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Monitor
편집자주
본 글은 사회적기업연구소와 동아시아연구원이 발간한
대한민국 CSR 10년,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2000년대 초부터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CSR을 표준화, 규범화하려는 시도가 활성화되고 이러한 노력이 국내 언론을 통해 소개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CSR 10대 활동원칙을 주장한 유엔의 지구협약(Global Compact), 국제표준화기구의 사회적 책임 세계표준(ISO 26000),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 표준(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등을 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캐롤(Carroll) 등 전통적인 CSR 이론가들의 이론들과 해외 기업들의 CSR 사례들이 언론에 집중 소개되면서 CSR이 사회적인 관심사가 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변화된 국제적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CSR을 기업경영 전략의 하나로 여기고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CSR의 긍정적 측면만 부각하는 경향이 강했고 이 같은 기류가 CSR 논의 확산에 긍정적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CSR 논의가 도입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 CSR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과 딜레마적 상황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2013년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의 RADAR 2013의 한국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 CSR이 기업과 사회 모두에 상생의 비전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CSR 논의가 도입된 이래 10년이 지난 지금, CSR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을 보면 CSR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제대로 효과를 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얘기다. 이 글에서는 RADAR 2013의 한국 조사결과를 토대로 (1) 대기업 불신 심화 (2) CSR 규제 여론의 강화 (3) 소비자의 CSR 소비행동의 약화 (4) CSR 커뮤니케이션의 위축이라는 네 가지 차원에서 한국 CSR이 직면한 딜레마를 정리하고자 한다.
딜레마1: 사회공헌 3조 원 시대, 커지는 대기업 불신
전경련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2002년 202개 사의 사회공헌지출 총액은 1조870억 원에 불과했지만 10년이 지난 2011년에는 222개 사의 사회공헌지출 총액이 3조1240억 원에 달했다. 명실상부한 사회공헌 3조 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림1) 기업당 사회공헌 지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2002∼2005년 1개 기업당 평균 50억 원대 지출을 했지만 CSR 논의가 본격화되는 2006년 전후로 89억 원 수준으로 급증했고 2008년도에는 100억 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증가 추세는 계속 이어져 2011년 집계 결과에서는 140억7000만 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수치는 일본 기업들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2011년 기준 세전이익 대비 사회공헌 비중은 3.2%로 일본 대기업(364개) 2.73%보다 높은 수준이며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비중을 봐도 2011년 한국의 222개 사 평균이 0.26%로 일본의 428개 사 0.24%보다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전경련 사회공헌백서 2012)
1)“대기업 신뢰한다” 2012년 44% → 2013년 38%
한국 대기업들의 CSR 관련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이 기업의 평판과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림 2>의 기관신뢰도 평가를 보면 2012년과 2013년 모두 국제기구, 학술기관, NGO들에 대한 신뢰도는 높았고 대기업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았던 한국 정부와 한국 언론/대중매체에 대한 신뢰도는 상승했다. 반면 한국 대기업은 2013년 조사에서 조사대상 기관 중 유일하게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3년 조사결과를 보면, 새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전년 대비 6%포인트 상승한 48%, 국내 진출한 해외 기업이 45%, 언론/대중매체의 경우 41%였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에 대해서는 전년 대비 6%포인트 하락한 38%에 그쳤다.
2)CSR 평판의 하향평준화
업종별 CSR 평판조사 결과를 봐도 2012년 이후 ‘하향평준화’ 경향이 확인된다. 2012년 이전까지 첨단 IT 산업, 통신산업, 전력과 자동차산업 등 한국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업종의 대기업들이 한국 기업의 CSR 평판을 주도하고 석유/정유, 화학, 광업과 같은 환경유해 업종과 주류, 담배 등 건강유해업종, 은행/금융 같은 업종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등 뚜렷한 평판의 차이를 보여줬다. 그러나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사회공헌 활동 및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적지 않은 CSR 비용을 지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조사에서 그동안 선두주자 역할을 했던 IT 통신 분야, 전력과 자동차 산업 분야 기업들에 대한 평판도가 크게 하락하고 CSR에 대한 부정적 평판을 받던 업종들도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림 3)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