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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CSR Seminar

집단적 리더십으로 ‘공유가치’를 공유하라

이방실 | 96호 (2012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주현(서강대 중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홍콩 주룽(九龍)반도 북쪽 신계지에 위치한 타이포(大浦)는 전통적인 재래시장들이 오밀조밀 몰려 있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타이포 재래시장은 한국의 재래시장처럼 백화점, 할인점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사양길에 들어선 지 오래다. 급기야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확산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더욱 뜸해졌다. 1980년에 문을 연 타이포 지역 내 대표 청과시장인 타이위안(大元) 시장 역시 위기에 봉착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홍콩 최대 부동산투자회사인 링크매니지먼트(The Link Management Limited) 2010년 타이위안 시장에 손을 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링크매니지먼트는재래시장=지저분하고 비위생적이며 불편한 쇼핑 장소로 생각하는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데 최우선 목적을 두고 건물 현대화 작업에 들어갔다. 쇼핑객들의 동선을 고려해 야채, 수산물, 정육 등 품목별로 구역을 정한 후 길거리에서 지저분하게 좌판을 벌여놓고 장사를 하던 상인들을 체계적으로 입주시켰다. 에너지 절약형 전구를 달고 냉방 시스템을 정비해 친환경적이면서도 쾌적한 쇼핑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힘썼다. 무엇보다음식물 쓰레기 비료화 시스템(a food waste composting system)’을 도입, ‘자급자족이 가능한 생태계 사이클(self-contained ecological cycle)’을 구축했다. , 건물 지하에 비료제조시설을 갖추고 재래시장에서 나오는 각종 음식물 쓰레기들을 한데 모아 비료로 만든 후 건물 옥상에서 유기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10 12월 새롭게 문을 연 타이위안 마켓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장을 찾아오는 방문객 수가 급증하면서 입주 상인들의 수익이 리노베이션 이전에 비해 배로 늘어났다. 과거 지저분하고 비위생적인 재래시장에 실망해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렸던 많은 지역 주민들이 이제는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사기 위해, 또 생동감 있는 재래시장의 풍취를 즐기기 위해 타이위안 마켓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다.

지난 2011 128일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기업의 공유가치 창조를 위한 혁신이라는 주제로 열린1회 글로벌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연사 세미나의 주요 연사로 나선 프란시스코 로만(Francisco Roman) 아시아경영대학원(AIM·Asian Institute of Management) 교수는링크매니지먼트의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은 공유가치 창출을 통한 대표적인 혁신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연세대학교 경영학, 행정학, 법학, 철학 분야 전문 교수진이 참여하는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글로벌러닝센터와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GCEF) 간 협력 프로그램인연세-GCEF CSR 프로그램의 첫 행사(kick-off event)로 국내외 CSR 분야 석학 및 전문가들을 초청해 CSR 관련 지식과 통찰을 나누기 위해 기획됐다

로만 AIM 교수는링크매니지먼트는 소비자들이 전통 재래시장에 대해 가장 우려하던건강환경문제를 정면으로 공략해 공유가치를 창출했다그 결과 부동산 투자업체 및 상가 입주자의 수익 증대는 물론 쇼핑객과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링크매니지먼트의 타이위안 재래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는 2011아시아 CSR 어워드 환경혁신 분야 최고상도 받았다.

로만 교수는 또한 이날 발표에서 독일원조청(GIZ)의 지원을 받아 필리핀에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추진해 온스콥(SCOPE)’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과 지역사회 간의 경제적 사회적 공유가치 창출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민관협력 우수 프로젝트를 지원해 준다. 공유가치 창출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라면 어느 기업이든지 신청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 예로 필리핀의 한 부부 사업가가 운영하는 보테센트럴(Bote Central Inc.)을 꼽을 수 있다. 보테센트럴은 필리핀의 영세 커피 재배 농가들에게 자체 발명한 로스팅 기계(Community Coffee Roasting Facility)를 공급, 수출할 수 있을 정도의 최상품은 아니지만 꽤 양질의 커피 열매를 직접 로스팅해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영세 커피 농가를 비롯한 지역사회에는 자활의 기회를 열어 주고 보테센트럴은 양질의 커피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보테센트럴은 이 사업의 공유가치 창출 성공을 인정받아 필리핀 사회복지개발부와 카페트 부헤이(Kape’t Buhay) 지역사회 커피농업 단지 역량 강화를 위한 커피 재배 산업 발전 양해각서(MOU)까지 맺었다. 사업 내용은 영세 커피 농가 대상 교육, 자본 및 사업 지원 등이다. 필리핀 농림부와 필리핀 커피 연합과 협력해 해당 지역 커피 산업 클러스터의 발전 및 안정된 공급과 매출 판로를 개척해주는 지원 사업도 포함한다.


로만 교수는경제 성장과 사회·환경 문제 개선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기업, 도시, 국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영세 기업, 혹은 대기업과 열악한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해주는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을 위한 혁신은 물론 기업의 성장을 견인해주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경제성과는 비즈니스 효율성으로부터 창출되며 정부의 효율성은 경제 사회적 인프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러한 선순환적 발전 과정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 전반의 포용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림 1) 


로만 교수는 또한 기업과 정부, 지역사회 간 공유가치 창출을 위한 필수 요소로역동적인 지역 경제(Dynamic Local Economy) △사업 비용(Cost of Doing Business) △기반 시설(Infrastructure) △적극적인 정부(Responsive Government) △인적자원개발(Human Resources Development) △삶의 질(Quality of Life) 등 여섯 가지 요소를 강조하며 이 모든 요소들을 골고루 갖출 때 지속 가능한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로만 교수는공유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 지역사회, 대학 등 모든 주체가 협력해 하나의 유기적인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가 대학의 사회적 책임(University Social Responsibility) 활동의 일환으로 개최된 것으로 대학이 인천 지역 정부, 기업, 시민사회, 커뮤니티와의 적극적 연계를 통해 향후 공동협력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고남석 인천시 연수구청장은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유가치 창출의 기본적인 토대는 기업은 돈을 벌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행정기관은 지역 주민의 삶의 질 개선에 힘쓰며, 대학은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등 각 주체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윤리와 가치를 생산하고 교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연세대 국제캠퍼스가 열악한 지역사회와 더욱더 밀접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도시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문제해결 및 공유가치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AIM 부설 CSR 센터 연구책임자이기도 한 로만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 앞서연세-GCEF CSR 프로그램 GCEF가 공동주최한7회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에서글로컬(glocal·global local의 합성어) CSR’을 주제로 강연하며 “CSR을 통한 혁신은 각 산업마다, 또 각 나라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고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과 IT의 진화로 인한 신경제의 발달로 공급망이 계속 복잡해짐에 따라 중앙 집권적이고 획일적인 통제 방식에 대한 실효성이 점점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만 교수는인터넷의 발달로 가치사슬은 더 이상 단계적으로 차례차례(linear-sequential process) 벌어지는 형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위계가 무너져가고(deconstructed) 있다이는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모든 정보를 통제해 전 세계 지사에 지시를 내리는 모델이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신경제하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일선 현장의 자율성(front-line autonomy)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실제 그 힘 또한 강력해지고 있다이는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로만 교수는 또한 “CSR 활동을 통해 공유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CSR을 단순한 기업 평판 제고를 위한 활동으로 제한할 게 아니라 기업의 사명 및 핵심 가치와 연계된 전략적 CSR 활동을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기업을 둘러싼 비즈니스 맥락에 적절히 반응하고 시장 경쟁 다이내믹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기업의 핵심 자산과 능력을 활용함으로써 기업 사명과 핵심 가치에 맞는 CSR 전략을 실행할 때 다면적인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림 2) 로만 교수는이때 중요한 것은상의하달(top-down)’식이 아닌집단적(collective)’ 리더십이라며글로벌 기업의 본사, 혹은 CEO 혼자서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게 아니라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모두가 전략적 CSR을 통한 공유가치 창출이라는 혁신 마인드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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