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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와 마이클 포터

避實擊虛와 전략적 포지셔닝 경쟁우위에 집중해 압도적으로 이겨라

문휘창 | 150호 (2014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손자는 <손자병법> 6편에서 적군에게는 약점인()’을 찾아내고 아군에게는 강점인()’을 만들어 아군의로 적군의을 피하면서에 집중적으로 공격하는피실격허(避實擊虛)’의 군사전략을 제시했다. 마이클 포터의 지속가능한 전략은 기업이 독특한 전략적 포지셔닝을 구축한 후 이를 경쟁자에게 쉽게 모방되지 않게 만들고 경쟁우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두 전략은 모두 경쟁자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 전쟁에서 아군의’, 경영에서전략적 포지셔닝이 압도적 우위가 되는 것이다. 다만 기업에서는 이런 상황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우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편집자주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손자와 마이클 포터를 연재합니다. 고대 동양의 군사전략가인 손자와 현대 서양의 경영전략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전략 모델들을 비교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합니다.

 

 

얼마 전 구글은 자사의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를 291000만달러( 3조 원)에 레노버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12 5월에 구글이 모토로라를 사들였던 가격인 125억 달러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구글은 운영시스템(OS) 부문과 단말기 부문을 모두 보유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지만 인수비용 회수는커녕 지속적인 적자로 인해 결국 모토로라를 인수한 지 약 2년 만에 다시 매각하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 131일자 뉴스에 따르면 모토로라를 본사의 핵심 부문인 안드로이드팀과 통합하지 않고 분리 경영한 것이 구글 실패의 근본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 새로 인수된 부문과 기존 사업부문 간의 조율에 실패한 것이다.

 

반면, 높은 수준의 조율시스템을 통해 경쟁자에 비해 월등한 수익을 창출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사우스웨스트항공사(Southwest Airlines)를 들 수 있다. 사우스웨스트는 세계 최초의 저가항공사로 1971년에 운행을 시작한 이후 지난 40여 년 동안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왔다. 단거리 비행을 기본으로 한지점 대 지점(point to point)’ 운영시스템으로 가격 결정력에서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경쟁사보다 더 낮은 비용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사우스웨스트가 사용한 전략은 직무·기능, 직원·그룹 및 공항과의 높은 수준의 조율을 통해 항공기 이륙준비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고 현재 사우스웨스트 서비스에 대한 고객만족도는 미국 항공사들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구글과 사우스웨스트는 각각 실패와 성공사례로서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주지만 모두 기업의 높은 수익성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조화로운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손자병법> 6편의피실격허(避實擊虛)’의 핵심원칙과 포터의 전략적 포지셔닝, 특히 기업 내 여러 활동들 간의 적합성(fitness)의 개념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손자병법> 6편의 핵심 군사전략인피실격허사상을 소개하고 경영전략에서는 포터가 주장한 기업의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전략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와의 연관성에 대해 분석해보겠다. 다음으로 앞서 소개한 손자의 군사전략과 포터 이론을 비교하고 구체적인 군사 및 경영사례를 통해 기업들이 실전에서 손자의 군사전략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시사점을 도출하겠다.

 

 

<손자병법> 6편의 핵심 군사전략 : 피실격허(避實擊虛)

 

‘허()’()’은 각각 허약함과 건실함이라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다. 전쟁에서의허실은 적군과 아군 군사력의 강약뿐만 아니라 주동(主動)과 피동(被動), 유비(有備)와 무비(無備), 용감함과 두려움, 안정과 혼란, 배부름과 굶주림 등 여러 가지 측면을 망라한 포괄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전쟁에 있어서 이로운 측면은 모두이고 불리한 측면은 모두로 볼 수 있다.

 

<손자병법> 6편의 핵심사상은피실격허인데 적의을 피하고를 공격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적의를 조장하고 거기에 아군의을 집중한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손자는 군대가 적의 강점을 피하고 약점을 공격하는 병법을 물이 높은 곳을 피하고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夫兵形象水水之形避高而趨下兵之形避實而擊虛)에 비유했다. ‘피실격허 6편의 핵심사상이지만 <손자병법> 13편 전체 내용의 핵심이기도 하다. ‘피실격허에서 손자는 주도권 쟁취, 병력의 집중, 아군의이 적에게 드러나지 않는 것 등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세 가지 원칙에 대해 각각 설명하도록 하겠다.

 

원칙 1주도권 쟁취

 

손자는허실 편의 시작 부분에서싸움을 잘하는 자는 적을 나의 의도대로 이끌되 적의 의도대로는 끌려가지 않는다(善戰者, 致人而不致于人)”라고 했는데 이는 적의, 아군의로 변화시켜 전쟁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주도권은 군대가 군사행동을 주도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권리다. 전쟁의 전반적인 형세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승리를 이끄는 핵심 요소다. 반면, 주도권을 적에게 빼앗기면 방어에 급급해져 빈틈이 쉽게 생기고 적을 이길 수 없게 된다. 주도권 없이는 적의 실을 허로, 아군의 허를 실로 바꿀 수 없다. 따라서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은피실격허의 관건이자 전제조건이다. 손자는 전쟁의 주도권을 쟁취하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하나는 적에게 유리한 것을 줘 적을 아군이 원하는 곳으로 끌어들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적에게 불리한 것을 줘 적을 아군이 원치 않는 곳에 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유리함과 불리함을 잘 이용해 적의를 조장, 전쟁의 주도권을 쟁취할 수 있다.

 

원칙 2아군의 병력을 집중하고 적군을 분산시킴

 

첫 번째 원칙이 아군과 적군의허실의 전환에 목적을 둔다면 두 번째 원칙은 아군의 우세한 병력을 한곳에 집중해 적군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아군의 병력이 적군의 병력에 비해 수적으로 비슷하거나 열세인 경우 승리하는 데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예를 들어 아군과 적군이 비슷한 병력을 가진 경우, 적의 병력을 10곳으로 분산시키고, 아군의 병력을 모아 적의 10곳 중 한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 아군은 적의 병력에 비해 10배가 된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소수로 다수를 이긴 전쟁사례들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아군의 병력이 적군에 비해 적지만 적의 병력을 여러 곳으로 분산시켜 아군의 전체 병력으로 적의 약한 곳을 공격해 결과적으로 적은 병력이 많은 적군을 이길 수 있었다. 적군을 분산시킴으로써 적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원칙 3아군의을 적에게 드러내지 않는 것

 

두 번째 원칙인 병력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아군의 이 적에게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한다. 손자는최상의 군대의 형은 무형이다(形兵之極至于無形)”라고 했다. 여기에서무형은 아군의 형을 완전히 숨기는 것이 아니라 적에게 아군의을 보여주되 아군의 진정한 의도와 행동을 숨기는 것을 의미한다. 적이 아군의 공격방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병력을 분산해 동분서주하게 되고 오히려 적군의이 쉽게 드러날 수 있다. 아군의을 적에게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적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손자는 물이 지형에 따라 흐름을 바꿔 가듯이 용병에 있어서도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적의 변화에 따라 형을 바꿔 가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빈번한 변화로 인해 적은 아군의 형을 종잡을 수 없게 되고 아군의 공격 방향을 추측하지 못하게 된다.한편, 아군은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고, 적의 계획과 행동에 따라 다음 계획과 전략을 미리 수립하고, 적의 공격을 미리 방어하거나, 적의허’를 기습할 수 있다. 그래서 손자는싸울 장소와 시간을 미리 알면 천 리 길을 가더라도 적과 싸울 수 있다(知戰之地知戰之日則可千里而會戰)”고 했다.

 

손자병법으로 분석하는 ‘칸나이 전투에서 한니발이 사용한 용병술

 

칸나이 전투는 기원전 216년 로마군과 한니발이 거느린 카르타고군 간에 벌어진 전투로서 소수가 다수를 이긴 대표적인 전투다. 카르타고는 42000명의 병력으로 72000명의 로마군을 전멸시켰다. 이는 전체 로마군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역사상 로마제국이 이러한 참패를 당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역사가들은 칸나이 전투를 한니발의 천재적 용병술로 이룬 승리로 기록했지만 이를 잘 살펴보면 손자의피허격실전략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한니발과의 두 차례 전투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로마군은 정면대결을 피하면서 지구전으로 카르타고군을 괴롭히고 지치게 만드는 소극적인 작전을 펼쳤다. 그러나 한니발은 하루빨리 승부를 보려고 로마군의 식량공급지역인 칸나이를 점령하고 로마군을 자극해 전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와 같이 로마군이 불가피하게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한니발이 로마군이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전략적인 곳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는 적군의 불리함을 야기해 전장에서의 주도권을 쟁취하는피실격허의 첫 번째 원칙에 해당한다.

 

전력 배치에서 로마는 주력인 보병을 중앙에 두고 조공(助攻)인 기병을 양익1 에 배치했다. 이에 비해 한니발은 중앙에 보병, 양익2 에는 기병에 최정예 아프리카 보병을 더해 측면의 병력을 강화시켰다. 따라서 전체 병력에서 로마군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기병에서 카르타고군이 수적으로 많았고, 특히 로마군의 우익을 대항하는 카르타고군 좌익의 기병 수는 약 3배나 많았다. 또한 한니발은 중앙군을 로마군 정면으로 돌출한 초승달 모양으로 배치했다. 이는 카르타고군 양익이 로마군 양익을 물리치고 로마군 뒤에서 협공하는 데까지 보병이 중앙에서 로마군의 공격을 흡수하고 시간을 끌기 위한 것이다. , 로마군의 주력인 보병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배치는 적의를 공격하는 손자의 두 번째 원칙을 잘 반영하고 있다.

 

전투가 시작한 후 우세한 한니발의 좌익 스페인-갈리아인 기병이 로마 우익 기병을 무찌르고 로마군의 우측과 배후를 우회한 다음 로마의 좌익 기병의 뒤에서 기습을 가했다. 한편, 한니발의 중앙군은 로마군의 정면 공격을 맞이해서 서서히 후퇴해 볼록형에서 오목형 초승달 모양의 진형으로 바뀌었다. 로마군은 승리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해 계속 전진했다. 이때 로마군 양익을 모두 격파한 카르타고 기병과 아프리카 보병은 로마 중앙군 후방을 향해 공격했다. 로마군은 사면에서 카르타고군에게 포위된 채 너무 밀집돼 무기를 제대로 사용하기조차 어려워 전멸됐다. (그림 1) 로마군을 포위·섬멸하는 데 중요했던 것은 카르타고 중앙군이 의도적으로 뒤로 후퇴하면서 유인하는 것을 모른 채 로마군이 계속 앞으로 직진했기 때문이다. 이는피실격허의 세 번째 원칙인 아군의 형을 적군에게 들어내지 않는 것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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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휘창

    문휘창

    - (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현)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장
    - (전)미국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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