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편집자주 전략 경영 이론의 의미와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실전에서 기업이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전략 경영 분야에서 두드러진 연구 성과를 내온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코너를 통해 경영 전략 이론의 분석 틀과 그 올바른 활용법을 제시합니다. 고전 이론뿐만 아니라 최신 경영 이론도 함께 소개하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다. 조선산업과 정보통신 관련 산업은 세계 최고이고,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기간산업도 세계 상위권이다. 곧 한국의 국가 경쟁력이 선진국 수준에 이를 거라고 내다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의 경쟁력도 세계 상위권이 돼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이 부문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서비스업 중 특히 관광산업이 중요하다. 이는 관광산업이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지식 수준을 대변하는 종합예술 작품이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의 본질은 국내 경쟁이 아니라 국제 경쟁이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관광상품을 갖고 있어도 다른 나라의 관광상품보다 못하거나 차별화돼 있지 않다면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없다.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국제적 수준의 관광산업 기반부터 발전시켜야 한다. 그간 국내에서는 관광산업을 사치성 소비산업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연히 제대로 된 투자도 이뤄지지 못했다. 국제 경쟁력도 계속 뒤처졌고, 여행수지 적자폭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하기는커녕, 단기 정책과 무분별한 발전 전략만을 앞세워 관광산업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이지 못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 나라의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은 한국에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자금성과 같은 거대한 역사적 관광자원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실망감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잘 가미할 만한 소재를 개발하기만 하면 만리장성보다 더 훌륭한 관광자원을 만들 수 있다. 최근 한국 드라마와 가요 등 한류가 세계적으로 큰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이를 효과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면 경쟁력 있고 지속 가능한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시각을 논하기에 앞서 3가지 재미있는 사례부터 살펴보자. 바로 산타클로스의 고향인 핀란드 로바니에미 마을,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 노아의 방주 이야기다. 이 사례는 성공적인 관광상품을 창출해내려면 사람들에게 꿈과 행복을 전달하는 의미 있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사례들을 통해 한국 관광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해보자.
산타클로스 고향 (Rovaniemi, Finalnd: Santa Village)
몇 년 전 필자는 헬싱키 경제경영대학에서 강의를 하기 위해 핀란드를 방문했다. 핀란드는 국토의 25%가 북극권에 접한 나라다.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 겨울에는 해가 거의 뜨지 않는 극야 현상이 나타나 살기에는 물론 여행하기에도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키아를 보유하고, 국가 경쟁력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헬싱키에서 산타클로스의 특급 열차를 타면 북위 66도에 있는 한 마을에 도착한다. 산타클로스의 고향이자 현재 주소로도 지정돼 있는 북극권 도시 로바니에미다. 이곳에 가면 산타클로스와 사진을 찍고 루돌프 사슴을 탈 수 있다.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실현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산타클로스와 의사소통도 할 수 있다. 매년 몇 백만 통의 편지가 오는 로바니에미에는 산타클로스 외에도 여러 명의 엘프(요정)들이 있다. 이들은 12개국의 언어로 산타 우표를 붙여 각국 어린이들이 보낸 편지에 답장을 해준다. 즉, 산타 마을을 방문한 사람뿐 아니라 전 세계 아이들과 편지를 주고 받음으로써 선의와 행복을 나누는 데 기여한다.
로바니에미 마을의 역사는 1930년대 핀란드 라디오 방송의 아나운서였던 운클 마쿠스(Uncle Markus)로부터 비롯됐다. 그는 “산타클로스는 로바니에미 마을의 고르바툰투리(Gorvantunturi) 산에 산다”라는 말을 했고 이 말은 곧 사람들에게 회자됐다. 핀란드 정부는 제2차 세계 대전으로 황폐해진 이 도시를 회생시키기 위해 관광 산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했다. 산타클로스를 내세워 갖가지 재미있는 관광 상품을 개발했고, 1984년 12월 16일에는 이 곳을 정식 산타클로스 마을로 선포했다.
로바니에미의 주요 건축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핀란드의 건축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Alba Alto)가 담당했다. 그는 순록의 뿔을 형상화한 도로를 중심으로 도시를 설계했다. 실제 거주 인구가 약 5만 8000명밖에 안 되는 로바니에미에는 현재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여행객들이 몰려온다. 관광 수입만 연 40억 달러가 넘는다.
줄리엣에게 편지 쓰기(Verona, Italy)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가 있다면 성인들에게는 사랑과 희망을 주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로미오와 줄리엣 소설을 배경으로 한 베로나를 ‘사랑의 도시’로 지정해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빨간 하트가 놓여 있는 베로나 광장 인근에는 13세기 건축 양식을 구현한 줄리엣의 집이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 집에 발코니도 만들었다. 이곳에 온 관광객들이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세레나데를 부르는 듯한 행동을 하거나, 그런 감흥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곳에 있는 줄리엣 동상은 ‘그녀의 오른쪽 가슴을 만지면 사랑의 소원이 이뤄진다’는 속설도 있다. 현관에 들어서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안타까운 사랑에 대한 여행자들의 수많은 쪽지가 붙어있다. 관광 상품이 크게 성공했다는 증거다.
이탈리아 정부는 소설의 신빙성을 더해주기 위해 폰티에르 거리에 있는 성 프란체스코 수도원 지하에 화려한 장식의 돌로 만들어진 줄리엣의 무덤까지 전시해놨다. 연애 편지 낭독 대회도 있다. 언젠가부터 관광객들이 동화 속에 나오는 사랑을 현실에서 이루기 위해 줄리엣에게 편지를 써놓고 갔다. 무덤 관리인이 묘비에 놓인 편지에 답장을 해주기 시작한 게 지금의 연애 편지 낭독 대회로 발전했다. 매년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 줄리엣에게 편지를 쓰듯 가장 애틋한 연애 편지를 쓴 사람에게 ‘줄리엣 상(Dear Juliet)’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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