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감소를 위한 새로운 시도
스튜어트 하트와 프라할라드는 ‘아래쪽을 향한 위대한 도약’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버드대에서는 2008년 ‘Business Solutions at the Base of the Pyramid’라는 주제로 하버드 경영대학원 100주년 패널 토론을 열었다. 이 토론에서 여러 참가자들이 참고할 만한 기업들의 사례가 발표됐다.
중국에서는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8억 명에서 9억5000만 명까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일부는 도시에서 살지만 대부분은 60만 곳이나 되는 시골 마을에 살고 있다. 현재 중국 최대의 이동통신사는 4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가진 차이나모바일(China Mobile)이며 가입자 중 시골 거주자가 1억5000만 명 정도나 된다. 이 회사가 시골 지역에 상당히 많은 가입자들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저렴한 가격정책과 함께 60만 곳의 마을에 1명씩 차이나모바일의 상품을 유통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에는 스탠더드은행이 있다. 현재 자산 규모가 18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되는 남아프리카 최대의 은행이다. 전 세계 38개 국가에 은행 지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 18개 국가는 아프리카에 있다. 이 은행 역시 가장 중요한 목표 고객이 빈곤층이다. 이 은행은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일반적인 금융기업의 수직적 체계보다 자율적이면서도 지역사회 특성에 맞는 경영전략을 통해 다른 경쟁은행보다 월등한 비용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지역사회의 상점들을 은행의 유통 네트워크로 활용했고 이를 위해 IT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그 밖에도 멕시코의 마이크로 파이낸스 기업과 필리핀의 수자원 관련 기업 사례들이 발표됐다. 빈곤층을 위한 혁신 기업들의 공통점은 아래와 같이 요약된다.
- 피라미드의 아래쪽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 비즈니스 원리를 이용해서 사회적인 문제를 풀어냈다.
- 저렴한 비용의 솔루션을 제공했다.
- 다르게 생각했다. 피라미드 아래를 겨냥하려면 일반적 비즈니스의 인프라 구조나 유통 시스템, 비용구조와 마케팅 전략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은 필수다.
창의적 혁신이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조건
이런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조건으로는 남미 지역에서 마이크로 파이낸스 사업을 이끌며 이 분야의 전문가로 널리 알려졌고 현재는 하버드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마이클 추(Michael Chu) 교수의 이야기를 음미할 만하다. 그는 창의적 혁신이 빈곤 탈출이라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음의 4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말한다.
- 빈곤에 시달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만큼 ‘혁신의 규모’가 커야 한다.
- 해결책이 여러 세대를 거쳐 유효할 만큼 ‘지속성’을 지녀야 한다.
- 해결책의 효과가 ‘가시적’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 ‘효율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런 변화는 일반적인 정부나 비영리단체의 원조로 나타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상업적 접근이 필요하다. 시장에 의해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지 못한다면 빈곤에서 벗어나는 지속가능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사회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해당 사업이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한 가장 대표적 사례는 프랑스의 세계 1위 요구르트 업체인 다논이 방글라데시에 설립한 그라민 다논 푸즈(Grameen Danon Foods)다. 다논의 프랑크 리부 회장은 2005년 10월12일 파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성공사례를 전 세계에 퍼뜨린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유누스 총재는 방글라데시의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해보자고 제안했고 리부 회장이 선뜻 수락하면서 탄생한 회사가 바로 그라민 다논 푸즈다. 이 회사는 2006년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북쪽으로 230㎞ 떨어진 시골 마을 보그라에 설립된 이후 해당 지역 일대에서 생산되는 우유로 ‘샤크티 도이’라는 이름의 요구르트를 만들어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시골 아이들에게 5다카(약 81원)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시작했다. 전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방글라데시의 특수성을 감안해 가격을 현지 사정에 맞춰 낮추고 어린이들이 극심한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에 비타민 등 필요한 영양성분을 강화했다. 이 제품은 저렴하면서도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을 뿐 아니라 일대에 수백 개에 이르는 가축농장이 들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했다. 지역사회에 다양한 일자리까지 만들면서 지역 개발에도 지속적으로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 다논은 이 합작회사에서 이익이 나도 투자한 돈을 한 푼도 가져가지 않는다. 대신 향후 10년간 방글라데시 시골 곳곳에 이와 유사한 공장 50개를 만드는 데 더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접적인 수익은 거의 없을지라도 다논은 방글라데시라는 국가에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서 한 나라에서 돈으로 따지기 힘든 거대한 신뢰를 얻었다. 방글라데시의 향후 경제상황이 나아졌을 때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은 “21세기의 ‘창조적 자본주의’는 시장의 힘과 제도 혁신을 통해 가난한 사람에게 이바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기업으로서의 이윤’과 ‘사회적 책임’을 결합하는 기업이 더욱 존경받고 지속 가능한 시대이다.
정지훈 관동대 교수 및 IT융합연구소장 http://health20.kr
필자는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보건정책관리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의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관동대 의과대학 명지병원 융합의학과 교수 및 IT융합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블로그 ‘하이컨셉&하이터치’를 운영하고 있고 <거의 모든 IT의 역사> <제4의 불> <아이패드 혁명>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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