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토끼’가 슈퍼스타K2에 출연했다면

72호 (2011년 1월 Issue 1)


이솝우화 속 토끼가슈퍼스타K2’에 나왔다면 그렇게 거북이에게 허망하게 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최근 케이블채널에 방영돼 화제를 모은슈퍼스타K2’에는낮잠 자는 토끼를 깨우고, 태생적루저(Loser)’ 거북이를 뛰게 하는 현대 경영의 경쟁시스템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2는 가수 발굴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재능이 있다면 누구나 참가해 실력을 겨뤄볼 수 있는 공개 경쟁방식을 택하고 있다. 얼핏 이솝우화 속 토끼와 거북이의 경쟁 방식과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심리를 절묘하게 이용하는 전략적 경쟁 메커니즘이 있다. 슈퍼스타K2의 최종 목표는 슈퍼스타가 될 가수를 발굴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발 기준은 가창력만은 아니다. 가창력만 평가했다면 이승철, 김태원, 윤종신 등 내로라하는 가수 출신 전문가만으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했을 것이다.

숨겨진알파는 또 다른 심사위원인 시청자와 참가자 자신들이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잣대로 참가자들을 평가한다. 어떤 이는 외모와 패션을 중시한다. 또 다른 시청자는 참가자들이 뿜어내는 인간적 매력에 높은 점수를 준다. 가창력 중심의 평가 시스템으로만 본다면 시청자들과 참가자들의 평가 기준은노이즈(noise)’인 셈이다. 가창력 평가가 아닌 인기도(popularity) 평가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노이즈가 프로그램에 박진감을 불어넣고 참가자들을 긴장시킨다. 가창력을 자신하는토끼도 낮잠의 달콤한 유혹에 빠질 수 없다. 노래는 그저 그런 거북이도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각 단계를 통과해 끊임없이 토끼를 자극한다. 토끼는 더 앞서가기 위해, 거북이는 어렵게 잡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 더 노래실력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다. 게임은 더 박진감 넘치고 수준도 높아진다. 이른바 전략적(strategic) 경쟁 효과다. 노이즈가 지나치게 강하면 토끼가 의욕을 잃어버리는 부작용, 비전략적(non-strategic)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캐나다 궬프대 경제학과 애추 애메그시에(Atsu Amegshie) 교수는 지난해 저널 오브 컬처럴 이코노믹스(Journal of Cultural Economics)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국 폭스 TV의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과 같은 공개 경쟁 프로그램이 시청자 평가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가창력 이외의 요소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 성향이 역설적으로 집단의 가창력 향상 노력을 증가시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애메그시에 교수는 이 같은 시청자 참여 경쟁 방식의 전략적 효과가 가창력이 뛰어난 선두주자를 느슨하게 만드는 비전략적 효과를 압도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슈퍼스타K2에서는 이 전략적 경쟁 효과가 드러났다. 심사위원 윤종신에게네티즌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핀잔을 들었던 강승윤은 마지막 4명이 겨루는 단계에서 일취월장한 기량으로 선두주자들을 위협했다.(DBR 71호 스페셜리포트 참고)

기업 현장에서도낮잠 자는 토끼를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높은 연봉을 받는 소수의 핵심 인재와 다수의 범재가 존재하는 조직에서달콤한 낮잠의 유혹이 강해진다. 느림보 거북이는 잘 나가는 토끼에게 한숨 자고 일어나서 상대해도 좋을 정도로 싱거운 상대일 뿐이다. 우화 속 거북이는 꾸준히 노력해 승리를 거머쥐지만 현실 속의 범재들은 아예 게임 자체를 포기하기 쉽다. 뻔한 승부라면 토끼도, 거북이도 구태여 노력할 이유가 없다. 인사 담당자들은 이런 조직원들을 자극하기 위해 측정할 수도 없는 지표까지 들이대며 성과평가 시스템을 손질하느라고 머리를 싸맨다.

낮잠 자는 토끼를 깨우고, ‘자포자기한 거북이를 일으켜 세우려면 천편일률적인 경쟁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승자독식의 개인에 대한 보상(high-powered incentive)보다 팀이나 기업 실적과 연동해 보상하는 집단에 대한 보상(lower-powered incentive)이 더 중요하다는 이론이 최근 주목을 받는 이유다. 1등만 기억하는 조직은 영원할 수 없다. ‘잠자는 토끼자포자기한 거북이만 양산할 수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