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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nture Report

M&A에 대한 6가지 미신을 깨뜨려라

박영훈 | 105호 (2012년 5월 Issue 2)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고민에 빠져 있다. 어느 곳에 투자해야 성장과 수익이 확보될 것인가? 기존 사업의 확장과 지역적 확대, 신사업 진출 시 항상 고려되는 대안인 M&A는 과연 그 이름값을 할 것인가? 1990년대까지 M&A는 고수익 성장의 해법이 아니었다. M&A의 실패 비율은 70%에 이른다. 특정 기간에는 90%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동안 기업들의 M&A는 꾸준히 늘었다. 실패확률이 높다고 알려졌는데도 기업들은 여전히 M&A에 강한 매력을 느낀다. 왜 그럴까? 과연 M&A는 대부분 실패하고 있는 것일까?

 

액센츄어는 2002∼2009 7년 동안 이뤄졌던 500개의 대형 M&A 사례들을 분석했다. 성공적이었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총투자수익률(TRS·Total Return to Shareholders)을 사용했다. 분석 결과는 상식을 뛰어넘는다. 대형 M&A 가운데 절반이 넘는 58% TRS의 성장을 만들어 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M&A가 실패한다는 고정관념 이외에도 규모, 시점, 유동성 등 여러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바와는 상반되는 결과들이 나타났다. 지금부터 M&A에 대한 6가지오해를 하나씩 파헤쳐보자.

 

오해 1시점(timing) M&A의 모든 것이다

M&A에서 시기의 선택이 중요한 요소인 것은 사실이다. 경기 상승기 직전, 이른바저점에 매입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일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액센츄어의 연구결과에서는 거시경제 지표가 상승할 때뿐 아니라 하강할 때 성공을 일군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경기가 좋은 시기에 M&A를 했을 때도 실패한 사례는 충분히 많다. 경제 상황이 좋으냐, 나쁘냐 하는 것과 M&A의 성공 여부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M&A의 성패와 주식시장의 동향과도 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오르는 상황이든, 하락하는 상황이든 살아날 길은 다 있는 셈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M&A에 나서는 기업 자체로 능숙한 기업은 언제 어디서나 뛰어난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시점이 아니라역량의 문제다. 두산의 밥캣 인수는 인수 시점이 글로벌 경기하강기였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통합노력에 의해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오해 2어느 산업 분야인지는 중요치 않다

많은 기업들이 M&A는 모든 산업에서 통용될 수 있는 대안으로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액센츄어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답은아니오. 2002∼2009년의 500 M&A 중 금융산업(은행과 자본 시장 분야)에서 일어난 M&A TRS(중간 값 기준·이하 수익률) 25%에 이르렀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소매유통산업과 서비스산업의 M&A의 수익률은 -23%였다. 또 소비재 상품(23%)과 금속·광산·자연자원(21%), 보험(20%) 분야의 M&A 수익률은 높았지만 인프라와 교통(-12%), 에너지(-3%), 커뮤니케이션(2%) 분야 M&A 수익률은 매우 낮았다. (그림 1) 이는 현격한 차이며 산업 분야가 가진 고유의 특성이 M&A의 성과를 좌우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면서 M&A를 바라봐야 함을 시사한다.

 

산업의 경쟁구도 및 외부환경의 차이가 이러한 성과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고 산업 고유의 내재적 특성이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은행들은 2002∼2009년 전 세계적으로 그 어떤 산업계에서보다 쉴 새 없이 M&A를 하면서 브랜드를 키우는 데 힘을 쏟았다. 은행업계는 특히 국내 기업들이 해외기업을 사들이는 크로스 보더(cross boarder) M&A를 통해 신뢰 있고 안정적인 브랜드와 국제적인 금융역량을 개발도상국 소비자들에게 성공적으로 각인시켰다. 반면 소매유통 업계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고 역내의 M&A 기회에 머물러 있었다. 그 결과 2002년부터 2009년 사이에 이뤄진 500개 대형 M&A 가운데 선진국 소매유통 기업이 개발도상국 기업을 M&A한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산업 분야가 얼마나 집약적인가(concentrated) M&A를 통해 성공적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1 상대적으로 덜 집약적인 산업일수록 산업의 성숙도가 떨어지고 사업에 대한 규제도 적기 때문에 집약적인 산업 분야의 기업보다 바꾸기 쉽다. 따라서 이런 산업에서는 M&A를 통해 가치를 이끌어내기가 수월하다. 물론 이러한 산업의 특성은 지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M&A의 산업별 성공가능성도 중장기적으로는 변화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오해 3규모(size)가 중요하다

 

통상적으로 M&A의 규모가 클수록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반대인 경우도 적지 않다. 규모가 작은 거래가 오히려 더 알찰 수 있다. 거래 규모가 작으면 다양한 위험의 발생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M&A의 성패를 좌우하는 비밀유지 역시 규모가 작은 거래에서 더 수월하다. M&A 과정의 복잡한 실사(Due Diligence)나 인적·물적 자원 동원 계획, 인수 후 통합(PMI) 등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도 규모가 작은 M&A가 유리하다. 이번 분석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규모가 작으면 거래가 결렬(Deal Breaker)되는 경우도 적은 것이 사실이다. 반면 규모가 큰 거래일수록 인수기업의 핵심역량과 전략에서 벗어난모험을 해야 할 때가 많고 M&A의 사전, 사후 작업의 복잡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액센츄어의 분석결과로는 M&A 규모가 200억 달러( 22조 원)가 넘는 대형 M&A의 수익률(TRS·중간 값 기준) 0%로 나타난다. M&A를 위해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도 아무런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M&A 거래 규모가 10∼50억 달러( 11349∼56740억 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M&A의 수익률은 10%에 이른다. (그림 2)

 

하지만 큰 규모의 M&A라고 해서 항상 부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고수익을 내는 기업들은 큰 규모의 M&A를 통해서도 여전히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내며 선전하고 있다. 다양한 위험을 효과적으로 피해가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2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M&A 사례는 30여 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규모 M&A의 장단점을 모두 연구결과에 담아내기에는 부족했던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일반적으로는 M&A 규모가 작은다윗골리앗’보다 더 수익성이 높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대규모 M&A는 소규모 거래보다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한 민첩함과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M&A를 통한 성장에 너무 집착하는 것도 역효과를 가져오는 한 원인이다.

 

오해 4M&A는 선진국끼리의 게임이다

그렇지 않다. 갈수록 개발도상국 기업들의 M&A가 늘어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성장 가능성과 값싼 자원을 사는 것이 2000년대 이후 M&A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됐고 이 때문에 개발도상국 기업과의 M&A가 고수익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연구결과를 보면 특히 선진국 기업이 개발도상국 기업을 M&A했을 때 거래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으면서 높은 수익률(TRS·중간 값 기준)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기업 사이의 M&A도 여전히 괜찮은 수익률(6%)을 보였지만 그 성과는선진국-개발도상국사이의 M&A 수익률(32%)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다. 개발도상국 기업이 선진국 기업을 M&A한 경우 수익률은 -6%로 대부분의 사례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그림 3) 기업 관리 체계가 불안정하고 선진국 시장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선진국에서 제품 공급망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진국 시장이 요구하는 복잡한 법적 규제를 단시간에 극복하지 못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었다. 지금까지의 주된 유형은 선진국 기업의 개도국 기업 M&A였으나 앞으로는 중국을 필두로 개도국 기업의 선진국 기업에 대한 M&A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공상은행의 남아공스탠더드은행 지분인수, 중국석화의 캐나다 OPTI(오일샌드) 인수 등은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봐야 한다.

 

오해 5현금이 최고다

M&A 거래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거래 방식이 현금이냐, 주식(equity)이냐는 M&A의 성과와는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센츄어 연구결과 M&A 거래에서 현금거래 방식(cash deal)의 수익률(TRS·중간값 기준) 5.7%로 주식인수 방식(equity deal)의 수익률(9.4%)보다 오히려 낮았다. 이는 매우 놀라운 결과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200억 달러 이상 대형 M&A 거래가 대부분 주식인수 방식(equity deal)으로 이뤄졌고 그 수익률이 매우 낮거나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런 대형 거래의 낮은 수익률까지 포함하더라도 주식인수 방식 거래의 수익률이 현금거래 방식을 앞지른 것이다. M&A뿐 아니라 기업 간 거래에서 가능하다면 현금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금을 선호하는 경향은 분명히 존재하나 M&A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분의 활용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는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주식을 M&A에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성공에 대한 기업의 강한 신념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인수기업이 M&A 이후에도 고수익을 내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그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오해 6주식시장의 동향이 M&A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S&P산업지수를 기준으로 한 M&A 성과 분석의 결과를 볼 때 지수가 1년 동안 어떻게 움직이느냐 하는 것과 기업의 M&A 성공 여부는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이 좋을 때 M&A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믿음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연구 기간 가운데 S&P산업지수가 가장 높았던 2009년은 M&A 기업들의 수익률(TRS)이 세 번째로 낮았던 해였다. 오히려 M&A가 성공했는지 여부를 따지려면 국내총생산(GDP)을 토대로 측정하는 거시경제 순환(macroeconomic cycle) 상황을 유심히 살펴보는 게 효과적이다.예를 들어 M&A를 통해 최고의 수익을 냈던 2003∼2005년 사이는 글로벌 경제가 정상을 향해 달려가면서 GDP가 크게 늘어났던 시점이다. 반대로 최악의 M&A 수익률을 냈던 2002년과 2009년은 GDP가 크게 떨어지던 시기로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서 회복되기 시작한 초기 단계였다. 결국 M&A라는 기업 활동은 성장의 열쇠가 되느냐를 놓고 거는내기(bet)’라고도 할 수 있는데 어느 쪽에 얼마나 걸지를 결정하는 데는 S&P산업지수보다 GDP를 기반으로 한 거시경제 지표가 더 유용하다는 얘기다.

 

전 세계적인 M&A 환경은 계속 변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런 변화에 맞춰 어떻게 하면 M&A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 성공하기 위한 전제는 무엇인지를 연구해 환경 변화에 맞게 고쳐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그럴 것이라고 믿었던 생각들 가운데 상당수는 현재 환경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일부는 그렇지 않다.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몇 가지 결론들이 미래의 환경에서도 여전히 통용되는 노하우가 될지, 아니면 지난 10년의 경제, 산업 다이내믹스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예외적인 결과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신흥시장에서 기업들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나 디지털 기술과 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생산성이 크게 좋아졌던 것은 2000년대에반짝등장한 특수한 상황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21세기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고수익을 올리는 M&A 기업이 되려면 M&A에 대한 인식 가운데 살릴 것은 살리고 새로운 환경 변화에 맞게 고정관념은 바꾸는 능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찾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나가는 기업만이 M&A 분야에서도 마지막에 웃는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기존 사업에서의 성장정체를 경험하고 있는 많은 한국의 선도 기업들에 M&A, 특히 크로스보더 M&A는 항상 고려해야 하는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다. M&A라는 수단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위험을 고려하면서 중장기적인 성과를 만들어나가는 사례가 더욱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박영훈 액센츄어 코리아 경영컨설팅 대표 younghoon.park@accenture.com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략 컨설팅 전문가인 박 대표는 삼성물산, 삼성전자, 보스턴컨설팅그룹, 모니터그룹을 거쳐 현재 액센츄어코리아 경영컨설팅 대표로 재직 중이다.

  • 박영훈 | - (현) 액센츄어 코리아 금융산업 대표
    - (현) 모니터그룹 부사장
    - 모니터그룹,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보스턴컨설팅그룹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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