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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0대 은행 산탄데르의 M&A 전략-아무리 싸고 좋아도 잘 모르는 기업 사지 마라

김동우 | 74호 (2011년 2월 Issue 1)

 

 
필자가 IE 비즈니스 스쿨에 온 후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수업은 보하 아츠필리쿠에타(Borja Azpilicueta) 교수가 가르치는 Creating value through corporate change다. 필자는 공대를 졸업하고 IT 회사에서 근무했기에, IE에 오기 전에는 금융 분야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수업은 필자와 같은 비금융 전공자에게도 상당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보하 교수는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인 미디오방카 스페인에서 IB 책임자를 맡은 바 있다. 실무 경험이 풍부한 교수답게 수업 시간에 쉴 새 없이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다소 딱딱할 수 있는 금융을 알기 쉽게 가르치는 걸로 유명하다. 그는 수업에서 스페인에서 가장 큰 소매은행인 산탄데르의 M&A사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산탄데르는 끊임없는 M&A로 세계적인 은행으로 거듭났고, 몇 년 전 한국의 모 은행이 산탄데르의 성공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밝혀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끈 바 있다. 산탄데르가 영국의 애비 내셔널 은행(Abbey National Bank)을 인수한 사례를 통해 그들의 성공 전략을 알아보자.
 
Case 소개
2004년 7월 26일 산탄데르 그룹의 에밀리오 보틴(Emilio Botin) 회장은 산탄데르 은행의 CEO인 알프레도 사엔츠(Alfredo Sáenz), 많은 동료들과 함께 골드만삭스 런던 지점의 기자 회견장에 섰다. 보틴 회장의 옆에는 애비 내셔널의 CEO인 루크먼 아널드(Luqman Arnold)가 서 있었다. 아널드는 모여든 수많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산탄데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식보다 훨씬 더 빠르게 애비 내셔널의 흑자 전환을 이끌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1857년 설립된 산탄데르는 출범 초기만 해도 스페인의 조그만 지방 은행에 불과했다. 100년이 지난 1989년 산탄데르는 스페인 5위 은행으로 발돋움했고, 1994년 바네스토(Banesto) 은행을 인수하면서 스페인 최대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당시 국제적으로 산탄데르를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금융 분야에서 스페인은 유럽의 변방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느낀 산탄데르는 동질한 언어와 문화를 갖고 있는 중남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중남미 시장은 시티은행을 비롯한 미국계 대형은행들이 선점하고 있었다. 중남미 부유층을 주 고객으로 삼았던 시티와 달리 산탄데르는 중하위 계층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애비 내셔널을 인수하기 전 산탄데르는 총 150억 유로를 들여 중남미 11개 국가의 13개 은행을 사들였다.
 
산탄데르는 비슷한 시기에 포르투갈,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등으로도 진출해 세계 15위권 은행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산탄데르의 국제적 명성은 크게 높지 않았다. 진출한 해외 국가의 숫자는 많았지만 미국이나 영국처럼 세계 금융의 최선진국에는 발을 붙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탄데르는 1990년대 미국 시장에 잠시 진출했다가 철수한 바 있다.
 
산탄데르가 세계적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공략한 대상이 바로 영국 시장이었다. 2004년 당시 영국 5위 은행이던 애비 내셔널은 오랜 전통을 지닌 소매은행이었지만 2004년 기준 ROE(return on equity)가 다른 영국 은행들의 평균 17.2%보다 훨씬 낮은 8.1%에 불과할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산탄데르는 이 애비 내셔널을 164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단숨에 세계 10대 은행의 반열에 올랐다. 이는 당시 유럽 은행 간 M&A 거래 중 최대 규모였다. 즉 애비 내셔널 인수는 산탄데르가 이때까지 해왔던 해외 M&A 중 가장 크고 힘든 거래였다. 이를 성사시킨 산탄데르는 금융위기로 많은 금융회사들이 몸을 사릴 때 더욱 적극적으로 영국 시장을 공략했다. 산탄데르는 2008년 이후 자금난에 시달리던 영국 알리안츠리스터 은행, 브래드포드 앤드 빙리(B&B)의 소매금융 부문을 잇따라 인수했다.
 
산탄데르가 금융위기의 와중에 선진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확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매금융에 치중한 영업, 즉 전통적인 대출 위주의 영업을 고집한 덕분이다. 증권화 자산을 많이 보유하지 않았기에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서브프라임 폭풍에서 멀리 벗어나 있었고, 낮은 가격에 알짜 회사도 인수할 기회를 마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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