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자 자본주의

“Doing Well by Doing Good” - 이해관계자의 동참이 CSV를 이끈다

122호 (2013년 2월 Issue 1)

 

남의 나라 이야기?

국민들은….

일자리가 무자비할 정도로 줄어들고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당한 뒤 더 낮은 임금에 복지 혜택도 거의 없는 비노조원(비정규직) 자격으로 재고용된다. 중국과 인도 같은 저임금 국가로 설비 이전이나 해외 아웃소싱을 통해, 혹은 그렇게 하겠다는 위협만으로도 임금 인상은 억제되고 협력업체와 그 종업원들은 지속적인 단가 인하 압박에 시달린다. 정부 또한 법인세가 낮고 기업 보조금이 많은 나라로 설비를 재배치하겠다는 기업의 위협으로 인해 끊임없이 법인세 인하 및 보조금 확대 압력을 받는다. 그 결과 소득 불균형은 극심해졌고 대다수 국민은 큰 규모의 빚을 지지 않고서는 번영에 동참할 수 없게 된다.

 

기업에서는…

스톡옵션으로 막대한 양의 주식을 챙긴 전문 경영인들이 엄청난 혜택을 누린다. 고용 삭감은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을 높인 듯 보이나 장기적 노동력 부족은 노동 강도 강화로 이어진다. 지친 노동자들의 실수가 잦아져 결국 제품의 품질이 저하되며 기업의 평판도 나빠진다. 끊임없는 해고 위협으로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노동자들이 업무에 요구되는 기술과 지식에 대한 자기계발 시간 투자를 꺼리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생산 잠재력이 훼손된다. 주요 투자의 재원인 사내 유보 이윤은 배당금을 높이고 자사주 매입을 늘린 이유로 줄어들고 그 결과 투자가 감소한다. 때문에 장기적 기업의 기술력이 후퇴해 기업의 생존 자체가 위협당한다.1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불편한 이 내용은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의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 된다챕터에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서술한 내용이다. 장 교수는 1981년 잭 웰치 GM 회장의 연설에서주주가치라는 용어가 사용된 이후 주주가치 극대화는 미국 재계의 시대정신이 됐고, 이를 통해 전문 경영인들과

 

주주들 간에 결성된 소위비신성 동맹(unholy alliance)’이 기업의 기타 이해관계자들을 착취했다고 정리한다. 그는 미국 주주자본주의 폐해의 극단적 사례로 GM을 들고 있으며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잃고 GM이 끝내 파산한 이유를 주주가치 극대화의 선봉에 서서 끊임없이 다운사이징을 추진하고 투자를 기피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GM 2009년에 파산할 때까지 이러한 전략을 바꾸지 않았는데 GM과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무너지는 동안에도 오직 그 경영인과 주주들만은 행복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장하준 교수는 부동(浮動)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국민 경제와 기업 모두에게 불공평할 뿐 아니라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주장하며 잭 웰치의 최근 고백을 인용해주주가치란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아이디어라고 규정한다.

 

장하준 교수의 주장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을 봐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주주자본주의 폐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경제민주화의 큰 축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업과 경제는 향후 주주가 아닌 누구의 가치를 극대화하도록 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주주에게 이로운 것이 기업에도 이롭다?

주주들은 기업의 법적 소유주이기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러 이해관계자 중에서 기업의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가장 관심이 없는 집단일 수도 있다. 최근 사회책임투자 등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의미 있는 흐름으로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거대하고 냉혹한 주주자본주의의 생태계에선 그 영향이 미미하다. 오래 전 GE가 친환경기술 투자를 발표했을 때 그랬듯이 기업의 장기적 투자 의사결정이 단기적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때면 단기 수익에 집중한 주주들은 그 회사의 주식을 내다판다. 하지만 임직원, 협력회사와 지역사회와 같은 주주와는 다른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이 어려워도 쉽게 떠나지 않는다. 직원들은 소속된 기업이 필요로 하는 특정 지식과 기술을 축적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했으며 그 기업의 협력회사들은 납품을 위해 요구되는 설비와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주식을 팔듯 쉽게 떠나서 다른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을 수용하고 주민이 그 기업에 고용되며 환경과 사회적 영향을 직접 받는 지역사회는 말할 것도 없다. 대부분의 주주들보다는 노동자나 협력회사, 그리고 이들이 지리적 활동의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사회가 해당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 여부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주주가치 극대화만으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지역 경제 전체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해당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더욱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기업은 태생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제 주체의 요구를 수렴하며 그 안에서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소위 사업면허(License to operate)를 유지하고 연속성을 추구할 수 있다. 최근까지는 기업 경영은 재무적 가치, 이익 극대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주, 고객 등 특정 이해관계자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으로 사업면허 유지, 성장 및 리스크 관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주주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비판과지속가능한 발전’ 논의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라 기업에 환경보호와 사회적 조화를 추진하도록 요구하는 CSR 개념이 대두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관련 활동을 예의주시하는 압력이 증가하면서 소수 이해관계자에게만 집중했던 전통적 기업의 경영방식은 비로소 한계를 드러냈다.

 

미국 버지니아대 다든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인 에드워드 프리먼(R. Edward Freeman)은 만약 기업 경영자가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대응하지 않으면 이러한 이해관계자들은 해당 기업에 대해 각자의 지원을 철회하기 때문에 기업활동에 주요한 비재무적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은 이제 장기적 기업의 가치, 브랜드와 명성을 관리하기 위해 비재무적 이해관계자가 기업에 던지는 메시지를 수렴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이를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만 한다.

 

진정성 있는 CSR로 경제민주화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물결에 대응하자

기업의 모든 활동과 가치사슬 전반에서 이해관계자가 존중되고 이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CSR’지속가능경영의 포괄성 원칙과 그 맥락을 공유한다. 그럼 왜 갑자기 경제민주화에 대응하는 논의에서 이해관계자가 강조됐을까?

 

미국발 금융위기와 전 세계적 경기 침체는 월가 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를 정점으로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의 비판에 기름을 부었고 대안으로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을 급증시켰다. 향후 기업들에 주주 등의 특정 이해관계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적 경영의 방식에서 탈피해 기업 자체가 사회를 구성하는 기업 시민의 개념에서 모든 이해관계자의 관심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경영의 위기와 기회를 관리하도록 하는 사회적 요구는 더욱 급속히 증가하고 강화될 것이며 이러한 기류는 상당한 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이 또한 우리나라에서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바람과 맞물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논의가 확대돼 우리 기업 경영의 큰 패러다임 변화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사업 활동, 더 폭넓게는 가치사슬 전반에 영향을 주고받는 비전통적 이해관계자에 대한 발언권을 인정하고 소통하며 중요 이해관계자가 경영의 의사결정에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매우 혁신적인 거버넌스 체계의 수립이 필요하다. , 그 노력의 성과와 과실을 다시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보고하고 소통해 개선과 혁신을 강화하는 진정한 의미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 체계의 선순환을 준비해야 할 때다. 이것이 도도한 시대적 흐름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를 맞이하는 기업의 자세여야 하며 전략이 없는 사회공헌과 기부, 차별성이 없는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발행과 겉만 번지르르한 CSR 시상제도와 지표에 매달리는 지금 현실과는 다른, 진정성 있는 CSR의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이해관계자 참여 기반의 포괄적 거버넌스 구축이 출발점

그럼 진정한 의미의 CSR은 과연 어디에서부터 시작돼야 하는가? 진정성 있는 CSR 추진의 최고 상위 동력은거버넌스의 포괄성에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포괄성의 개념을 먼저 짚어봐야 한다. 표준에서 정의하는 포괄성이란 이해관계자들에게 발언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고 그들에 대해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며 조직이 전략적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응방안을 개발하고 이를 성취함에 있어 이해관계자에 대한 설명의무(Accountability)를 다해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기업이 리스크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전 과정에 비전통적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 그리고 이해관계자가 그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의견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함을 의미한다. 더 간단히 말하면, 기업 경영에 이해관계자가 배제(exclusive)되지 않고 포함(inclusive)된다는 의미다.

 

 

최근 한 CSR 수준 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CSR 추진에서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거나 총체적으로 부재한 것으로 드러난 영역이 이 거버넌스의 포괄성 부문이었다. 이는 다시 말해 한국 기업 경영진이 아직 이해관계자의 목소리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기업의 최고의사결정 과정에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공식 혹은 비공식적 채널이 없고 관련 비재무 리스크가 전사 리스크 관리에서 통합적으로 다뤄지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당연한 이야기로 이렇듯 거버넌스의 포괄성이 취약한 기업은 CSR의 추진이 형식적이거나 이해관계자가 아닌 경영진에 대한 성과 보여주기식이 되기 쉬워 단편적 사회공헌 활동에 집중하거나 지표, 지수, 평가나 시상을 받는 데만 목을 매기 일쑤다.

 

 

 

포괄적인 거버넌스의 우수사례: GE

유럽의 많은 기업들에선 CSR 추진을 위해 해당 이해관계자를 경영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있다. 제도적으로 자리매김한 독일의 경우 기업 감사위원회에 노조 대표들이 참석해 노동자 대표가 공식적으로 기업 경영에 참여토록 하고 있다. 일본처럼 서로 우호적인 기업들 사이의 상호 출자를 통해 부동 주주들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경우도 있다. 두 나라 모두 기업의 장기 전망을 중시하는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을 완전하게 통제하지는 못할지라도 상당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므로 기업들이 쉽게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고, 협력회사를 쥐어짤 수도 없으며, 투자에 소홀한 채 이윤을 수익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남용할 수도 없다. 이는 이들 나라 기업이 장기적으로 미국이나 영국 기업보다 생존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장하준, 2010).

 

거버넌스 포괄성을 구현한 우수한 사례로 GE가 있다. GE에서는 전사적 이해관계자 자문회의, 에코매지네이션 자문회의, 설문, 평가 및 지표의 분석 등 정기적 소통과 대화가 이뤄지고 해당 내용이 최고경영진에서 공식적으로 수렴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GE가 수립한 이해관계자 참여 기구로는이사회 산하 공공책임위원회(Public Responsibilities Committee)’ ‘기업시민 최고 자문위원회(Citizenship Executive Advisory Committee)’ 최고경영진 위원회(Corporate Executive Council)’ 등을 들 수 있다. 이사회와 최고경영진 수준에서 수렴된 이해관계자의 의견은 연중 내내 이뤄지는 다양한 전략세션들을 통해 다시 조직 전반에서 검토, 반영돼 전사적으로 실행됨을 보장하고 있다. (그림 1)

 

스위스 재보험사인 스위스리(Swiss Re) CSR 리스크를 전사적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한 사례다. 스위스리는 이해관계자가 제기하는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와 관련된 이슈를 전사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 안에서 다룬다. 이해관계자의 관심사인 CSR 리스크를 최고 의사결정과정에까지 통합할 수 있을 정도의 포괄적 거버넌스를 구축한 우수 사례라 소개할 수 있겠다.

 

국내 기업의 경우는 LG전자를 우수사례로 들 수 있다. LG전자는 전사 CSR 전략 수립 및 각 핵심 이슈 부문별 대응방안 모색을 위해 최고경영진이 주관하고 관련 실무 부서의 장이 모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 자문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첫 자문회의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바라보는 LG전자 CSR 추진의 방향에 대한 자문을 수렴했다. 이후 기후변화, 사회공헌, 제품안전 및 인권에 이르기까지 LG전자의 핵심 CSR 이슈들에 대해 관련 이해관계자와의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출된 핵심 지속가능성 이슈, 강약점 및 개선방안 등을 최고경영진이 참여하는 CSR 위원회에서 검토하도록 제도화하는 한편, 주요 경영과제에 반영해 그 관리 과정과 성과를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공시하고 있다.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부재 최악의 사례: Shell

그렇다면 이와 반대인 이해관계자 리스크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사례를 살펴보자.

 

1995년 셸(Shell)은 낙후된 브랜트 스파 석유 플랫폼을 영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대서양에 침몰시키려 했다. 이에 그린피스가 극렬히 항의하며 헬리콥터를 타고 브랜트 스파에 착륙을 시도할 때 셸이 이를 물 대포로 저지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중개됐다. 셸에 대한 불매운동이 전 유럽으로 확산됐고 브랜드에 큰 타격을 입은 셸은 원래 계획을 포기하고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육지에서 플랫폼을 해체했다. 이는 기업이 환경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CSR 추진의 동인 사례로 가장 많이 알려진 내용이며 심지어 영화아마겟돈에서 유사한 장면으로 패러디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은 따로 있다. 셸의 원래 계획인 대서양 바다에 브랜트 스파를 침몰시켜 처리하는 방안은 많은 리서치를 통해 면밀히 기획됐던 것으로 육지 이동 및 해체 계획보다 환경적으로 더 나은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이 사건의 본질적 문제는 시민사회의 승리도, 셸의 브랜드 하락이나 금전적 손실도 아니다. 셸에는 이해관계자 참여를 기반으로 경영의 의사결정을 알리고 소통해 합의를 이룰 수 있는 포괄적 거버넌스가 완전히 부재했다는 점이다.다시 말해 셸이 브랜트 스파 사안이 가져올 수 있는 시민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관심을 고려해 단 몇 차례라도 당시에 조사한 리서치 결과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의견을 구하는 소통의 채널과 과정을 거쳤다면, 그리고 이를 통해 예상되는 오해와 반목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면 브랜트 스파는 환경을 위한 최선의 사례로 기억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인 것이다. 셸의 이해관계자 참여 기반의 거버넌스 부재는 최선의 선택을 최악의 결과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진정성 있는 CSR’ 추진의 실무 방법론

The devil is in the details’은 대원칙에는 공감하나 세부적 논의에서 조정하기 힘든 갈등 등 실무적 문제가 생겨나 일이 좌초하는 국면을 이르는 서양의 속담이다. 필자는 앞에서 살펴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대응하는 기업의 자세로 CSR의 대원칙이 실무에서 좌초되지 않도록 하는 세부적 지침을 제시하고자 한다. 앞에서 다룬 진정성 있는 CSR을 조직에서 실제 구현하거나 현재 자사의 실행 현황을 비판적 시각으로 재검토해 볼 수 있는 좋은 지침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1)참여(Participation)

참여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CSR의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되는 단계다.

 

이해관계자가 전략 수립, 거버넌스, 성과 관리, 검증 및 보고에 이르는 CSR 추진의 모든 단계에 정보를 제공하고 그 유효성을 평가하며 기업이 이해관계자에 대한 설명의무(accountability)를 다하며 신뢰를 구축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이해관계자의 새로운 전문성과 아이디어에 접근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핵심 사업 전략과 의사결정에 반영해 혁신을 이끌어 냄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사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동인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미 대부분의 기업들이 일상적으로 고객, 임직원, 협력회사와 투자자 같은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체계적인 이해관계자 참여로 연결시키는 기업은 많지 않다. 우리 기업들의 보고서 대부분은 틀에 박힌 이해관계자 정의를 담고 있다. 이들 이해관계자가 왜, 어떤 이슈에 대해 핵심 이해관계자가 되고, 이들이 경영진과 소통하고 실무진과 대화하는 채널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그 대화와 소통의 결과가 경영의 의사결정에 어떻게 반영돼 보고서에 담은 성과를 도출하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부족하다. 많은 경우 컨설턴트가 만들어주는 보기 좋은 자료를 담아낼 뿐 진정한 의미의 이해관계자 참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모든 기업은 다양한 유형의 이해관계자 참여를 이미 수행하고 있다. 시장조사를 통해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고 영업 보고서와 투자자 설명회를 통해 주주와 의사소통하고 있다. 임직원 설문, 고충처리체계, 노사위원회나 노조를 통해 임직원과의 참여도 수행한다. 그런데 여기서 CSR의 단계에서 가장 어려운 도전과제가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종합적인 이해관계자 참여 전략의 틀을 마련해 기존 이해관계자 참여 활동은 물론 기존엔 생각지 못했던 비전통적 이해관계자 피드백과 아이디어까지 수렴하고 통합하는 문제다. 이해관계자 참여를 새로운 의사결정의 도구로 통합하는 데 성공한 보다폰(Vodafone)과 같은 선도적 기업들은 이해관계자 참여를 단순히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 소통하는 수단으로 보지 않고 회사의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핵심과정으로 이해해 이해관계자 참여를 경영의 최고 의사결정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이러한 유수기업의 우수 사례를 바탕으로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이해관계자 참여를 수행하는 방법을 정리하면 <1>과 같다.

 

상기 이해관계자 참여 수행을 위한 협의를 수행하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예가 있다.2

 

전문가 단체와의 협의 및 자문위원회와 같은 협의체 운영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임직원 설문

애널리스트/투자자 프레젠테이션 및 회의

1 1 미팅

토론회 (Roundtable) 및 콘퍼런스

전문기관의 독립적인 검증

협력업체 감사 및 현장 실사

이해관계자 패널, 자문회의 및 워크숍

웹 포털 사이트, 전화 응대를 통한 의견 수렴 (VOC )

설문서 및 보고서 피드백 양식

 

2)포괄적 거버넌스 (Inclusive Governance)

최근 트렌드는 재무, 영업성과, 소유 및 지배권 등 기업의 재무적 이해에만 국한되던 최상위 지휘 통제 체계인 거버넌스 체계를 확대해 폭넓은 이해관계자를 포함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사회가 단기적 주주 이익에만 치중하지 않고 회사의 사회 및 환경에 대한 영향과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영 책임을 지며 기업의 재무적 목표 달성과 윤리적 경영이 균형을 이루도록 보장하고 회사를 운영하고 전사적 방침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업책임의 이슈를 이해하고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OECD의 관련 정의는 다음과 같다. “기업 거버넌스란 사업 조직을 지휘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거버넌스 체계는 이사, 관리자, 주주 및 여타 이해관계자와 같이 서로 다른 기업 참가자 사이의 책임과 권한을 규정하고 사업 운영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관한 규칙과 절차를 명확히 설명한다. 이를 통해, 회사 목표가 설정되고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결정하며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체계가 제시된다.”3  CSR 측면에서 거버넌스는 이해관계자가 제기하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와 영향에 대한 이사회와 경영진의 책임을 규정하는 데 집중한다. , 모든 임직원에게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한 행동 지침을 제공하는 활동과 이사회에 이들 비재무적 이슈에 대한 정보 및 성과를 보고하는 체계의 명확화 등이 포함돼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CSR 거버넌스에 대해 요구하는 구체적 사항은 다음과 같다:

 

CSR 관련 기업의 위기와 기회에 대한 사항을 이해하는 이사 역량에 대한 투명성

CSR 성과와 이사 보수와의 연관성

지속가능성 영향과 이슈 관련 기업의 활동

합의된 국제 표준에 부합되는 기업의 정책

최고경영진, 이사회 및 CSR 이슈를 담당하는 상위 관리자 관계의 투명성

 

<2>는 우수한 포괄적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실행지침이다.

 

거버넌스에 대한 주요 표준으로는기업 거버넌스 통합 모범규준(Combined Code of Corporate Governance)’ 등을 들 수 있으나 CSR 거버넌스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글로벌 기준은 확립돼 있지 않다. 다만 기업지배 구조에 관한 국제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수립된 ‘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OECD Principles of Corporate Governance)’은 참조할 필요가 있다. 동 원칙은 1) 주주의 권리 2) 주주의 동등 대우 3) 기업지배구조에 있어서 이해관계자의 역할 4) 공시 및 투명성 5) 이사회의 임무와 책임 등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금융안정포럼(Financial Stability Forum)은 이 원칙을 12개 금융시스템 건전성 기준 중 하나로 지정한 바 있는데 1992년 제정된 해당 원칙은 2002년부터 기존의 원칙을 수정, 보완해 2004 5 OECD 각료회의에서 개정 원칙을 통과시켰다. 개정 원칙에서는 기업지배구조 제도 확립, 주주의 권리와 이사회의 독립성 및 책임이 강화됐으며 기관투자가의 역할에 관한 세부 사항도 추가됐다. 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도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반드시 준수해야 할 의무사항은 아니나 각국의 실정에 맞는 기업지배구조 기준을 제정하고 자국 시장의 건전 발전을 유도해 나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공기업 지배구조에 관한 OECD 지침바젤은행감독위원회의 은행 지배구조 강화 원칙등도 업종에 따라 유용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4

 

3)성과관리, 보고 및 검증(Performance management, Public Disclosure and Assurance)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의 도입을 검토할 때 가장 많은 방법론과 사례를 접하게 되는 영역이다. 이 때문에 많은 국내 기업들이 이전 단계인 이해관계자 참여, 전략 수립 및 거버넌스에 대한 고민과 공고한 기반이 없이 기존의 성과를 취합하고 형식적인 검증만을 받고 보고서를 발행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보고를 위한 보고에 머물게 되고 무엇이 자사의 성과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중요한 이슈인지를 알지 못하며 조직 전반에 CSR이 통합되거나 내재화되지 못하고 추진의 동인을 상실해 종국에는 CSR 무용론이 제기되도록 한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관심사에 대한 포괄적 이해와 명확한 CSR 전략 수립, 그리고 이의 공고한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포괄적인 거버넌스가 수립된다면 성과관리, 성과 취합, 보고, 검증의 과정은 자연스러운 후속 프로세스가 되는 것이다. 각 단계별 주요 고려 사항과 세부 추진 내용만을 간략히 소개한다.

 

3-1)성과관리 경영진과 실무진에서, 다양한 부서와 국내외 법인, 그리고 일상적 운영 전반에서 회사를 변화시켜 사회책임 실행을 현실화하는 단계로 CSR 실행을 보장하는 필수요건이다. 성과관리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성과관리의 과정이 없으면 수립된 사회책임 전략은 단순한 논문에 지나지 않는다. 조직이 천명한 전략의 실행을 담보하는 단계가 성과관리 단계다.

 

3-2)보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사회책임을 다하는 기업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사와 관련된 중요한 CSR 이슈를 공개하고 해당 이슈를 관리하는 회사의 성과를 투명하게 보고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고 신뢰받는 기업으로써 브랜드를 공고히 할 수 있다.

 

3-3)검증 기업의 회계부정, 환경 및 공급망과 관련된 다양한 스캔들은 대기업에 대한 기업의 신뢰를 추락시킨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사회책임 및 지속가능성 보고서와 조직의 사회책임 전략과 프로그램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을 받는 것이 대표적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적절한 기관의 독립적 조사를 받는다는 것을 보장해 이해관계자에게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CSR이 곧 CSV

CSR을 협의의 의미 혹은 잘못된 오인으로 단순한 사회공헌이나 기부로 정의함으로써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 창출)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인 것으로 정의하는 주장을 많이 듣고 본다. 하지만 상기 글의 논점처럼 진정한 의미의 CSR을 이해하고 실천한다면 CSV의 논의가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진정성 있는 CSR을 추진하는 기업은 거버넌스의 포괄성을 강화해 이해관계자를 경영의 주체로 인정하고 이들이 제기하는 이슈들을 경영의 의사결정에 반영한다. 여기에 기업의 가치사슬, 핵심 제품과 서비스 영향의 경로(Impact Pathways)에 대한 진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부정적 CSR 이슈와 지속가능한 발전의 도전과제를 기업 고유의 혁신 활동을 통해 해결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수익을 창출하는 소위 ‘Doing Well by Doing Good’의 기업이 바로 경제와 환경, 사회의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CSV 기업이다. 따라서 CSV CSR의 근본 원칙으로 돌아가며 기업의 혁신을 강조한 용어임에 다름 아니다.

 

진정성 있고 근본 원칙에 충실한 CSR이 공유가치 창출은 물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더 나아가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우리의 오랜 여정에서 올바른 나침반이 돼주길 바라 마지 않으며 마지막으로 성공적 CSR 추진을 위해 고려해야 할 핵심 사항들을 열거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이해관계자의 불편한 관심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실천한다.

기업 경영의 최고 의사결정 체계에 이해관계자 참여를 공식적으로 보장한다.

CSR을 자사의 사업 경계에 국한하지 않고 가치사슬의 모든 단계에서 수행한다.

측정 가능하고 구체적인 성과 목표를 수립해 방향성과 개선을, 성과를 이해관계자가 확인하게 하는 것으로 신뢰를 구축한다.

CSR 여정의 완성은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경제, 환경,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의혁신을 통한 수익의 창출에 있음을 전사적으로 명확히 공유하고 실천한다.

 

 

전민구BSI Group Korea (영국표준협회) 이사

전민구 이사는 2003년 영국 국가표준 제정기관이자 세계적 검증 기관인 BSI Group Korea(영국표준협회)에서 세계 최초의 지속가능경영 가이드라인인 SIGMA 가이드라인(1999)을 국내에 소개한 바 있다. 영국 CSR 자문 및 검증회사인 Two Tomorrows의 한국 지사를 운영하며 KT, LG전자, SK텔레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다음커뮤니케이션즈 등의 기업에서 검증 PM, 전략수립 및 교육과 이해관계자 패널의 기획, 운영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포춘> <가디언>과 한국 <신동아>에 발표된 Tomorrow’s Value Rating의 수석 평가위원, AA1000 공인 국제심사원 과정의 선임강사도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