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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Science 2.0

통계와 과학이 그를 神이 되게했다

장영재 | 91호 (2011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경영 현장에 수많은 수학자와 과학자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들은 전략, 기획, 운영,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첨단 수학·과학 이론을 접목시켜 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경영 과학은 첨단 알고리듬과 데이터 분석 기술로 기업의 두뇌 역할을 하면서 경영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경영학 콘서트>의 저자인 장영재 교수가 경영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소개합니다.

 

“과연 김성근 감독은 야구의 신이었을까?”

지난 817, 국내 모든 스포츠뉴스는 SK와이번즈의 김성근 감독 계약해지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헤드라인으로 전했다. 구단과 불화로 시즌 중 감독 계약해지라는 카드를 꺼내 든 자체도 놀라운 뉴스거리지만 2007년 취임 이후 SK를 한국 최고의 구단으로 만든 그에게 즉각 해지란 폭탄 카드를 꺼내 든 구단 운영진의 태도는 모든 야구인과 팬들에게 충격적인사태로 받아들여졌다. 김성근 감독은 취임 이후 2007, 2008년 한국시리즈 2연패, 200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이어 지난해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등 재임기간 4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았다. 더구나 2009년에는 정규시즌 19연승이란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 결과만으로는야구의 신이란 별명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선수 기용과 교체, 과다한 점수 지향적 작전으로 이기기만 하지 재미없는 야구를 구사한다는 비난도 함께 받아왔던 그다. 그는 과연 야구의 신이었을까, 아니면 승리에만 집착한 승부광이었을까? 그가 구사한 야구가 비난받을 만큼 승부 집착적인 야구였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전 잠시 이야기를 스포츠 산업 최대의 시장인 미국으로 돌려보자.

 

MIT 슬론 스포츠 애널리틱스 콘퍼런스

매년 3월 미국 보스턴에서는 메이저리그 야구단의 구단주, ESPN 스타 해설가, 글로벌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의 사장단, PGA 운영위원 등 세계 스포츠계의 거물들과 MIT 공대의 공학자, MIT 슬론스쿨 및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들이 한데 모이는 자리가 열린다.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계의 거물들과 이공계 학자, 그리고 경영학자들의 교집합을 찾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회동인 이 모임은 ‘MIT 슬론 스포츠 애널리틱스(MIT Sloan Sports Analytics) 콘퍼런스. MIT 슬론스쿨과 하버드경영대학원 MBA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이 콘퍼런스는 스포츠 산업의 과학적 운영에 대한 가치와 비전 공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1 2006년 시작된 이후 매년 그 규모가 커져 이제는 스포츠의 과학적 비즈니스 운영 부문 관련 세계 최대의 콘퍼런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3월 콘퍼런스에서는 NBA 휴스턴 로키츠의 운영 이사인 대릴 모리, 미국 풋볼 NFL 뉴욕 자이언츠의 스타 플레이어인 저스틴 턱, 그리고 <블링크>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말콤 글래드웰 등 유명 인사들이 주연사로 참석했다.

 

이 콘퍼런스의 주제는 스포츠 산업과 과학적 운영이다. 데이터 분석과 이를 통한 과학적인 의사결정 및 운영에 대해 다루는 애널리틱스(Analytics)를 스포츠 산업에 적용해 효율적인 스포츠 운영과 비즈니스를 한다는 게 바로 스포츠 애널리틱스의 목적이다. 그런데 과연 스포츠와 애널리틱스의 접목이 가능한가? 글로벌 기업들이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유통이나 제조 부문에서 최근 몇 년 전부터 애널리틱스를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에는 개념조차 생소하다. 더구나 이러한 과학적인 비즈니스 운영을 다름 아닌 과학과 거리가 가장 멀 것만 같은 스포츠에 응용한다니 도대체 가능이나 할까? 이러한 질문을 비웃기라도 하듯 스포츠 산업과 애널리틱스의 조합을 목표로 내건 콘퍼런스는 매년 놀라운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머니볼

실제 애널리틱스가 가장 잘 활용되고 그 효용이 입증된 산업은 다름 아닌 스포츠 산업이다. 오히려 이러한 스포츠 산업에서 애널리틱스의 가치가 증명되면서 다른 산업 분야로 애널리틱스가 전파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널리틱스의 기본 프레임은빅 데이터 (big data)’로 표현되는 대용량 데이터 분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의사결정이다. 즉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존에 파악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인지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바로 애널리틱스의 핵심이다. 애널리틱스의 스포츠 운영을 통한 대표적 성공사례가 바로 2000년에서 2003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쾌거를 이룬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Oakland Athletics).

 

1999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가난한 구단인 애슬레틱스의 단장으로 빌리 빈(Billy Bean)이 취임했다. 재정난으로 연봉이 높은 스타급 선수를 영입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빌리 빈이 할 수 있는 일은 메이저리그의 저평가된 선수를 영입해 승리팀으로 만드는 길뿐이었다.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타자의 능력은 타율과 홈런으로 대변됐다. 즉 우수한 타자는 곧 타율이 높고 홈런 수가 많은 선수를 의미했고 이는 다시 높은 연봉을 의미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개인 수치가 진정으로 팀의 승리에 기여를 할까? 혹시 타율이나 홈런 이외에 팀 승리에의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는 타자의 평가 항목이 있을까?

 

빌리 빈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답을 찾기 시작했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타율과 홈런보다는 끈질기게 투수를 물고 늘어지는 능력, 원하는 공이 오지 않으면 절대로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는 침착성, 포볼을 얻어 진루하는 출루율 등이 팀 성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빌리 빈은 이 새로운 발견을 바탕으로 저평가됐거나, 혹은 딴 팀으로 방출됐거나 2진에만 머무는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다. 처음 그가 이런 라인업을 구성했을 때 팬들과 미디어는 미친 실험이라면서 평가 절하했다. 특히 야구 인생에서 포수만하다 팔꿈치 수술로 더 이상 공을 많이 던질 수 없어 방출된 스캇 헤티스버그란 선수를 애슬레틱스로 영입해 1루수 자리로 배정하자 비난과 조롱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빌리 빈은 헤티스버그의 뛰어난 선구안과 침착한 성격이 수천만 달러의 연봉을 받은 홈런 타자보다 더욱 가치가 있단 사실을 간파했다. 빌리 빈은 그에게 쏟아진 비난과 조롱을 메이저리그 최저 팀 연봉으로 4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이란 결과로 통쾌히 날려버렸다. 이 영화와 같은 성공 스토리는 이후 <머니볼2 >이란 책으로 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미국 유수 경영대학원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스토리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최근 미국 극장에서 개봉됐다. 브래드 피트가 빌리 빈으로 분한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이달 말 개봉할 예정이다3 .

 

빌리 빈의 성공 이후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은 데이터 분석과 이를 통한 팀의 과학적 구단 운영의 효용을 인정했고 앞다퉈 통계학자, 수학자, 컴퓨터 공학자를 팀 분석가로 영입했다. 실제 분석가들은 상당한 연봉을 받으며 팀의 전략 작전 운영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뿐 아닌 NBA 농구, NFL 풋볼 등 대부분 스포츠에 애널리틱스가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물론이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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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영재

    장영재

    - (현)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교수
    -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기획실 프로젝트 매니저
    - 매사추세츠 공대 생산성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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