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ing Firm Boundaries

101호 (2012년 3월 Issue 2)





내가 직접 만들까(make), 남이 만든 걸 시장에서 살까(buy), 아니면 다른 사람과 협력해서 만들까(ally). 개인과 조직 모두 이런 선택의 상황에 자주 직면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저녁식사를 직접 만들어서 먹을지, 아니면 외식을 할지 정하는 것도 make-or-buy 의사결정 사례 중 하나입니다. 항공기 제작회사라면 수많은 제조공정에서 어디까지 스스로 생산하고 어떤 부품은 다른 회사에 맡길지 결정해야 합니다.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에서 독자적으로 생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조달하는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수많은 make-or-buy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 자주 이런 결정을 내리는 탓일까요. 기업의 경계 혹은 영역을 정하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진지한 고민 없이 감()에 의존하거나, 과거 관행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거나, 경쟁사의 행태를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사례가 많습니다. 아웃소싱과 인소싱 트렌드가 반복되는 가운데 당시의 유행을 추종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여기에 make-or-buy 의사결정을 설명하는 이론이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처럼 추상적이고 구체화하기 쉽지 않은 개념으로 체계화돼 있어 실무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make-or-buy결정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한 자동차 업체는 아웃소싱 트렌드가 확산되자 단순 부품뿐 아니라 차량의 설계나 엔지니어링까지 외부 업체에 위탁했습니다. 이 회사는 초기에 비용절감 혜택을 봤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동차의 복잡한 시스템에 대한 통제권을 외주 업체로 완전히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결국 시스템 관련 인력 대부분이 외부 업체로 자리를 옮겼고 자사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실행할 역량마저 상실해 시장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경쟁에서 도태된 것은 물론입니다. 반면 마케팅과 제품 기획 이외의 대부분 기능을 아웃소싱에 의존해 성공한 나이키 같은 기업도 있습니다.

 

실무에서 make-or-buy결정을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판단입니다. 기업 특유의 경쟁우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면 한두 푼의 비용 절감 효과에 연연해서는 안 됩니다. 범용상품처럼 손쉽게 구매해서 조립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다른 시스템과의 연동 등의 이유로 잦은 사양 변경이 예상되거나 고객 가치 향상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면 비용이 들더라도 내부화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또 미래의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도 필수적입니다. IBM은 컴퓨터 운영체제(OS)의 성장 잠재력을 간과하고 이 부문을 시장 구매로 대체했다가 마이크로소프트가 거대한 새 시장을 창출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외부 기업으로부터의 구매는 큰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외부의 역량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데다 투자 위험도 줄일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이 같은 구매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파트너 회사에 주도권을 전적으로 넘겨주지 않고 관련 지식을 꾸준히 축적해 자사의 통제권을 유지하는 pseudo-make 전략이 흥미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번 호 스페셜리포트는 make-or-buy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기존 연구 성과들을 깔끔하게 정리했고 IT 분야의 사례를 토대로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도 제시했습니다. 특정 기업 활동(예를 들어 IT, 마케팅, 재무)을 한 묶음으로 보고 인소싱이나 아웃소싱을 결정하지 말고 세부 단위로 쪼개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은 매우 유용합니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잘못된 make-or-buy 결정 하나가 부메랑이 돼 기업에 큰 피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스페셜리포트가 실무에서 유용한 의사결정 지원 도구로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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