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um Review

로열티, 혁신, 협력 새 시대의 성장 키워드

119호 (2012년 12월 Issue 2)

 

 

 

바야흐로 저성장시대다. 매스미디어, 학계와 재계는 앞으로 저성장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을 거의 매일 쏟아내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는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며 노년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가계부채로 인해 소비자의 지갑도 점차 얇아지고 있다. 그렇다면저성장 시대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영전략 혹은 마케팅전략이 필요할까? 이에 대한 해답으로 이번 동아비즈니스포럼에서 필립 코틀러 교수는 8가지 성장방법에 대해 피력했다. 주로 전략과 마케팅을 아우르는 이 방법들은 사실 순차적이고 단계적으로 형성돼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기본적인 체크리스트로서 살펴보는 것이 유용할 듯하다. 다시 말해서, 반드시 첫째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고 그 다음 단계가 그 전 단계를 전제로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방향은 기업의 전략적(재무적) 목표에서 출발해 사업부제 전략(business strategy)을 거쳐 전사적 전략(corporate strategy)과 진입모드(entry mode)로 향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라는 말은 평균적으로 저성장한다는 말이다. 평균 이상의 고성장을 일굴 수 있으려면 저성장 시대에 맞는 비니지스 로직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쌩쌩 달리던 고속도로가 정체돼 주행속도가 느리면 국도나 샛길을 찾아가는 전략과 마케팅이 필요하다. 성장가이드에 나온 내용들을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8 Pathways to Growth by Philip Kotler

Ch.1 Grow By Building Your Market Share

Ch.2 Grow By Developing Committed Customers and Stakeholders

Ch.3 Grow By Building a Powerful Brand

Ch.4 Grow By Innovating New Products, Services and Experiences

Ch.5 Grow By International Expansion

Ch.6 Grow By Acquisitions, Mergers, and Alliances

Ch.7 Grow By Building an Outstanding Reputation for Social Responsibility

Ch.8 Grow By Your Business Partnering With Government and NGOs

 

1번은 시장점유율을 올려 성장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시장점유율 증가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강력한 광고캠페인, 저가격 정책, 다양한 채널개선 등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시장점유율은 기업의 중요한 전략적 목표가 될 수 있다. 브랜드를 알리고 규모의 경제를 이용하는 비즈니스 로직을 구사하고 싶다면 시장점유율이 중요한 전략적 목표가 된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이 항상 목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환경과 기업의 내부역량에 따라 RMS, ROE, ROA, EPS 등 다양한 목표를 지닐 수 있다. 기업은 간혹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출혈 가격경쟁을 해 경쟁자를 물리치는 경우가 있고 경쟁자가 사라지고 나서 가격을 올려 이윤을 확보하기도 한다. 따라서 비용이 들고 순이익률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제품을 풀어 시장점유율을 올릴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단기적인 시장점유율 증가를 위해서 현재 진행 중인 기업의 브랜드 및 고객가치에 반하는 수단들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시장점유율 증가를 통한 방법은 기업의 전략적 목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요한 문제는 기업의 전략적 목표를 나머지 일곱 가지 방법들을 중심으로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다.예를 들면, 평균 이상의 매출 성장을 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강력한 마케팅 문화를 지닌 기업이다.1 이런 관점에서 2010년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서 현대자동차는 구매자가 직장을 잃었을 경우 차를 회수해주는 적극적인 마케팅 프로그램을 전개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2, 3번과 4번은차별화 전략을 언급한 것으로 경영전략 분야에서는 이를 사업부제 전략(business strategy)이라 부른다. 2번은 충성고객과 이해관계자(stakeholders) 확보 방안에 관한 것이고 3번은 강력한 브랜드를 확보해 성장하는 방법이다. 4번은 혁신적인 제품,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성장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저성장 시대에서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차별화정책을 실시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서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비용으로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적인 제품,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불필요한 기능을 얻어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혁신보다는 기존의 상품에 독특한 서비스와 경험을 추가해 차별화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업은 고객오너(customer owner)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객오너란 구매한 상품에 만족해 재구매율이 높고 다른 이들에게 상품을 추천하며 현재 제품에 건설적인 비판을 하고 나아가 신제품 개발에도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를 지칭한다.2 고객만족도를 통한 재구매율 확대는 고객을단순재생산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고객추천율의 확대는 고객을확대재생산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나아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참여는 보다 효율적으로 고객을 전체 커뮤니티에서 자리매김함으로써 재구매율과 추천율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널리 알려진 HOG(Harley Owner Group)라는 커뮤니티를 통한 할리데이비슨의 마케팅전략은 저성장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참여를 통한 독특한 서비스와 경험은 기업의 강력한 브랜드로 전환되고 핵심역량으로 자리잡아 기업의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5번은 전사적 전략에 해당한다. 기업이 국경을 넘어 성장의 기회가 주어지는 다른 나라를 찾는글로벌 전략이다. 최근 한국 기업은 중국 및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 진출해 많은 성과를 낳았으며 또한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물론 전사적 전략의 다른 방법으로 다각화(diversification) 전략과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도 무시할 수 없다. 다각화전략은 기업의 핵심역량을 레버리지해 인근 산업으로 진출하는 관련 다각화와 핵심역량과 다소 거리가 있는 비관련 다각화가 있다. 저성장 시대에는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비관련 다각화는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가치사슬의 일련의 과정을 통제하는 수직적 통합 역시 비용의 증가로 저성장 시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수직적 통합에서 오는 관리의 비용을 상쇄하는 혁신을 이룬다면 가능한 방법이다.예를 들면 삼성전자의 경우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수직적 통합을 이뤄 모바일 IT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는 선진국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개발도상국에 대한글로벌전략이 보다 유용할 수 있다.3 글로벌 전략의 중요성은 중국과 인도 같은 나라들이 더 이상 값싼 노동력과 자원을 제공하는 나라가 아니라 치열한 경쟁을 통해 혁신을 만들어가는 나라라는 점에서 재차 확인된다. 나아가 이들 나라는 이제 경쟁력을 갖춘 혁신적인 다국적기업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 Acer, Arcelik, Apollo Tires, Bharti Airtel, Bimbo, Bright Food, Geely, HTC, Haier, Huawei, Lenovo, Modelo, MTS, Natura, SAB-Miller, SAIC Motor Corp., Tata Motors, Tata Tea, Ulker, and Vitra 등은 이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글로벌 전략은 이들과 경쟁하면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초기의 수업료를 지불해서라도 배우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나면 자국의 로컬시장도 내줘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수 있다.

 

6번은 경영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진입모드(entry mode)를 통한 성장방법이다. 6번은 M&A와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를 지칭하고 있다. 이 성장 가이드에서 빠진 진입모드가 있다. 바로 신규 설립투자(Greenfield).4 기업합병의 수많은 예가 증명하듯이 인수합병은 성공확률이 매우 낮으며 전략적 제휴도 실패율이 높다. 그린필드는 다른 기업과의 협력이나 타사를 인수합병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방법이다. 이 진입모드는 자본의 여유가 있으며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스스로 통제함으로써 제품의 질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시장에 제때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자 할 때 이용된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 시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저성장 시대에 무리하게 고비용 구조의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따라서 고비용을 상쇄할 복안이 없다면 신규 설립투자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런 경우에 전략적 제휴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기업의 핵심역량이 부족한 기업은 전략적 제휴를 효과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제휴를 통해 지식과 경험을 쌓으면서 시장에서 좋은 기회를 기다리는 것도 전략적 방법의 하나다.

 

7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통한 평판을 쌓아 성장하는 방법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범위와 그에 대한 경제적 득실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빈곤, 교육, 환경, 건강 등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기업의 핵심역량이라는 전문성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결하려는 임팩트비지니스 (impact business)가 각광받고 있다. 작년 동아비즈니스포럼의 주제였던 포터 교수의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 창출) 전략도 이러한 흐름의 하나다. 특히 저성장 시대에는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고통받을 확률이 크다. 단기적인 이익을 위한 근시안적 마케팅으로 승부하기보다 기업의핵심역량에 기반한 진정성 있는 비즈니스를 기반으로는 하는 사회적 공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사회의 요구에임기응변식으로대응하는 차원에서 신설된 많은 공헌 프로그램을 좀 더 효율적으로 조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기업은 정부와 비영리단체보다 전문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매우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사회적 문제가 있는 곳에 기업의 이익이 존재한다. 저성장 시대에서의 성장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임팩트 비즈니스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8번은 6번의 전략적 제휴를 기업의 사적영역과 정부 및 비영리단체와의 파트너십(Private Public Partnerships·PPP)으로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널리 알려진 예로 기업은 정부가 도로, 항만, 철도, 교육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사업에 참여해 저성장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저개발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해당 국가의 정부와 비영리단체와 협력하는 것은 외국 자본에 대한 반감을 줄이는 동시에 저소득층의 시장상황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최근에 아디다스(Adidas), 다농(Danone), 텔레노(Telenor)와 샥티(Shakti)는 방글라데시에 진출하기 위해 그라민(Grameen)그룹과 협력했다. , 빈민층을 돕기 위한 소액대출사업으로 출발한 그라민그룹은 이 기업들과 신발, 음식, 통신, 에너지 분야에서 사업파트너가 됐다. 친환경적인 신발을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그라민 아디다스, 그라민폰과 합작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라민텔레노, 값싸게 필수영양소 구입을 도와주는 그라민다농, 그리고 전기가 부족한 마을에 값싼 태양광 셀을 달아주는 그라민샥티가 바로 그 주역들이다. 기업의 전략적 제휴의 파트너가 반드시 기업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극복한 예라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1>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위에서 언급한 여덟 가지 내용들을 간단히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로열티’ ‘혁신’, 그리고협력이다. , 충성스런 고객의 확보, 끊임없는 혁신을 통한 기회의 탐색, 그리고 지속적인 협력관계 구축이다. 이 성장가이드를 통해 저성장 시대에서 성장 가능한 비즈니스 로직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 스스로의 몫으로 남는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를 맞아 이 리스트에 나온 내용들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한 가지 필수조건이 있다. 바로 경영전략과 마케팅전략을 튼튼하게 받쳐줄 건전한조직구조의 설립이다. 많은 경우, 기업의 실패는 시장, 전략과 마케팅에 대한 부족한 이해에서 비롯되기보다는 알고도 실행하지 못하는조직내부의 문제에 있다.

 

첫째, 전략과 마케팅의 목적(혹은 목표)에 부합하는 조직구조를 갖춰야 한다. 전략과 마케팅의 방향은 각 고객 세그먼트에 대한 총체적인 서비스 제공으로 정하고 조직구조는 R&D, 마케팅, 영업 등 기능별 조직으로 나누어 놓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전략과 마케팅은 단지 홍보용 슬로건으로 전락하게 된다. 둘째, 조직구조의 기본이 완성되면 전략적으로 중요한 조직 부문에 자원과 인력이 배치되고 적정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싶다면 영업부서나 브랜드매니저에게 인센티브를 주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셋째, 복잡하고 불필요한 조직을 단순화하고 비공식네트워크 채널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때 인력을 줄이기보다는 재배치와 순환보직을 통해 창의적으로 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비공식네트워크 채널의 활성화는 임원/직원 간 의사소통을 활발히 해 자원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공식채널에 효율적인 대체기제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한번 성장이 멈추거나 둔화되면 다시 성장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매우 많이 필요하다.5 조직이 심하게 훼손되면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기가 무척 힘들다. 따라서 저성장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 새로운 혁신을 준비하는 인력 혹은 부서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상황이 정말 어려워지면 장기적인 혁신방안은 단기적인 성과에 밀려 제대로 논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위대한 기업은 고성장 시대에 성장하는 기업이 아니다. 저성장 시대를 통해서 단련돼 강해진 기업이다. 이미 진행 중인 저성장 시대가 그 척도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종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태영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교수 mnkim@skku.edu

필자는 현재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에서 매니지먼트 교수로 활동하며 경영전략, 조직설계, 네트워크 분야의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조직 사회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도교수인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교수 마이클 해넌(Michael Hannan) MIT 경영대학인 Sloan School의 에즈라 저커만(Ezra Zuckerman)의 학문적 영향을 받아 주로 기업성과와 조직분석에 대한 생태학적/네트워크적 연구를 진행했다. 홍콩과학기술대(HKUST) 경영학과에서 경영전략 담당 교수로 근무한 바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