 바이주(白酒) 한두 잔이고 담배는 전혀 피우지 않는다. 그는 분명 고수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 중국 땅에서 그와 같은 한국의 고수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관시를 만들어야 하는가?

이제 중국 관시의 결론을 말해보자. 물론 중국 관시 문화에 대해 어떤 이론적인 결론은 있을 수가 없다. 다만 여기서 언급하려는 결론은 우리가 중국에서 관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 중국에서 관시를 만들려면 위에서 여러 예를 들며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인 특유의 관시 만들기와 고수들의 행동을 보고 배우는 게 빠르다. 관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특히 중국은 절대 공짜가 없는 동네다. 농촌 총각처럼, 또는 기차에서 만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장군을 찾아가 관시를 만든 사람처럼 부단히 노력하고 또 해야 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노력만 한다고 좋은 관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중국 관시의 속성을 알아야 한다. 중국 관시의 핵심은 접대다. 중국의 관시는 접대로 시작해서 접대로 끝난다. 술 마시고, 좋은 담배 권하고, 선물 주고, 필요하다면 돈도 줘야 한다. 돈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주고, 마작을 좋아하면 마작으로 잃어주고, 낚시를 좋아하면 같이 낚시를 다녀야 한다. 우리 같은 외국인은 돈과 마작보다는 일반적으로 식사 접대를 잘해야 한다. 감동적인 식사 자리야말로 중국에서 관시를 형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감동의 접대를 위해서는 아주 세심한 준비와 마무리가 필요하다.

 

만약 만나는 사람과의 관시가 정말 중요하다면 모든 실력과 방법을 동원해서 준비를 해야 한다. 선물은 말할 것도 없고 대화 주제도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서 염두에 둬야 할 점은 그 사람에게 나의 권위를 나타내는 동시에 내게 있는 권한의 정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고수들은 권위가 없거나 권한이 약한 사람과 별로 상대하려 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 회사가, 사실이야 어떻든지, 돈을 많이 갖고 있다는 부자의 인상을 줘야 한다. 중국인들은 일단 상대가 가난하다고 판단하면 더 이상의 관계 맺기를 거부한다. 그걸로 둘의 관계는 끝이다. 접대 자리의 중요한 수단인 술을 잘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서 잘 마신다는 것은 주량이 세다는 의미가 아니다. 술을 전혀 못하면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술을 마신다면 제대로 품격 있게 술 실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중국인들은 호탕하면서도 통 큰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접대 자리를 준비하고 마련했다고 다 된 것은 아니다. 누가 뭐래도 접대의 하이라이트이자 상대와의 관시가 지속 가능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것은 접대가 진행되고 있는 좌석의 분위기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분위기를 잘 만들어야 한다. 내가 재주가 없다면 그런 사람이라도 데리고 가야 한다. 중국의 지도자급 인사들이 늘 여러 명을 데리고 접대 자리에 오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중국 관시 고수들의 수준도 이 분위기를 누가 더 잘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비싼 음식을 사주고 좋은 선물을 준다고 해도 그날의 분위기가 단순히 청탁용이라는 느낌을 상대에게 준다면 그 접대는 실패다. 그와의 관시도 일회용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분위기를 잘 만들고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사람들은 유전적으로나 언어의 특성상 크게 떠들고 웃으면서, 그러나 때로는 깊이 있고, 한편으로는 따듯하며 정감 있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다. 그러면서 그런 자리를 통해 상대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파악한다. 술자리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만들 줄 안다면 상대는 나를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물론 말은 그렇게 해도 아직은 진짜 친구가 아니다. 하지만 서로 공감하며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장기적 관계의 중요한 초석이 된다.

 

마지막으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대화의 기술이자 내용이다. 중국 사람들은 자존심이 아주 강하다.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은 절대 하면 안 된다. 한순간에 분위기가 망가질 수 있다. 우리 회사의 장점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될 수 있는 한 너무 강조해서는 안 된다. 그런 우수한 경쟁력을 활용해 중국인들과 손잡고 서로 협력하며 상생하고 싶다는 점에 더 초점을 둬야 한다.

 

중국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받으면 어떤 형태가 됐든 반드시 그 고마움을 갚는다는 데 있다. 중국 관시의 장점이자 특징이다. 다시 말해 접대 좌석의 대화는 서로의 상생과 협력을 주제로 해야 한다. 중국에서 돈을 번다면 반드시 중국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도 관시를 만드는 일종의 중요한 테크닉이다. 때로는 이런 기술도 필요할 것이다.

 

중국의 관시: 먼저 준비한 다음에 실전으로 들어가라

이처럼 중국의 관시 문화는 오랜 역사와 문화적 배경, 중국인 특유의 속성이라는 요소를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다. 그래서 관시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아주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인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관시를 피해 독야청청 혼자만의 힘으로 중국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사막에서 홀로 바늘을 찾으려는 것과 같다. 우리는 관시를 배우고 실전에서 어떻게 응용해야 할지 알아야 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사람을 소개받고 그 사람과 한두 번 자리를 같이했다고 관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관시에도 진정한 관시가 있고 형식상의 관시가 있다. 상대가 단지 내 체면을 생각해 어쩔 수 없이 만나주는 관시는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쓰지 못하는 법이다.

 

우리가 중국에서 만드는 관시는 대체로 성공적이지 않다.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서 관시에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한국인의 가장 큰 단점은 지나치게 거만하면서 때로는 자기 자존심을 상대가 알 수 있을 만큼 쉽게 드러낸다는 데 있다. 좀 더 솔직히 표현하면 중국인을 잘 무시한다는 의미다.

 

중국에서 자주 느끼는 일이지만 한국 사람들은 분명 중국인을 무시한다. 얕보고 깔본다. 세상에서 일본과 중국을 가장 무시하는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말도 있다. 상대를 무시하는 속마음을 어설프게 티내는 사람이 관시에서는 최고의 하수다. 중국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웬만해서는 속내를 비치지 않는 중국사람 앞에서 너무 쉽게 자기 본색이 털려버리면 그 관시는 이미 끝난 관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게 현실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 가든 그런 실수는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서두에서 지적했듯 중국에서 관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더구나 우리 같은 외국인이 중국 사람과 단기간에 아주 좋은 관시를 맺는 데는 한계도 존재한다. 그래서 관시를 너무 신봉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세상의 약에는 만병통치약만 있는 것도 아니고, 병의 종류에 죽을병만 있는 것도 아니다. 간단한 병은 약을 먹으면 쉽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능한 상비약은 준비하는 것이 좋다. 중국의 관시도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부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이라는 험난한 정글에서 성공하길 바란다.

 

이병우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연구소장 dw6784@hanmail.net

필자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증권사 펀드매니저를 거쳐 대우금속 및 대우메탈에서 임원 및 CEO를 역임했다. 그 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초청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시 정부 문화원과 무한 과기대에서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후베이성 한식 프랜차이즈 업체의 전문 경영인으로 활동하며중국 관시에 대한 칼럼을 중국 흑룡강 및 재외동포 신문 등에 기고 중이다. 저서에 <만만디의 중국 고수들과 싸울 준비는 했는가> <한국인이 바라본 중국(중국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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