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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Decade Management-마케팅

진정성 갖춘 혁신, 고객과의 벽을 깬다

여준상 | 74호 (2011년 2월 Issue 1)

 

 


미래의 10년을 이끌 마케팅(next decade mar-keting)은 크게 5가지 관점에서 이슈를 제기해 볼 수 있다. 우선 기업 내부에서 주도적으로 역량을 축적해야 할 이슈들이 있다. 첫 번째가고객 중심(혹은 고객 지향·customer orientation)’이다. 마케팅의 어원(소비자, 고객이 모여 있는 곳에 다가가기)에서 알 수 있듯, 고객을 가치 창출의 핵심 원천으로 보고 고객 중심으로 사고하는 접근법은 마케팅의 근본 철학이다. 이는 미래 마케팅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같은 고객 지향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때창조적 혁신(creative innovation)’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기술 진보로 제품과 서비스의 수명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창의적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영속적 가치 창출은 요원한 과제가 될 뿐이다.

미래 마케팅 가치 창출의 성패를 좌우할 내부 요인이 고객 중심과 창조적 혁신이라면, 외부 환경 요인은 크게불확실성(uncertainty)’윤리성(ethics)’으로 요약된다. 갈수록 증대되는 불확실한 외부 환경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지가 향후 마케팅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것이다. 상업성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윤리적 책임 요구가 갈수록 증대되는 상황에도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 것인지 역시 고민거리다.

마지막으로 변화하는 외부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내부 역량 결집에 따른 고객 지향과 창의적 혁신을 통해 창출된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데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의 역할은 지금보다 훨씬 더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과 만나는 접점에서의 원활한 소통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보다 현명하고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그림1)

 

 

 

 고객 중심, 창조적 혁신, 불확실성, 윤리, 소셜 미디어 등 향후 10년을 아우를 다섯 가지 마케팅 키워드에 대해 고찰한다.

 

고객 중심(Customer Orientation)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고객 중심을 중요 마케팅 과제로 삼고 많은 일을 추진해 왔다. 이들은 고객 만족, 고객 감동을 회사 슬로건에 넣고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 중심 이미지를 고객들의 머릿속에 심고자 노력해 왔다. 고객 상담센터, 불만접수센터를 만들어 고객 사후 응대에도 열을 올렸다. 하지만 최근 종영한 인기 TV 드라마 속 유명 대사를 빌려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10년 후를 내다보는 차세대 마케팅에서는 고객 중심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고객의 머릿속에서만 고객 중심이 느껴져서는 안 된다. 이는 오래가지도 않고 실제 구매 행동을 유발하지도 않아 매출 증대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후약방문 격으로 고객 불만이 터지고 나서야 대응하는사후적고객지향 역시 수동적이며 약하다. 보다 강력하고 직접적인 행동자극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고객지향 마케팅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크게 세 가지 측면의 변화가 요구된다.(그림2)

 

 

 

첫째, 인지적 만족에서 감정적 행복 추구로 초점을 바꿔야 한다. 과거 고객 지향은 인지적 측면의 만족도 관리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미국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쟁사로 이탈한 고객의 70%는 과거 자사 제품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매우 만족또는만족이라고 답한 고객들이었다. 겉으로는 만족한다고 표현해 놓고 행동은 달리 하는 게 바로 소비자다. 인지적 수준에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건 궁극적 고객 중심이 아니다. 실제 고객을 구매로까지 연결시키고 충성도를 높여 고객 이탈을 막으려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감정적 설득이 필요하다.

따라서 차세대 마케팅을 준비하는 기업과 매니저가 명심해야 할 첫 번째 화두는행복감 유발 마케팅이다. 이미 많은 심리조사에서 밝혀졌지만, 감정 차원에서의 긍정적 반응은 즉각적 행동 유발, 지속적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객이 미처 인지하기도 전에 일어나는 무의식적 구매 행동을 유발하는 게 중요한데, 이는감정적 행복감에서 발현된다. 구매의 가장 강력한 동인은 제품을 소비하고 서비스를 받을 때 느끼는 행복감이기 때문이다

예전엔 이 행복을 인지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글이나 말로 표현된 행복은 그 이미지를 전달할 뿐 행동 변화를 일으키는 동인이 될 수 없다. 순진함과 순수함이 느껴지는 마케팅, 오감을 통해 극적이고 감각적인 즐거움이 느껴지는 마케팅, 내가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인간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마케팅 등을 통해 소비자의 내면 깊숙이 감춰진 감정을 건드릴 때 차원 높은 행복감을 줄 수 있다.

둘째, 고객을 단순히 설득하려 하기보다 진정성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 그동안의 마케팅은 내 물건을 사도록 유도하는 설득에 초점을 맞춰왔다. 많은 마케팅 판촉과 광고 커뮤니케이션이 설득의 유혹을 펼친다. 그러나 소비자는 영리하기 때문에 이런꼬드김마케팅에 대해선 몇 번의 학습을 통해설득 지식(persuasion knowledge·설득에 대해 지식을 형성시켜 대응하는 심리메커니즘)’이라는 자기 방어 시스템을 발현시켜 유혹을 피한다.

미래 마케팅에서는설득지식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단순 설득(유혹) 지향형 마케팅은 그 순간 반짝 매출 상승은 올릴 수 있으나 지속기간은 갈수록 짧아진다. 마케팅의 수신자가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학습을 통해 진화해 나가므로 마케팅의 유효기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정보가 쉽게 공유될 수 있어 집단적 학습을 통해 보다 빨리 설득지식이 형성될 수 있다. 소비자들이낚이는 느낌(유혹이나 설득에 넘어간 느낌)’을 경험하게 되면 반발감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설령 한 번의 판매 성공은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수많은 잠재 고객에게 부정적 인상이 확산돼 재구매로 이어지기는 힘들다.

차세대 마케터라면 진정성이 담긴 마케팅을 통해, 고객의 설득지식 발현을 떨어뜨려야 한다. 수많은 설득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소비자들은 진정성이 느껴지는 기업과 브랜드, 판매원, 광고, 제품, 서비스를 찾고 있다. 제품, 가격, 유통경로, 판매촉진 등 마케팅의 기본인 4P의 모든 영역에서 설득(유혹) 지향적이 아닌 진정성을 추구해야 한다.

셋째, 물질적 혜택뿐 아니라 고객의 정신까지 치유해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가오는 미래 사회는 사람마다 정도의 크기만 다를 뿐, 신경증(neurosis)이 만연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신경증의 기저에는 핵가족화와 싱글 가구 증가, 결혼 및 출산 기피 등 인구 구성학적 변화, 인터넷 확산에 따른 열린사회에서의 경쟁 심화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평균 수명 증대 및 물질적 풍요로 삶에 대한 심리적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더 많은 정신적 좌절을 겪게 된다. 이는 꺾을 수 없는 대세로 고객들 역시 이런 신경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바쁘게 돌아가는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결국 인간은 혼자라는 느낌의 정신적 외로움(solitude)과 애정결핍(love-starving)은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모든 고객들이 속으로 앓고 있는 대표적 신경증일 것이다. 내 고객들은 정신적 외로움에서 벗어나길 원하고 무엇인가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한다. 바로 내 제품과 서비스, 또는 마케팅이 정신적 돌봄이라는 차원에서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내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멘탈 케어링(mental caring·정신적 돌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마케팅은 고객에게 많은 물질적 혜택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물질적 혜택 제공의 효과는 길지 않다. 잠깐의 시선은 끌 수 있으나, 다른 기업들도 신속한 모방을 통해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마케팅으로는 마음 기저 깊숙이 나의 존재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한 기업으로부터 내가 사랑을 받고 있고 정신적으로 돌봄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고객은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느끼며 자신의 삶에서 많은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좋아함, 사랑함을 받는 그 느낌은 인간을 살아가게끔 만드는 큰 동인이다. 많은 고객 접촉점에서 고객에게 정신적 돌봄을 통해 외로움을 불식시키고, 늘 옆에서 든든한 사랑을 주고 있다는 느낌의 애정지향 마케팅을 할 필요가 있다. 정신적 안정감을 주는 오감자극물, 메시지, 서비스, 판매원 행동 등을 제공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창조적 혁신(Creative Innovation)

사실 창조적 혁신은 전혀 새로운 마케팅 툴이 아니다. 과거부터 늘 강조돼 왔다. 문제는 마케팅 경쟁 환경이 갈수록 격화됨에 따라, 미래 기업들에 더 많은 창의성과 혁신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기본과 크게 다를 바 없고 차별성이 크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는 누군가 금방 모방하게 된다. 이제껏 그 누구도 소개하지 못한, 고객에게 처음으로 제공하는 전혀 새로운 마케팅 아이디어만이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다.

차세대 마케팅에서 성공적인 창조적 혁신을 취하려면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역발상 접근(approach to contrarian)’이 그 첫 번째다. 굳어진 생각에서 벗어나 상식과 반하는 아이디어를 통해 고객의 허를 찌를 필요가 있다. ‘버리는 접근(approach to give-up)’ 역시 중요하다. 무조건 새로 만들고 추가할 게 아니라 때로는 필요 없는 것을 포기하는 편이 소비자에겐 신선한 충격을, 기업엔 비용 절감과 같은 긍정적 효과를 안겨줄 수 있다. 앞 바구니, 전조등, 뒷좌석 등을 과감히 없애 일본에서 대히트한 경쾌형 자전거는 잘 버려서 성공한 사례다. 명심해야 할 점은, 역발상이든 버리는 접근이든 소비자가 수용 가능한 인식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른바초혁신 경계 태도(avoidance of extreme-innovation)’를 견지해야 한다. 창조적 혁신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현실성을 벗어난 초혁신적 접근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가령무세제 세탁기는 분명 혁신적 제품이지만세제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세탁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일반인들의 현실 인식을 벗어나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새로운 접근 방법과 함께 창조적 혁신의 방향성 자체도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 이는 크게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눠 볼 수 있다.(그림3)

 

 

 

첫째, 창조적 혁신을 적용하는 영역이 과거 광고 커뮤니케이션 위주에서 제품, 가격, 유통 경로 등 소비 상황 전체로까지 확대돼야 한다. 마케팅에서 창의성을 논할 때 많은 경우 광고 커뮤니케이션 활동으로만 국한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4P로 생각해 보면 판매촉진 한 개 영역에만 집중하는 셈이다. 하지만 광고 중심의 창의적 혁신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품, 가격, 유통경로 등 4P의 나머지 영역에서도 반짝이는 아이디어 발굴이 필요하다

제품에서의 창조적 혁신은 제품 용기나 패키지 등 제품 외관 변화와 제품 고유 콘셉트에서의 변화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건강에 좋으니 많이 먹으라고 강조하던 흰 우유 시장에’ ‘두뇌발달’ ‘제조일자 표기등 새로운 속성을 부각시킨 사례, 대장 운동을 위한 유산균만 강조하던 야쿠르트 시장에 위와 간에 도움이 되는 속성을 부각시킨 사례 등은 제품 콘셉트 측면의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낸 사례다. 가격에서도 창의적 혁신을 접목시킬 수 있다. 최근 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가격 끝수가 ‘9’이면(: 990, 1990, 149900) 사람들이마케팅 숫자(마케팅 설득에 사용하는 숫자)’로 인식하면서 거부감을 표출한다고 한다. 하지만 끝수를 다른 숫자로 바꾸니(: 950, 1950, 149500) 거부 반응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처럼 심리 실험 결과를 가격 전략에 활용하면 소비자들의 반감을 최소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유통 채널 대안을 적극 탐색해 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젠 과거처럼 유동인구가 많다는 점만이 유통 선택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이 자주 찾으면서 대기시간(waiting time)이나 시간 죽이기(killing time)가 많은 공간을 새로운 유통 접점으로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이런 시각에서 접근하면 은행, 관공서, 지하철, 버스정류소 등이 새로운 소매 공간이 될 수 있다.

둘째, 미래에는 단순히 한 가지 감각이 아니라 두세 가지 이상의 감각 자극이 최적의 시너지 발생 조합 형태로 제공되는공감각 자극(synesthesia)’ 마케팅이 창의성의 핵을 이룰 것이다. 공감각 자극은 쉽게 말해눈이 즐거운 소리’ ‘귀가 즐거운 촉감’ ‘혀가 즐거운 향기등 제2의 감각자극(소리, 촉감, 향기)에 의해 제1 감각 지각(시각, 청각, 미각)에 긍정적 왜곡이 발생하는 경우를 뜻한다. , 단순히 귀로 즐거운 음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음악이 흘러나올 때 보이는 비주얼에 의해, 풍기는 향기에 의해, 피부 끝으로 전해오는 촉감에 의해 음악을 더 감동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활동이다. 눈과 귀를, 코와 귀를, 손과 귀를 동시에 즐겁게 만드는 공감각 자극의 최적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음반 제작 회사, 오디오 또는 MP3플레이어 제조 회사, 콘서트 홀 운영회사는 이를 활용해 차별적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래 창의적 혁신 마케팅의 요체다.

이러한 공감각 자극의 활용은 상당히 넓은 분야로 확장, 적용될 수 있다. 자동차 제조회사라면 차 내에 장착된 오디오(청각)에 대해 시각, 후각, 촉각 등과의 다양한 조합(음악을 듣는 동안 그 음악에 적합한 실내조명, 향기, 시트 온도 제공)을 통해 긍정적 전이(transfer) 효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TV 제조업체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시청각 동시자극뿐만 아니라 후각, 촉각, 미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완전한 공감각 자극 TV를 생산해낸다면 마케팅의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 늦은 밤 출출할 때 방영되는 TV 라면 광고에 후각 디스펜서를 통해 라면 향까지 제공한다면 극단적 구매 동인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셋째, 영역 내(within-disciplinary) 개발에서 이종(異種)영역 간 융합(inter-disciplinary convergence)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하이브리드(hybrid)형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 1990년대 초반 세상에 선보인 디지털 카메라는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DSLR 등의 형태로 진화하며 출시 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갈수록 제품 수명 주기가 짧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카메라가 20년 이상 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하이브리드형 창의적 혁신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향후 하이브리드형 창의적 혁신에선 특히 공학과 인문학, 공학과 사회학의 만남과 같이 전혀 낯선 이종 간 결합을 제품 개발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기술 일변도 경향에서 한 발짝 물러나 인간 내면의 기저 심리와 사회적 특징을 얘기하는 인문사회학적 마인드를 적용시켜본다면 훌륭한 하이브리드형 창조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고객 중심: 고객 중심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지수를 개발, 관리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가령, 인지적 만족에서 감정적 행복 지향으로 선회하기 위해브랜드(또는 상품, 기타 마케팅자극) 행복/스트레스 지수, 진정성 지향 마케팅을 추진하기 위해브랜드(또는 상품, 기타 마케팅자극) 진정성/상술 지수를 개발해 관리하는 식이다. 이때 명심해야 할 사항은 동일한 제품과 서비스, 접근법에 대해 긍정적 측면(: 행복, 진정성)과 부정적 측면(: 스트레스, 상술)을 동시에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 제품이 고객에게 얼마나 행복감을 유발하는지, 혹은 얼마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 우리 회사의 영업, 광고, 유통 채널 등에 대해 고객은 얼마나 진정성을 느낄지, 혹은 상술일 뿐이라고 생각(설득지식 발현)할지 등을 동시에 측정할 때 균형 잡힌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행복을 측정할 때 기대행복(anticipated happiness)과 실현행복(realized happiness)으로 나눠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제품의 기대 행복치가 높더라도 실현 행복치는 낮을 수 있다. 아직 구매하지 않은 잠재고객에게 물어보면 예상되는 행복감은 높게 나타나는데 실제 구매한 고객에게 행복감을 물어보면 낮게 나타나는 경우다. 이른바긍정 편향(positivity bias·실제보다 만족감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에 따라 거품이 끼어있는 상태인데, 혹시 내 제품이 이런 영역에 포함돼 있지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개념의 지수들을 도입하기 위해선 지수를 구성하는 원인변수와 결과변수를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원인 변수는 기업이 진행하는 마케팅 활동이, 결과변수는 그 결과로 나타나는 매출 혹은 이익 변화, 고객의 인식 변화가 되곤 한다. 이러한 활동을 투자금액 및 운영 주체와 연계해 관리할 수 있다면 좀 더 정확한 투자수익률(ROI)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측정 방법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변수에 대한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특정 개념을 측정 가능하도록 정의)를 확립하고 마케팅 활동과 적절히 연계된 측정 모델 개발에 역점을 둬야 한다. 행복 지수를 예로 들어보자. ‘행복이라는 개념을 단지얼마나 행복하십니까?’라는 설문으로 측정한다면, 개개인이 생각하는 행복에 대한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조사 후 어떻게 해야 행복을 강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수립이 어렵게 된다.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떠올릴 때 공통적으로 느끼는 안정감, 자부심 등의 감정을 행복을 구성하는 요소에 포함시켜 함께 조사한다면 행복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요소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고, 이러한 요소를 강화하기 위한 기업 활동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고민을 통해 의미 있는 인과관계를 찾을 수 있다.

창조적 혁신: 창의적 혁신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관점 전환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혁신적 사고 방법이 단기간에 구축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혁신이 조직 전체에 확산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전체 부서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중요 사업부나 제품에 대해 실험적으로 시행한 후 서서히 확산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제 업무에 적용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이를 전파하는 업무도 매우 중요하다. 혁신의 구현이 이 단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 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것과 동시에 이러한 아이디어가 구현되고 실제 업무에 적용돼 성과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에 대한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불확실성(Uncertainty)

미래에 대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사실뿐이다. 불확실성은 이미 특정 의사결정 사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몇몇 요소가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는 수준(known-unknown)을 넘어 어떤 영향 요소가 얼마만큼의 파급 효과를 낳을지 종잡을 수 없는 수준(unknown-unknown)으로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 하에서 기업이 생존과 승리의 트로피를 거머쥐기 위해 취해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기업은 과거의 경험과 현재 확보된 정보를 바탕으로 치밀한 중장기 전략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차질 없이 실행해나가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전개한다. 이는 경험 의존적이고 정태적인 마케팅 체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이 미래에도 반복되리라는 보장은 없고 현재 확보된 정보 또한 언제든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 하에서는 결정론적 중장기 계획이나 이에 기초한 실행이 근본적으로 무색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업은 불확실성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마케팅 방식, <그림4>와 같은 발견 중심의 민첩한 마케팅(discovery-driven nimble marketing)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발견 중심이란 일련의 전략·계획들이 전제로 삼는 다양한 가정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변화가 감지될 때마다 기존의 전략·계획을 유연하게 적응(adaptation)시켜 나가며 새롭고 창의적인 도전을 시도한다는 의미다. 민첩하다는 것은 변화의 감지와 계획의 조정 및 실행 과정이 매우 유연하고 신속하고 명민하게 이뤄진다는 뜻이다.

불확실성의 격류를 헤쳐 나가기 위한 발견 중심의 민첩한 마케팅 체계는 탄탄한 구조의 선체에 해당하는 간결한 포트폴리오(nimble portfolio)와 노련한 항해술에 해당하는 유연한 운영체계(nimble operation)로 구성된다. 우선 간결한 포트폴리오는 고객, 브랜드, 제품 포트폴리오 상의 불필요한 복잡성(complexity)을 가능한 최소화시킴으로써 확보된다. 기업은 신규사업 진출, 신제품 개발, 브랜드 확장, 인수 합병 등을 통해 다양한 포트폴리오들을 양산하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 같은 시도 중 일부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조직 내에 관성적으로 방치된다는 점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포트폴리오들은 조직 내 이해관계의 충돌을 촉발하고 의사 결정을 지연시키며 자원의 배분을 왜곡한다. 이로 인해 마케팅의 유연성과 민첩성이 크게 저하된다. 따라서 기업은 마케팅 활동의 대상, 즉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제한하고 구조화함으로써 불확실성과 비효율성의 내적 원천을 근본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핵심 포트폴리오(the core)를 선별해 이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핵심 포트폴리오란 외적 위협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충성도 높은 고객과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지닌 주요 브랜드 및 제품을 의미한다. 이는 불확실성이 지닌 위험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따라서 기업은 우선적으로 핵심 포트폴리오를 정의하고 나아가 경쟁력이 취약한 포트폴리오들을 과감히 조정, 정리함으로써 자원과 역량을 선택적으로 집중화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기업은 불확실성이 제공하는 다양한 기회 요소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신규 포트폴리오(the new)를 개발해야 한다. 핵심 포트폴리오로의 집중화는 기업 내부의 이해관계 충돌을 최소화하고 자원 투입 여력을 극대화함으로써 폭넓은 전략적 자유도와 민첩한 활력을 제공해준다. 기업은 이를 활용해 고객 가치를 혁신하고 경쟁 질서를 재편하는 담대하고도 파괴적인 시도들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유연한 운영체계는 관성적이고 결정론적인 마케팅 운영 방식을 탈피함으로써 확보된다.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다양한 불확실성 요인들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포착해낼 수 있는 구조적이고 섬세한 감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크게 조기 감지(early sensing), 명민한 대응(smart response), 객관적인 모니터링(dispassionate monitoring) 시스템의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위험 감지 시 피동적 대응 관점인 조기 경보(early warning) 시스템을 구축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조기 감지 개념을 견지해 위기를 기회로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마케팅 전략·계획에 전제돼 있는 다양한 가정 사항들과 관련 변수들을 구조적으로 선별해 이들의 변화 조짐을 조기에 포착해내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위기를 새로운 가치 혁신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둘째, 명민한 대응 역시 중요하다. 이는 변화된 상황의 본질을 신속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최선의 대응책을 기민하게 실행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 계획 단계에서 각종 가정 사항의 변화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 같은 변화의 전개 방향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유력한 시나리오와 기본 대응 전략(top line strategy)을 선행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물론 3∼4개의 정형화된 시나리오가 있는 그대로 현실화된다는 보장도 없고 잔여 불확실성 또한 상당하게 존재할 것이므로 단순히 시나리오 플래닝에만 의존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최선의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제반 영향 요인들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What-if/What-if-not’ 분석을 실행할 수 있는 과학적 시뮬레이션 체계 또한 마련돼야 한다. 특히 제품 수요, 가격, 유통망 배분 등의 변화가 마케팅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시뮬레이션 체계는 미래의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도구라 할 수 있다.

셋째, 변화에 대한 조기 감지에 기초해 명민한 대응을 하더라도 예상에 못 미치거나 예상을 초과하는 마케팅 성과가 나타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성과의 변화 양태를 적절한 마일스톤(milestone)별로 분석, 평가해 대응해가지 않는다면, 지나치게 소극적인 대응으로 시장 장악의 타이밍을 놓치거나 과도하게 공격적인 대응으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객관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성과의 변화 양태에 따라 기존 전략 계획을 최적화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자동 대응 시스템(rule-based automatic response system)이다. 목표와 실제 성과 수준 사이의 격차가 일정 수준 이상 벌어지면 사전에 정의된 규칙에 따라 자동적으로 관련 마케팅 믹스를 최적화하는 방식인데, 주로 전술적 운영에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른 하나는 근본적 쇄신(renovation)이다. 기존의 전략 계획이 지닌 핵심 가정 사항들과 마케팅 실행 과정을 통해 확인된 사실 사이에 근본적 괴리가 존재할 경우 마케팅 전략 및 계획을 뿌리에서부터 재편하는 방식이다. 포트폴리오 합리화나 목표 고객 및 포지셔닝 이동 등과 같은 전략적 변화가 이에 해당된다.

간결한 포트폴리오와 유연한 운영체계는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돼 작동된다. 과도한 복잡성 하에선 유연한 운영이 어렵고, 유연한 운영체계 없이는 포트폴리오의 간결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에 의한 발견 중심의 민첩한 마케팅 체계는 결코 어려운 기법이나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열린 마음과 이해 관계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 그리고 더 나은 미래에의 열정과 헌신의 자세다.

 

윤리성(Ethics)

21세기 현대 사회는 기업에 단기 이윤 추구 이상의 좀 더 진전된 가치를 요구한다. 이는 때로 사회 공헌, 지속 가능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 시민활동, 창조적 자본주의 등 다양한 용어로 표출된다. 이러한 용어들의 정확한 개념이나 지향점들은 아직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지만 사회 구성원의 하나인 기업의 윤리성이 현재 수준보다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을 더욱 깊은 고민 속으로 밀어넣는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의 절대 다수인 고객의 요구를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주주와 자사 이익의 침해 소지를 외면하면서까지 고객의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케팅의 근본 임무는 고객의 요구와 기업의 이익을 균형 있게 조화시킬 수 있는 창조적 대안을 개발하는 데 있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윤리성에 대한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보다 주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그림5>에 나타난 바와 같이 다양한 층위로 진화하고 있는 마케팅 윤리에 대한 고객의 요구를 올바로 이해하고 각각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첫째 층위는 준법성(compliance)이다. 고객은 기업이 법과 제도와 규범을 정정당당하게 준수하며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기를 요구한다. 이는 사실 윤리의 범주에서 논하기에도 민망한 최소한의 요구이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일탈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논외로 할 수 없다. 제품을 속여 팔거나 가격을 담합하거나 유통망을 부당 통제하거나 과장 광고를 하는 일들이 대표적이다. 이는 사법 처벌이나 규제를 면치 못할 뿐 아니라 고객의 조직적인 이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해야 할 행위다. 나이키(Nike)가 아동노동 착취 문제로 곤욕을 치러야 했던 사례는 준법성에 대한 고객의 높은 요구 수준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둘째 층위는 진정성(authenticity)이다.고객은 수없이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이 쏟아내는 위선적인 메시지와 기만적인 술수에 염증을 느끼며 진정성에 대한 깊은 갈증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은 기업이 진실성에 기초해 마케팅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공고한 신뢰를 구축하기를 요구한다. 기업 스스로 부과한 미션과 고객에게 약속한 가치 제언에 진실되게 임하며 이를 정직하고 성실하게 실천해나가는 진정성의 모범적 사례로 팀버랜드(Timberland)를 꼽을 수 있다. 최고의 아웃도어 신발 및 의류 업체인 이 회사는 친환경 경영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원료, 소재, 제조 공정 모두 친환경적으로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인다. 모든 제품에 제품 제작 장소, 제작 방식, 환경에 미치는 영향, 직원들의 자원 봉사 시간 등이 표기돼 있는 성분표 라벨을 부착, 고객이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게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지구의 날과 같은 행사를 통해 지역사회를 돕고 환경 보호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이런 활동에는 분명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 그러나 팀버랜드는 이 같은 활동을 수익이 악화되는 곤란한 시기에도 변함없이 진행해 고객을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깊은 신뢰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셋째 층위는 공익성(cause)이다. 고객은 기업이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 적절한 자선·공익 활동을 전개하기를 기대한다. 고객은 따듯한 가슴과 영혼이 있는 기업을 선호하며 그들의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무언가 보람 있는 일을 하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잠재된 열망을 갖고 있다. 미국의 탐스슈즈(TOMS Shoes)가 자사의 신발을 한 켤레 사면 저개발국 어린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마케팅 캠페인으로 커다란 성공을 이룬 사례는 이 같은 잠재 열망의 증거다. 이때 마케터들은 다음의 두 가지 사항을 유의해야 한다. 우선 대의명분 마케팅에는 기본적으로 좋은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이 수반돼야 한다. 탐스슈즈의 제품은 콘셉트와 디자인이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제품에 공익적 명분을 덧칠해 판매를 강요하려는 생각은 고객의 반발을 야기하게 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고객이 공익적 대의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진정성에 기반한 효과적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탐스슈즈 제품 디자인은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는 과정에서 접한 전통 신발 알파르가타(alpargata)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 그가 빈민가의 어린이들이 맨발로 뛰어 노는 것을 보고서 그 아이들에게 신발을 선물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는 이야기, 탐스슈즈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을 때 약속대로 만 켤레의 신발을 아르헨티나로 가져가 아이들에게 직접 신겨주었다는 이야기, 무소유의 정신에 입각해 집과 살림을 처분하고 배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 등은 고객의 강한 관심과 공감을 유발하며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원동력이 됐다.

넷째 층위는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고객은 기업이 자신의 고유한 사업 기반을 활용해 지구와 인류가 직면한 사회 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적극 참여해주기를 희망한다. 단순한 자선이나 봉사 활동을 넘어 기업이 지닌 막강한 역량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환경, 기아, 질병, 빈곤, 실업, 복지, 삶의 질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유니레버(Unilever)가 인도 빈곤층의 질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펼치고 있는 다양한 노력들은 기업이 이 같은 기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잘 보여준다. 유니레버는 가난한 인도 마을 여성들을 마을 단위 기업가로 자립시키기 위해 새로운 지역 유통망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 유통망을 통해 라이프부이(Lifebuoy) 비누와 같은 생활 용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동시에 그 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는 설사병을 방지하기 위한 손씻기 캠페인을 전개했다. 수천 개의 지역 사회에 건강교육팀을 파견해 위생교육을 전개하기도 했다. 유니레버 인도 지사에 의해 고안된 이 같은 노력들은 물 정화와 의류 세탁 분야까지 확장되고 있다.



불확실성: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시나리오 경영이 각광받고 있다. 경영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몇 개의 주요 변수를 선정하고 이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산정, 각 경우를 조합했을 때의 발생 확률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기법이다. 이때 실무진에서 명심해야 할 사항은 시나리오 분석과 함께 각 경우의 수에 맞춰 그에 맞는 비상시 위기관리 대책(contingency plan) 역시 수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나리오 경영에선 주요 변수의 추이를 확인해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주기적으로 개편한다. 변수가 변하면 시나리오도 그 내용과 발생 가능성이 바뀌게 되는데, 이때마다 대응 계획도 수정돼야 한다. 이런 작업이 평상시에는 매우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상황이 발생하면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내리는 판단은 제한적인 정보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평소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감안해 내린 의사결정보다 우수하기 힘들다. 체계적인 절차에 따라 빈틈없이 실행할 수 있으므로 시간낭비나 혼란을 최소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윤리성: 준법성, 진정성, 공익성, 사회적 가치 등 윤리의 4가지 층위 중 첫 두 단계인 준법성과 진정성은 기업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요소다. 미국의 경영심리학자인 프레데릭 허즈버그가 주장한 동기유발·위생이론에 빗대어 본다면, 그 수준이 높아진다고 해서 만족감이 높아지지는 않지만 반드시 충족돼야 하는 위생요인(hygiene factor)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공익성과 사회적 가치는 동기유발요인(motivators)으로, 그 수준이 높아질수록 이해 관계자들의 만족도를 높여 브랜드 가치나 평판을 높이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위생요인인 준법성과 진정성은 고객들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으로 충족시키려고 과도하게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없다. 마케팅 활동은 만족요인인 공익성과 사회적 가치를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다. , 관련 법규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엄격한 수준으로 법규를 지킨다거나,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정직성을 너무 강조하는 행동은 자칫 고객의 의심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공익성이나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셜 미디어: 소셜 미디어를 마케팅에 활용할 때에는 미디어별 사용자 성향을 감안해 참여 미디어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 따라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상호작용이나 태도가 다르고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 따라 기대하는 서비스의 범위도 다르다. 다른 기업들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다고 해서 무작정 서비스에 참여하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서도 실제 원하는 효과를 얻기는커녕 부정적인 효과만 경험하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소셜 미디어 ROI를 측정하기 위한 노력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소셜 미디어를 판매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기업은 매출 등을 통해 효과를 측정할 수 있지만 고객과의 소통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다른 측정 변수를 탐색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고객 설문조사를 통해 고객들이 그 기업의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알고 있는지, 사용하는지, 사용 전후로 기업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사를 통해 소셜 미디어가 기업이 목표로 하는 이미지 달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평가해볼 수 있고 향후 소셜 미디어 전략의 목표 및 실행방법을 개발하는 기초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마케팅 담당자가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함과 동시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마케팅의 고려 대상에서 소외되기 쉬운 사회적 약자 계층을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합리적 가격에 고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창의적 사업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세계적 시멘트 회사인 멕시코 시멕스(Cemex)가 패트리모니오 호이(Patrimonio Hoy·스페인어로오늘을 위한 기금이라는 뜻) 사업(시멕스의 시멘트와 벽돌을 구입하는 조건으로 목돈 마련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 줌)을 통해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해 큰 성과를 창출한 사례나, 비지오(Vizio)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상품 기획과 디자인, 고객 서비스에만 집중하고 R&D와 생산, 유통을 모두 아웃소싱)로 흑인, 히스패닉 등 미국 내 도시 저소득층 소비자들에게 LCD TV를 저렴하게 공급해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사례 등은 뜨거운 가슴에서 비롯된 창의적 마케팅이 어떤 수준의 가치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잘 예시해준다.

 

이 네 가지 층위의 윤리성 요구는 사실 상 긴밀히 연결돼 있다. 준법성이 결여된 진정성이나 진정성이 결여된 공익성은 아무런 설득력을 얻지 못하며 이들이 전제되지 않은 사회적 가치 창출이란 허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이 같은 윤리적 요구에 피상적으로 대응하거나 모순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고객의 비아냥거림을 사거나 다양한 가치 창출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박약한 의지, 제한된 인식, 단편적인 문제 접근, 담당 조직의 분화, 이에 따른 통합적 실행력의 결여 등이 주된 이유다.

따라서 기업은 이제라도 각 층위의 윤리성 요구에 대한 대응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가장 낮은 단계에서부터 기초를 탄탄히 다져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같은 과정에서 기업의 가치 체계와 마케팅 전략 그리고 실행의 생태계를 진지하게 성찰하며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리더십의 확고한 헌신이 보장되지 않는 한 실행되기 어려운 일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윤리성에 대한 고객의 요구는 더 이상 주변부의 일이 아니며 미래의 성과 창출을 위한 필요조건이자 핵심 기회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소셜 미디어는 말 그대로 사회화된 미디어라는 뜻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정보의생성-유통-소비구조를 지배하는 권력의 헤게모니가 소수 기관이나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일반 대중들에게로 이동됐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이 소셜 미디어에 깊이 관여할수록 다양한 고객과 집단들로부터 마케팅 권한의 직·간접적 이양을 요구 받게 될 것이다. 네슬레(Nestle)가 열대우림을 파괴해서 생산된 팜유를 활용해 킷캣(KitKat)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고객과 시민, 그리고 그린피스 등이 페이스북(Facebook), 유튜브(YouTube), 트위터(Twitter) 등을 총동원해 네슬레를 압박, 해당 팜유 활용을 중지하도록 만든 사례는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잘 예시해준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굳이 방어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마케팅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고객과 호흡하며 전개될 수밖에 없고 마케팅에서 고객의 역할은 소셜 미디어의 흥망과 상관없이 더욱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빠르고 용이하게 촉진시켜주는 인에이블러(enabler)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기업은 소셜 미디어의 변화 트렌드를 잘 이해해 마케팅 혁신의 유용한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한다.(그림6)

 

 

 

소셜 미디어의 변화 트렌드는 크게개방과 참여의 일상화이용 맥락의 극세분화정보 전파의 광속화 등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개방과 참여는 웹(Web) 2.0의 기본 정신인 동시에 소셜 미디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양적 측면에서 이용자 수는 몇몇 글로벌 서비스 제공자들을 기반으로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질적 측면에서도 이용자들이 공개하는 세부 신상 정보와 개인적 의견, 견해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가 이용자의 니즈와 시·공간적 이용 맥락에 따라 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링크드인 (LinkedIn) 같은 비즈니스맨용 SNS, 페이션트라이크미(PatientsLikeMe) 같은 환자용 SNS의 활성화가 대표적 사례다. 모바일 기기와의 결합성 강화는 이 같은 분화를 더욱 극단화할 전망이다. 포스퀘어(Foursquare)와 같은 위치기반 SNS의 활성화가 좋은 예다. 마지막으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속도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트위터가 대표적이다. 이는 메시지 전달 시간 및 비용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증대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변화의 큰 줄기는 기업의 마케팅 패러다임과 실행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우선 고객 통찰(customer insight) 측면에서 세계 시장의 잠재 고객들이 과연 누구이고 어떤 생각과 라이프스타일을 지니고 있는지, 또 자사 브랜드와 제품에 대해 어떤 인식과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를 여과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투명한 창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는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서 특정한 니즈를 지니고 있는 고객들을 골라내는 정밀한 마이크로 세그먼트(micro-segment) 마케팅이 가능해지리라 예상된다. 아울러 마케팅 전술 측면에서는 목표 고객과 직접적인 소통을 전개하며 인격적 교류와 실질적 상거래를 전개할 수 있는 민첩하고 동적인 실행 플랫폼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장밋빛 미래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여러 선결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소셜 미디어에 대한 심층적 이해와 고도화된 기술적 이용 기반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마케팅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고양시키는 내적 혁신 역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에 기초해 고객과의 진정성 어린 신뢰 관계가 구축돼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상태에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부터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실행할 수 있는 마케팅 개선 방안들이 여럿 있다.

우선 P&G의 개방형 연구개발(R&D) 네트워크인 이노센티브(Innocentive)처럼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소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다. 차별적 가격 전략을 위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그루폰(Groupon)을 필두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소셜 커머스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가격 차별화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아직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긴 하지만 기업은 소셜 커머스를 통해 자사 제품의 가격 민감도를 파악하거나 특정 고객에게 맞춤화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유통망 및 고객 접점 강화에도 소셜 미디어는 강력한 역할을 할 수 있다. (Dell)이 트위터에 델아웃렛을 개설해 신속한 처분이 요구되는 재출하 장비나 특판 제품을 판매한 사례나, 피자헛(Pizza Hut) 100만 명의 팬을 보유한 페이스북에 피자 주문 기능을 추가한 것, 젯블루(JetBlue)가 항공기 운항 스케줄이나 돌발 상황 추이 등에 관한 정보를 고객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등이 좋은 사례다. 기업은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기존 유통망의 경쟁력을 우회적으로 강화하거나 직접적인 판로를 개설할 수 있으며 고객 지원 및 관계 관리의 접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및 프로모션에 소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이미 특별한 사례를 부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보편화해가고 있는 기초적 활용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소셜 미디어가 매력적인 장점과 멋진 기회로만 충만해있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폭주하는 정보와 빠른 상업화로 고객을 혼란에 빠지게도 하고 기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한 고객의 주목도를 현저히 떨어뜨리기도 한다. 아울러 기업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취약점이나 순간적인 실수들이 겉잡을 수 없이 전파됨으로써 공들여 쌓은 브랜드 이미지가 한 순간에 실추되기도 한다.

소셜 미디어의 부정적 위험을 최소화하며 긍정적 기회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내적인 운영 체계를 잘 정비해야 한다. 특히 고객과 기업을 연결하는단일 접점(focal point)’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단일 접점은고객을 대하는 기업의 대표인격으로서 투명성·진정성·신뢰성에 기초한 고객 관계를 구축하고고객과 기업 쌍방 간 커뮤니케이션을 유기적으로 정리·통제·조율해 원활한 소통을 가능케 하며전사 마케팅 전략과의 통합과 조율을 주관해 마케팅 활동의 효과성을 극대화하고 잠재적인 이해의 충돌이나 갈등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는 아직도 진화하는 과정 중에 있고 앞으로도 수많은 변화를 거듭할 것이다. 소셜 미디어의 기초는 신뢰와 관계에 있으므로 누가 먼저 접근하느냐보다 누가 올바르게 접근하느냐가 핵심 성공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소극적 무관심과 과도한 흥분 모두가 경계 대상이다. 차분히 소셜 미디어에 접근해 자사의 목표에 맞는 올바른 마케팅 혁신을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준상 교수는 고려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Advances in Consumer Research> 등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은 바 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안상훈 대표는 서강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공공정책대학원에서중국 경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SDS, KPMG, 아서 앤더슨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마케팅 전문 전략 컨설팅 회사 마케팅인텔라이트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사업 전략, 혁신 전략, 마케팅 전략 분야의 전문가로 국내외 기업들의 성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권오영 프로젝트리더는 고려대 경영대학에서 학사 및 석사(마케팅 전공) 학위를 취득하고, 10여 년 이상 국내외 기업에서 마케팅 및 브랜드 관리 전략을 수립·운영해왔다. 현재 SK주식회사 브랜드관리실 프로젝트리더로서 기업 브랜드 관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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