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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략과 지표 관리

김남국 | 90호 (2011년 10월 Issue 1)


공공기관의 호화청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중요한 포인트 하나가 빠졌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호화청사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로 대개 건축비, 연면적 등이 거론됩니다. 공공기관의 근무 인원, 혹은 지역주민 숫자에 비해 무조건 규모가 크고 건축비가 많이 들어가면 호화청사를 지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습니다.

하지만 이런 논란 속에 무시되는 지표가 있습니다. ‘근무자 1인당 토지 점유율이라는 다른 잣대로 보면 이 논란을 새로운 시각에서 관전할 수 있습니다. 저층의 허름한 공공기관 청사는 건축비나 연면적 기준에선 소박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근무하는 사람의 1인당 토지 점유율은 고층으로 지은 신청사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즉 근무자 한 명이 훨씬 넓은 땅을 깔고 앉아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층수를 높여 새 건물을 짓고 남는 공간에서 임대 수익을 올린다면 근무자 1인당 토지 점유율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공공기관은 보유 자산의 활용도를 높여 추가 수익도 올리고 공공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대부분 공공기관 청사는 시내의 요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업무용 등으로 잘만 개발하면 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근무자 1인당 토지 점유율이라는 기준으로 문제를 바라보면 호화청사 논란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재정 여건과 사업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아마추어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거나 기관장 집무실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개인과 기업, 공공기관을 막론하고 한국에서 가장 큰 자산 가운데 하나가 부동산입니다. 당연히 이 분야에도 경영이 접목돼야 합니다.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지혜와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부동산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호화청사 논란에서 보듯 한국 사회에서 매우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기업도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부동산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가 투기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기업이 본업에서 수익을 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한국에서는 강합니다. 기업이 사업 목적에 부합하는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보유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 또한 주주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표 관리만 제대로 해도 효율적인 부동산 전략을 수립·집행할 수 있습니다. 외근자가 많은 한 회사는종업원 수 대비 연면적이란 지표 대신종업원 점유시간 대비 연면적이란 지표를 통해 부동산 활용도가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를 토대로 외근 직원들이 공유 데스크를 사용하고 남는 면적을 임대로 전환해 수익성을 높였습니다. 또 다른 기업은 라이프 사이클 관점에서 부동산 유지·관리비를 산정해보니 오히려 건축비보다 더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을 파악하고 설계 단계에서 그린빌딩 시스템을 구축해 전체 운영비를 크게 줄였습니다. 혹한기나 혹서기에는 관리비가 무려 50% 가까이 절감된다고 합니다.

기업에서 비전문가들이 부동산 의사결정을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하지만 부동산도 전문 분야인 만큼 감이나 본능에만 의존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대기업은 체계적으로 전문가를 키워야 하고 중소기업은 효과적인 전략 수립과 새로운 관리지표 발굴을 위해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적정한 수준에서 CEO의 관심도 필수적입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리포트로 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기업의 부동산 전략을 집중 탐구했습니다.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과 포트폴리오 관리 방법, 현장 전문가의 생생한 노하우 및 해외 투자 시 유의점, 그린빌딩 전략 등을 전해드립니다. 기업의 소중한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가치를 극대화하는 지혜를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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