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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ic Communication

준비가 최고다, 특히 상대에 대한 준비!

최철규,김한솔 | 125호 (2013년 3월 Issue 2)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서 꿈을 키워 온내 집 장만’. 그러다 정말 운이 좋게 괜찮은 매물을 발견했다. 집 주인이 갑자게 해외에 나가게 됐다며 급하게 집을 내 놓은 것. ‘드디어 내 집이 생긴다는 설렘에 밤잠을 설친 아내와 함께 부동산을 찾은 당신. 이미 집 주인과 부동산 중개인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먼저 말을 꺼내는 중개인.

“정말 좋은 기회 잡으신 거예요. 그럼, 가격은 전화로 말씀 드린 것처럼 진행하면 되죠?”

중개인의 질문을 듣는 순간, 당신 머릿속으로는 수많은 계산이 오간다. 협상 책을 통해 갈고 닦은내공을 강호에 펼쳐 보일 순간이 온 것이다. ‘어떻게 역 제안을 해야 최대한 깎을 수 있을까?’ ‘집 주인에게 배트나(BATNA·협상 결렬 시 취할 수 있는 최상의 대안)는 있을까?’ ‘가격 말고 집 주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뭘까?’ 등등 순간적으로 수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일단 가격 얘기는 좀 있다 하고래포(Rapport)’를 쌓아야지라고 정리하고 입을 열려는 찰나 당신의 아내가 호기롭게 외친다.

“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벅찬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해맑은 표정으로 당신을 쳐다보는 아내. 그 모습을 보는 당신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협상을 하다가 가장 화가 날 때가 언제일까? 협상 상대가 나의 제안을 받아 들이지 않을 때? 아무리 논리적으로 얘기해도 듣는 척도 하지 않을 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참을 수 있다. 상대도 나와 같은 것을 갖기 위해 경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일 수도 있고 나와 아는 게 다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어쩌면 협상 상대의 이런 모습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협상 중에 가장 화가 나고 황당할 때는내 옆에 앉아 있는 우리 팀에서 이상한 소리를 할 때다. 충분히 더 좋은 조건을 받아낼 수 있는데이 정도면 충분합니다라고 협상을 끝내 버린다거나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인데그럼 저희가 그건 양보해 드리죠라고 통큰 제안을 하는 식이다. 이럴 땐 정말 어찌 할 도리가 없다. ‘낙장불입의 원칙은 협상장에서도 통하기 때문이다.

많은 협상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있다면 무엇보다준비가 중요하다고. 그래서 많은 협상 책에서 다양한 준비 방법을 소개한다. 협상 단계를시작탐색제안마무리등 시간순으로 구분해 상황에 따른 체크리스트를 제안하기도 하고 효과적인 제안을 위한 단계가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또 우리 협상팀의 마지노선을 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한 양보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모두 필요한 방법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협상의 각 요소들을 개별적으로만 설명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협상 준비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툴(tool)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면 어떤 사람들은 반문한다. “협상 준비? 필요 없어요. 제가 이미 수도 없는 협상을 해봤는데 다 거기서 거기예요. 노하우가 중요하지, 준비는 시간 낭비예요.”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이런 생각은 틀렸다. 이는 필자가 주장하는 게 아니라 많은 협상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국에서 진행된 설문 조사 결과를 보자. 협상을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협상을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이 뭔가요?” 결과가 어땠을까?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협상 경험’, 즉 노하우는 20개의 항목 중 19위에 그쳤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준비였다. 협상 이슈에 대한 지식(2)보다, 많은 협상 교육에서 강조하는 경청(4)보다준비를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협상에서 준비의 중요성, 공감이 되는가? 그럼 도대체 뭘 준비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HSG 휴먼솔루션그룹 가치협상연구소가 제안하는 답은 ‘ANT(ACE Negotiation Tool)’. ( 1) , 행동(A·Action), 인식(C·Cognition), 감정(E·Emotion), 3가지를 만족시키는 게 협상 3.0을 이뤄내기 위한 최고의 준비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ANT를 어떻게 활용할지 살펴보자.

 

0.나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다

< 1>에 제시된 ANT 프레임워크의 세로줄 구분을 보면 행동, 인식, 감정의 각 요소들이 나열돼 있다. 이를 채우는 게 중요한 협상 준비다. 그런데 가로줄 구분을 보면 의문이 생긴다. ‘에 대해 쓰는 건 알겠는데상대’? 상대방의 협상 준비를 하라는 얘기인가? 이 칸에는 무슨 내용을 써야 할까?

협상은 나 혼자 머리를 써서 답을 찾아가는 수학 문제 풀이가 아니다. 나와 상대가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상대의 입장까지 같이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 상대의 요구사항은 뭘지, 욕구는 어떤 건지, 어떤 배트나가 있을지에 대해 협상장에 들어서기 전에 고민해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협상 준비를 많이 해본 사람일수록의 부분보다상대의 부분에 훨씬 더 많은 내용을 채운다. ‘내가 뭘 원하는가보다상대가 원하는 것’, 그리고상대의 상황을 아는 것이 협상을 훨씬 유리하게 만들어 주니까. 그래서만이 아닌상대의 협상 상황도 함께 적어야 한다. 그럼 ANT에 대해 본격적인 설명으로 들어가 보자.

 

 

1.안건을 명확히 하라

모든 협상은이번 협상의 주요 안건이 뭔가를 결정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에 적는다. 예를 들어 보자. 구매 협상을 앞두고 있다면가격을 낮추는 것’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것등의 안건이 쉽게 떠오른다. 그런데 과연 이것뿐일까? 만약 이번 협상 상대가처음거래하는 업체라면품질에 대한 검증이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외국에서 생산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라면환율 문제가 이슈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이번 협상의 주요 안건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하고 같은 협상 멤버들과 공유해야 한다.

 

2.요구(Position)를 정리하라

앞에서 정한 안건에서 내가 요구하는 것을 적는다. 최대한 구체적일수록 좋다. 가격 문제라면개당 단가인지, ‘전체 합산 가격인지 등을 명확하게 밝히는 식이다. 이처럼 요구 내용을 명확히 할 때 팀원들 간 이견이 줄어든다. 그리고 상대는 무엇을 요구할까도 꼭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의 요구 조건과의 차이 정도에 따라 이번 협상의 어려움을 예측해 볼 수 있다.

 

3.욕구(Needs)를 생각하라

이제 상대의 행동(Action)을 바꾸기 위한 준비 단계다. 욕구를 안다는 건 협상을 풀어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를 정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니즈의 첫 번째 요소는 바로내가 던질 질문이다. 나의 니즈를 아는 것만큼 상대의 니즈를 아는 게 중요한데 이를 알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질문도 준비를 해야 한다. 다음으로 ‘Hidden Maker’, 즉 협상장에 직접 나오진 않지만 나의 협상 상대를 움직일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을 찾아봐야 한다.

Hidden Maker’ 부분에서는상대의 Hidden Maker’를 찾는 것과 함께나의 Hidden Maker’도 생각해 봐야 한다. 당신의 협상 상대가 협상의 고수라면 당신을 움직일 수 있는 제3의 인물을 만나 이미손을 써 놨을 수도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협상일수록 당신주변인에 대한 관리 역시 협상 준비 단계에서 꼭 필요하다. 이렇게 질문을 정리하고 Hidden Maker를 파악해서 나온 욕구를 정리해칸에 적어 둔다.

 

4.창조적 대안(Creative Option)을 만들어라

양 측의 욕구가 파악됐다면 이제 대안을 만들어 봐야 한다. < 1>의 창조적 대안 부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상대의 영역을 구분하는 칸이 없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대안은 양 측 모두 만족해야 하는이나 마찬가지다. 나의 요구나 욕구만 만족하는 대안은 창조적 대안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그래서 나와 상대 구분 없이 셀이 통합돼 있다.

ANT에서 창조적 대안은 3개의 행으로 구분돼 있다. 앞선 칼럼(DBR 117호와 120)에서 소개한 창조적 대안을 만드는 방법을 각각의 항목에 담았기 때문이다. 상대와내기를 거는 방식(Bet), 새로운 안건을 더하거나(Add) 협상 안건의 속성을 쪼개(Chop) 대안을 만드는 것, 다양한 안건들 간의 우선순위에 따라 교환하는 방식(Exchange) 등 협상 상황에 맞는 창조적 대안을 만들어 보는 준비가 필요하다.

 

5.객관적 기준을 찾아라

이제인식부분이다. 똑같은 결과라도만족스럽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인식을 바꾸는 게 아주 중요하다. 그 첫 번째가 바로 객관적 기준(Standard)이다. 협상이 흥정으로 가지 않도록 하려면 기준을 정해 협상에 임해야 한다. 나에게 유리한, 하지만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다양한 기준을 찾아보라. 그리고 상대는 나에게 어떤 전례 등을 활용해 기준을 만들어 낼 것인지도 고민해 보자.

 

6.BATNA 를 파악하라

협상력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인 BATNA. 이 칸은 2개로 구분돼 있다. ‘현재개발이다. ‘현재칸에는 내가 별 노력을 하지 않아도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써 넣는다. 만약 그 대안이 아주 강력한 것이라면 다음 칸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런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래서개발을 생각해야 한다. 지난 DBR 109호 칼럼에서 BATNA는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변 상황을 바꾸거나 나의 역량을 키우는 등의 노력을 통해 개발할 수 있는 BATNA를 준비해야 한다.

 

ANT에서 BATNA에 대한 내용을 정리할 때는상대의 칸에 대한 고민도 아주 중요하다. 상대가 현재 어떤 BATNA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협상 속도를 결정지을 수도, 그 대안을 어떻게 무력화시킬지도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상대가 개발할 가능성이 있는 BATNA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준비도 할 수 있다. 이처럼 협상 준비는의 입장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상대의 입장이 돼 보는 과정이다.

 

 

7.Anchor를 활용하라

협상에서는 어떻게 제안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초기 제안(Initial Offer)을 통해 상대의 인식에 닻을 내리는 효과를 얻어 유리한 협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협상 멤버들 간에 최종 제안(Final Offer)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역시 결정해야 한다. 이는 협상에서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대한 합의가 안 돼 있으면 누구 하나의 실수로 과도한 양보를 해 버릴 위험이 있다. 마지막 칸은 L&G(Logic & Grounds), 즉 논리와 근거를 적는 칸이다. 나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다양한 자료를 적어 본다. 만약 L&G에 적을 내용이 빈약하다면 이번 협상에서 과도한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근거 없는 요구는이상일 뿐 현실에서는 이뤄질 수 없음을 기억하라.

 

8.Mirroring Point 를 찾아라

이제 ACE의 마지막인 감정(Emotion) 부분이다. 감정을 만드는 것도 준비를 해야 하냐고? 당연하다. 이성에게 호감을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는가. 당신의 협상 상대는뭘 해도 예쁘다고 말해주는, 손주를 바라보는 할머니가 아님을 기억하라. 상대가 나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도록 하려면같은 점을 찾아야 한다. 고향, 학교, 취미 등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같은 점을 얘기해 상대의 마음에서긴장의 담장의 높이를 낮춰주는 것, 그것이 협상 3.0의 시작이다.

 

 

9.협상 안건의 진행 순서를 정하라

마지막은 맨 처음, Agenda의 얘기로 다시 돌아온다. 앞서 나온 다양한 안건들 중 어떤 것을 먼저 할지 정하는 것. 원칙은쉬운 것부터. 그래서 상대가이 협상 잘 풀리겠구나라는 감정을 갖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이상에서 ANT의 각 항목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무슨 내용을 채워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여기에 2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하나는모든 칸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을 버려라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창조적 대안(Creative Option)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땐 그 부분은 넘기고 다른 준비에 더 힘을 기울이면 된다. 두 번째는, 협상 전에 ANT를 한 번 적었다고 이를금과옥조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협상을 하다 보면 상대가 전혀 의도치 않은 요구를 할 수도 있고 준비할 땐 미처 몰랐던 BATNA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럴 땐 망설이지 말고 ANT를 수정해야 한다.

 

기억하라. ANT를 쓰는 목적은빈 칸 채우기가 아니라더 나은 협상 결과 만들기.

이제 비즈니스 협상 상황을 가정해 ANT를 실제로 적어보도록 하자. 기업을 사고 파는 M&A 협상을 생각해 보자. 당신은 평가 회사의 실사 결과 65억 원 정도의 가치로 조사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젊음을 바쳐 회사를 키워왔다. 노년이 돼 이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노후를 즐기고 싶다. 그래서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을 통해 얻은 돈으로 50억 원 정도의 부동산을 구입, 노후 자금으로 삼으려고 생각 중이다. 그러던 차에 젊은 경영인이 당신 회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ANT를 꺼내 협상 준비를 해본다.

첫 번째, Agenda. 여기엔회사 매각 가격이라고 쓰면 된다. 상대(매입자) Agenda 역시 마찬가지다.

 

둘째, Position이다. 당신은 적어도 65억 원은 받고 싶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상대는 50억 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지만 일단 상대의 포지션에는 50억 원이라고 적는다.

 

셋째, 이제 Needs로 들어간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당신은 상대에게 무슨 질문을 던져야 할까? 예를 들면어떤 기준으로 저희 회사 가치를 평가해 보셨죠?” “대금 지급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회사를 어떤 방향으로 경영하실 생각인가요?”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질문을 통해 상대의 Needs를 파악할 수 있다. 그 다음은 Hidden Maker. 상대를 움직일 수 있는 제3자는 누구일까? 상대와 거래 관계가 없어 딱히 생각나는 사람은 없다. 그럼, ‘나의 Hidden Maker’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던 차에 불현듯노조가 떠올랐다. 회사가 매각된다고 하면 노조에서 동요할지 모른다. 그리고 상대는 이를 활용해 회사의 매입 가격을 낮추려 할지 모른다. 일단 노조위원장과의 미팅 일정을 잡는다. 앞의 질문과 Hidden Maker를 파악해 Needs를 정리해 본다. 당신의 Needs젊음을 바친 것에 대한 보상’, 그리고 노후를 위해 계획 중인부동산 투자금 50억 원 확보. 그럼 상대의 Needs? 직접 만나봐야 알겠지만 회사의 재정 건전성에 대해 염려하고 있을 수도 있다. 혹은 당신 회사의 협력 업체들이 당신이 경영에서 손을 떼면 떠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할 수도 있다.

 

넷째, 창조적 대안을 만들어 본다. 먼저 Bet. 무슨 내기를 걸 수 있을까? 회사 자산 건전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면회사 매각 전에 발생한 부실 자산에 대한 비용은 추후 정산을 통해 돌려준다는 식의 조건을 걸 수 있다. 매각 대금 지불 방법을 쪼개(Chop)보는 건 어떨까? 예를 들어, 당신에게 필요한 돈은 50억 원이다. 만약 50억 원을 받고 15억 원은 회사에 투자하는 것으로 계약한다면 상대(매입자)가 걱정하는협력 업체의 이탈도 막을 수 있다. 물론 투자금 15억 원은 3년 후 이익금과 함께 돌려받는다. 이 정도의 창조적 대안을 생각해 본다.

 

 

다섯 째, 객관적 기준이다. 당신 회사와 자산 규모가 비슷한 회사가 한 달 전에 매각됐다. 당시 가격은 68억 원이었다. 물론 당신 회사와 사업 분야는 달랐지만 이를 기준으로 제시할 생각이다. 상대는 무슨 기준을 제시할까도 고민해 봐야 한다. 상대는 동종 업계 상장 회사 주가를 기준으로 매입 가격을 제안할지도 모른다. 당신 회사가 속해 있는 업종은 주가가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갖는 한계에 대한 설명 자료를 준비해야 겠다고 적어둔다.

 

여섯 째, BATNA. 아쉽게도 현재 내가 갖고 있는 대안은 없다.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는 정도가 떠오르는 대안이다. 그럼, 개발을 해야 한다. 회사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노후를 그저 즐기려면? 노조를 설득하는 게 이슈가 될 수는 있지만 사업부별로 분할 매각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도 있겠다. 상대의 BATNA는 뭘까? 현재 당신 회사보다 규모가 60% 정도인 회사도 M&A 시장에 나와 있다. 이 업체로 방향을 틀 수도 있을 것 같다.

 

일곱 째, Anchor. 최초의 제안은 68억 원이 좋겠다. 한 달 전의 전례가 있으니까 최종 제안은 50억 원 플러스 알파로 정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소 50억 원은 필요하다. 그럼 이를 위한 L&G, 즉 논리가 필요하다. 당신 회사는 이 바닥에서 평판이 아주 좋다. 이른바뒷돈 없는깨끗한 거래를 하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수많은 수상 실적을 갖고 있다. 이를 활용해 유사 업체보다 프리미엄의 가치가 있음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계획이다.

이제 마지막을 향해 간다. Mirroring Point. 당신 회사에 관심을 갖는 젊은 경영인을 보니 꼭 당신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다. 그때의 열정과 패기가 살아나는 것 같아 다시 젊어지는 느낌이다. 매각 가격도 중요하지만경영이라는 것을 고민해 본 동지로서 이런 얘기를 먼저 나누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 협상 안건 순서. 이번 협상에서는 일단 매각 가격만 이슈로 나왔다. 그래서 순서를 정할 필요는 없다.

 

완성된 결과는 < 2>와 같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준비한 표를 가지고 상대와의 협상에 나선다!

ANT와 같은 협상 준비 툴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규모가 큰 협상, 그래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ANT와 같은 툴을 활용해 모든 협상 멤버들이하나의 생각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 툴을 정리하면서 기존엔 생각하지 못했던 협상 3.0의 주요 개념에 대해 체크하면서 준비할 수 있다. 툴을 활용해 준비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만큼, 아니 그 노력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가져다줄 것임을 확신한다.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 그가 한 얘기로 이번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내가 천부적인 재능과 좋은 시력 덕분에 야구 타자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내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것에 대해서는 결코 언급하지 않는다.”

협상을 잘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준비하라. 그것만이 답이다.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ckchoi@hsg.or.kr

최철규 대표는 국내 비즈니스 리더 3만 명에게 협상과 소통의 원리를 전파한 언론인 출신의 기업교육 전문가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사에서 경제부, 금융부 기자로 일했고 IGM 협상스쿨 원장을 지냈다.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김한솔 수석연구원은 서강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IGM 세계경영연구원 협상 R&D 팀장을 지냈다. 현재 HSG 휴먼솔루션그룹 R&D 센터를 이끌고 있다.

  • 최철규 | - 현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 한국경제신문사 경제부, 금융부 기자
    - IGM 협상스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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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한솔 | HSG 조직갈등 연구소 소장

    비즈니스 교육 전문 기관 HSG 휴먼솔루션그룹에서 강의와 컨설팅 등을 통해 많은 기업의 소통 전략 수립을 돕고 있다. 리더의 자기 인식을 위한 진단 프로그램 '성과 백신'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이기적 리더」 「1% 디테일: 성공적인 조직 커뮤니케이션의 비결」 「설득하지 말고 납득하게 하라」(공저) 등이 있다.
    hskim@hs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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