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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전략

간디식 혁신: 동반성장의 야심을 현실로…

C.K. 프라할라드,R.A. 마셸카 | 77호 (2011년 3월 Issue 2)

 

경기 침체기에 쑥 들어갔던 ‘혁신(innovation)’이 되살아나고 있다. 기업들이 꼽는 우선순위 사업 목록에 다시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혁신 절차는 무리하게 시동이 걸린 녹슨 엔진처럼 뿌연 연기만 내뿜고 있을 뿐이다. 혁신을 규정하는 환경이 완전히 바뀌면서 전통적 의미의 혁신은 이제 내연기관처럼 구닥다리로 전락할 운명이다. 이런 변화에 둔감한 순진한 기업들도 같은 운명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혁신 프로그램은 풍요와 풍족의 시대를 가정하고 있다. 많을수록 좋다는 식이다. 경영대학원에서 배우는 기본원칙도 최대한의 수익 추구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 유럽에서 불경기로 휘청거리는 소비자들을 목격하고 있다. 이들은 보다 저렴하거나 가격 대비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원한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향후 10년간 20억∼30억의 신흥 중산층이 양산될 것이다. 또 난생 처음 구매력을 갖게 된 수십억 명의 소비자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살 수 있는 것은 값싼 상품뿐이다. 반면, 선진국과 개도국의 젊은 부유층은 환경 친화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요구한다. 고급 제품이나 풍요가 아닌, 합리적 가격과 지속 가능성이 오늘날 혁신의 화두가 된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직면한 기업들은 적은 자원으로 많은 제품을 생산해 이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인재를 찾아야 한다. 기업이 이렇게 세계화에 박차를 가할수록 지식 네트워크와 공급망은 더욱 복잡해지고 국가 간 의존성은 증가할 것이다. 제품 및 서비스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생산과정을 통해 전 세계의 더 많은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해 그에 대한 결과물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혁신가가 궁극적으로 꿈꿔야 할 목표가 돼야 한다.
 
연구 결과 많은 서구 기업들은 이런 변화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일부 개도국 기업들이 혁신의 길을 성공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이들은 저렴한 제품을 설계하고 아주 적은 자본으로 대량생산에 나선다. 그 결과 분당 1센트의 통화료, 30달러짜리 백내장 수술, 2000달러짜리 자동차 등 믿기 힘든 가격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자본, 기술, 인재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신흥시장의 대담한 기업가들은 기존 통념을 뒤집고 살아남는 것이다. 환경적 제약과 위대한 야망이 결합해서 새로운 혁신의 불꽃이 점화된 것이다.
 
이런 변화를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국가가 인도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인도는 혁신과는 거리가 먼 국가였다. 그래서 ‘기원 후 500년경 숫자 0의 개념을 만들어낸 인도의 한 수학자는 놀라운 예지력을 가졌다. 그는 인도에서 발생할 혁신의 숫자를 정확히 맞췄기 때문’이라는 농담이 인도인들 사이에서 유행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우스갯소리가 통하지 않는다. 영리한 인도 기업들이 신기술과 과감한 사업모델로 혁신에 나서 대중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급망 관리, 인재 모집, 새로운 경영환경 구축에 이르기까지 가치사슬의 거의 모든 요소를 혁신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를 인도의 ‘주가드(jugaad)’ 전통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주가드’는 새로운 대안이나 임기응변 또는 임시변통으로 자원 부족을 극복하고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인도 특유의 정신을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혁신을 위해 품질이 희생될 수도 있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그래서 우리는 ‘주가드’ 대신 ‘간디식 혁신(Gandhian innovation)’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간디식 혁신’이라고 지칭한 이유는 이런 유형의 혁신에 “만인의 편익을 위한 과학적 혁신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와 “지구는 모든 이의 필요(every man’s need)를 충족시킬 만큼만 베푼다. 인류의 탐욕(every man’s greed)까지 채워주지는 않는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두 가지 화두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수용성(Affordability)과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은 60년 전 간디가 내세웠던 원칙이었다. 인도 기업들은 최근 이 화두의 힘을 재발견하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 우리는 인도에서 간디식 혁명을 이끌어낸 요인을 살펴보고 경영진의 이해를 도울 프레임워크와 전 세계 모든 기업이 간디식 혁신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간디식 혁신의 세 가지 유형
지난 3년간 우리는 정부 지원 등을 받아 인도의 기업과 조직들이 어떻게 혁신 하고 있는가를 면밀히 조사해 왔다. 중견기업은 물론 신생기업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조사결과 혁신은 일부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자동차 제조와 신약 개발, 의료, 가죽 가공, 무선통신, 석유 탐사, 소매 유통, 슈퍼컴퓨팅, 정수, 풍력 등 다양한 제조 및 서비스 부문에서 이뤄졌다. 각각의 경우마다 투입 자본과 노동량이 달랐다.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과감할 정도로 혁신을 추진했다는 점뿐이었다.
 
산업별 혁신의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분석에 도움이 되는 두 개의 변수를 찾아냈다. 첫째는 당연히 혁신과 관련된 기술의 출처였다. 기술은 외부에서 들여올 수 있다. 또는 기존 기술을 새로 수정하거나 다른 기술과 결합시킬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아예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조직의 강점과 기술, 지식 등으로 표현되는 조직 역량이었다. 여기에는 기존 역량을 더 낮은 비용으로 활용해서 사업 모델을 개발하거나 역량 자체를 새롭게 구축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기존 역량을 수정하는 중간 방법도 있다.(자료 ‘인도의 혁신 방법’ 참조) 우리는 두 가지 변수를 기반으로 세 가지 유형의 간디식 혁신을 도출해 냈다.
 
기존 사업 모델 파괴 인도 기업은 서구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업계의 비용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했다. 일례로 사티암(Satyam), 와이프로, 인포시스, TCS, HCL 등의 IT 소프트웨어 서비스업체들은 표준 하드웨어를 사용하면서도 인재 중심의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들은 업무를 세분화한 다음 대부분의 업무를 아웃소싱해서 인도의 역량 있는 엔지니어들을 저렴한 비용에 활용한다. 아웃소싱 업체들은 세계 소프트웨어 산업의 6%밖에 차지하지 못할 정도로 비중은 낮지만 업계의 역학 구조를 바꿔놓을 정도로 엄청난 업적을 이뤘다. (처음에는 낮은 비용을 강조하던 아웃소싱 업체들은 이후 품질 프로세스를 개선해 나갔다. 지금은 비즈니스 솔루션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
 
조직 역량 조정 여러 기술을 종합한 설계 기술이나 대규모 자원을 신속하게 배치하는 방법으로 자사 역량을 새롭게 창출하는 기업도 있다. 일례로 타타그룹 산하 컴퓨터연구소 CRL(Computational Research Laboratories)은 2007년 아시아 1위(세계 4위)의 컴퓨팅 속도를 자랑하면서도 표준화된 부품을 사용한 초고속 컴퓨터 에카(Eka)를 개발했다. (2009년 11월 에카의 컴퓨팅 속도는 세계 26위다.) CRL 엔지니어는 컴퓨팅 코어(편집자 주: 주요 처리회로) 배치를 위해 기존처럼 냉기 통로와 열기 통로를 번갈아 배열하는 대신 원형에 가까운 레이아웃을 적용했다. 또 기존 서버와 리눅스 운영체제, DDR(dual data-rate) 광섬유기술 등 초고속 슈퍼컴퓨터에는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던 기술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그 결과 개발비가 2000만 달러 이하로 줄었다. 다른 슈퍼컴퓨터와 비교해 냉각 장비 비용은 50%, 운영비는 20% 절감됐다. CRL은 슈퍼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한 세계 최초의 기관이기도 하다. 보잉과 타타 자동차를 비롯한 40개 기업이 매년 에카 서비스를 빌려 사용한다. 현재 CRL은 슈퍼컴퓨터의 처리 능력을 5배 향상시키기 위한 ‘에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Synthesize Technologies 다수의 기술 결합
인도 응급관리연구소 EMRI는 첨단 통신, 컴퓨팅, 의료, 운송 기술을 결합해
부족, 시골, 도심 지역에서 응급 의료 서비스의 대부분을 무료로 제공한다

 

새로운 역량 창출 혹은 조달 인도의 사업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하거나 기존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더 나아가 새로운 역량을 창출하거나 취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술 개발이나 전문성 획득을 위해 다른 업체와 협력해야 할 때도 많았다. 타타 자동차도 이런 방식으로 2000달러짜리 자동차 나노(Nano)를 개발했다. 타타 자동차는 나노에 적합한 부품 개발과 생산을 위해 부품마다 서로 다른 다국적 기업이나 현지 기업과 손을 잡았다. 엔진 관리 시스템을 위해서는 독일 보쉬와 협업했고, 자동차 외관과 스타일 디자인은 이탈리아 I.DE.A 연구소 및 트릴릭스(Trilix)와 함께 일했다. 가벼운 조향 차축 개발은 인도의 소나 코요(Sona Koyo), 좌석 시스템은 미국 존슨 컨트롤, 엔진 냉각 모듈은 일본 도요(Toyo), 난방·환기·에어컨 시스템은 독일 베어(Behr), 내구성이 강화된 후면 타이어 개발을 위해서는 인도 현지의 마드라스 고무 공장과 손을 잡았다.
 
이 세 가지 유형의 간디식 혁신은 제품(Product), 절차(Process), 포장(Packaging), 가격(Price) 등 전통적 혁신의 어느 부문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새로운 방법으로 이 모든 분야를 동시에 다루며, 경영진이 여기저기 만들어놓은 개별적인 혁신 부문을 통합한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 내용을 살펴본다.
 
기존 사업 구조를 파괴한 혁신
1991년 인도 시장이 외국인 자본과 기술에 개방됐다. 이후 첨단기술을 개발하지 않고도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해 산업의 경제구도를 바꾼 기업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성능 대비 저렴한 가격을 설정하고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을 바꿨다. 제품 및 서비스 개발과 공급을 위해 새로운 기반시설이 필요한 경우 이들 기업은 독자적인 혁신 생태계(innovation ecosystem)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례가 바로 바르티 에어텔(Bharti Airtel)이다. 바르티 에어텔은 1995년 정부 입찰에서 델리의 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경쟁업체와 마찬가지로 정부에 엄청난 전파 이용비를 지급하고 송신탑과 이동통신망, 요금청구 및 고객만족센터를 비롯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 이렇게 들어가는 엄청난 고정비용의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이 결과 오랫동안 가입자에게 높은 이용요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었다. 2002년 신규 이동통신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했을 때 바르티 에어텔의 자본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바르티 에어텔의 최고 경영진은 고가전략만으로는 가입자 기반을 빠르게 확장하거나 기존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들은 전세계 모든 이동통신 사업자와 분석가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입자 1명당 평균수입(ARPU)이 고객 매력도를 정확히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ARPU가 극히 낮은 가입자라도 수백만 명만 확보할 수 있다면 수익성이 높은 수천 명 가입자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면 가격부터 크게 내려야 했다. 경영진은 대량생산 공장과 흡사한 사업 모델을 무선통화시간에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총수입(gross revenue)과 수익(profit), 총수입 대비 운영비용(운영 효율성 추적 지표), 자본지출 대비 수입(자본 생산성 확인 지표)의 세 가지 수치에 집중했다. ARPU 대신 총수익으로 눈을 돌린 바르티 에어텔은 소수의 고객 세분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인도 전체 인구로 시장 범위를 확장했다.
 
바르티 에어텔은 자본 집약적 이동통신 산업에서 자금 걱정 없이 성장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다른 이동통신사업자처럼 수직 통합된 기업 구조 대신 6개 부서(고객관리, 직원 동기부여, 재무관리, 규제 업무, 브랜드 관리, 전략 개발)를 제외한 모든 부서를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했다. 2004년 월 매출의 일정 비율 지급 및 월 최소 지급액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IT서비스 부서를 IBM에 아웃소싱했다. IBM이 받는 서비스 수수료를 바르티 에어텔의 성장률과 연동시켰다. 이는 협력업체의 이해관계를 바르티 에어텔과 일치시키기 위한 것이다. 매출이 계속 증가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IBM에 지급하는 수수료 비율이 조금씩 하락하도록 설계해 회사가 규모의 경제가 주는 혜택을 그대로 누릴 수 있게 했다. 바르티 에어텔은 네트워크 장비 협력업체 에릭슨과 노키아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네트워크 장비의 값을 장비에 대한 가격이 아니라 장비 사용량인 얼랑(erlang, 단위시간당 트래픽량)을 기준으로 지불하기로 한 것이다. 네트워크 장비의 설치 시기 및 장소는 바르티 에어텔이 결정했지만, 장비의 설치와 관리, 운영은 협력업체의 몫이었다. 이렇게 해서 적은 장비로 최대한의 트래픽을 확보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에릭슨과 노키아가 설치한 장비는 바르티 에어텔이 갖게 된다. 바르티 에어텔은 설치된 장비를 최대한 활용해야만 한다. 바르티 에어텔은 통화 끊김, 차단 통화, 네트워크 접근성, 통화 품질 등을 기준으로 네트워크의 품질을 측정했다. 이런 방식으로 고정비 및 지출 자본을 운영비로 전환해 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 바르티 에어텔은 또 개발업체가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을 수정할 수 있는 사이트(Airtel Open Developer Community)를 다수의 소프트웨어 업체에 개방했다. 이와 함께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해서 잠재적 협력업체의 역량을 면밀히 조사하고, 부가가치 서비스를 관리하는 절차를 수립했다.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발견하면 한꺼번에 비용을 지급하고 구매하기보다 해당 서비스가 창출하는 매출을 기반으로 개발업체에 특정 비율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렇게 해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바르티 에어텔은 성장을 위해서는 유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유통 채널을 직접 구축할 여유가 없었다. 이 회사는 50년 이상 인도 시장에서 활동해온 고드레지(Godrej), 유니레버와 같은 소비재 기업의 유통업체를 활용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바르티 에어텔은 약 1만여 개의 유통업체에 관할 구역을 할당해주고 다른 이동통신사 상품 판매를 금지했다. 유통업체는 바르티 에어텔 상품을 선불로 구매하고 경쟁 이동통신사 상품을 판매할 가능성이 있는 소매업체에 신용판매로 상품을 제공했다. 그 결과 2009년 바르티 에어텔의 선불 및 후불 이동통신 카드를 판매하는 소매점의 수는 무려 100만 개로 늘었다. 2012년까지 이 수는 갑절로 증가할 전망이다. 바르티 에어텔은 또 시골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인도 최대의 소액대출기관 SKS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회사는 가난한 시골 주민들이 25개월 할부 조건으로 한 달에 85루피(편집자 주: 약 2114원)씩 내고 노키아 1650 휴대전화 모델을 구매하도록 지원한다. 또한, 인도영농인비료조합(Indian Farmers Fertiliser Cooperative, IFFCO)과 제휴해 IFFCO 소매 판매점에서 가입자 정보를 탑재한 공동브랜드 SIM(subscriber identity module) 카드를 판매한다. 농부들은 시장 가격과 영농 기법, 날씨 예보, 비료 공급량 등에 대한 무료 음성 정보를 매일 3건씩 받아볼 수 있다.
 
비용을 절감할 수만 있다면 바르티 에어텔은 경쟁업체와도 손을 잡는다. 시골 지역으로 시장을 확장하려면 통신탑이나 에어컨 시설, 발전기 등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인구 밀도가 낮은 시골 지역에서 이는 엄청난 낭비가 될 수 있다. 비용이 너무 높아지면 차별화된 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바르티 에어텔은 경쟁업체 보다폰, 아이디어(Idea)와 기반시설을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바르티 에어텔은 2007년 12월 보다폰과 각각 42%의 지분을 나눠 갖고 나머지 16%의 지분을 아이디어에 주는 인더스 통신탑 건설 계약에 서명했다. 이를 통해 세 회사는 인프라 구축비용을 분담하고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비를 절감했다.
 
차별화된 사업 모델 덕분에 바르티 에어텔은 분당 1센트라는 파격적 통화요금을 제공할 수 있었다. 중국의 분당 통화료가 2센트이고 미국은 8센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최저 가격의 이동통신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약 1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바르티 에어텔은 2012년까지 가입자 수를 2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자 놀라운 성과가 이어졌다. 2003년 -2.25%였던 영업 마진은 2008년 28.3%로 급등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도 바르티 에어텔은 2008년 72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매출이 무려 43%나 늘었다. 2009년 미국 시장의 ARPU는 50달러였던 반면 인도 ARPU는 5.95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바르티 에어텔은 투자 수익률 27%, 세전 수익 20억 4000만 달러, 보유 현금 9억 6300만 달러에 부채도 없다. 이 회사는 2009년 전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이동통신사로 꼽혔다. 이제 업종을 불문하고 세계 모든 기업이 바르티 에어텔의 성공 모델을 배우려고 애쓰고 있다.
 
기술 통합으로 이뤄낸 혁신
첨단 기술을 종합해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을 창출한 인도 기업도 있다. 이들은 규모를 빠르게 확대하면서도 민관 파트너십 등의 재원 조달 방식을 통해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 이들 기업은 외부 전문 연구소의 지식을 활용하거나 스스로 차별화된 연구 역량을 확보해 인도의 새로운 표준을 확립하는 경우가 많았다.
 
응급 의료 서비스를 예로 들어 보자. 미국의 911 서비스는 응급 상황이 발생하는 순간 곧장 현장에 앰뷸런스를 보낸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대도시에서 활동하는 앰뷸런스 업체들은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규모가 작고 혁신을 위해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다. 인도에서도 2004년 라주(Raju) 형제가 응급관리회사 EMRI(Emergency Management and Research Institute)를 설립했다(현재 라주 형제는 사티얌 컴퓨터 서비스의 자금 횡령 혐의로 수감 중이다). 인도에는 민간 응급의료업체가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인도 기업 GVK에 인수된 EMRI는 통신, 컴퓨팅, 의학 및 운송 등에서의 최신 기술을 종합해 저렴한(대부분 무료인) 응급 서비스를 도시, 시골, 부족 지역에 제공하고 있다.
 
EMRI는 응급 대응을 어렵게 하는 인도의 물리적·문화적·언어적 장벽을 해결하는 혁신적 방안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도 국민에게 응급 상황에서는 1-0-8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도록 교육시켜야 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임산부가 진통을 느껴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은 여성들이 가정에서 의료진의 도움 없이 출산하기 때문이다. EMRI는 인도 국민의 10%가 응급 상황 속에서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구조 요청 번호를 알려주는 동시에 응급 상황을 인지하고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했다.
 
서구의 응급 서비스업체와 달리, EMRI는 앰뷸런스를 직접 설계하고 구급 대원을 훈련시키는 한편 인도 상황에 맞는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했다. 가장 중요한 기반시설은 각 주마다 있는 콜 센터의 지원을 받는 컴퓨터 네트워크다. 200명의 전화 교환원이 1-0-8 응급 전화를 받고 이를 4000명의 현장 직원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모두 이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다. 전화가 오면 교환원은 명확하게 수립된 절차에 따라 응급 여부를 살핀다. 응급 상황에 해당하면 의료 요원과 경찰, 소방대원 중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결정한다. 응급 환자의 80%가 병원 도착 후 1시간 내에 숨지기 때문에 첫 1시간 동안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인도에서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안내 시스템의 작동이 불안정하다. 그래서 환자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첫 단계는 응급 상황이 벌어진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응급 전화 안내원은 응급 상황의 성격과 심각성을 파악하고 앰뷸런스 위치에 따른 동선 최적화 알고리즘을 이용해 앰뷸런스를 지정하고 경로를 설정한다. 앰뷸런스가 출동하면 전화 안내원은 해당 앰뷸런스의 응급 구조요원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자료를 전달한다. 또 구조요원 중 1명을 신고자와 연결시켜 응급 상황 속에서 경황이 없는 신고자가 혼자라고 느끼지 않도록 대화를 나누게 한다. 전화 안내원이 이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0∼90초다. EMRI는 이 시간을 60초로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EMRI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륜차로 구조팀을 먼저 보내는 실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륜차는 앰뷸런스보다 빠르게 자동차 사이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응급 치료를 더 빨리 제공할 수 있다.
 
EMRI는 민관 파트너십이 조직 운영에 필수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인도 병원 대다수가 국립병원이기 때문에 소방서, 경찰서뿐 아니라 정부와의 파트너십은 필수다. 또한, 국민을 교육하는 데 정부의 도움이 매우 중요하다. EMRI는 정책입안자와 관료의 간섭을 막기 위해 법률 상 민간 재단의 형태를 띤다. 그러나 재원의 95%는 주 정부의 예산에서 나온다. 파트너십 및 제휴가 EMRI의 운영을 위한 전략적 최우선 순위에 해당한다. EMRI는 전국응급번호협회(National Emergency Number Association), 미국 인도계 의사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Physicians of Indian Origin), 카네기멜론대, 충격 및 외상치료센터, 전미응급치료연구학회 인도지부(American Academy for Emergency Medicine in India), 스탠퍼드대(EMRI와 응급치료 2년 석사 과정 공동 개발) 등 미국 기관뿐 아니라 싱가포르 헬스 서비스, 독일 지오메드 리서치(Geomed Research)와도 제휴 관계를 구축했다.
 
지난 4년간 급성장한 EMRI는 현재 구자라트, 유타락핸드, 고아, 첸나이, 라자스탄, 카르나타카, 아삼 지역의 3억 6600만 주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매일 6만∼8만 건의 응급 통화를 처리한다. 직원 1만1000명에 앰뷸런스 2600대를 보유하고 매일 7만 건의 응급 상황을 처리하며 110명의 생명을 구조하는데, 규모로만 보면 세계 최대 응급구조회사다. 30분 내 응급 장소에 도착한다는 목표를 정한 EMRI의 현재 응급 대응 시간은 도심에서는 평균 14분, 시골은 31분, 부족 지역은 28분이다. EMRI의 환자 1명당 인프라 건설 비용은 50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은 환자 1명당 100달러나 된다. 미국에서는 600∼800달러인 앰뷸런스 이용비도 인도에서는 1건당 15달러 정도다.
 
  TIP  혁신, 제대로 하자
1.기존 제품과 서비스로는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소외 시장에 강한 책임감을 가진다
2.비전을 명확히 한 후 이를 표현하고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인다
3.기업가 정신을 촉진하기 위해 매우 야심 찬 목표를 세운다
4.제한 요소는 언제나 존재하며, 창의성은 그 속에서 발휘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5.주주 이익이나 수익이 아니라 사람에 집중한다

 

EMRI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산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응급 대처에 대한 지식과 관행을 개선하고 응급 치료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최고 기관으로 성장하고 있다. 모든 신고 전화를 자료로 남겨두고 데이터를 분석해서 지역별 공공 의료의 특성을 보고서로 작성하기도 한다. 인도 최초로 의료 응급 상황의 계절성과 시기, 성격 등을 분석한 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심장마비나 교통사고, 임산부, 뱀에 물리거나 자살 시도를 한 경우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앰뷸런스에서 병원으로 환자 자료를 전달하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연구센터를 통해 응급 관리에 관한 기존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신기술 개발로 이어진 혁신
인도의 많은 기업들이 신규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자본을 투자한다. 투자의 목표는 대개 한정된 자본으로 저렴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들이 성공을 거두는 이유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는 혁신적 방법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제약 회사의 신약 개발은 연구실에서 시작해 병원 임상실험으로 진행된다. 신약을 실제 임상 환경에서 사용하려면 실험과 검증, 확인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10∼12년의 기간,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는 길고도 지난한 과정이다. 그래서 인도 정책 입안자와 과학자들은 보다 신속하고 저렴하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진행 방향을 거꾸로 돌리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다시 말해 병원에서 연구소, 다시 병원으로 연구 진행 과정을 바꾼 것이다. 정성적 임상자료를 이용해 필요한 약물 제조공식을 개발하고, 이를 전임상과 임상 단계를 거쳐 실험하자는 생각이다.
 
일례로, 만성 피부질환 건선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전 세계 인구의 2% 정도다. 건선 치료를 위해 지출되는 돈은 연간 50억 달러에 이른다. 치료법으로는 단세포군항체(monoclonal antibody) 치료법이 있는데, 비용이 무려 1만 5000∼2만 달러나 된다. 효과는 좋지만 대부분의 인도인에게는 너무 비싼 치료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 유명 제약업체 중 하나인 루핀(Lupin)이 약초 성분이 함유된 신약 개발 계획을 밝히자 인도 전통 의술 싯다(Siddha) 시술자가 건선 치료법을 알고 있다며 연락을 해왔다. 수 세대에 걸쳐 가계에 전해 내려온 비법인데, 멕시코 가시양귀비에서 짜낸 즙으로 건선을 완치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임상 자료는 없었지만 루핀은 그와 협력해 신약 개발에 나섰다. 2000년 초 첫 실험을 시작했다. 실험에 참여한 피부전문의들은 건선 부위 및 심각도 지수 등과 같은 정량적 수치를 통해 치료 성공 정도를 평가했다. 약초로 만든 약물 치료에 참여한 환자들은 병이 치료됐을 뿐 아니라 3년간 재발하지도 않았다. 2003년 1월 인도 정부는 프로젝트 다음 단계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중앙약물연구소(Central Drug Research Institute), 국립제약교육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Pharmaceutical Education and Research) 등 국영 연구소 2곳과의 파트너십도 주선했다.
 
이 기관들은 미국 식약청 지침에 따라 3단계에 걸쳐 약물 개발을 진행했다. 1단계에서는 치료 기제를 밝혀내기 위해 활성 요소를 파악하고, 질병 치료와 예방을 가능케 해주는 안전한 경구용 건선치료제를 만들었다. 약물 안전 및 독성 평가가 완료된 후에는 인도 식약청(Drug Controller General)의 실험 승인을 받았고, 적정 복용량을 결정했다. 이후에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실시했다. 2007년 4월 완료된 2단계에서는 증상이 중간 정도이거나 심한 환자를 복용량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누어 약물의 안전성과 효력을 테스트했다. 루핀은 마지막 단계에 있는 무작위 다기관 실험군-대조군 실험을 2010년 3월에 완료했고, 2010년 말 신약을 내놓기로 했다.
 
건선 약 개발에 루핀이 투자한 시간은 8년이고 투입한 비용은 1000만 달러다. 통상적으로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 및 비용과 비교하면 극히 낮다. 게다가 루핀이 개발한 약물로 치료를 받으면 지불 비용도 환자 1명당 100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건선 치료비는 1만 5000달러나 된다. 인도 시장은 미국보다 규모가 크지만 단위 가치는 낮다. 일례로 미국에서 2.7달러에 판매되는 화이자의 리피토(Lipitor)는 인도에서 90센트에 팔린다. 인도 제약업체 란박시가 개발한 유사 약물 아토바스타틴(Atorvastatin)이 90센트에 판매되기 때문이다. 의료 현장에서 연구소로 거슬러 올라가는 약물 개발 과정이 점차 뿌리를 내리면서 인도 제약업체들은 암과 관절염,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등의 치료를 위한 연구를 다양하게 기획하고 있다.
 
간디식 혁신을 위한 규칙
인도의 상황적 요인이 간디식 혁신의 성장을 촉진시켰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인도 정치 지도자들은 지난 40년간 사회주의 도입 실험을 해왔다. 이는 외국, 특히 미국 자본과 기술의 유입을 막았다. 동시에 인도 현지의 혁신을 자극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은 인도 공학자들은 오직 자신의 창의성과 능력에 의지해서 핵 미사일과 로켓, 의료 영상 기술, 슈퍼컴퓨팅, 기상 예보 모델을 개발했다. 둘째, 인도 경제는 1990년대 들어서 본격 성장을 시작했기 때문에 기업의 규모는 대부분이 크지 않다. 2008년 당시 인도 최대의 제약업체였던 란박시만 해도 매출이 8억 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거대 제약업체 화이자 매출(482억 달러)의 60분의 1, 화이자가 연구기금으로 책정한 예산의 9분의 1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도 기업은 소규모 프로젝트 수행에 능하고 자본을 매우 신중하게 사용한다. 1991년부터는 규모가 큰 프로젝트가 많이 등장하긴 했지만, 자본 효율성에 높은 우선 순위를 두는 인도 기업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셋째, 인도 기업은 자국에 부유층과 빈곤층이 공존하기 때문에 부유층만 공략하면 스스로 시장을 제한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기업 대부분은 상류층으로 진입하려는 중산층 가정을 공략하는데, 이들의 1년 소득은 평균 5000달러 정도다. 따라서 기업은 가격과 성능 공식을 바꾸어 가격 대비 효용이 높은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한다. 넷째, 혁신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도의 사업가들은 기존 통념에 의문을 제기할 만큼 대담하고 모험적이다. 기존 사업 관행을 혁파하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는 인도 사업가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인색하기 그지없는 연구 예산과 적은 규모, 낮은 가격, 그리고 거대한 야망이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방식을 고안하고 사업하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그렇다고 인도 기업만이 간디식 혁신을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전세계 어느 국가의 기업이라도 혁신 과정의 철학적 토대를 수정한다면 얼마든지 간디식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혁신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5가지 법칙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1.목표는 동반성장(inclusive growth)이다 CEO는 동반성장에 깊은 책임감을 가져야만 한다. 그러면 소외된 고객들, 즉 전화기가 없는 농촌 빈곤층이나 응급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도심 빈곤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동반성장에 중점을 두면 가격 합리성을 위해 가격 대비 성능의 외연을 넓히고 비용 인하를 위해 규모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시작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출발점은 ‘더 많은’ 사람을 위하려는 소망이다. 기업은 주로 “우리 회사의 비용 구조에 맞는 고객 시장은 어디인가”를 바탕으로 전략을 개발한다. 하지만 이 질문은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한다. “소외된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비용 구조를 확립해야 하는가.”
 
2.비전은 모호하면 안 된다 조직에서 간디식 혁신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가 연구한 모든 사례에서 라탄 타타(타타 그룹), 수닐 바르티 미탈과 마노즈 콜리(바르티 에어텔), D.B. 굽타(루핀)를 비롯한 지도자들은 성취 목표에 관해 분명한 비전을 갖고 이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들의 비전은 저소득층이 가족과 함께 적은 돈으로 안전한 여행을 하도록 돕거나 사람들의 일과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연결 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환자에게 저렴한 약물을 제공하는 일과 같은 것들이다. 여기에는 인간적인 면모가 담겨 있다. 이들은 프로젝트 팀에 늘 관여하며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 절망적인 시기에 팀원들이 신념을 잃지 않도록 지켜준다. 때때로 과도한 자신감을 조율하고 팀이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하고 이끌어 준다.
 
3.어려운 목표를 정한다 CEO라면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시한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기업은 “우리 회사의 달 탐사 프로젝트(달 탐사처럼 인류의 진일보를 가져오는 혁신적 프로젝트)는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 인도 기업의 경우 이는 “우리 회사의 나노(초저가 경차로 자동차에 대한 고정 관념을 혁파) 프로젝트는 무엇일까”로 바꿔볼 수 있다. 기업의 현재 자원과 제품 전달 방법을 뛰어넘는 목표를 세움으로써 CEO는 경영진의 혁신성과 진취성을 일깨울 수 있다. 목표와 보유 자원 간에 격차가 있을 때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는 법이다. 목표는 높은데 자원이 부족한 경우 경영진은 현재 자원을 새롭게 활용하거나 게임의 법칙을 완전히 새로 쓰는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C.K. 프라할라드 교수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는 절차를 ‘전략적 의도’라 명명하기도 했다.(HBR 1989년 5∼6월 호, 개리 하멜 공저 ‘전략적 의도’ 참조)
 
4.제약 요소가 존재하더라도 그 속에서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 간디식 혁신가들은 제약 요소가 분명 존재한다는 점을 받아들이면서 혁신을 시작한다. 타타 자동차의 나노 개발팀은 가격과 안전성, 환경 기준, 공간, 설계에 있어 제약 범위를 엄격하게 설정했다. 이를 모두 합하면 나노의 ‘혁신 모래상자(innovation sandbox)’가 만들어지고 설계 및 개발팀은 이 모래상자의 테두리 안에서 창의성을 발휘한다.(혁신 모래상자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C.K. 프라할라드와 M.S. 크리슈난 공저 ‘새로운 혁신의 시대(The New Age of Innovation) 참조) 지도자들은 프로젝트 팀이 소비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 설정한 한계 범위 내에서 일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는 곧 기존 관념을 뒤엎는 새로운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5.사람에 집중한다 연구 대상이었던 혁신가 중 주주 이익이나 수익 극대화에 관해 논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이들 또한 혁신을 통해 수익과 주주 이익을 창출해야 했지만, 우선 순위는 언제나 고객에 있었다. 혁신가의 조직에서는 소비자를 사람으로, 공급업체를 파트너로, 직원을 혁신가로 불렀다. 보통 경영진은 “이 시장에서 이 정도 가격이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불평을 입에 달고 산다. 기업이 비용 구조를 낮출 수 없기 때문에 영업 마진도 줄일 수 없고, 따라서 가격 탄력성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으며 빈곤층은 첨단기술 제품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인도의 혁신가들은 이렇게 말했다. “경영 방식을 바꾸어서 가격을 낮추고 영업 마진이 아니라 투입 자본 수익률에 초점을 맞추면 어떨까? 가격을 충분히 낮추고 빈곤층에 우리 제품을 제공한다면 제품의 사용처를 찾아낸 이들이 우리 제품을 구매함에 따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기업의 성과 지표는 경영진의 행동 방식에 영향을 준다. 간디식 혁신가와 전통적 혁신가들은 기업 성과를 평가하는 데 매우 다른 지표를 사용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수익과 영업 마진, 순 현재가치, 수익 창출까지의 기간, 소유권과 통제, 생산 효율성, 지적재산권으로부터 얻는 이익, 기존 시장을 중요시 여긴다. 그러나 신흥 개발국의 혁신가들은 수익 및 손실, 대차대조표, 투입 자본 수익률, 자본 흐름, 자본 집약도, 접근권 및 영향력, 혁신 효율성, 물량, 비용을 추적하고 새로운 시장 창출에 집중한다. 이제 생각해 보자. 글로벌 혁신이라는 새로운 시대에서 승리를 거머쥐는 쪽은 누구일까?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C.K. 프라할라드 · R.A. 마셸카
 
C.K. 프라할라드(Prahalad)는 미시간 대학 로스 경영대학원 경영전략학 석학이다. 프라할라드 교수가 HBR에 16번째로 기고한 이 글은 교수가 2010년 4월 16일 타계하기 전에 남긴 마지막 유고다. R.A. 마셸카(Mashelkar)는 인도 푸네에 위치한 국립화학연구소(National Chemical Laboratory) 과학산업연구협의회(Council of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CSIR) 급비 연구원으로 CSIR의 총괄이사직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 인도 대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Reliance Industries)와 타타 자동차(Tata Motors) 이사회에 소속돼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년 7∼8월 호에 실린 C.K. 프라할라드와 R.A. 마셸카의 글 ‘Innovation’s Holy Grail’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C.K. 프라할라드 | C.K. 프라할라드 교수
    R.A. 마셸카(Mashelkar) 인도 푸네에 위치한 국립화학연구소(National Chemical Laboratory) 과학산업연구협의회(Council of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CSIR) 급비 연구원
    CSIR의 총괄이사직
    현재 인도 대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Reliance Industries)와 타타 자동차(Tata Motors)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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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대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Reliance Industries)와 타타 자동차(Tata Motors)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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