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A Business Forum 2012 Special Section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첨단기술의 등장은 소비자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고 이러한 변화는 기업에 새로운 경영전략을 요구한다. 이 글은 Philip Kotler 교수(2010)가 집필한 <마케팅 3.0>의 내용을 바탕으로 경영패러다임의 진화과정과 미래 시장의 키워드 및 생존전략을 소개한다.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
1) 기술 환경의 변화와 시장의 진화
<마케팅 3.0>이란 저서를 낸 Kotler(2010)는 시장의 진화과정을 ‘1.0 시장’ ‘2.0 시장’ 및 ‘3.0 시장’으로 구분한다. ‘마케팅 1.0’ 시대는 ‘산업화 시대(Industrial Age)’로 산업혁명이 동인이 됐다. 이 시기 기업은 표준화된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제품의 원가를 낮추는 데 주력해 왔고 그 결과 제품 표준화(예: 모델 T)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 왔다.
1990년대 정보통신기술이 발전되고 웹이 상업적으로 적용되면서 ‘정보화 시대(Age of Information)’로 진입하게 되면서 ‘마케팅 2.0’ 시대가 시작됐다. 새로운 기술들이 기업과 소비자 간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주고 소비자는 다양한 정보를 탐색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차원의 편리성(convenience)을 경험하게 됐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들은 이성과 감성을 소유한 보다 복합적이면서도 영리한 소비자가 됐고 그에 따라 마케팅 관리자는 제품의 차별화를 추구하고 제품의 포지셔닝을 명확하게 설정해 전달함으로써 영리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해 왔다.
정보화 기술이 본류 시장에 스며들어와 이른바 뉴 웨이브 기술(new wave technology)로 진화하면서 ‘마케팅 3.0’ 시대가 시작됐다. 새로운 기술들은 개인이나 집단 간 연결성(connectivity)과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을 용이하게 해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소비생활의 새로운 차원을 경험하게 된다. 즉, 소비자들은 새로운 기술들을 활용해 스스로를 표현하고 서로 모르는 사람과의 협력관계를 쉽게 구축 할 수 있게 됐다. 즉 ‘참여의 시대(Age of Participation)’가 열렸다.
뉴 웨이브 기술은 소셜미디어(social media)의 등장을 가능하게 해줬는데 이는 두 개의 범주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표현형 소셜미디어로 트위터(Twitter), 유튜브(Youtube), 페이스북(Facebook) 및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 등이 중심이 된다. 소비자들은 이 미디어들을 통해 자신을 불특정 다수에게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됐고 그에 따라 집단 간 연결성이 확대됐다. 두 번째인 협력형 소셜미디어는 오픈 소스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위키피디아(Wikipedia) 사이트가 대표적인 예다. 오픈 소스를 통해 다자 간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예: 크라우드소싱)이 제시되면서 집단 지성의 개념이 나타났고 참여와 협력은 새로운 시장에서 거스를 수 없는 새로운 물결로 등장하게 됐다.
2) 산업의 재편
이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들이 등장하면서 산업이 재편되고 있고 이러한 재편은 미래 시장에서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의 중심에 있는 미디어 산업이 재편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최근 미디어 산업의 화두는 디지털 혁명과 미디어 융합(digital convergence)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신문, 방송, 통신, 인터넷 미디어의 구분을 어렵게 만들고, 이들의 융합으로 이른바 하이브리드 미디어가 이미 등장했으며, 서로 다른 네트워크 플랫폼이 비슷한 영역의 영상, 음성, 데이터 전송 서비스를 전달하면서 경쟁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뉴 미디어가 등장하기 전 미디어 시장은 산업 간 서비스가 분리돼 있어 분리된 산업 내에서 사업자들이 경쟁하고 있었다. 뉴 미디어와 혁신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과거의 서로 다른 산업에 속한 사업자들이 결합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산업구분의 경계가 희석됐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최근 유무선 방송, 통신 영역을 포괄하는 복합 디지털 미디어 그룹도 출현했다. 따라서 미래의 미디어 시장은 통합된 하나의 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고 이 시장에서 산업구조는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무한 경쟁의 시장에서 전체 시장을 창의적인 각도에서 통찰하는 경영자의 역량은 더욱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3) 소비자 및 기업역할의 변화: 지위의 역전
시장의 변화와 산업 재편의 중심엔 소비자가 있다. 유창조(2008)는 미래의 소비자 역할의 변화를 분석하면서 소비자의 지위 역전을 제시한 바 있다. 소비자는 인터넷, 스마트 기술을 접하면서 과거와 달리 여러 정보를 획득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고 소비자 간 정보교환이 용이해지면서 소비자들 간 확대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기업과의 관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그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집단적으로 제품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불매 운동을 펼치는 모습은 쉽게 목격된다.
이와 같이 소비자의 참여와 주도성이 확대되면서 기업과 소비자 간 관계에서 기업과 소비자의 지위의 역전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Turner(1969)가 제시하는 무경계성의 개념(liminality 또는 margin)은 이러한 변화를 예측하는 단서를 제공해 준다. 그는 Arnold van Gennep(1909)이 제시하는 의례적 전통이 변화되는 과정을 바탕으로 분리(separation), margin(무경계), 집합(aggregation)으로 제안한 바 있다.
마케팅 1.0 시대에서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는 분리돼 있어 기업이 주도적으로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방적인 것이었다, 소비자는 매우 제한적인 정보의 범위 내에서 주어진 대안들 중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소비자는 선택 시 자신의 만족을 극대화하거나 희생(customer sacrifice·소비자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실제로 구매하는 것과의 차이)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즉 이 시기에 소비자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수동적인 구매자로 국한된다. 이러한 소비자의 수동적인 역할은 마케팅 2.0 시대에서도 지속됐다. 다만, 마케팅 2.0 시대에서 소비자가 다양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은 제품의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의 이성과 감성에 동시에 어필하기 위한 보다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야 했다.
그러나 마케팅 3.0 시대에서 소비자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소비자의 지위와 관련해 질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엔 소셜미디어가 제공하고 있는 소비자 간 연결성과 상호작용성의 확대가 있다. 소비자들은 과거 기업으로부터 받는 정보에 구속되지 않고 스스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정보를 교환하고, 새로이 생성해 서로 교환하게 되고, 그로 인해 그들은 기업과의 관계에서 이제 기업의 활동에 참여하는 협업자로 그 역할을 바꾸고 있다 (Jenkins 2006; 임종원, 양석준 2006). 예를 들어 이미 소비자의 생산자적 역할(prosumer·제품을 소비하면서 제품을 만드는 역할을 겸함)과 판매자 역할(salesumer·제품을 소비하면서 판매원의 역할을 수행)은 이미 자주 언급된 바 있다. Sharma & Sheth(2004)는 이를 바탕으로 기업과 소비자 간 리버스 마케팅이라는 개념을 제안한 바 있는데 이는 고객이 이제는 역으로 기업에 마케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현상(현대생활백서 2006)을 예측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McAlexander et al.(2002)은 소비자의 주도성을 반영하는 고객 중심의 브랜드 커뮤니티 모형(customer-centric brand community)을 제안한 바 있는데 고객들이 자생적으로 형성하는 커뮤니티가 시장의 중심에 있고 기업은 이 커뮤니티에 대한 협력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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