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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What How 빠진 BOP 전략은 신기루

박용 | 77호 (2011년 3월 Issue 2)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 발간한 2011년 세계경제대전망에서 “2011년에는 보다 많은 기업인들이 ‘구’ 신흥시장과 ‘신’ 신흥시장을 구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은 기업들이 골드만삭스가 브릭스(BRICs)라고 이름을 붙였던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구’ 신흥시장에서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는 얘기다.
 
그만큼 새로운 신흥시장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앞으로 10년간 신흥 경제국들이 세계 경제 성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7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중산층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세계 경제의 축이 신흥시장으로 빠르게 옮겨간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일컫는 ‘아프라시아(Afrasia)’의 선두 시장(frontier market)과 그동안 세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던 소외 시장(overlooked market)이 있다.
 
실제로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신흥시장으로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삼성전자 최지성 부사장은 올해 1월 기자 간담회에서 “성장 기회가 많은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위해 유통망을 확충하는 등 투자에 나섰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는 최고 경영자로 승진하기 위한 필수 경력으로 아프리카 근무를 꼽을 정도다.
 
하지만 미지의 신천지가 절로 열릴 리는 없다. 글로벌 기업이 신흥시장, 특히 저소득층(Bottom of the Pyramid)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는 드물다. 오히려 현지기업의 역공으로 손을 털고 시장을 떠난 기업들이 적지 않다. 신흥시장이 과연 기업들의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글로벌 기업의 핵심 역량을 분산시키고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갉아먹는 무덤이 되는 것은 아닐까? 신흥시장에 대한 장밋빛 희망이나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근간이 되는 BOP 시장의 쟁점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신기루인가, 기회인가
신흥시장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중국 등 신흥시장이 빠르게 성장했고, 시장으로서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이들 신흥시장은 절대 다수의 빈곤층으로 구성돼 있었고 여전히 가난했다. 빈곤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기업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사줄 시장도 형성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신흥국가의 저소득층 시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이들이 지난해 작고한 프라할라드(C.K. Prahalad) 교수와 현재 코넬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스튜어트 하트 등의 경영 전략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2002년 ‘The Fortune at the bottom of the Pyramid’라는 논문을 통해 신흥시장에는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40억 명의 저소득층이 있으며, 이들의 구매력에 대해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1  즉, 신흥시장 소득 피라미드의 하부에 포진한 다수의 저소득층 욕구와 현지 상황에 맞는 제품을 개발한다면 얼마든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기업들의 이런 노력이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다.
 

BOP 전략은 신흥시장 빈곤 문제에 대한 시장 주도의 전략이라는 통찰을 줬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비판에 직면했다. 2007년 카나니(Aneel Karnani) 미시간대 로스 비즈니스스쿨 교수 등은 BOP의 실체가 과장됐으며 글로벌 기업의 저소득층 시장 참여가 빈곤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성공 사례도 인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일반화를 시키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2  BOP 전략은 신기루(mirage)에 불과하다거나 이전부터 있던 사례를 형식만 바꾼 것(Old wine in new bottles)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런 비판에도 BOP 이론에 대한 기업과 경영전문가들의 관심은 지속됐다. 랜드럼(N. E. Landrum) 미국 아칸소대 교수는 BOP 이론이 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growth of opportunity)와 혁신의 원천(Source of innovation)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미국 유럽 경제가 급격한 침체에 빠져들면서 주춤하던 BOP 이론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첫째, 급성장하고 있는 신흥시장,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새로운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선진국 시장이 급격한 침체에 빠졌지만 중국을 필두로 한 인도, 아프리카, 남미 등의 신흥시장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가의 경제 성장과 중산층의 확대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둘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기업이 수익 추구라는 기본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관점의 3가지 원칙(Triple bottom line)을 따라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서 비용 대비 경제적 사회적 편익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가치공유창출(CSV) 개념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3 등이 나온다. 셋째, 글로벌 금융위기 재정적자의 확대로 공공 부문에 대한 정부 지출이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장 주도의 접근 방식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의 빈곤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업 등 민간 분야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가 기업이 상류층에 집중하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사업 영역을 저소득층으로 확장해야만 장기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으며, 이와 같은 노력이 저소득층의 빈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시장 주도 해결책(Market based solution)이 될 수 있다는 BOP 전략과 맞아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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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

    박용

    - 동아일보 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연구원
    -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정책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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