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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루멜트 UCLA대 앤더슨 경영대학원 교수

고통스러운 선택이 없는 미사여구는 전략이 아니다

조진서 | 138호 (2013년 10월 Issue 1)

‘동아비즈니스포럼 2013’ 첫날 오후 B세션 연사로 나선 리처드 루멜트(Richard P. Rumelt) UCLA대 앤더슨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번 포럼에 초대된 연사 중전략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해 가장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줬다. 그는 무엇이 나쁜 전략이고 무엇이 좋은 전략의 요소인지, 왜 좋은 전략을 구상하기 전에 나쁜 전략과 나쁜 습관부터 없애야 하는지를 다양한 예시를 들어가며 논리정연하게, 때로는 시니컬하게 설명했다. 루멜트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이코노미스트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구루다. 대표 저서로 <전략의 적은 전략이다(Good Strategy Bad Strategy)>가 있다. 공학을 전공하고 NASA에서 제트엔진 연구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일흔을 넘긴 고령이지만 암벽등반 등 운동으로 다져진 단단한 체구에선 여전히 청중들을 압도하는 열정이 뿜어져 나왔다. 강연 내용과 류주한 한양대 교수 및 청중과의 토론 내용 가운데 요점을 소개한다.

 

<기조 강연>

‘전략’과 목표를 착각하지 마라

 

내가 처음 전략에 대한 주제로 연구를 시작했던 1960년대 초에는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서는 딱 두 권의 책과 한 편의 논문만이 나와 있었다. 지금은 셀 수 없이 많은 경영 전략서가 있고 경영전문대학원에서는 전략 프로그램을 가르친다. 기업엔 CSO(Chief Strategy Officer)라는 직책도 생겨났다. 이처럼 많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오히려 더 상황이 악화됐다. 전략이란 개념에 대한 오해가 너무 많아졌다.

동아일보 박영대

 

어느 날 내게 전화가 왔다. 그래픽 아트 회사를 운영하는 채드 로건이라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그래픽 아트를 하는 회사의 CEO라면서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했다. 나는 그를 만나 회사의 현재 전략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로건은우리 회사에는 20/20라는 게 있습니다. 연간 20% 수익 성장, 연간 20% 이익 성장이라는 의미입니다라고 말했다. 나는그건 굉장히 야심에 찬 목표네요. 그건 그렇고, 전략은 무엇인가요?” 그러자 로건은 짜증난 표정으로 주먹으로 책상을 치더니제가 미식축구 선수 출신입니다. 이길 의지가 있으면 이길 수 있다는 정신으로 살았습니다.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밀어붙일 겁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좀 더 자세히 물었다. 경쟁우위는 무엇인지, 업계 동향은 어떤지, 경쟁사는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디에 역점을 둘 것인지 설명해달라고 했다. 로건은 잭 웰치의 책을 꺼내더니 줄친 것을 보여줬다. 거기엔불가능한 것을 겨냥하라고 써 있었다.

 

로건은 우선 재무적인 목표(goal)가 전략(strategy)이라고 착각했다. 그의 회사는 또우리는 최고의 그래픽 아트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는 전략도 가지고 있었지만 이런 문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이건 전략이 아니다. 회사의 가치를 진술하는 문장일 뿐이다.

 

많은 리더들은 3개 년, 5개 년 재무목표를 놓고 전략이라고 말한다. 아니다. 그것은 숫자를 나열한 것뿐이다. 그건 재무적 목표, 실적 목표다. 목표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게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는다. 과거에는전략은 주어진 과제를 극복/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행동방침이라는 정의가 널리 통용됐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전략이라는 개념이 왜곡되고 있다. 전략은돈을 많이 벌고 싶은데…”라는 희망사항이나 염원이 아니다. 많은 기업이 제대로 된 전략을 수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쁜 전략들이 만연해 그것이 전략이라고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잡스의 전략

 

1996 <비즈니스위크>애플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커버스토리가 실렸다. 당시 애플은 개인용 컴퓨터를 생산하고 있었다.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95를 출시한 이후 애플은 파산 직전까지 갈 정도였다. 당시에서는애플을 살릴 수 있는 101가지 방법이라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음성인식 기능을 개발해라,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라이선스로 팔아라(애플 자전거 등), IBM에 회사를 팔아라, OS를 윈도에 맞추고 하드웨어 사업을 포기하라 등이었다.

 

파산까지 2달 정도 남았다고 여겼던 상황에서 스티브 잡스가 복귀했다. 잡스는 예전에 애플에서 한번 실패했던 경영자였다. 그는 복귀하자마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5000만 달러의 자금 지원을 받았고 15개의 데스크톱 PC 모델을 단 하나로 줄였다.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잡스의 대답은우리 처제가 어떤 모델로 살지 고민을 하길래 나도 같이 들여다봤더니 나도 뭘 사야할지 모르겠더라. 내가 못 고르면 고객도 못 고른다고 얘기했다.

 

잡스는 프린터와 스캐너 사업도 접었다. 당시 개발 중이던 모든 소프트웨어 사업을 중단했다.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이건 어떤 전략이었을까? 잡스의 전략은 회사가 파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도 상당수 해고했다. 그는 넥스트사에서 개발 중이던 소프트웨어를 가져왔고 미국 내 유통채널 6개 중 5개를 정리했으며 제조 부문은 대만으로 옮겼다. 인터넷에서 고객들이 직접 제품을 살 수 있게 했다.

 

스티브 잡스가 한 이런 일들이 바로 전략이다. 전략은 하나의 일관된 목적을 가진 행동의 집합이다. 잡스는 파산을 피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고 애플의 역량을 핵심 부문으로 집중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취했다. 이렇게 일관된 전략을 가진 조직은 많지 않다. 여러 가지 충돌하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기도 한다. 대학들은 교수에게 연구도 잘하고 강의도 잘하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내려준다. 기업들은 소수 마니아의 사랑을 받는 제품을 만들라고 하면서도 대중의 사랑도 받으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개성이 있으면서 대중적이길 원하는 이율배반적인 전략을 동시에 추구할 수는 없다.

 

 

나쁜 전략의 특징

 

그렇다면 나쁜 전략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다음의 다섯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그건 나쁜 전략이다.

 

1. 템플릿을 채운 전략

 

<그림 1>은 다우(Dow)사의 전략 템플릿이다. 비전, 미션, 가치, 전략 등 4개 항목으로 나눠져 있다. 이런 템플릿을 쓰는 회사들은 각 항목 옆에 빈칸만 채우면 된다. 이는 199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했고 이젠 기업뿐 아니라 NGO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자.

 

The Vision:돈도 벌고 존경도 받고 싶다는 내용이다. 이건 자기만족, 야망이다. 전략이 아니다.

 

The Mission:열정, 혁신, 인류, 진보, 지속가능 등의 키워드들이 들어 있다. 그러나 화학회사로서 다우가 무엇을 하는지는 설명해주지 못한다.

 

The Values:사람을 존중하고 지구를 보호한다는데, 엔론(Enron)1  사상 최대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주주들과 직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2001년 파산한 미국의 에너지 회사도 이런 말을 썼었다. 여기엔 전략이 없다.

 

The Strategies:아주 많은 단어들이 써있지만 초등학생이 시험에서 이렇게 썼다 해도 낮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알맹이가 없다. 허풍이다.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나쁜 전략이다. 이런 식의 템플릿을 쓰면 나쁜 전략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략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쓰는 일관된 정책과 행동 방침들의 묶음이다.

 

전략을 잘 세운 회사도 소개해본다. 이하모니(eHarmony)라는 결혼중매 회사가 있다. 미국에서 결혼하는 커플 중 2%가 여기서 만난다고 한다. 엄청난 수다. 인터넷으로 중매를 해주는 사이트들이 많지만 이하모니는 뭐가 달랐기에 이렇게 성공했을까?

 

이 서비스에 회원으로 등록하려면 우선 250개 설문을 작성해야 한다. 기말고사 보는 기분이 든다. 에세이도 써야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가치관에 대해서 설명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 최소한 1시간은 걸리고 평균 2시간반이 소요된다.

 

장애물들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매월 60달러의 회비도 내야 한다. 데이트 상대를 바로 보여주지도 않는다. 하루를 기다려야만 7명 정도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바로 그들하고 연락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치 부모님 소개를 받듯이 단계별로 차근차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준다.

 

이렇게 장애물이 많은 서비스를 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까? 고객들은 왜 이런 서비스에 만족할까? 내가 만나는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장애물을 거쳐왔기 때문에 이하모니에는 정말 진지하게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만이 모인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장애물을 장치로 둠으로써 이 회사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하나의 정책을 갖고 일관된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2. 실적 목표로 가득한 전략

 

미국에 인터내셔널하베스터(International Harvester)라는 농업용 기계장비 회사가 있었다. 이 회사는 1979년에 <그림 2>와 같은 전략을 발표했다. 그래프는 위에서부터 매출, 자산, 수익을 나타낸다. 향후 5개년 동안, 1984년까지 이 세 가지 항목을 그림처럼 향상시키겠다고 계획을 세운 것이다.

 

현실은 어땠을까? 1981년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고 1984년에는 회사가 조각조각 나뉘어 팔렸다. 공중분해된 것이다. 위의 전략을 다시 보자. 저것은 전략이 아니다. 실적 목표, 재무적 목표를 그려놓은 것뿐이다. 전략이 아니라 전망(forecast).

 

무엇이 잘못됐을까? 이 회사는 아주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당시 농기구 산업에는 노사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회사마다 파업에 파업이 꼬리를 물었다. 노사관계야말로 이 회사의 가장 치명적 부분이었고, 결국 이것이 이익 악화로 이어져 회사가 문을 닫게 됐다. 이 회사의 전략은 왜 이런 치명적인 위험을 놓쳤을까? ‘원대한 목표만 세우면 돼. 그러면 직원들은 저절로 따라올 거야라고 안이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영진이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건 매우 어렵다.

 

 

3. 허풍

 

다음은 어떤 은행의 전략이다. “우리의 근본 전략은 고객중심의 중개활동이다(Our fundamental strategy is one of customer-centric intermediation).” 그런데중개활동이라는 건 결국 돈을 빌려주고 예금을 받는 것 아닌가? 이건 그냥 미사여구일 뿐이다. ‘우리는 은행이고 따라서 은행이 하는 일을 한다는 하나마나 한 말을 그저 보기 좋게 꾸며놓았을 뿐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허울 좋은 단어를 썼다.

 

다음은 코넬대의 전략이다. “사회에 이바지하고 미래 리더들을 가르치고 지식의 한계를 넓히는 지식 공동체가 되는 것(To be a learning community that seeks to serve society by educating the leaders of tomorrow and extending the frontiers of knowledge).” 이것도 결국 미사여구일 뿐이다. 다른 대학과 차별화하는 포인트가 없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4. 현실 진단(diagnosis)이 없는 전략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에 교육전략을 세웠다. ‘공립학교 개혁대학 졸업자 비율 세계 최고 달성이 그것이었다. 이 역시 나쁜 전략이다. 미국의 교육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건 통계만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지난 40년간 쭉 그래왔다. 정부가 계속 노력했지만 왜 공교육의 경쟁력이 계속 떨어졌을까? 미국에선 연방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가 공립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진단은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엔 들어가 있지 않았다. 냉철한 진단과 해결책이 없는 전략은 나쁜 전략이다. 분석이 나쁘면 아예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5. 엉망진창 전략(dog’s dinner)

 

미국의 한 도시 정부는 47개의 전략과 178개의 실천목표를 세웠는데 그중엔공원 벤치에 페인트칠을 한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만든다’ ‘잔디를 깐다’ ‘시민들을 돕는다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건 전략이 아니라 잡다한 목표만 나열해 놓은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전략은 122전략계획을 수립한다였다.

 

이는 기업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실수다. 이사진이 모여서 한 명씩 손을 들고 희망사항을 하나하나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목록에 넣는다. 이해관계자들이 바라는 목표를 다 넣다 보니 잡다한 것만 남고 그것을 전략적 계획이라 부른다. 그리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좋은 전략을 만드는 3가지 핵심 요소

 

좋은 전략을 만드는 핵심요소엔 세 가지가 있다.(그림 3) 정책방향(guiding policy), 진단(diagnosis), 일관된 행동(coherent action)이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있어야 좋은 전략이다. 현상에 대해서 진단을 하고, 그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정책을 세우고, 또 이를 어떻게 일관성 있게 실행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우선 현상 진단이 중요하다. 제대로 진단하지 않으면 핵심에 접근할 수 없다. 예를 들자. 유럽에 왜 재정위기가 왔을까? 국가들이 상환능력을 벗어나는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그 국가들은 그걸 몰랐을까? 왜 제대로 갚지 못하는 그리스 같은 국가에 독일의 은행들이 돈을 빌려 줬을까? 은행에 일하는 사람들은 다 똑똑하다. 이유는 금융규제당국이 이것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또 리스크가 있어도 은행 입장에선 나중에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유럽의 재정위기는 은행의 부담으로 돌아간 경우는 없고 납세자에게 부담이 됐다. 근본적 문제는 은행과 정치인들 사이의 커넥션이다. 이런 현상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재정위기는 다른 사람 책임이지 내 책임이 아니다혹은중국에서 돈을 빌려주겠지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이 문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두 번째 요소는 정책 방향이다. 패커드(Packard)라는 트럭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정책은 트럭을 직접 소유하는 개인 운송업자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대부분의 트럭 운전사들은 운수회사 소속으로 회사의 트럭을 몬다. 패커드는 회사 소속이 아니라 자가 소유 트럭을 운전하는 소수의 개인 운송업자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트럭에서 밥도 먹고, 음악도 듣고, 잠도 자는 사람들을 위해 내부를 편안하게 디자인했고 외양 역시 아주 멋지게 만들었다. 또 어느 정도 개인 취향에 맞게 주문제작을 해줬다. 트럭을 만드는 회사는 많았지만 대부분업계 최고를 지향했다. 패커드는 개인 운송업자들만 겨냥하는 정책으로 성공을 거뒀다.

 

좋은 전략의 마지막 핵심요소는 일관된 행동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략과 정책방향이 같은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전략에는 반드시 행동이 포함돼야 한다. 행동이 없으면 그것은 전략이 아니다. CEO들은 흔히전략은 괜찮지만 실행이 문제다라고 말을 하는데 이렇게 머릿속에서 전략과 행동을 구분하는 것이 문제다. 전략은 곧 행동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화성으로 사람을 보내자고 한다면어떻게 할 건데?’라고 물어야 한다. ‘불법 마약 밀매를 중단시키고 싶다’라고 물어도어떻게 할 건데?’라고 묻지 않는다면 그냥 목표에 불과하다. ‘품질을 더욱 개선을 하자’ ‘아프가니스탄을 민주주의로 바꾸자등도 마찬가지다.행동은 실행 가능해야 한다. 약간 가능한 범위 이상으로 설정할 수는 있지만 너무 야심차게 설정하면 실행이 어렵다.

 

엔비디아(nVidia)라는 회사가 좋은 예다. 3D 그래픽 칩을 만드는 회사다. 3D 그래픽은 초기에는 항공기 시뮬레이터 등에만 쓰이다가 1990년대 들어서 컴퓨터게임에 적용되면서 수요가 폭증했다. 1996년 당시엔 SGI, 3dfx, 인텔, nVidia 15개의 다른 회사들이 경쟁하고 있었다. SGI는 영화쥬라기공원 3D그래픽을 만든 회사고, 3dfx 3D그래픽을 소비자용으로 처음 구현한 업계 리더였다. 또 인텔은 CPU의 업계 1위였다.

 

경쟁자에 비해 불리한 위치였던 엔비디아는 우선 시장을 냉철하게 진단했다. 게임산업의 발전과 함께 고성능 그래픽 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었고, 인텔이 기술적으로는 가장 앞서 있었으며, 어느 회사든 신제품 개발에는 보통 18개월 정도가 걸렸다. 3D그래픽은 그래픽 칩뿐 아니라 CPU와 소프트웨어 기술에도 영향을 받았다.

 

엔비디아는 인텔을 이기기 위해 개발 주기를 6개월로 당기기로 했다. 물론 다른 회사들도 남보다 빨리 개발하고 싶다고 생각했겠지만 엔비디아는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겼다는 차이가 있다. 이들은 개발팀을 3개로 나눠서 각각 6개월의 시간 차를 두고 개발에 들어갔다.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약 18개월이 걸리므로 엔비디아는 6개월마다 신제품을 하나씩 출시할 수 있게 됐다. (그림 4)

 

또 빠른 출시를 위해 최고 성능의 칩 시뮬레이터를 구매했고 칩이 개발되기 전에 구동 소프트웨어(드라이버)부터 먼저 개발되도록 했다. 드라이버의 개발이 제품 출시의 발목을 잡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엔비디아는 이렇게 우선 직면한 문제를 정확히 파악했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정책을 세웠다. 그리고 이를 일련의 행동으로 옮겼다. 결국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했던 인텔은 그래픽 칩 사업을 접게 만들었고 엔비디아가 업계 최강자로 성장했다.

 

행동이 있는 전략 만들기

 

전략은 단순히 꿈꾸는 게 아니다. 슬로건이 아니다. 전략은 행동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가 중요하다.

 

 

1. 연결고리(chain link)

 

우리가 하는 일, 만드는 제품의 품질은 여러 가지 활동의 링크로 이뤄진 사슬(체인)이다. 그중 하나의 링크라도 약해지면 전체 체인도 약해진다. 하나의 링크가 강하다고 전체 체인이 강해지는 것도 아니다. 여러 활동이 두루 고품질이 돼야 전체 체인도 고품질이 된다.

 

자동차를 예로 들자. 설계가 좋은데 제조가 약하면 소용없다. 설계와 제조가 좋은데 마케팅이 형편없다면 그것도 소용이 없다. 문제가 세 개라면 세 가지를 다 해결해야 전체가 해결된다.

 

그래서 나만, 혹은 내가 속한 부서만 잘하겠다고 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래서 경영자에겐 변화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좋은 리더는 한 부분을 고치는 동안 다른 부분을 맡은 사람들이 조바심 내지 않고 먼저 변화하지 않도록, 기다릴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다. 물론 모든 부분을 한꺼번에 다 개선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복잡성, 엔트로피가 크게 증가한다.

 

2. 엔트로피 없애기

 

엔트로피는 열역학에서무질서해지려는 경향을 말한다. 우주의 모든 것은 가만히 놔두면 점점 더 무질서한 상황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를엔트로피가 높아진다라고 말한다. 이런 엔트로피를 줄이고 일관성을 찾는 행동이 있어야 좋은 전략이다.

 

<그림 5> 1919년에서 1921년 사이 GM의 가격전략의 변화를 보여준다. 일관된 전략이 없었던 GM은 알프레드 슬론에게 전략을 의뢰했다. 6주 후 슬론은 전략을 적은 종이를 봉투에 담아 돌아왔다. 그림에서 보듯이 그는 몇몇 차종을 없애고 가격을 순차적으로 배치했다. 당시 경쟁사였던 포드의 모델에 비교해 약간 더 좋은 모델들을 약간 더 비싼 가격에 팔았다. 요즘 말로 하면포지셔닝이다. 이 간단한 전략으로 GM이 급성장할 수 있었다. 예전엔 미국에서 동네에 나가보면 집 앞에 서 있는 차만 봐도 그 집의 경제 상태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 전략은 그만큼 성공적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GM엔 엔트로피가 쌓였다, 2008년에 GM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그림 6>을 보라. 제품 전략이 명확하지 않다. 엔트로피가 높다. 옛날에는 차종에 따라 가격대가 명확히 구별됐다. 쉐보레는 저가, 뷰익과 캐딜락은 고가였다. 그런데 2008년의 쉐보레는 저렴하면서도 비싼 차가 돼버렸다. 다른 차들과 무엇이 다른가? 다른 점이 별로 없다. 분명 이 회사의 전략에도 정책 방향이 있었을 텐데 왜 이렇게 됐을까? 매니저들이 제각기 맡고 있는 브랜드를 많이 팔기 위해서 가격대를 멋대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최고경영진이 그런 제안을 거절했어야 한다. 13살짜리 딸이 맥주가 먹고 싶다고 말하면 부모가 혼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룰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에 CEO가 이런 것들을 거절하지 못하게 됐다. 회사 내부에서 엉망진창 서로 경쟁하면서 망가졌다. 같은 시기 도요타의 체계적인 가격 전략과 비교해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3. 변화의 파도 타기

 

오늘날의 한국은 기술 강국이다. 한국에도 혁신 기업이 많겠지만 가장 성공적인 기술기업들은 발명을 하기보다는 다가오는 변화의 파도를 탄다. 이들은 파도 자체를 발명하지는 않는다.

 

앞서 말한 이하모니, 엔비디아, 패커드도 변화의 파도를 잘 탔다. 시스코도 파도를 잘 타 성공한 기업이다. 아주 작은 통신기술 회사로 출발했지만 인터넷 프로토콜의 발명, 인터넷 보편화 등의 파도를 잘 타고 덩치 큰 상장기업으로 성장했다. , 오늘날의 시스코는 몸집이 너무 불어나 혁신의 파도를 타기가 어려워졌다. 과거에 성공적이었고 지금 성공적이었다 해도 그 성공이 미래에도 보장되지는 않는다.

 

4. 선택과 집중

 

좋은 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고객과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누군가는, 무언가는 버려져야 한다. 행동이 따르는 전략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확인하고, 그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방향으로 단순화하고, 지금의 역량으로 풀 수 있는 크기로 조각내야 한다.

 

문제를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일화가 있다. 미국 최고 부자였던 앤드루 카네기가 경영 컨설턴트이자 과학자였던 프레데릭 테일러를 만났다. “젊은이, 나에게 경영에 관련해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준다면 1만 달러 수표를 써주겠네라고 말했다. 주위가 조용해졌다. 그러자 테일러는카네기 씨,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다섯 가지를 쓰세요. 그리고 그것들을 하세요라고 말했다. 일주일 후 테일러는 수표를 받았다.

 

나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생각을 거듭할수록 이해가 됐다. 난 학교에서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대답들은 뻔하다. 건강, 가족, 경제적 성공 등이다. 다른 수업에 들어가 이번엔이번 달에 할 일 다섯 가지를 적어라라고 묻는다. 그러면 대출 받기, 자동차 칠하기 등의 대답이 나온다.

 

테일러가 카네기에게 말했던 건 이 두 가지 대답의 교차점을 적으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 중에 할 수 있는 일, 그중에 가장 중요한 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다.

 

리더의 역할

 

전략을 세울 때 리더는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1964, 미국은 케네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달에 사람을 보내기로 했다. 나는 당시 NASA에서 달에서 쓸 탐사차량을 만드는 팀에서 일하고 있었다. 과학자들에게 물어보니 달 표면은 수백만 년 동안 혜성에 부딪혔기 때문에 아주 부드러운 가루 재질로 돼 있다 했다. 그런데 다른 과학자들은 가루가 아니라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단단한 바위 재질이라 말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달 표면이 삐죽삐죽한 바위와 골짜기들로 이뤄져 착륙할 때 꼬챙이에 꽂히는 듯한 현상이 생길 것이라 경고했다.

 

당시 시스템 디자인을 총괄한 내 상사는 여성이었다. 그는 세 페이지짜리달의 표면이라는 글에서 달의 표면은 단단하고 돌이 곳곳에 놓여 있는, 지구의 황무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일 것이라 말했다. 내가 그걸 읽고어떻게 아냐고 물으니 그는아무도 모른다고 답했다. 나는그렇게 가정하면 위험하지 않겠냐고 반발했다. 그랬더니 상사는엔지니어는 명확한 상황이 주어져야 일을 할 수 있다. 합리적인 구체성이 필요하다. 이런 정도의 구체성 없이는 우리는 달에 갈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도전 과제를 똑바로 쳐다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만들었다. 이게 리더십이다. ‘달에 가라. 어떻게든 갈 수 있게 만들어라는 제대로 된 리더십이 아니다. 어렵고 애매한 상황을 조금 더 명확하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리더십이다. 물론 100% 맞지 않을 순 있다. 그런 상황이 나왔을 때 책임을 지는 것도 리더십이다. 10년 후, 우리가 만든 탐사차가 달에 갔다. 실제로 달의 표면은 상사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말한 것을 정리해보자. 좋은 전략은 진단, 정책, 행동의 세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 행동은 실현 가능해야 하고 핵심적인 사안에 집중돼야 한다.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18개월 후는 늦다.

 

 

<토론 세션>

류주한 한양대 교수: 우선 전략이 무엇인지를 쉽게 설명해 달라. 나도 전략 관련 강의를 하지만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루멜트 교수: 나 역시 교수로서의 커리어 내내 전략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처음엔 산업을 분석하는 것,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는 것, 경쟁자를 분석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학생들을 가르치면 학생들이 컨설턴트가 될 수는 있다. 그런데 전략가가 될 수는 없다. 전략가에겐 분석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훌륭한 실적을 내는 것 역시 전략은 아니다. 그건 결과물이다. 나도 아직 전략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굳이 말하자면 전략은 도전과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류 교수: 그러면 전략이라는 것은 내 자신을 더 정확히 아는 과정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컨설턴트를 고용할 때는 그 기업의 문제 해결방식 자체가 잘못됐을 경우가 많다.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서 고용하는 것이 아니고 문제해결 과정이 잘못됐기 때문에 고용한다선택과 포기를 해야 하는데 자기 성찰을 하지 못해 균형을 맞추지 못하는 것이다. 좋은 기업은 문제를 진단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당신은 전략에서 진단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했다. 그런데 진단을 제대로 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많은 기업들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가장 치명적인 문제를 파악할 수 있을까.

 

루멜트 교수: 쉽지 않다. 무엇이 문제인지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을 할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학자나 과학자들은 진실을 추구하지만 전략가는 달라야 한다.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게 전략가다. 전략가는 이런 기술이 필요하고 연습이 필요하다. 원인을 파악한다고 하더라도 별로 유용하지 않고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이 아니면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류 교수: 한국 기업의 문제점을 전략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루멜트 교수: 지나친 낙관주의가 한국 기업의 문제인 것 같다. 지금처럼 앞서나갈 때 도전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수익이 떨어지고 문제에 닥쳤을 때는 이미 늦는다. 비즈니스는 주기를 따라간다. 20, 30년이 지나고 나면 세상은 변하고 기존의 업무 방식과 사업방식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그때 회사가 흔들린다. 문명과 기업의 역사 모두 같다. 그리스어로휴브리스(자만심)’라고 하는데 우리가 하는 전략이 옳기 때문에 우리가 잘하는 것이라는 자만에 빠진다. 예전의 미국이 그랬다. 우리가 너무 대단한 나라니까 우리가 하는 것은 다 옳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류 교수: 한국에는 상명하복식의 기업문화가 있다. 나 역시 정부기관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전략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런 문화에도 불구하고 삼성처럼 굉장히 성공한 기업들이 있다. 전략계획이 없는 기업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 것인지, 어떻게 업계 최강자가 된 것인지 설명할 수 있을까?

 

루멜트 교수: 삼성전자가 명령을 내리면 한 도시의 모든 주민들이 그 명령을 따르지 않나? 다른 나라는 이렇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는 빈곤층과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만이 이렇게 명령에 잘 복종한다.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못한다. 한국은 다르다. 그것이 기업문화인지, 국가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삼성처럼 똑똑한 직원들이 명령받는 대로 일하는 기업은 다른 나라에는 없다. 굉장히 신기하다. 삼성의 성공은 똑똑하고 또 열심히 일하는 인재들이 만든 것이다. 그런 인재풀이 삼성의 성공을 가져왔다.

 

류 교수: 현재 많은 기업들이 갖고 있는 도전 과제는 변화의 속도, 복잡성, 모호성 등인 것 같다. 비즈니스 환경은 분기별 실적, 주주가치 등 숫자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궁극적으로 기업의 결과는 수치로 나타나는데, 전략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루멜트 교수: 수치에 연연한다면 결코 성공을 이룰 수 없다. 데이트 경험을 생각해보자. 내가 상대방에게 잘하고 있는 건가? 점수는 많이 땄나? 이런 점을 궁금해 한다면 그 자체가 지금 뭔가 잘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초조하고 긴장을 한거다. 잘하고 있냐고 고민하지 말라. 상품, 전략과 같은 기초, 기본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성과는 절로 나온다.

 

애플의 CEO인 팀 쿡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애플은 한때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기업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 다음에는 가치가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통계학적으로 보면 극단적으로 높은 성과가 있으면 그 후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큰 성공 이후에 따라오는 결과는 작아 보이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쿡이 숫자에 연연한다면 미치고 말 것이다.

 

리더는 편협해지면 안 된다. 시리아 내전 상황을 보자. 가장 중요한 건 대학살의 위험이 있는 내전을 막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적인 협상을 하다 보면 편협한 시각으로 미사일, 혹은 민주주의 확산과 같은 특정 사안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전략가는 편협한 사고와 대세 편승심리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청중: 나쁜 전략을 가진 기업들이 왜 성공을 못하는지는 알겠다. 그렇다면 3가지 핵심 요소를 다 갖춘 좋은 전략은 성공을 보장해줄까?

 

루멜트 교수: 그렇지 않다. 좋은 전략이 있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나쁜 전략이라고 반드시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전략이 흥미로운 이유는 시간 차 때문이다. 자동차 핸들을 돌리면 바로 반응이 나타나지만 전략의 결과는 몇 년 후에 나타난다. 지금 성공적이지 않다고 해서 틀린 것도 아니고 지금 성공적이어서 맞는 전략인 것도 아니다.

 

청중: 마이클 포터 교수는 기업의 운영 효율성 (OE·Operational Effectiveness)과 전략(strategy)을 구분했다. 이런 분리가 좋은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까?

 

루멜트 교수: 나는 포터 교수가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를 깎아 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198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산업화 시대에 적합했다. 이러한 구분은 이젠 유효하지 않다.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의 예를 보자. 자포스는 인터넷으로 신발을 판다. 내가 처음 이 기업에 대해 들었을 때어떻게 인터넷에서 신발을 팔 수 있지? 신발을 구매할 때 잘 맞을지 안 맞을지 어떻게 알 수 있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실제로 주문해보니 바로 다음 날 도착했다. 나는 9사이즈 하나, 9 1/2 사이즈 하나, 이렇게 두 켤레를 주문했는데 신어보고 안 맞는 한 켤레는 바로 돌려보냈다. 반송은 무료다.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한지 신기하지 않은가? 자포스는 이제는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자포스는 아마존보다도 실행을 더 잘한 회사다. 나는 실행은 전략이 아니라는 말, 실행과 전략을 분리할 수 있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청중: 당신의 전략이 실제 기업에 적용된 사례 중 실패한 곳은 없었나.

 

루멜트 교수: 강의에서 하는 얘기와 실제 기업 현장에서 하는 컨설팅은 매우 다르다. 내 조언을 받고도 성공하지 못했던 기업들도 물론 많다. 그런 경우들을 보면 무엇보다도 재정적 계획과 전략 수립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뭔가 다른 전략을 하고 싶더라도 전반적인 시스템에 있어 자원조달, 인력조달, 연구자금 조달 등 전체 조직의 재정적인 계획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에는 전략 사이클과 재무 사이클을 분리해야 한다. 재무 사이클 같은 경우는 분기나 연도별로 나눠지는데 전략 사이클은 7개월, 5개월 등 재무 사이클과 일부러 어긋나게 하는 것이 좋다.

 

마무리하겠다. 전략은 정의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지만 이해하기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전략은 문제 해결이다.

 

정리 =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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