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생산성 관리기법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한 국가의 부는 그 국가의 생산성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국가의 부는 다른 국가와의 수입과 수출의 교역에 의해 결정되며 한 국가가 많은 재화를 다른 국가에 수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국가의 부가 창출된다고 보았다. 이런 관점에서 한 국가의 생산성은 자원을 투입해 얼마만큼의 수출할 재화를 만들어내느냐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제품-수출위주 관점의 생산성 개념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재화에 종속적이고 형체를 띠지 않는 것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서비스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고전적 생산위주의 개념은 서비스 중심으로 변환하고 있는 현대 경제를 설명하는 데 한계를 가지며 서비스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경영자에게도 제한적인 시사점을 제공할 뿐이다. 따라서 서비스 산업만이 갖고 있는 특징과 중요성을 살펴보고 서비스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관리방법론을 분석하는 것은 서비스 경영의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서비스 생산성의 함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대부분은 서비스 경제로 바뀌고 있으며 경제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5%가 넘고 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2006년 기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68%가 서비스 산업에서 나온다. 선진국들 역시 GDP의 70% 이상을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전체 경제활동 인구 중 70% 이상이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2000∼2008년 연평균 취업자의 비중은 제조업이 19%, 서비스업이 65%를 차지한다. 일본은 제조업이 18%, 서비스업이 67%를, 미국은 제조업이 13%, 서비스업이 77%를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의 일자리 창출이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국가 간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격차가 작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 경제활동인구의 70% 이상이 서비스업에서 일하고 있지만 서비스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뜻한다. 개인당 노동생산성을 비교해도 제조업은 미국의 73%인 반면 서비스업은 44%에 머물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노동생산성이 제조업보다 훨씬 낮다.
이는 첫째, 국내 서비스산업이 금융, 의료, 사업서비스 등 지식집약적인 서비스업보다는 외식업 등 저 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둘째, 서비스 산업의 고유한 특징과 복잡성이 크기 때문에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셋째, 제조업보다 서비스 기업의 경영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현대적 서비스 중심 관점의 등장
서비스 산업의 주요 특징은 제공하는 서비스 그 자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서비스는 다른 경제 주체의 활동에 의해 사람이나 경제주체 또는 재화의 상태 변화를 초래하는 활동을 말했다. 하지만 근래에는 재화에 종속적인 서비스 개념에서 벗어나 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서비스는 다른 경제주체를 위해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을 활용하는 모든 활동을 지칭하고 있다.
이런 현대적 서비스 개념은 서비스를 재화보다 더 큰 개념으로 보는 서비스 중심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상품은 서비스를 전달할 수단이나 매개체로 볼 수 있다. 서비스 중심의 관점은 최근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의 킨들 파이어 제품 출시 연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리서치인모션(RIM)과 휴렛패커드(HP)를 겨냥해 “그들은 단지 하드웨어만 팔려고 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킨들파이어가 태블릿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 하나의 서비스로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킨들파이어를 아마존의 서비스를 전달할 매개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애플 부사장이었던 제이 엘리엇은 애플 제품의 가장 큰 특징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을 꼽고 있으며 삼성은 이러한 면에서 뒤처져 있다고 꼬집었다.
제품 생산 관점의 생산성 개념을 서비스에 적용할 경우 ‘서비스 품질(Service quality)’과 ‘서비스 생산성’의 상충관계를 이해하기 어렵다. 생산자의 관점에서는 투입되는 노동력이나 장비, 재료를 줄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서비스 품질의 저하로 이어져 고객 만족도의 하락을 불러올 수도 있다. 또 고객의 대기시간을 늘려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거꾸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표준화된 서비스를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전환할 경우 서비스 품질은 높아지지만 생산자의 생산성은 하락하는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서비스품질 측정 모델을 개발한 파라수라만(A. Parasuraman) 미국 마이애미대 교수는 이를 케이블TV의 콜센터 사례에 빗대 설명한다. 전통적 방식으로 콜센터의 생산성을 측정하기 위해 상담원들이 시간당 처리하는 고객 응답건수와 같은 성과 지표를 도입할 수 있다.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상담원 수를 줄이고 통화당 평균 시간을 2분 이내로 제한하거나 시간당 처리 건수를 30건 이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조직 내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이런 노력은 이 프로세스에서 고객의 역할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고객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짜증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는 점을 빠뜨린 것이다. 게다가 고객이 경험하는 산출물에 대한 고려도 배제될 수 있다. 고객 만족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파라수라만 교수는 서비스 품질을 중심으로 기업과 고객 관점을 모두 고려해 서비스 품질과 생산성의 시너지를 높이는 ‘이중 기업-고객’ 관점의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일부 기업은 전통적 생산성의 개념을 뛰어넘어 고객 관점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단기적 시각의 기업 내부의 생산성을 희생하는 대신 서비스 품질과 고객 만족도를 높여 장기적인 서비스 생산성을 올리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회사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신발 전문 온라인 쇼핑몰 재포스다. 이 회사는 고객 서비스를 회사의 핵심역량으로 생각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콜센터를 인도나 필리핀 등에 아웃소싱하지 않았다. 2004년에는 양질의 콜 센터 직원을 뽑기 위해 아예 본사를 거주 비용과 우수한 서비스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이전하는 파격을 시도했다. 경쟁업체와의 차별화를 위해 최상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건 반품 기간도 30일에서 1년으로 늘렸다. 콜센터도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재포스 콜센터 직원들은 통화당 시간 제한 등의 규제가 없다. 평균 응대시간 등을 기준으로 직원의 성과를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에 응대하는 고객 상담 건수를 기준으로 성과를 측정하게 되면 직원들이 고객의 전화를 빨리 끊는 데 매달리기 때문이다. 토니 셰 재포스 CEO는 “실제로 한 콜 센터 직원은 고객과 무려 6시간을 상담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포스는 고객을 진솔하게 대하면 감정적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며 이는 고객의 평생가치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단기적인 비용 절감보다 장기적인 생산성을 중시한 것이다.
서비스 품질과 생산성의 상충관계
그렇다면 서비스는 재화나 상품과 어떻게 다를까? 서비스는 무형성(intangibility), 이질성(heterogeneity), 비분리성(inseparability), 사멸성(perishability)의 특징이 있다. 무형성은 교육이나 의료와 같이 서비스 대상의 실체가 없는 것을 말한다. 이질성(heterogeneity)이란 서비스의 대상이 교육, 법률, 의료, 건축설계, 호텔, 레스토랑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으며 서비스 제공자와 수용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말한다. 비분리성(inseparability)이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공자와 서비스를 따로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미용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미용사와 따로 떼어 독립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멸성(perishability)이란 상품처럼 서비스를 따로 저장해서 추후에 사용할 수 없으며 서비스가 고객에게 제공되는 순간 소멸된다는 것을 말한다.
서비스의 4가지 특징은 서비스 경영에 시사점을 준다. 첫째, 이질성 측면에서 서비스를 보면 의료, 재무, 구두 수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 활동이 있긴 하지만 각 서비스만이 가지는 독특한 특징들이 있다. 경영자는 서비스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해당 영역의 고유한 서비스 활동의 특징을 찾아 적절한 경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사람이 제공하는 같은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금융기관과 동네 세탁소가 같을 수는 없으며 같은 전략을 택해서도 안 된다. 둘째, 비분리성 측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공자와 서비스 품질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경영자는 동일한 서비스라도 종업원들이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는지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셋째, 사멸성 측면에서 서비스는 제품처럼 재고로 쌓아 둘 수 없다. 경영자는 서비스 제공능력이 수요보다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는 제조업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된 여러 경영기법들을 서비스업에 곧바로 적용하기 어렵게 한다. 따라서 서비스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에 맞는 경영 기법과 생산성 관리방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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