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케이크 전문점 21Cake

매장 하나 없이 고급케이크로 ‘원 아이템’의 전설이 되다

148호 (2014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정희정(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과 함께 중국인들의 가처분 소득 수준이 늘어나면서 소비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대도시의 백화점에서는 루이비통, 페라가모, 구찌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 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이랜드와 락앤락 같은 한국 제품들이 중고가 브랜드로 자리 잡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도 중국 소비자들의 향상된 구매력과 소비 수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온라인 케이크 업체인 21Cake(www.21cake.com)는 이런 중국 소비 시장의 성장을 배경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벤처기업이다. 2004년 창업한 이 회사는 인터넷과 콜센터 주문을 통해 케이크를 판매하는 전자상거래에 의존하고 있으며 매일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제작하는 수천 개의 케이크를 베이징, 상하이, 톈진, 항저우, 쑤저우 및 우시와 같은 대도시에서 직접 배송하고 있다. 21Cake의 성공 사례 분석을 통해 대기업이 아닌 벤처, 특히 하나의 제품이 집중하는 원 아이템(one-item) 회사가 중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법을 소개한다.

 

제품 차별화와 인터넷 주문 판매로 도약

 

21Cake CEO인 야오 레이(姚磊)는 중국 지린성 창춘에 있는 식품업계에서 10여 년간 일하다가 2004년에 케이크 파티시에(patissier)인 파트너와 함께 회사를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케이크 사업을 구상하면서 하이엔드 소비자층을 노리기로 했고 이를 위해서는 대도시에 매장을 내는 게 좋을 것이라고 판단해 서울의 명동에 해당하는 베이징 왕푸징에 있는 둥팡광장이라는 고급 쇼핑몰에 가게를 내려고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임대료가 너무 비쌌다. 또 한국의 파리바게트, 싱가포르의 BreadTalk 같은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가 이미 입점해 있었다. 그는 신생 업체가 오프라인 점포로 경쟁하기가 벅차다고 판단해 온라인 판매로 방향을 전환했다.

 

CEO 야오는 베이징 북쪽 주택가의 한 건물을 빌렸다.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케이크를 전화와 인터넷으로 주문 판매하기 시작했다. 21Cake 21가지 종류의 케이크를 판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다. 소규모 주방에서 시작한 초기에는 하루에 케이크를 10개 남짓 팔았으나 입소문으로 수요가 늘어나 2006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하루 판매량이 100개를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2008년 초가 되자 수요가 공급량을 초과하는 날이 많아졌다. CEO 야오는 소규모 주방에서 벗어나 사업 규모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기로 하고 그간 번 돈과 지인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합쳐 베이징과 상하이에 각각 케이크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2009년 당시 베이징 대부분의 베이커리들은 지름 20인치 생크림 케이크 기준으로 약 100 위안(18000) 정도의 가격에 판매했다. 케이크 모양은 투박했고 언제 생산됐는지가 정확히 표기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1Cake는 일반 케이크와 차별화하기 위해 벨기에에서 수입한 초콜릿, 일본 품종의 딸기, 유기농 우유 등 고급 원료를 사용했고 인공 첨가제는 넣지 않았다.

 

생크림도 여러 가지 첨가물을 넣은 식물성 생크림이 아닌 동물성 생크림을 고집했다. 동물성 생크림은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첨가물 없이 100% 우유에서만 추출한 것으로 식물성 생크림에 비해 입 안에서 쉽게 녹으며 더 가볍고 부드럽다는 장점이 있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 보관을 해야 하며 작은 충격에도 모양이 흐트러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어 일반 케이크 매장에서는 잘 쓰지 않았다.

 

차별화된 재료를 썼기 때문에 가격은 높게 책정됐다. 가장 작은 사이즈인 지름 12인치 케이크의 가격이 2009년 당시 138위안(한화 25000), 지름 20인치 생크림 케이크의 경우 일반 베이커리 동일 크기 제품의 4배에 가까운 390위안(한화 7만 원)이었다. 베이징 시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졌다 해도 상당히 높은 가격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층을 효과적으로 타기팅한 21Cake는 판매량을 빠르게 늘려갔다.

 

2009, CEO 야오는 2013년까지 최소한 8개 도시, 많게는 10개 이상의 도시에 진출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필자가 일하는 레전드캐피탈의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았다.

 

이후 4년 동안 회사는 연 평균 50% 이상 꾸준히 성장하며 매출을 5배로 키웠다. 베이징과 상하이 공장이 2009년 말에 완공돼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지고, 당초 계획대로 8개 이상의 도시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판매 지역이 베이징, 상하이 두 도시에서 주변 지역인 톈진, 항저우, 쑤저우, 우시를 포함한 여섯 도시로 늘어났다. 베이징, 상하이 두 곳에 생산 공장을 운영하면서 인근 도시들에 배송센터를 구축하는 형태로 확장했다.

 

단기간에 급성장한 배경

 

작은 수제 케이크 가게였던 21Cake가 치열한 중국 시장에서 단기간에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고급 케이크에 대한 경영진의 열정

 

야오는 다음의 네 가지 원칙에 따라 회사를 운영했다.

 

1) 사각형 케이크만을 만든다.

2) 주문 생산 방식의 신선한 케이크를 온라인으로만 판매한다.

3) 최고의 원료를 사용해 비싼 케이크만을 생산한다.

4) 포장상자, 일회용 종이 접시나 포크 디자인에도 많은 투자를 한다.

 

 

2009년 당시 중국에서 팔리던 일반적인 케이크(왼쪽)와 21Cake의 베스트셀러인 개별 포장 초콜릿 케이크(오른쪽)

 

이 회사의 케이크는 원형이 없고 100% 사각형이다. 야오는 원형 위주인 일반 케이크와 차별을 두고 싶었다. 그는 유럽에서 온 케이크라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워사각형케이크 = 유럽 케이크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또 미리 생산하는 방식(Make To Stock)을 거부하고 신선함을 고집하는 주문 생산 방식(Make To Order)의 온라인 모델을 선택했다. 고객은 항상 5시간 내에 만들어진 신선한 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

 

원료 역시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썼다. 벨기에산 초콜릿, 뉴질랜드산 유기농 우유, 프랑스산 코코넛 등과 같은 수입 원재료를 사용했다. 케이크에 들어가는 과일 재료는 신선함을 위해 제철 과일만 사용했다. 포장상자뿐만 아니라 일회용 종이 접시, 포크 등의 디자인도 전문 디자인 에이전시에 프로젝트를 의뢰했다. 그 당시 매출 규모를 고려했을 때 상당한 액수의 투자였다.

 

이런 과감한 제품 차별화는 CEO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회사가 초기 단계일수록 CEO가 가진 능력이나 경험이 비즈니스와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다. 21Cake CEO 야오는 10년 넘게 식품업계에서 일해 온 경력이 있었고 무엇보다 케이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케이크 먹는 것을 너무나 좋아했고 품질 좋은 원료를 구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케이크 마니아였다.

 

필자는 야오와 함께 일본의 베이커리 생산 공장 방문을 주선한 적이 있었다. 도쿄에 체류하는 기간 중 그가 고급 유기농 슈퍼마켓을 돌아다니면서 과일 잼을 30개 넘게 사 모으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만큼 먹거리의 맛과 품질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품질에 대한 리더의 열정은 직원과 고객에게까지 전염된다. 21Cake의 사각형 고급 케이크는 유사한 업체와 제품이 갖지 못한 높은 고객 충성도를 자랑한다. 회사는 2009년에 레전드캐피탈과 함께 21Cake의 케이크를 구매한 적이 있는 소비자들을 무작위로 추출해 고객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콜센터 직원들을 세 팀으로 나눠 500(유효 응답 수 266)의 소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확보한 설문 조사 결과는 아래와 같다.

 

62%의 구매 고객들은 친구의 추천으로 케이크를 구입했다.

 

19%의 구매 고객들은 오프라인 시식회를 통해서 21Cake를 알게 됐다.

 

55%의 구매 고객들은 생일 파티를 위해 케이크를 구매했고 21%는 본인이 먹기 위해 구입했다.

 

45%의 구매 고객들은 21Cake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맛있는 케이크라고 답했다.

 

84%의 구매 고객들은 맛과 세련된 디자인 및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향후 21Cake를 재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무려 60%가 넘는 소비자들이 입소문을 통해 21Cake의 케이크를 구입했으며 재구매 의향 비율도 84%나 됐다. 2009년 당시 중국의 많은 전자상거래 회사들이 온라인 브랜드 구축 및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매출의 20∼30%에 해당하는 금액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고 있었다. 이에 비해 21Cake는 입소문으로 신규 고객 및 재구매 고객을 다수 확보했다. 제품에서 경쟁 우위가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또한 21%의 구매 고객들은 본인이 먹을 목적으로 구입한다는 응답도 고무적이었다. 케이크는 일반적으로 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산다. 그런데 자기가 먹기 위해 산다는 건 그만큼 맛에 만족한다는 뜻이고 이는 높은 재구매율로 이어진다.

 

21Cake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던 2009년 무렵 베이징 거리에서는 맛있고 신선한 케이크를 파는 로컬 베이커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한국의 파리바게트 및 뚜레쥬르가 당시 중국에 진출해 있었고 고급 케이크를 파는 5성급 호텔의 베이커리도 있었으나 그 점포 수는 중국 시장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다.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체인점을 확보한 하오리라이(Haolilai), 웨이둬메이(Weiduomei) 같은 중국 주요 로컬 브랜드 베이커리들의 경우 주력 상품은 가격대가 낮고 구입 빈도가 높은 빵이나 과자, 이윤율이 높은 음료수였다. 케이크는 매장 한편에 구색을 갖추기 위해 생산하는 제품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21Cake 138∼400위안(한화 25000∼72000)의 높은 가격의 고급 케이크에 집중했다. 고급 케이크로 브랜드를 형성한 베이커리 체인이 시장에 아직 없었기 때문에 고급 케이크로 포지셔닝한 것이 주효했다.

 

평균 국민소득이 낮은 중국에서 고가의 케이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케이크라는 제품이 가지는 감성적인 특징 때문이기도 했다. 케이크는 일반적으로 생일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와 같이 축하하는 자리에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하는 제품이다. 만약 부모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를 산다면 돈 몇 천 원 차이에 더 싼 것을 고를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건강에 좋고 더 맛있는 케이크를 산다.

 

투자의 현인 워런 버핏은 1972 See’s Candies라는 초콜릿 업체에 투자했다. 이 회사의 순수익은 1981년 약 600만 달러에서 1996년에는 그보다 다섯 배 이상인 3100만 달러로 증가했고 인수 이후 34년간 무려 13500만 달러의 누적 수익을 가져다줬다. 그는 1998년 플로리다대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밸런타인데이에 집에 가서 초콜릿 한 상자를 내밀며여보, 이거 최저가에 구매한거야라고 말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런 일은 없습니다.”

 

프리미엄 초콜릿처럼 케이크도 감성제품이다. 감성제품은 브랜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성에 어필하는 제품 중에서 저가격으로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2. 매장 없이 온라인 판매와 자체 배송망 확보에 집중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 케이크를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점포의 임대료 및 판매 인건비가 발생하지 않아 수익성이 높다. 또 재고관리도 용이하다. 오프라인 베이커리는 수요 예측에 의존해 케이크를 생산한 뒤 판매를 못하거나(재고 발생에 따른 손실) 재고가 없어서 매출의 기회를 놓치는(판매 기회 손실) 경우가 발생하지만 주문 생산 방식의 온라인 모델은 이러한 단점들을 극복할 수 있다.( 1)

 

또 오프라인 위주의 베이커리 모델은 매장을 끊임없이 확장해 나가야 성장할 수 있는 데 반해 온라인 모델은 공장 하나를 지은 뒤에 배송 센터를 확장하는 방식을 통해 도시 전체로까지 판매 지역 확장이 가능해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단점도 있다. 매장이 없기에 신규 고객 확보가 용이하지 않고 브랜드 구축이 어렵다. 또 온라인 모델은 제품을 공장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배송해야 하기에 물류비용이 발생하며 택배 회사 이용 시 배송 도중 케이크가 훼손될 우려가 있고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배달하기 어렵다는 점 등의 제약이 있다. 따라서 신선한 케이크를 고객이 원하는 정확한 시간에 배달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자체 배송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한다. 21Cake는 확장과 함께 물류/배송센터 구축에 힘썼다.

 

자체 배송체계가 완성되자 이는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교통사정이 혼잡하고 행인과 어깨를 부딪치는 일이 많은 중국의 대도시에서 소비자가 케이크를 들고 이동하는 길은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21Cake의 배송 서비스는 지정한 시간에 신선한 케이크를 고객에게 안전하게 배송해 주고 다른 도시에 있는 친구나 거래처에도 선물로 케이크를 보낼 수 있게 해줘 고소득층 고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당일 주문 현황에 따라 베이징과 상하이의 공장에서 출시된 케이크는 각 도시의 물류센터로 하루에 3번씩 배송하며 물류센터 직원이 고객이 지정한 시간에 맞춰 배달한다.

 

3. 온라인 사업모델에 부합하는 마케팅

 

온라인 모델의 단점 중 하나는 오프라인 매장 부재에 따른 신규 고객 확보 및 브랜드 구축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21Cake는 대사관 파티, 연예인 행사 등 공적 행사에 케이크를 제공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또 중상위 소득 수준 이상의 화이트칼라층이 밀접해 있는 오피스가를 중심으로 시식회를 여는 마케팅을 통해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브랜드를 홍보했다. 이러한 노력들을 방증하듯 중국의 소비자 평가 전문 사이트인 뎬핑(Dianping)에서는 추천 음식 케이크 부문에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에 걸쳐 21Cake 1위로 선정했다. 45%의 구매 고객들이 21Cake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맛있는 케이크라고 할 만큼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온라인 모델의 단점 중 하나인 배송 문제도 소비자 접점을 직접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됐다.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배송 서비스를 통해서 최종 소비자와 대면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21Cake는 온라인 주문판매를 시작하면서 소비자별 주문 케이크는 물론, 연령, 성별, 지역, 휴대폰 번호 등 30만 명의 고객 DB를 확보했다. 이는 단순히 케이크 사업뿐 아니라 향후 부유한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사업 분야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4. 베이커리 시장 확대

 

2009년 당시 시장 통계 자료에 따른 베이징 베이커리 시장 규모는 26억 위안(한화 4000억 원)이었는데 이는 모든 채널(마트, 베이커리, 편의점 등)을 통해 팔리는 빵, 제과, 케이크를 포함하는 수치다. 중국 소비자의 1인당 베이커리 소비 지출 금액은 미국 소비자의 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중국인들의 식생활이 점차 서구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베이커리 시장의 향후 전망을 밝게 해주는 요소였다. 또한 베이징의 베이커리 시장은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고 그 외 대도시 지역의 베이커리 시장도 두 자릿수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서구화가 상대적으로 빨리 진행된 상하이는 베이징 베이커리 시장의 두 배 이상 규모로 추정된다.

 

중국 온라인 거래 시장과 IT의 발전도 21Cake의 승승장구를 도왔다. 2009년 당시 중국 전자상거래 규모는 2000억 위안(한화 36000억 원)이었다. 온라인 결제, 물류시스템과 같은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매년 100%에 가까운 폭발적인 성장을 해오고 있었다. 백화점, 쇼핑몰, 슈퍼마켓, 편의점과 같은 오프라인 채널이 대도시를 위주로 많이 늘어나고는 있었으나 선진국과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 대도시 이외의 중급 도시(2, 3, 4급 도시) 소비자들의 향후 잠재적 수요를 고려할 때 온라인 주문/배송 모델의 매력은 여전히 크다.

 

5. 벤처캐피털의 투자와 도움

 

성장 단계의 회사는 많은 문제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2009년 당시 21Cake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크게 보아 다음의 두 가지 문제가 있었으며 이는 신생기업들이 대부분 겪는 문제였다.

 

첫째, 회계 관리 상태가 상당히 부실했다. 간단한 수준의 재무제표는 있었으나 관리회계는 전무한 상태였다. 예를 들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선물용 선불카드의 경우 소비가 실제로 이뤄지는 시점에 매출로 인식해야 하나 이 회사는 현금을 받은 시점에 매출로 인식하고 있어서 매출 대비 원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진 만큼 1년 예산을 수립해 실적과 비교하고 차이점에 대한 분석을 하는 것도 필요했으나 이 같은 수준의 재무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다.

 

둘째, 재무, 마케팅, 인사, IT, 물류센터 부문의 인재들이 적시에 영입되지 않아 많은 진통을 겪었다. 소규모 주방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대규모 공장을 지으면서 지역 확장을 하다 보니 인원도 많이 늘어났고 각 부문별로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했으나 이를 맡아줄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찾지 못한 점은 큰 문제였다.

 

21Cake CEO인 야오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으나 제조업체에서만 10여 년 넘게 일했기 때문에 온라인 모델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험이 부족했다. 또 입소문에 의한 판매 매출 신장이라는 성공 방정식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기존 경영방식을 유지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온라인 광고를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지, 기존 구매 고객에 대한 프로모션이나 고객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2011년부터 외부 인력을 영입하기 시작했으나 입사 후 몇 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는 일들이 빈번했고 설상가상으로 창립 멤버이자 그간 베이징 시장 내 세일즈를 담당하던 임원이 또 다른 벤처캐피털 회사로부터 투자받은 경쟁업체로 스카우트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기까지 했다. 특히 온라인 마케팅 관련 책임자를 조기에 영입하지 못한 점은 큰 실수였다. 2010년 중순까지도 검색엔진의 키워드 광고를 하고 있지 않아 바이두(중국 최대의 검색사이트)에서 21Cake를 검색하면 경쟁 업체의 사이트가 최상단에 나오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온라인 마케팅의 부재는 결국 경쟁사들에 시장점유율을 내주고 21Cake의 선도적 지위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21Cake 2009년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으며 이런 문제점들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투자를 한 레전드캐피탈은 지주회사인 레전드홀딩스가 세계 최대 PC회사 레노보를 소유하고 있는 등 중국 기업 경영에 대한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가 많았다.

 

레전드캐피탈은 우선 정확한 재무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2009 9월 한 달간의 판매수량을 바탕으로 직접 원가분석 및 재무제표 작성을 수행했다. 이 자료를 CEO에게 보여주며 회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순이익이 낮다는 것 등을 알려줬고 정확한 재무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핵심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방안도 CEO에게 제안했다. 중국엔 너무나 많은 사업 기회가 있기에 우수한 인재를 벤처 기업에서 영입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톡옵션 부여는 물론 회사가 향후 자본 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했다. 직접 인재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기존 포트폴리오 투자업체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COO, CFO 후보자를 소개하는 한편 새로운 임원을 영입할 때 벤처캐피털도 함께 인터뷰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 세련된 마케팅을 위해 베이징에 지사를 두고 있는 일본계 광고 회사를 섭외해 본격적인 인터넷 검색 광고 및 홈페이지의 리뉴얼, 소셜미디어 전략을 수립하도록 지원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

 

중국의 GDP 규모가 일본을 넘어 세계 2위가 되고 자본 시장이 커지면서 상장되는 기업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거시적인 사실은 익숙히 접하고 있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벤처 기업들이 어떻게 사업을 시작해서 성장하게 되고 상장에까지 이르는지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13억 인구가 있는 중국 시장은 크고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따라서 중국의 벤처 기업들이 이러한 시장에서 어떠한 사업 기회를 포착해 어떻게 성장하는지 일련의 과정을 살펴본다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에도 힌트가 될 수 있다. 특히 21Cake의 성장 스토리는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꿈꾸는 한국의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 차별화가 중요하다

 

< 2>에서 정리한 바와 같이 21Cake는 화이트칼라 소비자를 타깃으로 최고의 원료만을 사용해 케이크를 만들었다. 오프라인 위주의 이벤트 마케팅을 하고 주문 생산을 통해 온라인 채널로만 국한해서 직접 배송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같은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다양한 조합을 통한 모델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해주며 차별화를 통해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 단일 품목으로도 중국 시장에서는 큰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

 

한국과 같은 시장에서 3000여 개나 되는 매장을 가진 파리바게트 같은 베이커리 업체가 나올 수 있다면 도시 인구가 전 인구의 50%를 넘어선 중국은 단순히 인구를 기반으로 계산해도 3만 개 규모의 베이커리 매장이 나올 수 있는 시장이다.

 

최근 이사회에서 케이크가 아닌 초콜릿이나 선물 관련 아이템을 같이 팔아볼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CEO 야오는 이렇게 답했다.

 

21Cake는 이제 고작 6개 도시에 진출해 있을 뿐이고 내년에는 10개 도시로 판매 지역을 늘리더라도 아직 진출해야 할 지역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케이크 하나만 팔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단일 품목만을 판매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의 규모를 고려해 봤을 때 케이크 하나에만올인하더라도 큰 규모를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국 시장에서의니치(Niche)’는 규모 면에서는 심지어 다른 나라의 전체 시장과 맞먹을 정도로 큰 규모가 형성되고 이에 따라 니치 상품(niche product)으로 승부하는 벤처 기업 입장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기회가 있다.

 

3. 하이엔드 제품의 오프라인 시장이 발달돼 있지 않은 중국에서 온라인 사업 기회가 크다.

 

21Cake와 같은 온라인 모델의 케이크 회사가 한국이나 일본 시장에서도 중국처럼 성장할 수 있을까? 맛있고 고급스런 케이크를 파는 가게가 넘치는 한국이나 일본 시장에서는 힘들 것이라고 판단된다. 제품으로도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고 오프라인 매장이 곳곳에 잘 발달돼 있어 굳이 온라인을 선택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중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채널이 낙후돼 있기에 제품에 경쟁력이 있다면 온라인에서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이 존재한다. 실제로 제품 자체로 차별화하기 힘든 가전제품의 경우에도 온라인 회사들이 번창하고 있다. 오프라인 위주의 쑤닝(Suning), 궈메이(Guomei) 같은 가전제품 양판점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있지만 온라인 채널로만 판매하는 징둥(JingDong)과 같은 회사도 급성장하고 있다. 징둥은 대도시 소비자에게 24시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무기로 2013년에는 1000억 위안(18조 원) 매출을 기록했고 2014년에는 2000억 위안(36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화장품 공동 구매 인터넷 사이트인 주메이(Jumei)는 저렴한 가격과 여성들의 입소문으로 2013 60억 위안(1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고 상장을 준비 중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독자들이 상상하는 수준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것과 온라인을 통해서도 고가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있다. 값비싼 장미꽃을 온라인으로 파는 로즈온리(www.roseonly.com.cn)라는 회사다. 장미꽃 한 송이에 699위안(14만 원), 장미꽃 여러 송이가 담긴 선물 박스를 무려 3999위안(80만 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팔고 있지만 밸런타인데이 및 크리스마스에는 재고가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남성이 온라인 회원으로 등록할 때 단 한 명만의 여성을 지정해 장미꽃을 선물할 수 있다는 제한을 둬서 화제를 모았다. 또 연예인Weibo(중국판 트위터) 활동을 통해 마케팅을 하는 방식으로 많은 회원을 끌어모으고 있다.

 

21Cake 사례 연구가 시사하듯이 중국 소비자들의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고 온라인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 관심이 있는 한국 기업이라면 상품, 타깃 고객, 마케팅, 생산, 물류, 온라인 채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차별화를 생각해보고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중국 소비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한국의 벤처 기업들은 중국의 자본을 이용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해 성장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이미 큰 성공을 거두고 있으나 벤처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고 현지 인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으며 자본력도 제한적이다. 니치 상품 하나로만 진출해도 큰 시장이 형성되는 중국은 벤처 기업 입장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최근에는 중국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IT, 소비재, 헬스케어 업종 등의 외국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1Cake 사례에서 보듯이 한국 벤처 기업들도 중국 시장에 맞는 제품과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벤처캐피털 등 파트너의 적절한 도움을 받는다면 단기간 내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박준성 레전드캐피탈 파트너 piaojc@legendcapital.com.cn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했고 일본 게이오경영대학원과 중국 장강상학원(CKGSB)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엑센츄어(Accenture) 도쿄지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후 2005년부터 레전드캐피탈 베이징 본사에서 일하고 있다. 2009년 레전드캐피탈의 21Cake 투자건을 맡아 진행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7호 부캐의 역습 2020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