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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서울대 CFO 전략과정 CASE STUDY:한국지역난방공사의 인재 채용 실험

신입직원 절반 소외계층서 뽑았다, 이들은 열정과 헌신으로 화답했다

김재선,신재용 | 91호 (2011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이 서울대 경영대학과 함께 서울대의 임원 교육 과정(주임 교수 황이석 경영대학 교수)서울대 CFO 전략과정의 최신 경영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국내외 유명 기업의 임원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서울대 CFO 과정의 교육생들은 총 6개월간의 교육기간 중 각자의 회사에서 겪은 경험과 강의를 통해 배운 지식들을 접목, 자사의 경영 사례들을 다른 교육생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때 발표된 사례 중 특히 한국 기업에 많은 도움을 줄 만한 사례들을 엄선해 DBR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기업 현장에서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생생한 사례들이 가득 담긴 이 코너를 통해 기업 경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토익(TOEIC) 점수가 높은 직원이 일도 월등히 잘하는 걸까?’

2005년 말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 경영진은 고민에 빠졌다. 2004년 신입사원 공채에서 학력 제한을 폐지했고 2005년에는 연령 제한까지 없앴다. 나이, 학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공사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이 결정에는 불필요한 진입 문턱을 낮춰 많은 인재들이 지원한다면 조직에 맞는 인성과 직무가 요구하는 자질을 갖춘 인재를 선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와 현실 간의 괴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당시 취업난 속에서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었다. 입사 전형에서 나이, 학력 기준을 철폐했지만 옥석을 가릴 만한 충분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이 결과 고학력자들의 하향 지원이 이어지면서 입사 서류 전형에서 영어 성적이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되고 있었다.

공사의 모든 업무에 유창한 영어가 필수적인 건 아니었다. 게다가 영어 점수는 꽤 높은 데 일에 대한 열정이나 전공에 대한 지식이 떨어지는 젊은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

학력과 나이 제한을 없앤 새로운 채용시스템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새로운 일이 터졌다. 공기업인데도 장애인고용촉진법의 장애인 의무고용비율 2%를 채우지 못한 것. 이에 따라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채우지 못할 때 내야 하는 의무고용비율 분담금을 부담해야 했다.

한난 경영진은 고민에 빠졌다. 첫째, 새로운 채용 제도하에서 어학 성적이 아닌, 일 잘하는 일꾼을 골라내는 공정한 평가방법은 없는 것일까. 둘째, 공기업으로서 채용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회사는 이 두 가지 문제의식을 토대로 인재 채용 방식을 대대적으로 손질한사회형평적 인재채용제도를 도입하고 6년간 시행했다



이 결과 노동부, 교육인적자원부,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등이 공동 주관하는 ‘Best HRD(인적자원개발 최우수 인증사업)’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한난의 성공 경험은 공공기관 인사 정책에도 반영됐다. 2007년 기획재정부(구 기획예산처)가 마련한공공기관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에 사회형평적 인재채용을 권장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한난의 사례는 올해 6월 초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유럽 경영과학연구 콘퍼런스에서다양성과 상호작용 역할명료성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발표되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재 채용제도의 혁신을 추진한 한난의 6년간의 경험과 시사점을 소개한다.


새로운 인재채용 시스템의 디자인

한난이 도입한사회형평적 인재채용이란 신입 직원을 공채할 때 소외계층을 몇 개의 군()으로 나눠 선발 인원을 할당, 이들에게 취업 기회를 부여하는 채용방식이다. 장애인, 여성, 지방대생 등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채용 과정에서 우대하는 제도를 운영한 기업은 있었다. 하지만 사회 소외계층을 분류하고 할당제와 가까운 방식으로 채용을 보장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물론 이와 같은 채용문화가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 약화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일부에서는핵심 인재들만 가려 뽑아도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생존을 보장받기가 어려운 시대에 단지 소외계층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심 쓰듯 뽑았다가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겠느냐는 우려도 나왔다.

한난 경영진의 생각은 달랐다. 핵심 인재가 중요하다는 말은 틀림이 없지만 핵심 인재만으로는 기업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회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서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일도 묵묵히 수행하는 충성도 높은 직원이 고학력, 어학 고득점자보다 더 필요할 수 있다. 틈만 나면더 좋은직장으로 옮길 생각뿐인 직원보다 조직에 대한 열정과 일에 대한 몰입을 통해 성과를 내는 일꾼을 찾아야 한다는 게 한난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한난은 사회형평적 인재 채용이라는 혁신적인 제도가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디자인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문제 분석 및 아이디어 찾기

소외계층을 우대하는 취업정책을 펼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경영진 사이에서도 사회형평적 인재채용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조직 내외부에서 수익을 우선시하는 사업 조직에는 어울리지 않는유토피아적인 생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자칫 실현가능성이 없는장밋빛 정책으로 치부돼 구상 단계에서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다. 다행스러운 일은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새로운 제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는 점이다

새 제도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나이와 학력 제한을 철폐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심층 분석하고 원인을 찾아내야 했다. 특히 학력과 나이 등의 기존 평가 기준이 없어진 뒤에 영어 성적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등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필요했다.

문제에 객관적으로 접근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경영진은 새로운 방안을 고안했다. 이 문제를 채용 담당 부서에만 맡기지 말고 여러 사람의 머리를 빌려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결론을 내린 것. 새로운 채용 시스템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내부 직원과 채용 대상이자 고객인 국민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에 들어갔다. 먼저 2005 12월부터 2006 1월까지 직원 제안을 받았다. 직원들에게 영어 중심의 서류 전형 기준 개선 방안을 물었다. 이어 2006 2∼3월엔 영어 중심의 서류 전형 기준 개선 방안과 함께 저소득계층 채용방안에 대한 국민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직원들은 모두 93건의 개선 아이디어를 냈다. 국민들은 595건의 의견을 제시했다.

직원들과 국민들의 의견을 받아본 결과 학벌, 토익 점수를 중시하는 한국 기업의 채용 관행이 계층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불만이 많았다. 소외계층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문제는 실행 방안이었다. 사회형평 채용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다양한 인재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내야 했다. 이 해법도 직원들과 국민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서로 다른 인재를 동일한 잣대로 비교 평가하거나 일부 특수한 이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식의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소외계층의 높은 취업 장벽을 허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따라서 소외계층을 몇 개의 분야로 나누고 분야별로 채용을 의무화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이는 한난의 사회형평적 인재채용 제도의 기본 골격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집단 에너지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1985 11월 설립된 에너지 공기업이다. 현재 전국 117만 가구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집단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한난은 지역 냉·난방사업의 확대 보급 및 신기술 개발과 전기사업·신재생에너지사업 등 관련 사업 부문으로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9년까지 전국 180만 가구에 지역 냉·난방을 공급하고 매출 33000억 원의 규모를 갖춘세계 최고의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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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선

    김재선

    -(현)한국지역난방공사 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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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용jshin@snu.ac.kr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학사·석사(회계학 전공)를 마치고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근무했다.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 교수로 재직했다. 기업의 성과 평가와 보상 및 지배구조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공정한 보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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