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A Business Forum 2012 Special Section
들어가면서
이름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왜일까? 이름은 ‘이르다(謂)’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즉, 사람들이 그를 이르는 것이 곧 이름이 된다. 이름의 한자어인 명(名)은 저녁 석(夕)자와 입 구(口)가 합쳐진 글자다. 초승달 모양에서 유래한 저녁(夕)이 되면 입에서 소리를 내어야만 자기가 누군지 알려줄 수 있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이름, 또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인 이름, 오늘 서평에서는 세 가지 이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 이름은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다. 그 이름에도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바로 ‘마케팅’이라는 거대한 학문이 그 속에 담긴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코틀러의 등장으로 기업경영에서 과학적이고 통합적인 방법론에 의한 본격적인 마케팅 시대가 열리게 된다. 그때까지 단순한 판매기법 정도로 치부되던 마케팅을 경영과학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여기에 더해 코틀러는 마케팅을 물질적 가치를 창조하고 그 가치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며 전달해줄 수 있는 것이기에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예술이며 과학’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지금도 전 세계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 교과서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코틀러가 쓴 <마케팅 원리(Principle of Marketing)> <마케팅 관리론(Marketing Management)>은 마케팅의 바이블로 불린다. 그는 현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의 국제마케팅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카오틱스(Chaotics)
두 번째로 소개할 이름은 ‘카오틱스(Chaotics)’다. 코틀러가 지은 책 이름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저자들은 책 이름에 많은 걸 담고 싶어 한다. 재미있는 것은 카오틱스(Chaotics)라는 영어 단어가 원래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형을 찾으라면 아마도 카오스(chaos·혼돈, 혼란)의 형용사형인 카오틱(chaotic·혼돈, 혼란 상태인)일 것이다. 여기에서 ‘카오틱스’라는 이름은 카오스를 다루는 학문이라는 뜻으로 코틀러가 만들어낸 것이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카오틱스를 ‘경제적 격동(turbulence)을 다루는 전략적 프레임워크와 플랫폼으로서 2008년에 마케팅 구루인 필립 코틀러 교수가 정의하고 발전시킨 것이다’로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키피디아의 정의와 책의 부제에 등장하는 ‘격동(turbulence)’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마도 자연현상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허리케인·토네이도·사이클론·쓰나미 등 모든 것을 파괴하고 세상을 대혼란에 빠뜨리는 자연재해 말이다. 또 우리는 비행기 안에서 격동을 겪기도 한다. 비행기가 흔들리면 자주 들리는 단어가 turbulence(난기류)다. 조종사는 승객들에게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라고 당부한다. 그런데 어떠한 상황에서든 격동이 일어나면 확실성과 예측가능성은 사라진다. 그 대신 서로 충돌하는 격렬한 힘들이 세차게 몰아쳐 우리를 큰 충격에 빠뜨린다. 때로는 격동이 지속돼 경제 전반이 불황과 침체, 대공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혼돈과 격동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하는가? 비즈니스 세계에서 격동이 일어나면 기업들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혼돈에 대비해야 한다. 우선 격동기에 기업들은 취약성을 드러낼지 모른다. 따라서 그에 대비한 사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격동기에는 새로운 기회들이 떠오른다. 이때 기업들은 그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예컨대 격동의 시기에는 힘센 기업들이 경쟁기업들을 인수하거나 부도위기에 놓인 기업을 헐값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도 한다. 혹은 경쟁기업들과 달리 핵심적인 투자를 줄이지 않음으로써 기회를 얻기도 한다. 대표 사례로 인텔의 전 CEO인 그로브는 회사를 이끌며 온갖 위협을 견뎌내 인텔을 반도체업계의 선두기업으로 만들었다. 인텔의 경쟁자는 단 한 기업에 불과했지만 그 기업이 인텔보다 성능이 우수하면서 저가인 제품을 내놓았다면 인텔은 아마 무너져 내렸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는 이러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그로브는 불확실성과 싸워야만 했다. 인텔은 임박한 위기의 조짐을 알아챌 수 있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했고 갖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어 시나리오별로 적합한 대책을 사전에 준비했다.
위기에 대처하고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시스템, 이것을 ‘카오틱스(Chaotics)’라고 부른다. 코틀러는 오늘날 기업들의 위기대응은 산발적이고 불충분한 방식에 머물러 있으므로 기업은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카오틱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극심한 격동기를 헤쳐 나가야 할 비즈니스 리더들에게는 무엇보다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혼돈에 대응하는 경영 프레임워크와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 시스템이 바로 ‘카오틱스 경영 시스템(Chaotics Management System)’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카오틱스 경영시스템의 3가지 요소인 조기경보 시스템(early warning system), 시나리오 구성 시스템(scenario construction system), 신속대응 시스템(quick response system)을 구축해 경기침체기와 같은 격동의 시기에 조직을 잘 운영하고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지금처럼 격동이 심각한 시대가 역사상 또 있었을까? 코틀러 교수는 카오틱스의 한국어판 책의 서문에 한국의 기업들도 격동의 시대를 맞이해 다음과 같이 조직의 프로세스와 전략을 새롭게 해야만 한다고 제안한다.
● 새로운 위협과 기회를 모두 감지하는 최고 수준의 조기경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 대부분 단일전략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비상대책을 탈피하고 몇 개의 대안 시나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그 다음 각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대응전략을 수립한다.
● 전면적인 비용절감을 감행하기보다는 쓸모없는 비용을 삭감해야 한다.
● 관리자들이 예산삭감에 매달리지 않고 새로운 기회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 조직 내 각 부서는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는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경제적 격동기를 극복해야 한다.
이 책의 결론 부문에서 코틀러는 카오틱스 시스템을 추구하는 조직은 지속 가능한 조직의 핵심요소들인 반응성(Responsiveness), 견고성(Robustness), 유연성(Resilience)을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 평판, 즉 기업 이름이라고 말한다. 높은 평판을 얻는 기업은 쉽게 위기를 잘 헤쳐 나가 장기 성장을 이룬다는 것이다. 높은 평판을 가지기 위해서는 7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해리스인터랙티브는 감정적 호소, 제품과 서비스, 작업 환경, 재무 성과, 비전과 리더십, 사회적 책임을 가질 것을 주장한다. 그런데 코틀러는 여기에 ‘혁신’이라는 요소를 더 추가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필립 코틀러가 지은 책 중에 혁신이라는 이름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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