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와 마이클 포터
때론 우회로가 지름길이다 공유가치 창출한 네슬레처럼…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손자는 <손자병법> 7편에서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과적으로 적보다 먼저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용병술인 ‘우직지계(迂直之計)’의 군사전략을 제시했다. 우직지계는 겉으로 보기에 어렵고 우회하는 길을 가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즉, 불리한 상황을 아군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만들어 전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적을 쉽게 이기기 위한 방편이다. 포터와 크레이머는 2011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사회와 기업의 이익을 함께 만들어 낼 수 있는 공유가치 창출(CSV)이란 개념을 소개했다. CSV는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비용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기업에 불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회의 지속적 발전은 기업의 안정적 성장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업의 안정적인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우직지계’와 CSV는 모두 옆으로 돌아가는 경우이지만 결국에는 더 큰 이익을 얻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
편집자주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손자와 마이클 포터’를 연재합니다. 고대 동양의 군사전략가인 손자와 현대 서양의 경영전략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전략 모델들을 비교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합니다.
2010년의 도요타 리콜 사태에 이어 최근 미국의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GM)도 차량 결함 문제로 궁지에 빠졌다. 차량 결함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회사의 자발적인 리콜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리콜 자체가 제품의 결함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브랜드 신뢰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업은 공개적인 리콜을 꺼린다. 차량 한 대당 새 부품을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57센트(약 600원)에 불과하고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GM은 2001년부터 차량 결함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10여 년 동안이나 은폐해오다가 지난 2월이 돼서야 뒤늦게 리콜 조치를 시작했다. 늑장 리콜로 인해 GM은 금전적인 비용 손실보다는 기업의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 때문에 향후 오랫동안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GM의 실수는 소비자의 이익보다 기업의 일시적인 이익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갈수록 치열해진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은 경쟁자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과정에서 눈앞의 이익을 얻기 위해 사회적 이익을 소홀히 할 때가 있다. 서양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1970년대부터 활발해졌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이란 사업의 결과인 이익의 일부분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비용으로만 봤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잘 수행하는 기업들의 수익성이 그렇지 않는 기업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CSV)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는 스위스의 다국적 식품기업인 네슬레(Nestlé)다.
사회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도 향상시킨다는 포터의 CSV 이론은 <손자병법> 7편의 ‘우직지계(迂直之計)’ 군사원칙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손자의 군사전략인 ‘우직지계’와 포터의 경영전략인 CSV의 핵심원리를 각각 소개하고 이들 간의 연관성에 대해 분석하겠다. 독자들이 각각의 이론 및 이들 간의 연결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와 관련된 전쟁사례인 중국 ‘대장정(大長征)’과 경영사례인 네슬레의 CSV를 다뤄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이론과 실제사례에 대한 분석을 통해 경영실무자들이 <손자병법> 7편의 군사전략을 경영에 적용할 때 주의할 점을 제시하겠다.
<손자병법> 7편의 핵심전략: 우직지계(迂直之計)
<손자병법> 7편의 편명인 군쟁(軍爭)은 현대적 군사용어인 ‘기동(機動)’과 비슷한 말이다. 즉, 전쟁에서 적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군대를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에서 유리한 기회 또는 시간이나 지점을 선점하면 싸움터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고 적을 쉽게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손자병법> 1편부터 6편까지는 용병(用兵)의 추상적인 전략(strategy)에 관한 부분으로서 전쟁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근본적인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7편부터는 실질적인 전술(tactics)에 관한 부분으로 앞에서 제시한 원칙과 방향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방안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7편에서 강조한 전쟁 시작 전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은 <손자병법> 4편의 ‘이승(易勝)’ 군사사상(‘DBR 142호, 적을 이길 수 있는 확실한 틀을 마련하라’ 참조.), 즉 승리를 위한 우월한 상황(또는 ‘형’)을 만들어 적을 쉽게 이기기 위한 것과 연결된다.
손자는 7편의 처음에 “무릇 용병술에 있어서 장군이 군주로부터 명령을 받고, 백성을 동원해 군대를 편성하고, 군영을 설치하고 적군과 대치하기까지 군쟁보다 더 어려운 것은 없다”라고 했다. 군쟁이 어려운 것은 먼 길로 돌아가면서도 지름길로 곧바로 가는 것과 같게 해야 하고, 불리한 조건을 유리한 조건으로 전환시켜야 하기 때문이다(軍爭之難者, 以迂?直, 以患?利). 일반적으로 우회로는 멀어 통과시간이 길고, 지름길은 짧아 통과시간이 적게 걸린다. 그러나 실제로 군대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결정하는 요소에는 물리적 거리 외에도 이동통로의 상태, 주변에 주둔한 적군 병력의 상태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밀접하게 관계돼 있다. 지름길에 적군이 주둔해 있는 반면 우회로에는 적군이 없다면 우회로를 선택하는 것이 지름길보다 목적지에 먼저 도달하는 방법이다. 손자는 이와 같이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과적으로 적보다 먼저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용병술을 ‘우직지계’라고 했다.
이는 ‘군쟁’ 편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유명한 현대 군사전략가 리델 하트의 ‘간접접근전략’이 손자의 ‘우직지계’ 군사사상과 일맥상통한다. ‘간접접근전략’은 적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접근해 적군을 동요시켜 균형을 잃게 한 후에 적을 공격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리델 하트는 “전략에서 우회하는 가장 먼 길이 흔히 목적을 달성하는 가장 짧은 경로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손자는 “군쟁을 잘하면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잘못하면 군대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軍爭?利,軍爭?危)”라고 했다. 즉, 단순히 우회하는 길이나 방법만을 선택한다고 해서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손자가 제시한 군쟁의 두 가지 위험한 면과 효과적으로 군쟁을 실행할 수 있는 세 가지 원칙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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