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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개편 방법론

조직 개편, 유행 아닌 전략 따라라

최현아,송일석 | 67호 (2010년 10월 Issue 2)
 
  

 
조직은 조직구조와 운영체계뿐 아니라 좀 더 포괄적으로 조직의 구성원인 사람까지 포함한다. 조직구조는 각 회사가 가지고 있는 조직도를 의미한다. 조직도를 살펴보면 회사의 의사결정 체계가 몇 단계이고 누가 주요 의사결정권자인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구성원이 조직에 배치되는 기본적인 단위가 무엇인지(예를 들어 팀인지 과인지 등), 회사의 자원배분 체계가 고객중심인지 기능중심인지 제품중심인지를 알 수 있다.
 
운영체계는 각 단위조직의 역할과, 타 단위조직과의 관계를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부서별 업무분장서가 운영체계의 대표적인 예이긴 하지만 운영체계는 공식적인 업무분장 이 외에 각종 회의체 운영, 내부 정보기술(IT) 시스템, 공식적으로 정의되지는 않지만 관행적으로 나타나는 업무 프로세스,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을 포함한다. 유사한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는 회사라 하더라도 동일한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하드웨어(조직구조)가 같아도 바로 이 운영체계(소프트웨어)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실제 조직의 성과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운영체계를 유지하는 데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가 사람이다. 각 단위조직의 최종의사결정권자인 리더는 물론이고, 산하 구성원들의 역할과 동기부여 정도에 따라 강한 조직과 약한 조직의 성패는 극명하게 갈린다. 그래서 사람과 조직의 문제는 일반적으로 같이 논의되곤 한다. 말하자면 인사가 기업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요소라면 조직은 기업의 골격과 신경계통을 담당하는 요소다.
 
많은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경영층이 바뀐다거나, 새로운 기업 비전이나 전략이 발표될 때 조직 개편을 함께 실행한다. 이런 조치들은 전략 실천에 대한 경영자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런 의미나 실속도 없이 단순히 이벤트성으로 또는 누군가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억지로 꿰어 맞춘 듯한 엉성한 조직 개편도 자주 목격된다. 잘못된 조직 개편의 후유증은 주주와 사원, 나아가 사회 전체에 엄청난 손실을 안겨준다.
 
해방 이후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의 조직구조나 운영방식은 많은 변화와 진화를 거듭해 왔다. 사업구조의 변화, 인력계층의 변화, 기업 전략의 변화, IT와 같은 업무환경의 변화, 리더십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이 기업의 자율적이고 점진적인 조직변화를 유도했다면, 외환위기와 미국발 금융위기 등과 같은 사건은 조직구조에서 강제적이고 단절적인 변화를 요구해 왔다. 이 글을 통해 국내기업들의 조직구조 변화를 시대적으로 살펴보면서 그 의미를 되짚어 본다. 또 진정 우리가 지향하고 추구해야 하는 바람직한 조직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본다.
 
 
한국 기업들의 조직 구조 변화
기업이라 칭할 수 있는 근대적 관점의 한국 조직의 기원은 아마도 조선시대 말기나 일제시대에 등장했다. 당시 우리 기업들은 일본 군국주의 치하에서 군대 조직의 영향을 많이 받아 상하관계가 엄격하고 명령 및 통제 권한이 명확히 정의된 관료제 조직의 특성을 가지게 됐다. 일반적으로 부과제 조직으로 일컬어지는 이러한 관료제 조직구조는 주로 기능중심으로 단위 조직이 구성되며 높은 수준의 분업화 및 과업의 표준화가 이뤄진다. 당시 이런 조직구조가 최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당시의 경제기반이 생산·제조업 중심으로 개인의 창의성이나 조직의 유연성보다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성과 생산성이 중요한 경쟁 우위요소였기 때문이다. 즉, 명확한 위계 하에서 기능 중심으로 구성된 부과제 조직은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적합한 조직구조였다고 할 수 있다.
 
해방 후에도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군사 정권을 통해 한국민의 정서에 매우 깊이 자리잡은 군대식 문화는 기업의 관료적 조직 문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정부의 보호 아래 단기간에 급성장한 국내 기업들은 조직의 성장 단계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조직 변화의 필요성 및 변화 방향에 대해 심도 깊게 고민하고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규모 확장과 인력 확충에만 치중해 왔다. 직급과 직책이 연계된 부과제의 특성상 과장 진급자가 생기면 과를 만들고 부장 진급자가 생기면 부를 만드는 식의 위인설관식 조직 구조 설계로 조직은 비효율적으로 팽창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환경에 노출되면서 과거의 피라미드식 부과제 조직에 대한 개편 노력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성과 의사결정의 신속성이 기업의 주요한 역량으로 대두됐고, 정형적이고 일상적 업무가 아닌 비정형적이고 전략적인 업무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조직 내 수직적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고 비정형적 업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팀제’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특히 승진 대상자의 수에 맞춰 조직 내 자리 수를 늘리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었던 기업들에 팀제 도입은 직급과 직책 분리라는 해결책을 제시해 줬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기업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 경영 혁신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사업부제’나 ‘매트릭스 조직’과 같은 보다 고도화된 형태의 조직 구조도 이전보다 널리 적용됐다. 과거의 사업부제가 방대해진 조직의 효율적 관리 차원에서 단순히 제품 위주로 조직을 구분하는 목적이 강했다면, 외환위기 이후의 사업부제는 실질적인 분권화를 통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조직 내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을 보다 명확히 했다. 또한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고객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품과 고객·시장, 혹은 기능과 제품 등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한 사람이 양쪽에 소속되도록 구성한 매트릭스 조직도 많은 기업들이 도입했다.
 
최근 들어서 국내 기업들에서 각광받고 있는 조직 형태로는 ‘네트워크 조직’이 있다. 환경 변화 속도가 빠른 산업에 속한 기업이 모든 영역에서 경쟁 우위를 발휘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자신들이 보유하지 못한 경쟁 우위 역량을 갖춘 다른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네트워크를 구성해 경쟁자에 공동으로 대응했다. 특히 글로벌 기업으로서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갖추게 된 일부 대기업들은 유수의 해외 선진 업체들과 적극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보유한 구글과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전화 하드웨어 제조 역량을 갖춘 삼성전자가 협력한 것이나, 자동차용 IT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협력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버추얼 조직’이라는 개념도 종종 등장한다. 즉, 회사에서 인정하는 공식적인 조직은 아니지만 사안에 따라 전 세계에 퍼져있는 사내 혹은 외부 전문가들끼리 IT 도구를 최대한 활용해 협업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네트워크 조직과 버추얼 조직 같은 조직구조 및 운영방식은 기존 조직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연구개발이나 혁신 기능을 담당할 때 보다 효과적이다.
 
한국 기업과 서구 기업 조직 간 차이점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수십 년 동안 경영환경에 따라 조직구조를 변화시켜 오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국내 기업과 서구 기업 간 조직구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인 조직 운영 측면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
 
 
첫째, 아직도 상당수의 국내기업들이 과거의 수직적 관료주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팀제 도입을 통해 수직 단계를 줄이고 유연하게 업무에 대처하는 조직 구조를 구축한 듯하나 실상은 과거 부과제 형태를 그대로 이어 받은 채 명칭만 팀으로 변경한 대부대과형 팀제를 적용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무늬만 팀제 하에서 팀들은 과거 부과제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며, 팀 내에는 흔히 파트장으로 불리는 중간 계층이 존재한다.
 
서구의 팀들이 변화하는 비즈니스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유기적으로 통합, 분리, 변화되는 등 유연하게 운영되는데 반해, 국내 팀들은 고정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를 항시적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팀장의 권한과 책임에서도 기업마다 차이가 많다. 삼성의 팀은 규모가 크고 임원이 팀장을 맡으므로 팀장의 권한이 매우 크다, 하지만 팀장과 팀원들의 관계는 우리가 스포츠팀에서 볼 수 있는 팀 리더와 팀 멤버의 관계보다 훨씬 수직적이고 계층적이다. 팀제의 도입으로 의사결정 단계 수가 줄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나, 팀제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내의 팀제 도입은 아쉬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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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현아

    - (현) 왓슨와이어트 상무
    - 맥킨지 전략 담당 컨설턴트
    - 싱가포르 국립대 산하 품질생산성본부 책임연구원
    - 포스코 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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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일석ilsuk@towerswatson.com

    - 타워스 왓슨 인사조직 컨설팅 사업부 이사
    - LG EDS, 앤더슨 컨설팅, 베어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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