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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의 BOP 전략

共動 共感 共創하라… 피라미드 바닥이 열린다

정호성 | 77호 (2011년 3월 Issue 2)
 

 

세계 기업들은 글로벌화의 급속한 진전과 개도국 개방경제화로 국경과 문화를 초월한 무한경쟁 체제에 놓였다. 또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선진국과 일부 신흥국의 중상류층 소비자만으로는 성장과 발전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러한 흐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심화했다. 특히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신흥국 저소득층이 새로운 시장의 원천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신흥국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BOP(Bottom of the Pyramid) 비즈니스가 신사업모델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미국의 가계소비 위축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를 대체할 소비 주체로서 아시아의 중·저소득층을 지목하고 있다.
 
물론 구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상당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개도국에 진출해 BOP 시장을 개척해 왔다. 특히 오래전부터 BOP 시장에서 활동해온 일본기업의 활약이 눈부시다. 하지만 BOP 시장은 우리 기업에 아직 생소하다. 그렇다면 신흥국의 중산층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BOP 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우리보다 BOP 시장 진출의 역사가 깊은 일본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통해 BOP 시장 진출 전략을 재점검해보자.
 
한국보다 한발 앞선 일본 기업의 3 전략
일본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보다 앞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 진출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크게 3공() 전략과 세그먼트 전략 등의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하며 BOP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3 전략’은 에도시대 오우미(近江) 상인의 경영 이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공동(共動), 공감(共感), 공창(共創)의 개념을 기본으로 철저한 현지 토착화를 추구하는 전략이다. 단기적으로는 현지 비정부기구(NGO)나 비영리기구(NPO)와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수익성과 연결될 수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방충망을 제조 판매한 스미토모 화학, 식수난이 심각한 개도국에서 음료 정화제를 개발 판매하는 포리굴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더불어 일본 기업들은 소득계층별로 마케팅을 차별화하는 세그먼트 전략을 구사한다. 특히 선진국 시장에서 활용하는 제품사업(도메인) 단위의 판매 및 마케팅에서 탈피해 지역단위의 제품 기획과 개발을 추진했다. 이는 신흥국 저소득층 지역이 일반적으로 중간유통망이 발달해 있지 않지만 일단 자사 판매망이 구축되면 신제품의 판매가 용이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개도국 빈곤층을 상대로 한 저가용 남성 화장품 맨담, 현지 판매원을 고용한 야쿠르트와 아지노모토 등이 이 사례에 해당한다.
 
실제로 BOP 시장에 진출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구체적인 사례와 특징, 성공 요인을 3공 전략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①공동(共動): 스미토모 화학과 포리굴 스미토모 화학은 아프리카에서 연간 100만 명 이상 목숨을 빼앗는 말라리아로부터 현지인을 보호할 목적으로 모기장인 오리셋 넷(Olyset Net)을 개발, 판매했다. 회사는 아프리카 저소득층에 모기장을 팔아 수익을 올린다. 고객들과 지역사회는 모기장 보급으로 말라리아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빈곤층의 건강 증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 BOP 비즈니스의 선구적 사례로 평가된다.
 

 

2009
년 ‘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 보고’에 따르면 스미토모 모기장을 이용하는 5세 미만의 아동 비율은 2000년에서 2008년까지 르완다(4%→56%), 에티오피아(2%→33%), 탄자니아(2%→ 26%) 등에서 크게 증가했다. 이 결과 스미토모 모기장은 많은 어린이를 말라리아로부터 보호했고,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2004년 가장 우수한 발명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연간 3000만∼4000만 장의 모기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현지인 약 4000명을 고용하는 등 현지 경제발전에도 공헌하고 있다는 평가다.
 
스미토모 화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제품의 품질 때문만은 아니었다. 스미토모 화학도 초기에는 제품 효능에 대한 현지인의 인식 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말라리아 예방 효과를 인정받은 뒤 현지 정부 및 NGO와 연계하면서 매출을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다. 국제기구나 현지 NGO 등을 적절히 활용하지 않았다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포리굴은 수질 정화제 생산 기업으로 ‘전 세계에 안전한 생수를’이라는 이념 하에 BOP 시장에 생수 정화제를 공급하고 있다. 이 정화제는 낫또(한국의 청국장과 비슷한 콩 발효 음식)의 끈적끈적한 성분인 포르굴타민산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100g당 약 1000L의 생수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 회사는 2004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수질상태가 취약한 방글라데시, 중국 등 신흥국으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다. 이 제품은 특징은 BOP 시장에 적합한 가격이다. 10g당 약 15다카(220원)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포리굴은 가격 경쟁력과 함께 현지 유통채널 구축에도 나섰다. 2009년부터 야쿠르트의 방문판매 방식을 적용한 ‘포리굴 레이디’가 세계 30개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일본에서는 포리굴이 ‘BOP 비즈니스의 스타’로 통한다.
 
②공감(共感): 맨담과 캐논 맨담은 남성헤어전문기업이다. 무스, 젤, 왁스 등 헤어스타일링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데 인구의 약 절반이 한 달 20만 원 정도의 수입으로 생활하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축제나 행사에 헤어스타일링 제품을 사용하는 인도네시아인의 문화적 습관에 착안해 일회용 용기에 소량의 내용물을 포장해 저가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현지인의 공감을 얻어낸 것이다. 인도네시아인의 생활수준과 비교하면 사치품에 해당하지만, 양을 줄여 가격을 낮춘 다음 특수한 행사의 수요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으로 히트를 쳤다. 실제로 2008년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만 1봉지(8g) 30원짜리 제품을 연간 약 3억 개나 판매해 총 124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10년 전의 3배 이상이다. 전체 판매량의 80%를 인도네시아에 판매하고 있지만, 현재는 판로를 넓혀 아랍에미리트(UAE), 인도, 아프리카, 중동, 동유럽 등 주요 BOP 시장 90개국으로 판매처를 늘려가고 있다.
 
캐논은 카메라, 프린터 등 고가 사무자동화기기(OA) 전문 회사다. 그런데 이 회사는 인도에서 상당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소득이 증가하고 휴대전화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인화하고 싶은 인도 농촌 인구의 요구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캐논은 인도시장에 대당 약 50달러짜리 가정용 사진 프린터를 판매해 높은 실적을 올렸다. 특히 캐논은 ‘트럭 부대’를 구성하고 인도 농촌 마을 구석구석을 방문해 이동용 매장을 개설했다. 이 ‘트럭 부대’는 사진 촬영 강습회도 열고 캐논 카메라와 부속 제품을 소개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BOP 소비자의 수요를 면밀히 관찰하고 파악해 이를 해결하는 합리적 가격의 제품을 내놓은 게 캐논의 성공 요인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캐논 인도법인 매출은 3년 사이 2배로 증가했고, 2015년에는 매출이 1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③공창(共創): 야쿠르트와 아지노모토 유산균 음료회사인 ‘야쿠르트’는 다른 일본 업체들이 선진시장에 집중하고 있을 때 1963년부터 BOP시장에서 활동해 온 일본 ‘BOP비즈니스의 원류’다. 야쿠르트는 상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BOP 시장의 열악한 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가정을 ‘야쿠르트 레이디’가 직접 방문·판매하는 방식을 통해 현지 시장에 뿌리 내렸다. 이러한 야쿠르트의 진출 전략은 개도국 빈곤층의 건강 증진은 물론 현지 여성을 야쿠르트 레이디로 고용함으로써 현지의 고용창출에도 기여했다. 야쿠르트 레이디에 의한 방문 판매는 1964년 대만 진출을 시작으로 2008년 31개국에서 2010년 45개 국가로 확대됐다. 현재 많은 글로벌기업들이 ‘야쿠르트 레이디’를 벤치마킹해 방글라데시에서는 다농의 ‘그라민 레이디’로, 인도 농촌에서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유니레버의 ‘삭티 아마’ 등으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아지노모토는 100년이 넘는 전통과 세계 최초로 발효 조미료를 만든 노하우를 바탕으로 BOP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지의 음식문화를 고려한 여러 조미료와 고단백의 영양보조식품을 개발해 신흥국가의 저소득층 소비시장에 진입했다. 아지노모토는 BOP 시장의 낮은 인건비를 활용, 현지인 영업사원을 고용해 직접 점포를 순회하면서 판매 및 재고현황을 확인하고 상품을 보충하며 대금은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회수하는 ‘현금직매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마케팅을 통해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페루 등에서 저소득층 조미료 시장을 석권했다. 특히 나이지리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저소득층이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유통량이 가장 많은 지폐 한 장 값의 소용량 조미료를 생산, 판매해 큰 인기를 얻었다. 그 결과, 나이지리아에서는 일본 전체 판매량을 넘어설 정도로 아지노모토 조미료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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