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METATREND Report

공간을 다르게 보라, 새로운 가치가 온다

유인오 | 78호 (2011년 4월 Issue 1)

편집자주

메가트렌드에 비해 마이크로트렌드는 미세한 변화를 통해 파악되기 때문에 쉽게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트렌드는 기업에 블루오션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상품을 통해 마이크로트렌드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메타트렌드연구소의 최신 연구 결과를 신사업 아이디어 개발에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공간은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행위를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공간 디자인이 지난 세기까지 특정 행위를 하기 위한 용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1세기의 공간 디자인은 사람들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 놓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미 수년 전 MIT 미디어랩의 윌리엄 J. 미첼 교수는 “20세기의 건축이 사무실, 카페 등 특정 용도를 구분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의 건축은 공간의 다기능화 중심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삶의 형태가 바뀌면서 공간 디자인도 변화하고 있다. 도시화하고 복잡해질 뿐 아니라, IT기술이 급격히 발달함에 따라 사람들은 하나의 공간을 다양하게 사용하기 위한 디자인을 원하고 있다. 더불어 이제 공간 디자인은 건축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한정된 공간 속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 및 기술에 대한 요구 또한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제는공간 활용자체를 제품의 특성으로 하거나, 사용자 경험과 접목시켜 공간을 변환시키거나 뒤틀고, 지금껏 발견하지 못했던 숨겨진 공간을 찾아내 제품 디자인에 적용시키면서 공간의 활용 방식을 바꾸는 시대다. 공간을 색다르게 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소개한다.

Convertible

공간은 어디에든 존재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집에서부터 코트 주머니 속에 담긴 스마트폰의 내부까지 활용할 수 있는 공간들은 수없이 많다. 사람들은 이제 공간의 종류나 크기가 아니라 공간을 정적인 것에서 동적인 것으로 바꾸는 아이디어에 주목한다.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는 첫 번째 키워드가 컨버터블(Convertible)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품 디자인은 공간의 형태와 면적이 자유롭게 바뀔 수 있도록 구성한다. 본래 사용자의 생활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고안된 방식이지만 오히려 이것이 제품 디자인의 새로운 접근법이 된다.

나오키 카와모토(naokikawamoto.com)는 일반적인 오리가미(종이접기)와 일본 종이 공예의 이름인 후로시키(Furoshiki)를 더한 오리시키 콘셉트 디자인을 공개했다. 그가 제작한 클러치백, 슈트 케이스 등은 평소에는 기하학적이며 입체감을 물씬 풍기는 가방의 모습이지만 사용자의 손에 의해 순식간에 평면의 패널로 변화한다. 접고 펼 수 있는 오리가미의 장점을 사용해 2D 3D를 자유롭게 오가는 것이다. 공간을 변환할 수 있는 것, 동적인 것으로 생각한 결과가 강한 개성을 가진 제품 디자인으로 이어진다.

컨버터블은 제품 디자인의 심미적 가치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지금까지 제품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능을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보통 슈트 케이스는 여행 중에는 옷을 담는 충분한 공간이 되지만 집에서는 큰 덩치로 공간을 낭비한다. 반면 오리시키 슈트 케이스는 실내 보관 시 옷과 함께 펼쳐서 옷걸이에 걸어둘 수 있다. 여행 중에는 옷을 담는 공간을 제공하고 집에서는 형태를 바꿔 집의 공간을 더 넓혀준다. 이처럼 옷걸이에 슈트 케이스를 걸어서 보관하는 것은 공간 변환의 시도가 없었다면 나오지 못할 새로운 기능이다.

크리스천 율리치 라센의 콘셉트 디자인 작품, 플립 폰 역시 2D 3D를 자유롭게 오가며 기존 스마트 폰들이 가질 수 없었던 다양한 기능을 창조해낸다. 플립 폰은 평소에는 평평한 풀 터치스크린 방식의 스마트폰이지만, 사용자가 손으로 양끝을 누르면 삼각 기둥 형태로 변형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실제로 사람이 사용하는 면은 메인 스크린 단 하나뿐이지만 플립 폰은 간단한 조작만으로 한 번에 3개의 면을 사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2명이 동시에 2가지 화면을 보거나 제품을 세로로 세워 꽃병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공간의 변형으로 면의 수를 늘려나갈수록 새로운 기능이 늘어나는 셈이다.

대니 쿠오(www.dannykuo.com)의 스테어 케이스는 평소에는 높게 쌓인 서랍장이지만 사람이 직접 한 칸씩 앞으로 빼내어 계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고안된 디자인이 독특한 가구의 형태가 됐으며 사용자가 높은 서랍에 손을 뻗지 않고 직접 올라갈 수 있는 편의성도 확보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선보이고 있는 일명, 트랜스폼 퍼니처(Transform Furniture)들은 모두 이런 특성을 갖고있다. 리소스 퍼니처(Resource Furniture)의 가구 제품인 스페이스 세이버(Space Saver)는 의자, 침대, 테이블 등 다양한 가구들이 평상시에는 작게 접혀 있다가 사람의 간단한 조작에 의해 커다랗게 펼쳐지는 형태다. 접고 펼치는 과정에서 자잘한 충돌이 없도록 스페이스 세이버 제품군은 모두 미니멀한 디자인이다. 또 변환 기능을 교묘하게 숨겨서 주변 인테리어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Intersectional

일정 공간을 구성하려면 여러 개의 면을 조합해야 하고, 면들이 만나면 그 사이에는 반드시 교차선(Cross Line) 또는 경계선(Boundary Line)이 생긴다. 공간 활용에 대한 깊은 고찰과 다양한 실험을 반복한 결과 제품 디자이너들은 인터섹셔널(Intersectional)이라는 키워드를 끌어냈다. 미적 기준이나 기능면에서도 부수적 요소로 다뤄졌던 교차선, 경계선이 핵심적 요소로 부상한 것이다. 예를 들면, 힌지(Hinge) 부분이나 각(Angle)을 디자인 주제로 사용하는 셈이다.

엠레 바키어와 무스타파 카라쿠스가 고안한 모노리스라는 콘셉트 제품은 탁상 시계의 디자인을 공간적으로 해석한 후, 면이 접히는 각에 시침과 분침을 배치했다. 평면이 아닌 입체 공간 속에 시간이 배치되자 완전히 새로운 시계 디자인이 만들어졌다. 모노리스는 제품을 배치하기에 부적합해 보이는 구석진 곳에도 둘 수 있으며 여러 대의 조합으로 독특한 인테리어를 창출한다.

교차선, 경계선의 활용은 기존 제품 디자인을 혁신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사물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거나 각각의 면에 디자인 요소를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 갖고 있는 모서리에서 힌트를 얻기 때문이다. 응용해볼 만한 교차선, 경계선의 수는 계속 늘어난다.

IT 분야에서도 교차선의 응용이 가능하다. 사람의 자연스러운 손 움직임으로 조작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이 대중화되면서 다수의 터치스크린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터치스크린끼리 접합되는 부분은 보통 힌지 구조로 만들어지지만 RWTH 아첸 대학교의 미디어 컴퓨팅 그룹은 이곳에 기능을 부여했다. 그들이 제작한 벤드 데스크는 90도로 휘어진 터치스크린이 탑재돼 휘어진 그 교차선을 상하 디스플레이가 교류하는 중간 지점으로 사용한다. 자주 쓰는 애플리케이션을 모아두거나 작업하던 문서, 사진 등을 올려두는 또 하나의 공간이 된 것이다.

듀얼 터치스크린 구조의 태블릿 디바이스나 랩톱이라면 스크린끼리 접합되는 부분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롤 플레잉 게임을 하는 중이라면 이곳은 아이템을 보여주는 인벤토리가 되고, 웹서핑 중에는 각종 SNS의 메시지를 순차적으로 보여주거나 방문한 웹사이트들의 기록을 보여주는 창으로 쓸 수 있다.

Hidden

숨겨진 마이크로 공간을 찾아서 응용할 수 있다.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커다란 공간은 누구나 인지할 수 있지만 정작 사람들 바로 앞에 있는 작은 공간은 찾기 어렵다. 그러나 세심한 시선으로 공간에 대한 인지력을 가지면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마이크로한 공간을 발견해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이팅쳉(www.yitingcheng.com)은 시크릿 스태시라는 가구 디자인을 통해 숨겨진 공간 찾기의 매력을 강조한다. 이 가구들은 그냥 보기에는 얇고 심플한 디자인의 책상과 이동식 책장처럼 생겼지만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서랍이 있다. 얇은 책상의 앞부분을 잡아 당기면 작은 개인 물품들이 숨겨진 선반이 드러나며, 이동식 책장은 옆면이 열리면서 또 다른 책과 잡지를 보여준다.

시크릿 스태시 가구들의 서랍은 그야말로 마이크로 단위의 공간이다. 과연 그만한 넓이의 공간을 확보해서 사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의심이 들 정도로 작은 면적이다. 숨겨진 공간의 발견이 적용된 시크릿 스태시는 이미 보통의 가구가 아닌, ‘소중함이 잘 압축된 새로운 장르의 소품이다.

숨겨진 공간을 발견하고 사용하는 것과 작은 공간에 무언가를 숨기는 것 모두 독특한 사용자 경험이다. 제품의 실용성을 떠나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면 숨겨진 공간은 더욱 재미있는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가 의도적으로 제품 속에 스토리를 숨겨두거나, 숨겨져 있던 공간을 제품 사용자가 마음대로 꾸밀 수 있게 한다. 히데유키 나카야마(www.hideyukinakayama.com)와 유니온(UNION, www.artunion.co.jp)이 협동해 만든 룸 인 더 글래스 글로브는 숨겨진 공간에 대한 독창적 해석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그는 본래 공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곳인 문 손잡이에서 공간을 찾아냈다. 방 안의 풍경이 반투명한 문 손잡이 속으로 비쳐 보이는 것이다. 숨겨진 공간에 대한 창의적 발견으로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방의 모습이 그대로 문 손잡이 속 공간에 압축됐다.

Moving

개인화된 공간을 모듈화하고 이동할 수 있다. 개인의 목적과 취향에 맞춰 모든 것이 구성된 공간은 새로운 변화를 주기 어렵다. 재그너펄트 밀턴(www.jagnefaltmilton.com)이 그려낸 도시 계획 설계에서는 개인적인 공간을 그대로 유지하되 그것을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만들어 주변 환경을 바꿀 수 있다. 기존 마을에 설치돼 있는 열차 선로 위에 각기 다른 형태를 가진 주거 공간을 올려 이동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인 롤링 마스터 플랜은 도시 계획 대상이 된 마을의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 관광 요소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쉽게 변할 수 없는 개인화된 공간에 변화를 주려면 주변 환경을 교체하면 된다. 이를 위해 공간을 복잡하지 않은 모듈로 만들고 이동성을 추가한다. 롤링 마스터 플랜은 실제로 적용되지는 않았지만공간과 환경의 매칭이 서비스 디자인이다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 일반적인 관광지는 숙박 시설과 관광 지역이 떨어져 있어 사람들이 직접 걸어나가야 하지만, 이동하는 모듈 방식의 숙박 시설은 사람들을 원하는 풍경 속에 있도록 해준다. 원한다면 숙박 시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동시켜 다른 환경을 만끽해도 된다. 공간의 이동이 곧 새로운 환경과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사람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Abandoned

때로는 공간이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기도 한다. 건축 디자이너들이 새롭게 시선을 모으고 있는 곳은 도시 중심부를 약간 벗어난 곳으로 버려진 공간이다. 한국의 서울에 위치한 카페, 앤트러사이트는 버려진 공장 건물을 그대로 사용한다. 공장 안에 있던 기계들을 빼자 드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약간 허물어진 벽, 거칠게 드러난 구조물은 카페 주인의 디자인 센스에 의해 빈티지 아트처럼 다듬어졌다. 버려진 공간은 넓게 쓸 수 있다. 이 덕분에 앤트러사이트는공간 버리기를 또 하나의 디자인 테마로 갖는다. 매우 높게 설계된 천장은 완전히 비어있으며 오로지 방문객들의 마음에 여유를 주는 역할만 수행한다. 테이블을 많이 배치해 손님을 더 불러모을 수도 있었지만 소수의 큰 테이블 몇 개만 배치했다. 사람들은 이 카페 속에서 자신의 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공간 버리기의 여유로움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앤토니오 라밸리(www.antonio-ravalli.it)도 기존의 공장 건물을 새롭게 꾸며 유스호스텔인 미노(MiNO)를 만들었다. 버려진 공간을 십분 활용해 높은 천장과 탁 트인 내부 디자인을 완성시켰다. 미노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유동적인 파티션이다. 사람들이 머무는 객실의 벽을 모두 천 소재로 만들어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공간의 면적이나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했다.

메타트렌드연구소(METATREND Institute·www.themetatrend.com) 상품 중심의 최신 마이크로 트렌드를 분석해 전 세계 주요 미디어, 글로벌 기업,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목표로 운영되는 글로벌 트렌드 연구소다.

유인오 메타트렌드미디어그룹 대표이사 willbe@metatrendmedia.com

신동윤 메타트렌드미디어그룹 수석연구원 dyshin@metatrendmedia.com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