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사업환경 변화

동남아는 새 기회의 땅? 치솟는 임금, 노사분규 빨간불 조심!

155호 (2014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동남아 지역의 노동 시장 관련 리스크

최저 임금 인상 경쟁, 숙련 근로자의 절대적 부족, 노사 분규 증가

갈수록 증대하는 중국과의 경쟁 압력

최근 중국이 동아시아 생산공유(production sharing)의 핵심 축으로 부상. , 중국이 동아시아 시장에 대한 부품 및 중간재 공급국으로서의 위상 강화. 삼성전자의 경우 베트남에서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 휴대폰 부품을 수입하는 것보다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규모가 2배 이상 많은 상황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전략

고부가 제품 전략, 현지 근로자 교육 확대, 노사관계 신뢰 회복 프로그램 운영, 부품 업체에 대한 현지 투자 강화

 

한국 기업의 주요 진출지역인 동남아

한국 기업이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지역은 동남아였다. 1968년 한국남방개발은 산림을 개발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한국 기업 해외투자의 효시였다. 한국 기업이 본격적으로 동남아를 생산기지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들어서였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원화가치 상승, 인건비 상승 등으로 봉제완구, 의류 등 노동집약적 경공업체들이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찾아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로 진출했다. 1990년대 초에는 베트남이 새로운 시장으로 등장하면서 한국 기업의 투자러시가 이어졌지만 1990년대 후반 동남아에서 발생한 외환위기로 신규 투자가 중단됐다. 거기에 중국이 2001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이후 급속한 성장을 달성하면서 한국 기업의 투자가 중국으로 대거 집중, 동남아는 잊혀져가는 듯했다.

 

그러나 동남아는 최근 한국 기업이 다시금 주목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부 대기업들이 중국에 과도하게 집중된 사업의 위험 분산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노동집약적 경공업체들도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동남아를 대체투자지역으로 모색하게 됐다. 동남아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인도네시아와 같은 자원국을 중심으로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면서 내수규모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현지 내수를 지향하는 투자들도 증가했다. 한마디로 최근의 동남아에 대한 관심과 진출 확대는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를 중국을 보완하는차이나 플러스 원(China +1)’으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 1)

 

1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 비중 추이

 

 

그 결과 동남아에 대한 최근 우리 기업들의 진출에서 국가나 사업 분야가 과거보다 더 다각화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선발 동남아국이 중심이었지만 2013년 말 기준으로는 베트남이 진출 기업이나 투자금액에서 최대의 파트너가 됐고 그 뒤를 인도네시아가 따르고 있다. 여기에 경제규모가 작은 캄보디아, 미얀마에도 진출이 급증하고 있다. 사업 분야도 전통적인 섬유, 신발 등 노동집약적 분야뿐만 아니라 자본 및 기술집약적인 첨단 전자산업, 철강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해외 사업에는 리스크가 수반

기업의 해외 진출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본국을 떠나 외국에서 하는 사업은 원정 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 기업이 해외 사업을 할 때는 현지 기업에 비해 여러 불리한 조건을 떠안게 되는데 이를 외국비용(cost of foreignness)이라고 한다. 이런 외국비용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해외 진출(투자)에 성공하려면 경제학자 더닝(Dunning)의 주장처럼 3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원정 경기를 하는 진출기업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가진 현지기업보다 나은 특별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둘째, 그러한 경쟁우위 요소, 소위 기업특유의 경쟁 우위를 현지 기업에 이전하는 것보다 자기 것으로 내부화하는 데서 거둬들일 수 있는 이익이 더 커야 한다. 셋째, 해외 투자 지역을 선택할 때 특정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입지요인에서 더 매력적이어야 한다. 이 중 마지막 조건인입지요인은 현재 동남아가 정치·사회·경제적으로 급격한 구조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현지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계획하는 기업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요소다.

 

우리 기업이 1980년대 중반 동남아에 진출할 때 가장 매력적으로 봤던 요소는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이었다. 한국 기업은 이 점을 이용해 노동집약적 제품을 생산, 미국 등 제3국에 수출하거나 국내로 역수입을 했다. 반면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동남아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동남아 현지에서 판매를 하는 대기업의 투자가 증가했다. 이들에게는 저임금 외에 시장규모와 성장성도 중요해진다.

 

기업에 필요한 입지요인이 변하듯이 입지를 공급하는 현지의 상황도 변한다. 투자환경이 변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투자유치국이 투자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생기고 환경은 악화될 수 있다. 그 결과 기업이 투자 입지를 결정할 때 리스크는 존재한다. 정치·사회적 격변, 외환위기와 같은 컨트리리스크는 사업 전체에 위험을 안겨줄 수 있다. 생산, 판매, 고용, 각종 규제 등 사업 운영과정에서 직면하는 리스크는 기업의 수익에 영향을 미친다. 리스크는 신흥시장에 진출할 때 더 크게 나타나며 동남아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동남아 지역의 리스크

 

1) 노동 시장 리스크

현재 동남아 각국은 최저임금 인상 경쟁을 하면서 임금 인상에 앞장서고 있다. 촉발지는 태국이다. 잉락 정부는 2012 4월 방콕과 주변 도시에서 최저임금을 300바트로 인상했고 2013 1월부터는 전국에 일률적으로 300바트의 최저임금제를 시행했다. 태국 일부 지방에서 최저임금은 2년 만에 약 2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저렴한 인건비, 잘 갖춰진 제도 및 인프라로 전기전자 분야에선 다국적기업의 천국과 같았던 말레이시아도 2013년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비록 말레이시아의 소득수준에 비해 아직 낮은 월 900링깃으로 최저임금이 정해졌지만 저임에 익숙해 있던 기업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인도네시아의 최저임금 인상은 더욱 가파르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당국은 최저임금을 2012 153만 루피아에서 2013 220만 루피아로 43% 인상했고 다시 2014년에는 243만 루피아로 10% 이상 인상했다. ( 2)

 

2 주요 지역의 월 최저임금

 

 

빠른 임금인상뿐 아니라 노동력 확보 자체가 문제가 되는 국가도 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의 실업률은 완전고용이라고 할 수 있는 3%대 이하다. 이들 나라에 진출한 기업들은 고급 기술 인력뿐만 아니라 중간 기술, 나아가 미숙련 인력까지도 쉽게 구할 수 없다. 베트남의 경우 국가 전체적으로 미숙련 노동자는 풍부하지만 외국인 투자가 집중한 호찌민 지역이나 북부 일부에서는 인력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직접투자가 섬유, 봉제, 신발 부문에서 전자산업으로 고도화되면서 기술인력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숙련도를 가진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워 졌다.

 

인건비 상승이나 숙련 노동자 부족 외에 노사분규의 증가도 중요한 문제다. 노사분규는 개별 기업의 문제에서 출발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정치·사회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동남아는 한때 외국인 투자자에게 안정된 정치·사회 환경을 제공했지만 이제 정치·사회적으로 민주화 진전과 노동권익에 대한 요구가 결합하면서 산업현장에서 시위가 빈발하고 있다. 한 예로 인도네시아에서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에 일시적으로 유예를 허용했는데 이 때문에 2012년 중반부터 대규모 노동자 시위가 발생했다. 이 시위는 2013년 이후에도 계속됐을 정도로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노사분규는 아니지만 정치·사회적 리스크도 동남아의 고질적 문제다. 대표적인 예가 태국이다. 2006년 군부가 쿠데타로 탁신 전 수상 정부를 축출한 이후 태국 국민은 친탁신과 반탁신으로 나뉘어져 오늘날까지 대립하고 있다.

 

2014 1월 당시 태국 방콕 실롬로드의 시위 군중

 

2) 중국과의 경쟁 압력 증가

동남아에서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경쟁은 다차원에서 진행된다. 먼저 중국의 공산품은 동남아에서 한국 공산품과 경쟁하게 된다. 2000년에만 해도 한국의 대()동남아 수출은 중국의 수출보다 많았으나 2005년에는 크게 역전됐다. 2013년 중국의 대동남아 수출액은 한국의 3, 일본에 비해서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중국은 처음에는 잡화류에서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해 이제는 섬유제품이나 가정용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동남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 3)

 

3 한중일의 대동남아 무역수지 추이

 

 

그뿐만이 아니다. 동아시아 전체에 걸쳐 있는 생산 분업에서 중국 기업의 역할은 증대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조립업체들은 부품과 중간재를 역내에서 조달하면서 상호 생산을 자극하는 생산공유(production sharing)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섬유직물, 의류 및 신발부자재, 철강제품 등을 동남아에 공급하면서 생산 공유에 참여해 왔다. 그런데 동아시아의 중심 산업이 전기전자 산업으로 고도화되고 중국이 전자부품과 중간재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이제 중국은 동아시아 생산공유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단순히 조립산업에 치중할 때에는 동북아나 동남아의 기업들이 중국에 부품과 중간재를 수출했으나 이제 중국이 부품과 중간재의 공급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부품 산업 네트워크에서 중국의 역할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베트남의 휴대폰 생산과 관련된 부품조달 사례다. 베트남의 2013년 휴대폰 수출액은 115억 달러였고 이를 생산하기 위해 80억 달러 정도의 부품을 수입했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수입한 몫은 22억 달러에 불과했고 중국에서 57억 달러의 부품을 수입했다. 한국의 삼성전자도 휴대폰 생산과정에서 중국에서 부품을 상당 부분 조달한다고 보면 된다. 베트남의 공업화에 중국의 기업들이 실질적인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베트남은 2013년 한 해만 해도 중국에 수출 133억 달러, 수입 370억 달러로 237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실제로 이는 중국과 베트남의 실제 교역상태를 다 파악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중국 통계 기준으로는 베트남에 대한 수출은 485억 달러, 수입은 164억 달러로 수지는 321억 달러 흑자였다.

 

중국 기업은 또한 동남아에 투자를 함으로써 한국 기업과 경쟁한다. 과거 중국 기업의 대동남아 투자는 자원확보형 투자가 많았지만 점차 소비재 부문에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전자업체 하이얼(Haier) 2007년 이미 태국에서 일본의 산요전기를 인수해 세탁기와 냉장고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2009년에는 에어컨 공장을 가동했다. 2012 3월에는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에 있는 산요의 백색가전 부문 전체를 인수했다. 하이얼의 백색가전은 동남아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주요한 경쟁자로 자리잡았다. 하이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2014년 말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휴대폰 공장을 가동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투자는 제조업 전체로 다각화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산둥성 타이어 업체인 링룽(玲瓏)이 멀리 떨어진 태국에서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무역과 투자로 동남아 내 영향력을 증강시킬 뿐만 아니라 인프라를 연결하면서 대륙부 동남아 국가와 통합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고속철도를 라오스 비엔티안, 태국 농까이, 방콕, 그리고 싱가포르까지 연결할 계획이다. 이미 중국의 국제버스는 윈난성에서 태국 국경과 가까운 라오스의 훼이싸이까지 운행하고 있다. 훼이싸이와 태국의 치앙콩 사이를 흐르는 메콩강에는 지난해 12월 다리가 완공됐다. 마음먹기에 따라 중국의 버스는 태국까지 연결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대륙부 동남아는 중국의 한 경제권으로 편입할 가능성도 크다. 중국의 원조자금은 현재도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에서 도로와 다리를 건설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으로 인력 문제 해결해야

 

 

중국 윈난성 찡홍에서 라오스-태국 국경인 훼이싸이를 운행하는 버스. 옆의 버스는 훼이싸이에서 태국 치앙라이를 운행하는 태국 버스(2014 1)

 

1) 고부가 제품 전략

동남아에서 임금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는 민주화 요구와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 때문에, 또는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있다. 임금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은 당연히 노동집약적인 섬유, 신발, 잡화 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이들의 경영성과는 부품이나 자재를 공급하는 국내의 중소기업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노동집약적 기업들의 경우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부담은 단기적으로 고부가 제품 전략을 통해 흡수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노동집약적 우회 수출형 투자를 하는 기업들은 주로 한국이나 대만 기업이 많다. 물론 이들은 미국이나 유럽 바이어의 주문생산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산제품의 성격을 쉽게 바꾸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 고급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캄보디아에서 일본 기업들은 고급 제품인 실크기모노나 가죽제품 등 생산비용에서 인건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점진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동남아 내에서도 미얀마와 같은 저임금 국가로 생산설비를 이전할 필요도 있다. 올해 3월 홍콩의 의류제조업체 12개사는 미얀마 공단에 단체로 땅을 확보했다.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 활동을 하던 기업들이었는데 아예 동남아에서 인건비가 가장 저렴한 미얀마로 이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KOTRA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차원에서 현지 진출업종의 고도화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 노동집약적 경공업제품이 아닌 인건비 상승에 내성을 가질 수 있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나 업종으로 투자가 고도화할 수 있도록 시장정보를 수집하고 전파해야 한다. 부가가치가 높고 동남아 내에서 생산공유에 참여할 수 있는 전자부품이나 자동차 부품 등에 새로운 기업들이 독려할 필요가 있다.

 

2) 현지 근로자 교육 확대

기술인력 부족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현지 내수시장 개척을 위해 동남아에 진출한 자본 및 기술집약적인 중기업이나 대기업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런 기업들은 기존에 채용한 인력의 교육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미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대개 종업원들을 모기업에서 일정기간 연수를 시킨다. 이러한 연수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할 것이다. 현장 교육도 중요하다. 예컨대 캄보디아에 진출한 일본의 IT컨설팅업체 포발(Forval)은 수개월 동안 캄보디아 컨설턴트들을 대상으로 사내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일부 일본기업들은 종업원들에게 일과가 시작되기 전 아침 시간에 기초수학이나 영어를 가르치기도 한다.

 

현지인을 중간관리자 혹은 고급 관리자로 육성하는 것도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다. 태국에 활동하는 일본 기업같이 역사가 오랜 기업의 경우 현지 인력이 고급 간부로 성장한 경우가 많다. 일본 기업들은 이들에 대한 리더십교육에도 관심을 갖는다. 올해 들어 일본의 관리자 교육기업인 코치에이(Coach A) 2월에 방콕에서 일본 기업에 종사하는 태국관리자를 대상으로 태국어로 리더십 훈련세미나를 개최했고 5월부터는 1년 기간의 코스를 제공하는데 태국에 진출한 100여 개 일본 기업들의 태국 관리자들이 교육에 참여한다고 한다.

 

한국 기업으로서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삼성전자의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 삼성전자는 동반진출한 협력업체의 인력난을 타개해주기 위해 일정 학력 이상(예컨대 고졸)만을 고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현지 인력이 삼성전자에 취업을 원하지만 일정 학력 미만의 노동자는 인력난에 허덕이는 협력업체들에 취업하게 된다. 따라서 협력업체들은 중졸 정도의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삼성전자는 적기의 생산과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가급적 협력업체들이 삼성전자 인근에 입지하도록 권유하고 있으나 협력업체의 숙련인력 구인난을 이해하고 협력업체가 지리적으로 떨어진 곳에 공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

 

 

3) 노사관계 신뢰 회복 프로그램

노사분규 등 정치·사회적 안정과 밀접한 문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노사관계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현지의 최저임금 등 노동 관련 법령을 충실히 준수하도록 하고 복리후생 프로그램도 가능한 충분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경영진은 현지의 국민성이나 문화에 대해 이해도를 높여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물론 이와 같은 개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사회적으로 발생하는 시위 등을 막기는 어렵다. 올해 1월 초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일어난 한국 투자기업의 시위 문제도 이 기업에 상대적으로 나은 대우를 해줬음에도 벌어졌다고 한다. 이 점에서 기업들은 지역사회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공권력을 요청하지 말고 먼저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국 기업이 공권력을 요청하는 경우는 현지 기업이 공권력을 요청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확률이 높다.

 

4) 부품업체에 대한 현지 투자 강화

중국과의 경쟁 문제는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다. 현지에서 생산해 현지에 판매하는 기업들은 중국산 수입품과 경쟁해야 한다. 중국은 화교네트워크를 이용해 현지시장에 우리보다 용이하게 침투할 수 있다. 대량생산 조립업체들이 한국산 부품에서 중국산으로 구매를 전환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현지에서 한국 기업의 매출신장률이 둔화된다면 파생되는 본국 수출도 정체할 수 있다.

 

한편 동남아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먼저 중국 제품과의 품질 차별화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현지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하되 소비자의 기호를 잘 파악해서 제품의 품질에 반영해야 하고, 중국 제품과의 질적 격차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현지 수요를 잘 반영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연구개발 노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고 부품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부품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품업체에 대한 현지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부품업체에 대한 현지 투자는 먼저 조립업체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조립제품의 품질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휴대전화 생산과 관련해 동반 진출한 업체가 50여 개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전체로는 중국에서 50억 달러 이상의 휴대폰 부품을 수입했다. 현장에서 더 좋은 품질을 생산할 수 있는 부품업체가 필요한 이유다. 또한 다양한 산업에서 부품업체에 대한 투자는 동아시아 생산 분업에서 우리 부품업체의 기회 확대를 모색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중국의 조립업체들도 현지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품질의 부품을 조달해야 한다. 또한 현지 기업도 국산화율 제고를 위해 부품을 수입 대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동남아 현지 부품기업의 수준은 아직 낮다. 한국의 부품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현지에 진출해 중국 조립기업이나 동남아 조립업체에 부품을 공급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역할을 증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품업체에 대한 현지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부품업체에 대한 현지 투자는 먼저 조립업체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조립제품의 품질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는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중국의 동남아 진출에는 동남아 화교가 중국 기업의 향도역할을 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역할을 해 줄 교포사회의 영향력이 아직 미약하다. 동시에 중국은 막대한 경제 원조를 통해 동남아 정부와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중국-아세안 FTA는 중국 상품이나 기업의 동남아 진출에 기여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도 동남아 정부와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중국보다 경제원조 규모를 더 많이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정말로 동남아가 필요로 하는 분야를 세심하게 조사하고 연구해 원조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한국-아세안 FTA의 추가 자유화를 추진하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주요 국과 쌍무적 FTA를 체결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정부와 기업 모두 2015년 완성될 동남아의 아세안경제공동체에 대비한 전략도 세워야 할 것이다. 동남아 10개국의 경제적 발전단계에는 큰 격차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동남아는 2015년 말까지 10개국이 하나의 시장, 하나의 생산기지를 모토로 경제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되는 동남아는 전체 인구가 6억 명 이상으로 한국의 12배에 이르고 있으며 구매력으로 본 GDP도 한국의 2.5배에 이른다. 결코 작지 않은 시장이기 때문에 준비를 잘한다면 현재의 도전을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박번순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bspark7867@gmail.com

필자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한국외대 무역학과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태국 타마샤트대 및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원(ISEAS)에서 각각 1년씩 연구 활동을 수행했다. 주 관심 분야는 동아시아 경제 통합이다. 저서로 <동남아 기업의 위기와 구조조정(2000)> <아시아 경제 힘의 이동(200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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