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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빅뱅, 정보 패러다임을 바꾸다

강한수 | 63호 (2010년 8월 Issue 2)
1900년대 초에는 도로 한복판에 자동차와 말이 뒤섞여 다녔다. 당시 사람들은 두 종류로 나뉘었다. 첫 번째 부류는 “어떻게 오래 가는 말발굽을 만들까” “어떻게 더 편한 안장을 만들까”를 고민하던 사람들이다. 두 번째는 “어떻게 더 강한 엔진을 만들까” “어떻게 더 질긴 타이어를 만들까”를 고민하던 사람들이다. 당시 사람들은 말이 곧 교통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할 거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후 운송 시스템이 자동차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실제로 말 관련 업종의 사람들은 갈 길을 잃었다. 대신 그 자리는 자동차가 차지했다. 20세기 도로 위에서 벌어진 운송 혁명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 또 다른 변화가 오고 있다. 바로 모바일 빅뱅이다. 우선 모바일 기기 수의 폭발적인 증가를 보자. 1990년대 전 세계 PC는 약 1억 대 정도였다. 2000년대 인터넷 가능 기기는 약 10억 대였다. 하지만 2010년대 모바일 기기는 무려 100억 대다. 전 세계에서 이동통신을 사용하는 인구도 40억 명이 넘는다. 지구인의 3분의 2 이상이 모바일에 영향을 받고 있는 시대가 온 셈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변화는 무엇일까?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모바일 세상에서는 내가 정보를 찾아 이동하던 과거와 달리 선별된 정보가 나를 찾아온다. 해외 고객과의 현지 회의 때 사용할 근사한 식당을 예약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컴퓨터로 검색하거나 지인에게 전화로 질문하는 방식은 구식이다. 이제는 길거리에서 즉석 검색이 가능하다. 내 취향을 아는 모바일 검색기가 내가 좋아할 만한 레스토랑을 추천해주기 때문이다. 내가 위치한 곳에서 내가 좋아할 만한 선별된 레스토랑이 내 손안으로 들어온다. 과거에는 내가 정보를 찾아 이동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보가 나를 찾아 이동한다.
 
둘째, 정보의 파급력이 무한대로 확대된다. 2010년 1월 31일 한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웠다. 백혈병 치료에 필요한 혈액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혈액은 1만 명당 8명만 지닌 희소혈액인 RH-O형이었다. 환자의 어머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RH-O형 피를 급히 구합니다.” 놀라운 일이 생겼다. 트위터에 올린 글은 삽시간에 수만 명의 팔로어에게 전파됐고, 세 시간 만에무려 여섯 명의 기증자가 나타났다. 모바일 세상의 네트워크는 이전과는 분명 다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모바일 기기를 소유하고 있다. 또 PC와 달리 항상 가지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나 수신 상태인 접속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정보를 뿌리면 엄청난 속도로 전파될 수 있는 이유다.
 
셋째, 모바일 기기 자체가 새로운 정보의 보고다. 워낙 우리의 일상과 밀착되다 보니 모바일 기기는 나 자신도 모르는 나의 일상을 생생히 알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현실 마이닝(Reality Mining)’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사람들의 활동 정보를 수집하고 행동 양태를 파악하는 기술을 말한다. 미 매사추세츠 공대(MIT) 실험실에서는 스마트폰에 장착된 마이크가 목소리를 분석해 사용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까지 등장했다. 모바일 기기가 통화 내용만 듣고도 어떤 사람이 우울증에 걸렸는지 아닌지를 진단해 내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모바일 기기에 부착된 모션 센서가 사용자의 걸음걸이를 분석해 행동 패턴을 포착하는 기술도 있다. 이 기술은 파킨슨병처럼 행동 장애를 일으키는 병을 예방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노르위치 유니온이라는 자동차 보험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모바일 센싱 기술로 운전자의 주행거리와 운전패턴을 분석해낸다. 운전자에게 운전한 만큼만 보험료를 부과하기 위해서다. 자동차를 별로 타지 않은 사람이 부당하게 비싼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온 셈이다. 이는 모바일 기기가 고객의 일상을 생생하게 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모바일 빅뱅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때문에 21세기 기업은 이 모바일 빅뱅이 가져올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노르위치 유니온처럼 발 빠른 기업들은 이미 차세대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내느라 바쁘다. 모바일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도 애쓰고 있다. 기회는 언제나 변화의 시기에 존재한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도약을 꿈꿀 기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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