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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협상에서 행운을 거머쥐는 법

우정이 | 71호 (2010년 12월 Issue 2)

협상에서는 행운이나 불운이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 협상가나 협상학자들은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겠지만, 협상에서 운을 무시한 대가는 만만치 않다. 운은 그 성격상 인간의 힘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똑똑하게 관리할 수는 있다. 이는 운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룰렛 위 어느 칸으로 공이 들어가느냐는 100% 우연이다. 그래서 이런 우연과 신비한 행운을 구분하는 시각도 있다. 생각해 보면 어떤 사람들은 처음에는 우연 같아도 결국엔 그렇게 됐어야 할 운명처럼 적절한 때 적절한 장소에서 행운을 거머쥐지 않던가. 협상과 계약이 성공하려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그 대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우연이든 행운이든 필요한 시점에 마주쳐야만 한다.
 
최근 순전히 우연의 법칙에 의해 행운이 따라오는 건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행운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선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장소에 있어야 하지만, 숨어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선 미래를 대하는 태도 또한 적절해야 한다.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만은 자신이 운이 좋다고 여기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2개의 그룹을 나눴다. 일을 할 때마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오거나 엄청난 기회가 주어졌다고 답한 사람들은 행운아 그룹으로 분류했다. 연이어 겪은 시련에 대해 토로한 사람들은 불운아 그룹에 들어갔다.
 
양쪽 그룹의 사람들에게 일련의 심리검사를 실시한 와이즈만은 자신을 행운아라고 여긴 사람들의 성격은 외향적이고 여유로우며 새로운 경험에 열려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자신이 불운하다고 답한 사람들은 말 그대로 기회가 바로 코 앞에 다가와도 놓치는 경향을 보였다.
 
와이즈만은 자칭 행운아와 불운아들에게 연구진이 만든 신문을 주고 사진 수를 세어보라고 부탁했다. 신문 안쪽에는 “이 광고를 봤다고 연구진에게 말하면 100달러를 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신문 반쪽에 걸쳐 큼지막하게 쓰여져 있었다. 행운아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다수가 이 광고를 봤다고 말했지만, 불운아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 광고를 보지 못했다. 행운아들이 광고를 발견할 가능성이 훨씬 높았던 것은 이들이 새로운 경험에 개방적이었기 때문이다.
 
와이즈만은 불운한 사람들이 광고를 놓친 이유를 날카롭고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순전히 우연으로 연속적인 불운을 겪은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주눅이 든다. 신문에서 사진의 수를 세어 달라고 하면 이들은 그 요구에만 충실히 따르고 다른 건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으로부터 미소를 받은 사람들은 그만큼 마음이 열려 있기 때문에 또 다른 행운을 발견할 가능성도 높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운이 좋거나 나쁘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에 걸맞은 행동으로 스스로 그 믿음을 실현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말에 의심을 표하는 고객에게 신규 서비스의 장점을 설명해야 하는 영업사원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이 영업사원이 평소 자신에게 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의심이 많은 고객만 만나는 자신의 팔자를 탓하며 포기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이 자기 편이라고 생각하는 영업사원은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서비스 보증을 해준다거나 성과 보너스를 제안하는 등의 새로운 방법을 사용할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시도를 통해 결국 영업을 성사시키고 나면 이 사람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끈기 있게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뿌듯함에 자신감이 배가될 것이다. 이 사람의 운은 앞으로 더욱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사람이 자신을 행운아, 혹은 불운아로 여기는 데는 그 사람의 성격과 삶에서의 경험이 작용한다. 태생적으로 걱정이 많은 사람이 갑자기 긍정적인 사람으로 바뀔 수는 없다. 불운을 겪은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상황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와 미래에 대한 자신의 기대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몬터레이에 위치한 미 해군대학원 조직행동학 교수 프랭크 배럿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소위 ‘인정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단순히 어떤 대상을 좋아하거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게 아니라 자신이 처한 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뜻한다. 협상에서 이런 마음을 갖추려면 내 권한으로 통제가 되는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을 구분할 줄 아는 성숙한 시각이 중요하다. 협상 테이블의 상황이 원하거나 원치 않는 방향으로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서 전략을 세운다면 이러한 능력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협상 이후에도 이 ‘운’이라는 변수는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 우리가 잘못된 곳에서 원인을 찾고 잘못된 교훈을 도출하도록 만든다. 일례로,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단순히 협상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 자신의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했거나 창의적 해결안을 제시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 시기가 적절치 못해 행운이 따르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때문에 협상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기세 등등해지거나 실패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오랜 시간 협상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 행운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간다.
 
어떨 때는 무엇이 통제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 구분할 줄 아는 능력으로 협상의 성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우리에겐 협상할 상대방을 고를 권한이나 이들의 기분을 내 마음대로 바꿀 힘이 없다. 협상이 실패할 때 상대편이 선택할 대안을 결정해줄 수도 없고, 우리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외부 사건을 미리 알기도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계약이 성공적으로 체결되거나 무산될지 여부는 누가 협상 상대방이 될지, 그가 어떻게 협상을 진행하고 우리의 설득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에는 어느 정도 운이 작용한다. 상황이 그렇더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패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상대편의 성향을 읽어내고 그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며 설득하는 일은 전적으로 우리의 능력에 달렸고, 이 능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협상의 향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심리학 연구 결과, 협상 이전에 잠시 시간을 내 목표를 정의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 사항을 생각해 두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케니 로저스도 1978년 히트곡 ‘도박사(The Gambler)’에서 이렇게 노래하지 않았던가. 포커나 협상의 성공 비결은 ‘어떤 패를 버리고 어떤 패를 가져갈지 아는 능력’에 있다고 말이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Feeling lucky: Chance and Negotia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콘텐츠 공급(NYT 신디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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