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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a & Business

일단 바꾸고 보자고? 습관적 변화는 毒이다

정창화 | 72호 (2011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정창화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폴 비미시(Paul Beamish, pbeamish@ivey.uwo.ca) 캐나다 IVEY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최근 세계적 경영 저널 에 지속적인 소유 구조 변화가 합작회사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 ‘The Trap of Continual Ownership Change in International Equity Joint Ventures’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합작회사를 보유하고 있거나, 이를 준비 중인 많은 한국 기업에 많은 교훈과 시사점을 줍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은 이번 연구의 내용과 의미를 요약한 정창화 교수의 글을 싣습니다. 정 교수는 영어로 원고를 보내왔으며 영어 원문은 www.dongabiz.com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한국 경영학자들이 더 늘어나기를 기원합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변화를 피할 수는 없다. 변화는 종류와 크기를 막론하고 모든 조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통념에 따르면 요즘처럼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의 내적, 외적 환경이 변할 때 관리자가 바로 조직 구조를 변경해야 한다. 주변 상황에 따라 조직 구조를 바꾸면 환경과 조직 구조 간 정렬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적응을 위한 구조 변화는 실현 가능하고 기업에 유익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통념과는 다른 관점에서도 생각을 해 보자. 변화를 추구하면 변화 과정 자체로 관행이 파괴되고, 관계가 악화되며, 값비싼 학습 비용이 필요하다. 어떤 조직이 향후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하며 변화를 추진했다 해도 실제 그 이익을 실현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지 모른다. 영원히 이익을 실현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필자는 폴 비미시(Paul Beamish) 캐나다 IVEY 비즈니스 스쿨 교수와 함께 이 같은 가설을 집중 탐구했다. 최근 그 결과를 세계적인 경영 저널 Organization Science <국제 합작회사에서 나타나는 지속적인 소유 구조 변화의 덫(The Trap of Continual Ownership Change in International Equity Joint Ventures)>이라는 논문으로 발표했다.

우리는 이 논문에서 변화 과정 자체의 파괴적이고 유해한 본질 때문에 특히 국제 합작회사에서는 조직 구조의 지속적 변화가 해당 조직이 기대하는 이익을 가져다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화가 계속해서 진행되면 기존의 조직 구조 및 파트너 간의 활동 패턴이 지속적으로 파괴되거나 더 이상 쓸모 없는 것으로 변질될 수 있다. 따라서, 반복적인 변화가 미치는 결과는 파괴적이고 유해하다. 변화의 동기가 무엇이건, 변화로 인해 얼마나 좋은 결과가 나타날 거라고 믿건, 지속적으로 구조적인 변화를 추구하면 국제 합작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지난 17년 동안의 5053개의 국제 합작회사를 분석했다. 특히 필자는 합작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성과 하락에 대응할 목적으로 합작회사의 소유 지배권 구조를 변화시키면 소기의 이익을 실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를 자세히 알아보자

구조 변화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원인

조직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직을 운영하는 관행(operating routines)을 만들어낸다. 더불어 수정 관행(modifi-cation routines)도 개발한다. 수정 관행이란 운영 관행을 만들고 변화시키기 위한 절차다. 통상적으로 수정 관행은 조직이 새롭게 등장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조직이 변화하는 과정을 통제하게 된다. 국제 합작회사가 더 많은 운영 관행 변화 경험을 쌓으면 유사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수정 관행 또한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관행을 기반으로 하는 조직 모형에 의하면 조직 관성(inertia)은 과거의 행동 및 행동 패턴을 반복하는 경향이라고 개념화할 수 있다. 즉 조직 관성은 조직을 형성하는 수많은 관행들을 하나로 묶는 힘으로 이해할 수 있다. 관행은 조직 지식, 관리 지식, 역량, 믿음, 가치관, 기억 등을 모두 포함한다. 하지만, 이 관행이 일정한 경계를 넘어 경향(tendencies)으로 발전하거나 다양한 문제에 대한 고착화된 반응으로 발전하면 조직 관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관성은 본질적으로 정체(stasis)와 일정한 행동(uniform motion)이라는 2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원래의 구조를 유지하고, 기존 관행을 고집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조직은 정체 관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수정 관행(modification routines)을 따라 과거의 변화가 반복되면 추진력(momentum)이라 불리는 또 다른 형태의 관성이 나타난다. 이런 측면에서 정체 환경 혹은 지속적인 변화 환경의 유지 여부와 관계 없이 조직이 과거의 추세를 확장하거나 반복할 때 해당 조직의 관성이 강하다고 설명할 수 있다.

과거에 형성된 특정한 유형의 변화는 미래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국제 합작회사가 소유 지배권 구조를 자주 변화시킬수록 또 다른 지배권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변화 관행 또한 더 자주 개발하게 된다. 소유 지배권을 변화시킨 과거의 경험은 국제 합작회사가 차후에 발생할 다양한 범주의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 방안으로 추가적인 소유 구조 변화를 떠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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