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END Report

감성, 교류, 교감을 위한 로봇, 소셜봇

83호 (2011년 6월 Issue 2)

 

 

편집자주

 

메가트렌드에 비해 마이크로트렌드는 미세한 변화를 통해 파악되기 때문에 쉽게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트렌드는 기업에 블루오션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상품을 통해 마이크로트렌드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메타트렌드연구소의 최신 연구 결과를 신사업 아이디어 개발에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노동을 뜻하는 슬라브어 ‘Robota’에 어원을 두고 있는 로봇은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해주는 자동화된, 혹은 반자동화된 기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로봇은 지금까지 사람의 육체적인 일을 대신하거나 보다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한정돼 있었다.

 

사람들은 삶에서 효율성과 정확성만을 추구하진 않는다. 점차 감성이나 교감 같은 정신적인 경험의 가치가 중시됨에 따라 이제는 로봇이 물리적인 정확성과 힘의 증가 외에도 감성적인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런 경향에 따라 등장한 것이 바로 SocialBot(소셜봇·Social Robot)이다.

 

터미네이터와 같이 인간과 대립하고, 인간의 적으로 등장하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 속의 로봇과는 달리 실제 로봇은 인간을 위해 위험하고 힘든 일을 대신하고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최근 로봇은 이런 물리적인 도움 외에 정신적인 부분에서의 도움도 주고 있다.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고 사람과 기계, 현실과 가상, 사람과 사람을 보다 긴밀하게 연결하고 교감할 수 있도록 하는 소셜봇이라는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소셜봇은 사람의 행동에 감성적으로 반응하며, 보다 사회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로봇이다. 이런 소셜봇은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만 존재할 수도 있으며, 가상과 현실 세계 사이를 오가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소셜봇은 감성적인 반응과 친근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인간처럼 실수하거나 엉뚱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의 로봇과 차이가 있다.

 

소셜화라는 새로운 역할을 맞이한 로봇

 

소셜봇은 몇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장난감에서부터 치료, 교육용 로봇처럼 사람과 기계 사이의 교감을 위한 로봇이 있다. 두번째는 텔레프레즌스 로봇(Telepresence Robot)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더욱 긴밀하고 감성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로봇, 세번째는 실체가 없는 가상 세계의 존재로서 현실 세계에서 소셜봇이 하는 역할을 온라인 세계에서 그대로 제공하는 로봇이다.

 

 

 

소셜봇은 사람이나 동물 같은 생명체를 흉내내면서 감성적인 교감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소셜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져 감에 따라 사람이 로봇의 일부 기능을 가져오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이라이프비츠(MyLifeBits)처럼 라이프로깅에서 발전해 자신이 보는 것을 공유하고 항상 다른 사람과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극단적인 방법으로 카메라를 이식하는 경우까지 등장했다.

 

가상의 존재, 혹은 멀리 떨어진 존재를 실체화하는 로봇의 특징을 통해 로봇은 소셜화되고 있다. 이런 로봇은 감성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로봇이라는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오래된 거부감을 없애는 것은 물론 인간적인 반응을 통해 감정 이입을 가능하게 한다. 바로 이를 통해 소셜봇은 예술, 게임, 심리치료, 커뮤니케이션 같은 새로운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인간을 닮아가는 로봇, 로봇의 기능을 가져오는 인류는 더욱 활발한 인터랙션을 만들어 갈 것이며 이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상과 실제, 실제와 실제 사이에서의 소통이 더욱 강화된다. 소셜봇은 기계의 소셜화는 물론이고 사람의 소셜화까지 강화시키고 있다.

  

 

  

서로를 흉내내기 시작한 사람과 로봇

 

이제 사람과 로봇은 서로를 흉내내고 있다. 로봇은 사람의 감성적인 측면을 이해하고 이에 반응하고 교감하기 위해 사람을 닮아가고 있다. 사람은 로봇의 완전한 기억력, 정밀함, 온라인과의 연결성 등을 닮아가려 한다. 사람과 로봇은 서로를 닮아가는 로봇화(Robotize), 인간화(Humanize)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이라크 출신의 예술가 와파 빌랄(Wafaa Bilal)은 자신의 뒤통수에 카메라를 이식하는 3rdi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이 볼 수 없었던 뒤쪽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를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림으로써 자신의 뒤통수로 보는 풍경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했다. 필립스의 콘셉트 제품인 일렉트로닉 타투(Electronic Tattoo) LED 필름을 신체에 이식해 사용자의 감정, 체온에 반응하는 동적인 문신이다.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을 얻기 위한 로봇화는 인류에게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로봇은 망각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통해 인간을 흉내내고 있다. 기계처럼 항상 동일한 자극에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닌 생명체와 같은 의외성과 자연스러움, 감성적인 충족감을 제공한다. 반더빌트 대학의 연구원들은 사람의 망각 메커니즘을 기계에 적용하기 위한 액트심플(ActSimple)이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뉴욕대 ITP 학생인 애덤 라시(Adam Lassy)의 콘셉트 디자인인 이케아 로보틱스(Ikea Robotics)는 사람이 앉기 위해 만들어진 가구가 사람을 피해 다니고 장난을 치는 모습은 마치 애완견 같다. 우리 주위의 물건들이 장난치고, 배려하고, 위협하는 모습에서 점차 사람이나 생명체 같은 모습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감성적 인터랙션을 강화

 

인터랙션의 방식은 점차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기존의 언어를 통한 인터랙션은 언어의 표현 능력으로 감정 표현에 한계가 있다. 텍스트를 통한 인터랙션의 경우는 제한된 인터랙션만을 제공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직접적인 움직임과 쓰다듬고 만질 수 있는 감성적인 접근 방식이 부각되고 있다.

 

감성은 단순히 한 가지 방식으로 제한된 인터랙션만으로는 온전히 표현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감정이나 감성의 인터랙션에서는 언어를 통한 인터랙션과 함께 얼굴 표정, 손이나 머리의 움직임 같은 비언어적인 인터랙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비언어적인 인터랙션은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인터랙션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지만, 로봇 기술은 이조차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기계와 사람 간의 인터랙션은 버튼이나 레버 같은 단순한 제어를 위한 인터페이스에서 음성이나 텍스트 같은 언어를 통한 인터페이스, 화상을 통한 인터페이스에서 더 나아가 직접 만지고 반응하는 텐저블한 인터페이스로 발전해 나간다. 이런 인터페이스의 변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로봇이다.

 

로봇의 움직임과 실재감은 멀리 있는 사람을 바로 곁에서 쓰다듬고 만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아바타로 만들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의 존재를 실제로 눈앞에 불러와 현실화하는 능력을 제공한다. 이러한 물리적인 인터랙션은 단순한 정보나 데이터의 전달이 아닌 감성과 감정을 전달하는 효율적인 도구로서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MIT 미디어랩의 나탄 린더(Natan Linder)가 선보인 LuminAR은 우리 주변의 물건들이 로봇화할 경우 어떤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로봇화된 스탠드와 피코 프로젝터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인터랙션 방식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사용자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모습에서 마치 생명체 같은 느낌을 준다.

 

어떤 정보의 전달이나 특별한 이점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닌 감성적인 자극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한정된 로봇도 등장하고 있다. 후지쓰가 개발한 로봇베어(RobotBear)는 앞에 있는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고, 앞에 사람이 없거나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잠들어버리는 등 300여 가지의 행동을 할 수 있다. 카메라와 함께 터치 센서와 압력 센서, 마이크 등을 장착해 직접적인 접촉이나 음성 등에도 반응함으로써 감성적인 인터랙션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이런 로봇은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서 심리 치료 같은 전문적인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발전해 나가고 있다.

 

 

 

MIT 미디어랩의 토드 마크오버(Tod Machover)가 작곡과 총 지휘를 맡아 지난 2009 9월 모나코에서 선보인 오페라 데스 앤드 더 파워(Death and the Power)는 로봇과 사람의 인터랙션을 적극적으로 이용함으로써 화제를 모았다. 여기서 로봇은 단순히 정해진 동작만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에 반응해 행동하고 감정을 표현한다. 로봇은 단순히 프로그래밍된 동작만 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판단하고 사람과 인터랙션함으로써 감성과 감정을 전달하고 표현하는 새로운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다.

 

증강된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제공

 

제조나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도 로봇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로봇을 이용한 감성적인 인터랙션은 보다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언어적 한계로 인한 커뮤니케이션의 오류, 감정 전달의 실패, 직접적이지 못한 단편적인 정보와 감정의 공유 등 이전의 문제점을 로봇이라는 아바타가 물리적인 움직임과 실제적인 접촉, 각종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사용함으로써 극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의 오류 속에 살고 있다. 언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언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문자화된 언어는 물론이고 음성으로도 전달하기 힘든 미묘한 감정을 눈이나 손동작을 통해 전달하기 위해서는 직접 얼굴을 보면서 하는 화상 통화 같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감정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교감하기 위해서는 2차원이 아닌 3차원적인 존재, 직접 만지고 문지르는 직접적인 접촉이 가능한 존재가 필요하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소셜봇이다.

 

최근 선보이고 있는 텔레프레즌스 로봇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건강 상의 문제로 학교에 갈 수 없는 학생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부대끼면서 만들어지는 사회화는 배울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녹스시의 린든 베이티(Lyndon Baty)라는 학생은 면역 시스템 문제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Vgo의 텔레프레즌스 로봇을 사용해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수업은 물론 웃고 떠들며 교류를 할 수 있다.

 

텔레프레즌스 로봇은 바퀴로 움직일 수도, 혹은 미래에는 다리나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며, 얼굴을 보여주는 화면, 혹은 홀로그램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상대방이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 존재감,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물리적인 인터랙션이다. 이런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텔레프레즌스 로봇은 증강된 커뮤니케이션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소셜봇을 이용한 증강된 커뮤니케이션은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교감을 나누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자기 자신과 똑같이 생긴 로봇을 만들어 화제가 됐던 오사카 대학의 히로시 이시구로(Hiroshi Ishiguro) 교수는 2010년 원격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인터랙티브 로봇인 텔레노이드 R1(Telenoid R1)을 발표하면서 또 한번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히로시 이시구로 교수와 그의 연구팀이 개발한 텔레노이드 R1은 인형 형태의 로봇을 통해 음성을 전달하고 머리와 짧은 팔을 움직임으로써 교감을 이룰 수 있다.

 

MIT 미디어랩의 시거더 온 애덜가이슨(Sigurdur Orn Adalgeirsson)이 선보인 MeBot도 비슷한 방식으로 증강된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한다. MeBot은 작은 화상회의 시스템에 바퀴와 팔을 장착한 데스크톱 텔레프레즌스 로봇이다. 바퀴를 이용해 테이블 위라는 제한된 영역에서 움직일 수 있으며, 팔 다리를 움직일 수 있다. 특히 휴대전화 같은 모바일 단말기를 적용해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MeBot은 대화하는 상대방과 좀 더 긴밀한 감정과 교감을 느낄 수 있다.

 

소셜봇은 지금까지 로봇이 제공하던 가치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가능성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밑거름이 된다. 정확, 정밀, 속도와 효율성, 강력한 힘이라는 기존 로봇에 대한 편견은 버려야 한다. 로봇은 우리 주위에서 기계와 사람, 가상의 존재와 현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인 인터랙션을 가능하게 함에 따라 감성을 전달하고 교감을 나누는 존재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트렌드연구소(METATREND Institute·www.themetatrend.com) 상품 중심의 최신 마이크로 트렌드를 분석해 전세계 주요 미디어, 글로벌 기업,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목표로 운영되는 글로벌 트렌드 연구소다.

 

 신동윤 메타트렌드미디어그룹 수석연구원 dyshin@metatrendmedia.com

 

 

 유인오 메타트렌드미디어그룹 대표이사 willbe@metatrendmedi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89호 Boosting Creativity 2020년 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