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A Business Forum 2011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1970년 9월13일자 뉴욕타임스에 “경영자의 유일한 책임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밝힌 후 큰 비판을 받았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높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사회는 기업이 아무 조건 없이 퍼주는 착한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되새겨보면 프리드먼의 말을 잘못 이해하고 비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어디에서도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기업이 사회적 자본을 사용할 때 자본주의 원칙 또는 자유경쟁의 원리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원을 사용하라고 주장한 것이다.
기업을 사회에 빚진 존재라기보다 가치창출을 하는 존재라고 볼 때 기업의 사회적 활동에 관한 문제를 더욱 효율적으로 풀 수 있다. 기업이 자원을 무조건 나눠주기만 하면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질 뿐 아니라 효과성도 그만큼 떨어져 사회적으로는 자원낭비, 기업적으로는 의미 없는 지출을 하고 만다. 그래서 기업의 사정이 어려워지거나 외부 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 기업은 사회적 활동에 대한 비용부터 먼저 감소시키는 것이다. 또 기업이 사회적 활동을 지출로 인식하면 기업의 사회적 활동은 대부분 일회성 또는 단기적으로 끝나게 되고 이로 인해 수혜자의 실질적인 혜택도 높지 않으며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례가 흔하다.
사회적 활동에 대한 사후 관리 또는 평가시스템이 없을 경우 이에 대한 혜택은커녕 오히려 사회적 피해로 남을 수도 있다. 실제로 어느 기업은 아프리카인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우물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마을 한가운데 만들어진 이 우물은 사후관리가 되지 않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뿐더러 흉측한 애물단지로 변했다.
이는 결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어쩌면 기업의 사회적 활동은 많은 경우 이러하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더욱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는 DBR 53호에서 기업과 사회의 이익은 서로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기업들은 현재 제로섬 게임의 원칙하에 다소 소극적인 사회적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이러한 관점을 수정하면 기업과 사회가 동시에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기업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부문과 기업의 경쟁 우위 분야의 접점을 찾아 사회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만약 기업이 사회적 활동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면 더욱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고 사회 또한 이를 통한 이익을 최대한으로 누릴 것이다.
이전 글에서는 사회적 활동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을 다뤘다면 이번 글에서는 좀 더 냉철한 분석으로 기업의 사회적 활동에 관해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기 위해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4단계로 구분해 분석한 후 더욱 심도 있는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기업의 사회적 활동 목적에 따른 4단계
기업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사회는 기업에 무조건 퍼주기식의 선한 활동을 기대하게 됐다. 기업 또한 이런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형태로, 보다 많은 사회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은 이 활동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회사 홈페이지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사진과 기록을 남긴다. 그러나 이것이 누구를 위한 사회적 활동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정작 수혜자는 별로 도움을 크게 받지 못했다면 기업은 이것이 자사만을 위한 사회적 활동은 아니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경영자의 경영 철학 또는 개인적인 만족을 위한 행위가 아니었는지, 혹은 회사의 마케팅 효과 또는 이미지 제고를 위한 위선적 행동이 아니었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활동의 효과 또는 수혜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기업의 사회적 활동에 관한 다양한 사례를 조사해 보니 다음과 같이 4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었다. 첫째, 사회적 압박에 마지못해 하는 생존을 위한 사회적 활동, 둘째, 자기 만족을 위한 사회적 활동, 셋째,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활동, 마지막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회적 활동이다. 이런 사회적 활동은 단계가 높아질수록 더욱 정교한 전략이 요구되며 기업과 사회 모두에 혜택이 늘어난다. 특히 앞의 두 단계는 기업이 손해를 보더라도 사회적 활동을 펼친다는 가정하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으로 보았고 다음 두 단계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통해 사회와 기업의 이익을 모두 창출한다는 개념으로 ‘기업의 사회적 기회(CSO·Corporate Social Opportunity)’로 명명했다. 한 단계씩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1 단계 마지못해 하는 생존적 사회 활동
스타벅스는 2005년부터 꾸준히 세계 최대의 공정무역 인증커피 구매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스타벅스가 기업을 설립할 당시부터 공정무역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2000년 4월, 미국의 시민운동가들은 스타벅스의 불공정거래로 개발도상국 농부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이려 했다. 이에 스타벅스는 공정무역 인증커피를 구매하기로 약속하며 시민단체의 요구를 반영했고 회사의 명성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스타벅스의 결정은 오늘날 스타벅스 CSR의 가장 큰 특징인 공정무역거래의 첫걸음이 됐다.
이처럼 기업의 생존을 위해 사회적 압력으로 사회적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것은 1단계 ‘생존을 위한 CSR(CSR for Survival)’이다. 기업은 사회적 압력에 의해, 또는 이러한 사회적 반발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비자발적으로 CSR을 이행한다. 기업은 큰 손실을 본다 해도 CSR을 이행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기업에 있어 CSR은 어쩔 수 없는 지출로 인지되며 큰 손해를 예상한다. 이런 경우 기업은 단순한 기부 등을 행함으로써 네 단계 중에서 가장 단순한 전략이 요구된다.
2 단계 자기 만족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기업
‘자기 만족을 위한 CSR(CSR for Self-satisfaction)’은 기업철학에 따라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적 활동을 하거나 CEO의 주장에 따라 장학재단이 세워지는 경우처럼 CEO나 기업의 도덕적인 철학을 따르는 ‘도덕적 만족형’이다. 또 봉사활동을 통해 얻는 자기만족을 위해 CSR을 펼치는 ‘자아 도취형’도 여기에 포함된다. 개인적으로 보면 봉사활동을 통해 그 사회의 필요를 진실로 고민하기보다는 봉사활동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터넷 공간에 올리며 스스로 뿌듯해하는 경우다.
기업은 CSR을 통해 자기만족을 얻기 때문에 재정적 손실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감수하고 활동을 지속한다. 기업이 예상하는 손해는 ‘생존을 위한 CSR’보다는 적지만 두 단계 모두 손해를 예상하고 있음은 동일하다. 제2단계의 경우 사회적 압박에 따르기보다는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전 단계에 비해 조금 더 많은 고민과 전략을 거쳐 CSR을 실시하게 된다. 그러나 네 단계 중 요구되는 전략은 여전히 낮은 편에 속한다.
3 단계 이미지 제고를 위한 사회적 기회 창출
기업은 ‘전략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마케팅 또는 이미지 관리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미지를 위한 CSO(CSO for image)’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대중에 노출해 ‘착한’ 이미지로 기업 브랜드의 가치 제고를 추구하는 전략이다. 이때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통한 자기이익(Self-interest)을 꾀하며 기업의 사회적 활동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기업과 사회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므로 기업은 전략적으로 사회적 활동을 계획하고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때 기업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시장에는 ‘착한 것에 호감을 느끼는 사람’보다 ‘합리적인 소비자’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마음으로는 착한 기업을 선호할지 몰라도 시장에 가서 정작 구매할 때에는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택한다. 따라서 이러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활동이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지 못한다면 아무리 착하더라도 이윤을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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