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지난 DBR 112호에 실린 ‘민첩+벤치마킹+융합+전념=K-Strategy’를 통해 한국 발전의 비밀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했고, 114호에서 K-Strategy의 첫 번째 전략인 민첩성(Agility), 117호에서는 K-Strategy의 두 번째 전략인 벤치마킹(Benchmarking), 그리고 119호에서는 그 세 번째 전략인 융합(Convergence)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마지막 전략인 전념(Dedication)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유태인들의 성공 비결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이민자들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은 스스럼 없이 유태인들을 꼽는다. 1920년대 미국 인구의 약 3% 정도에 불과했던 유태인들은 하버드대 학생의 20% 정도를 차지했다. 이 비율이 점점 늘어 1950년대에는 유태계 학생들이 전체 신입생의 50% 정도에 이르자 당시 하버드대 총장이었던 로렌스 러웰(Lawrence Lawell)은 너무 늘어나는 유태계 학생들의 수를 줄여보려는 의도에서 시험성적만으로 대학입시 사정을 하지 않고 현재 대부분의 미국 대학들이 입학생을 뽑는 방법, 즉 학교 성적과 SAT 성적, 에세이, 학외 활동, 리더십, 운동 및 예술 특기 등 다른 요소들이 입학결정에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그 후 유태계 학생들의 입학 숫자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었으나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국의 상위권 대학에는 여전히 유태계 학생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유태인들은 자신들의 나라 없이 2000여 년간을 전 세계로 떠돌아다녔고 현지 민족들의 차별을 받았지만 꾸준히 부(富)를 축적하면서 세력을 확장해 왔다. 그러나 이들은 기반을 다져놓은 유럽을 나치 때문에, 소비에트연방을 공산당의 등장으로 떠나 ‘기회와 이민자의 땅’인 미국에 새로 정착해야만 했고 이후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높은 교육열을 기반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더 큰 세력을 키워왔다.
이러한 유태인의 성공요인에 대해서 세계에서 머리가 제일 좋은 민족, 선택된 민족 등과 같은 이유를 꼽기도 하지만 이들의 성공을 너무 태생적인, 또는 인간이 범접하기 힘든 신성시한 이유 등으로 설명한다면 성공을 갈망하는 다른 민족에게 줄 수 있는 시사점이 별로 없다. 필자는 DBR 110호에 실린 ‘영웅을 기술자로 분석해야…’란 글에서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거스 히딩크(Guus Hiddink)를 천재나 영웅보다는 이들의 리더십을 기술로 이해하면 더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유태인들의 성공 요인을 찾는다면 단연 그들의 성실성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남겠다는 목적지향성을 꼽을 수 있다.
유태인을 이긴 한국인의 성공요인?
그런데 이런 유태인들과 한국인에 관련된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에서 한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잘나가던 유태인들이 뜻하지 않은 경쟁자를 만났는데 이들이 바로 한국인들이라는 것이다. 유태인은 처음 미국으로 이민 왔을 때 주로 식료품 가게를 운영했다. 그들은 자신의 가게에서 신선한 야채와 좋은 품질의 식재료를 공급했다. 그런데 한국인이 이주해 오면서 그들 주변에 비슷한 가게를 열기 시작했는데 한국인들은 유태인들보다 약 30분 정도 일찍 가게 문을 열었다. 이에 유태인들은 한국인보다 1시간 정도 더 일찍 나와 장사를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태인 가게는 문을 닫아야 했다. 한국인 가게가 영업시간을 24시간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인의 성실성(Diligence) 덕분에 한국은 1960년대 세계 최빈국에서 1996년 세계 부자국가 모임인 OECD 회원국이 됐다.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연 평균 경제성장은 6%에 달한다. 유럽 산업혁명 당시 연 평균 경제성장률이 1.1% 정도였다고 하니 한국이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일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대만·싱가포르·홍콩의 경제발전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한국의 인구보다 훨씬 작은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다. 즉, 인구 4000만 명이 넘는 국가 중 경제발전에 성공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특히 1961년 당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도 안 됐다. 그해 아프리카의 가나는 국민소득이 187달러, 남미의 아르헨티나는 1300달러 정도로 각각 한국의 약 2배, 13배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넘는 반면 가나는 1570여 달러, 아르헨티나는 약 1만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세기 초,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었던 아르헨티나가 정쟁에 따른 혼란으로 몰락한 것과 비교할 때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겪은 한국의 경제발전은 매우 놀라운 것이다. 이러한 성공은 한국인의 성실을 기반으로 했다고 할 수 있다.
성실(Diligence),
그리고 목적지향성(Goal-orientation)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서방 언론이 많이 다루는 또 다른 주제 중 하나가 1997년 아시아를 휩쓸었던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의 성실성과 더불어 효율적인 대처방안이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아시아 국가를 소개하는 2007년 7월4일자 기사 ‘Ten years on’에서 한국이 아시아 경제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이에 대한 후속적인 경제·금융개혁 조치를 가장 성실하게 이행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그 결과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상당히 튼튼한 금융제도를 갖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기사가 쓰인 이후인 2007년 말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미국발 금융위기에서도 한국은 가장 빨리 회복한 나라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한국인들의 생활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성실성은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즉,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실하고 부지런함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독재국가의 주민들은 독재자가 지정해 주는 일자리에서 성실히 일하지만 국가경제는 별로 발전하지 않는다. 부지런함으로 정평이 있는 일본인들도 각자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일본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20년 이상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다.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실 이외에 어떤 다른 요인이 필요한가? 이에 대한 답은 바로 목적지향성이다.
국내 모 일간지의 오피니언 면에는 ‘인사이드 코리아’라는 코너가 있다. 최근 한국에서 22년간 살았다는 어느 미국인 CEO가 한국에서의 일상생활과 미국에서의 일상생활을 비교해 쓴 글을 매우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다.1 그가 얼마 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사회 전체가 ‘왜 경제가 안 좋지’라고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으며 그에 대한 답으로 한국만큼 일을 열심히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한 사례로 그가 미국에서 운전면허증 갱신을 위해 관련 기관을 방문한 경험을 들었다. 목요일 오후4시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퇴근해 자리를 비웠으며 심지어 담당자가 휴가를 냈기 때문에 월요일에 다시 방문해야 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한국에서는 이러한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24시간 제공되도록 열심히 일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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