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조치는 과연 마약 관련 범죄를 없앨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아니다”이다. 유통 조직의 일망타진으로 인해 미국 내 마약 공급은 상당히 감소하겠지만, 중독성이 강한 마약의 특성상 공급의 감소가 곧바로 소비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개연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공급 감소로 치솟은 마약 값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중독자들이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범죄행위의 강도도 높아지는 상황일 것이다. 즉 마약 범죄 문제가 오히려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의 실수는?
미국 정부의 실수는 마약조직 일망타진이라는 조치가 가져올 결과를 총체적이고 복합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데 있다. 이론적 측면에서 보면 미국 정부는 ‘시스템적 사고(Systems Thinking)’를 하지 못해 엄청난 부작용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시스템적 사고는 사물을 전체적인 맥락에서(시스템적으로) 파악하고, 시스템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어떤 상호작용을 하며, 이런 상호작용이 전체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내 전체적으로 최적화하는 것을 말한다.
시스템적 사고는 제이 포레스터(Jay Fo- rester) MIT 슬론스쿨 교수가 창안한 ‘시스템 역학(Systems Dynamics)’이란 학문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시스템 역학을 공학을 넘어 인문사회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포레스터 교수의 제자인 피터 셍게(Pe ter Senge) 슬론스쿨 교수는 ‘제5경영(The Fifth Discipline)’이란 저서를 통해 시스템적 사고를 널리 알렸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이 지난 75년간 경영학 분야에서 가장 독창적인 도서 중 하나로 선정한 이 책은 조직이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5가지 수련을 설명했다. 그 중 제1수련(first discipline)이 바로 시스템적 사고다.
위의 사례처럼 시스템적 사고를 하지 못하면 최선을 다해 일한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전체성과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컨설팅과 시스템적 사고
시스템적 사고는 오늘날 기업 경영에도 커다란 시사점을 던진다. 최근 기업은 R&D 생산 물류 영업 등 각각의 부서가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던 시대를 벗어나, 가치사슬 간 또는 부서의 연계가 매우 중요한 시대로 진입했다.
R&D는 연구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기획부터 기술 및 제품개발, 테스트에 이르기 까지 모든 단계에서 마케팅과 영업 등 타 부서와 협력해야 한다. 만약 독자적으로 연구개발 활동에만 전력할 경우 애써 개발한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거나, 심하면 회사 전체에 커다란 비용 부담만 안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회사의 구성원 개개인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부서 혹은 회사 전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컨설팅과 시스템적 사고의 관계는 무엇일까? 전략컨설팅은 고객 기업의 비즈니스 이슈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다. 시스템적 사고는 컨설턴트가 고객의 비즈니스 이슈를 확인하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된다. 이를 이용하면 기업 내부에서 일어나는 개별 행위가 어떤 인과관계로 얽혀 있으며, 회사 전체(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다. 컨설턴트는 이런 과정을 통해 회사의 성과와 직결되는 이슈를 찾아낼 수 있으며, 해결책 도출을 위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핵심이 되는 것은 핵심이슈의 원인(root cause)을 찾아내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전체 최적화를 위해서는 전체를 구성하는 각 부분의 최적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성과 창출을 위해서는 각 부분의 개선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스템 사고에서의 전체 최적화는 각 부분 간의 관계를 규명하고 핵심이 되는 부분의 개선을 시도해 결국 시스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한다. 모든 이슈를 해결하려는 것은 무모한 시도이며,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시스템적 사고의 방법
시스템적 사고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인간이 원래 자연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속해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시스템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다만 인간의 언어가 주어-목적어-동사 등으로 구성된 직선적(linear) 구조를 가지고 있어 오랜 기간 동안 언어를 사용하다 보면 사고가 언어의 지배를 받아 시스템 사고, 즉 입체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시스템적 사고를 한다는 것은 단순한 기법을 익히는 것을 넘어 사고방식의 변화를 뜻한다. 컨설팅에서는 시스템적 사고를 실무에 쉽게 적용하기 위해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3단계로 이뤄진 프레임워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