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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타결 불가능한 협상?공통관심사에서 출발하라

최두리 | 138호 (2013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Learning from the deficit-reduction talk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누구든 거래를 어떻게 성사시키는지 아는 사람 없을까?" 미 하원 대표 미치 맥코넬(Mitch McConnell, 공화당, 켄터키 주) 의원이 부통령 조 바이든(Joe Biden)에게 물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패트릭 오코너(Patrick O'Connor)와 피터 니컬러스(Peter Nicholas)가 쓴 기사에 따르면 2012 1230일 일요일, 재정절벽(Fiscal Cliff)의 최종 기한을 하루 앞두고 맥코넬이 바이든에게 절박함 가득한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1228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맥코넬과 상원 대표 해리 레이드(Harry Reid, 민주당, 네바다 주)에게 증세와 지출 삭감을 통해 연방 정부의 적자를 낮출 수 있도록 의회의 합의를 이끌어 내달라고 요청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하원 의장 존 베이너(John Boehner, 공화당, 오하이오 주)의 합의안을 미 하원이 거부하면서 미 상원은 재정 절벽을 피할 수 있게 하는 마지막 보루가 됐다. 2012년이 끝나기 전까지 미 의회와 백악관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일부에서 새로운 경기 후퇴를 이끌 것이라고 예측하는, 광범위하고 전반적인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남이 끝나고 몇 시간 뒤 맥코넬은 보좌관을 통해 레이드에게 첫 제안을 전달했다. 연 소득 75만 달러 이상 가구에 대한 세금을 높이는 방안이었다.

 레이드 측은 거의 만 하루가 지나서야 답변을 가져왔다. 맥코넬 측에서는 레이드가 공연히 시간을 끌어 연 소득 25만 달러 이상 모든 가구에 세율을 올리려는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심산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양 측은 토요일 하루 동안 여러 번 제안을 주고받았다. 맥코넬은 그의 기준을 연 55만 달러까지 낮췄지만 레이드 측은 답변을 계속 미뤘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오후에야 더 이상 수정 제안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맥코넬은 그의 오래된 동료이자 부통령이 되기 전까지 36년간 상원에서 잔뼈가 굵은 바이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둘은 2010년 미국의 대규모 세금 절충안을 협의했던 경험이 있어 서로를 잘 알았다.

 "우리는 이것을 꼭 해내야 해. 자네가 꼭 필요하네." 맥코넬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상관과 논의를 마친 바이든이 합류했다. 그로부터 하루 반나절 동안 바이든과 맥코넬, 그리고 그들의 보좌관들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보도에 따르면 15차례나 회의를 하면서, 가열차게 움직였다. 마침내 연 소득 40만 달러 이상의 개인과 합산 소득 45만 달러 이상의 부부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만들었다. 실업 수당을 1년 연장하고 11000억 달러 규모의 지출 삭감을 2개월 연기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방안은 미 상원과 하원의 동의를 얻어 통과됐다.

 이 방안을 좋아하는 미국 국민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일부는 미 정부가 자진해서 이번 협상을 주도한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2011 11월 적자 감축에 대한 권고 협상에서 양 당의 특별 위원회가 실패하자 의회가 취한 움직임 말이다. 어떤 점이 잘됐고 어떤 점이 잘못 됐는지 살펴보면 당신은 협상에서 더 잘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자리가 아니라 문제 해결에 집중하라.

 

 적자 감축 협상은 양측이 극단적인 입장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시작부터 험난했다. 공화당은 미국 최고 부유층에게도 증세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공식적이면서도 반복적으로 발표했다. 그들은 또한 막대한 지출 삭감을 요구했다. 이때 민주당은 최고 부유층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하며 대규모 지출 삭감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에서 절대 물러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유형의 입장 흥정은 협상 진행을 굉장히 어렵게 만든다. 한 편이 이기고 상대방은 지는 모양의 협상에 집착하면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양쪽 모두에 이익이 되는 창의적인 협상안을 도출하기 위한 협력에 실패했다.

 상대를 적으로 보는 대신 양측이 공유하는 문제를 생각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생각하라. 민주당과 공화당은 훌륭한 거래에는 의견을 같이하지 않았지만 연방 적자 규모가 줄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하고 있었다.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에 집중했더라면 금방 손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며 시간에 쫓기듯 막판까지 협상하는 일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협상 테이블에 적합한 사람을 앉혀라

 

 

 2년 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대표들을 입법부의 발전을 꾀하는 길로 봐 왔다. 하지만 공화당 내 깊은 분열은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너 의장이 만든 합의안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다.

 맥코넬과 바이든이 팀을 이룬 후에야 협상은 돌파구를 찾았다. 재정절벽 최종 기한의 하루 전 일이다. 그 후 맥코넬은 레이드를 합류시켜 완고한 상원의원들이 협상안을 받아들이도록 함께 설득했다.

 이런 전략은 당신이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에 적합한 사람을 만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음 두 가지 기준을 고려하라. 첫째, 상대방과 친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을지 파악하라. 둘째, 협상가의 주변인들이 협상 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전략적으로 생각하라. 당신은 상대방과 우호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속한 조직이 거래를 방해해서 이점을 얻는 것은 아닐까? 거래를 망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달라지는 BATNAS를 예상하라

 

 'BATNA'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의 약자다. 의회의 특별위원회에 적자 감축안을 맡기자는 생각은 오바마 대통령과 미 의회가 연방 부채 한도를 높이는 문제를 두고 협상하던 2011년 처음 등장했다. 재정절벽 '방아쇠'는 양 당의 위원회 멤버들이 합의에 이르겠다는 강한 동기를 갖도록 하기 위해 당겨졌다. 이상적으로는 재정절벽 위협이 특별위원회를 움직이게 하고 실패하면 의회 대표들과 백악관이 더 나은 결과를 위해 협력하도록 해야 했다. 

 좋든 나쁘든 협상이 진행되면서 BATNA는 자주 변한다. 이번 사례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BATNA는 민주당에 그리 나쁘게 보이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은 미국이 재정절벽에 부딪친다면 민주당보다 공화당이 더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과 오바마 대통령 사이의 협상은 그들이 별로 타협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보여줬고 결국 공화당원들에게 결정권이 넘어갔다.

 나쁜 BATNA 또는 특정 이슈에 대한 협상을 일정 기간 지연시키는 조건부 계약들은 협상가들에게 일시적인 진전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BATNA는 언제나 변하기 때문에 지금 강력한 인센티브로 보이는 것이 일년 후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번역 최두리 deard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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