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스티브 잡스, 작은 약점이 많은 장점을 가려요”

63호 (2010년 8월 Issue 2)

 
출시 며칠 만에 수백만 대가 팔렸던 아이폰4G가 안테나 문제로 고초를 겪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소비자잡지 컨슈머 리포트는 공식적으로 아이폰4G를 구매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혔다.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 사태와 더불어 아이폰4G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즉,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도 조그만 문제로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는 한국 기업들이 이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기업 경영에 실패한 후 도태됐던 경영자가 다시 부활한 사례는 흔치 않다. 이 점에 비춰볼 때 스티브 잡스의 사례는 매우 독특하고 예외적이다. 자신이 창업한 애플로부터 쫓겨난 후 다시 애플로 화려하게 복귀, 오늘날 세계 최고의 IT 기업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를 천재, 영웅, 이단아라는 시각으로만 본다면 잡스에 대해 감탄만 할 뿐 별로 배우지는 못할 것이다. 천재를 선천적 천재성을 발현한 사람이 아니라 후천적인 전략을 잘 구사한 사람으로 분석하면 잡스의 성공 비결을 제대로 이해하고 배울 점을 찾아낼 수 있다. 당연히 그의 잘못된 점도 찾아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잡스가 구사한 경쟁 전략의 핵심을 파헤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잡스가 최근 출시한 아이폰4G와 아이패드(iPad)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또한 잡스의 특별했던 인생을 살펴본다.
 
아이폰4G 전략
 
<표1>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애플의 아이폰4G의 주요 특징을 비교하고 있다. 운영체제와 프로세서는 장단점이 약간씩 다르긴 해도 비슷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술로만 보면 여러 면에서 갤럭시S가 더 우월하다. 일단 갤럭시S의 디스플레이는 4인치로 아이폰의 디스플레이보다 크다. 휴대폰의 무게는 아이폰보다 가볍고 배터리도 더 우수하다. 아이폰4G는 카메라에 LED 플래시를 장착했고 비디오 녹화에 HD급 고화질 화상 기능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는 애플이 자사의 고유 기술로 만든 게 아니라 주로 외국 기업으로부터 아웃소싱해서 받아들인 기능이다. 이 외국 기업에는 LG, 삼성 등 한국 기업도 포함돼 있다.
 
 
애플 앱스토어의 소프트웨어는 매우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러나 이 역시 애플에서 앱스토어의 장()만 만들어 놓았을 뿐 나머지는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들이나 개인이 가입해 운용하는 체제다. 비상한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과연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애플만이 독자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는 모델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삼성을 포함한 다른 업체들이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로 애플을 추월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의 생산도 미국에서 하지 않는다. 중국 남부 광동성 심천에 있는 대만계 회사인 폭스콘이 아이폰을 만들고 있다. 품질 관리는 애플이 철저하게 하고 있지만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체제다. 결국 아이폰의 경쟁력 원천으로 보이는 다양하고 독특한 소프트웨어, 저렴한 가격 등은 대부분 다른 기업으로부터 가져온 것이다. 잡스는 이 다양한 기능과 특징을 잘 조화시켜 디자인을 해낸 셈이다.
 
잡스는 자기가 만든 제품의 우수성을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한 바 있다. 첫째, 최고 수준의 기술(Our most advanced technology) 둘째, 마술적이고 혁명적인 제품(In a magical and revolutionary device) 셋째, 놀랄 만한 낮은 가격(At an un-believable price)이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첫째 요인은 다른 기업의 기술이나 부품을 가져온 것이다. 셋째 요인도 중국에서 대만계 기업에 외주를 주었기에 애플만의 특별한 기술이나 생산 능력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둘째 요인은 다르다. 잡스의 제품들은 대부분 마술적이고 혁명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 다른 기업들이 따라오기 쉽지 않다. 이 신제품의 디자인 역량이야말로 애플의 제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 놓은 결정적인 원동력이다. 전 세계 애플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패드 전략
 
스티브 잡스는 최근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디자인 역량에 대한 비밀을 스스로 알려 준 바 있다. <그림1>을 보자. 잡스는 왼쪽에는 스마트폰과 오른쪽에는 노트북 컴퓨터를 올려 놓은 다음 가운데에 물음표를 찍었다. 즉 ‘두 제품의 기능을 모두 가지면서 더 편리하고 재미있는(convenient and fun) 제품이 없을까’를 고민한 결과 탄생한 제품이 바로 아이패드라는 뜻이다. 이게 바로 잡스가 말하는 마술적이고 혁명적인 제품이다.
 
 
즉, 잡스의 핵심 역량은 기술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창출해내는 게 아니다. 기존 제품들의 기술을 잘 조합해서 사용하기에 아주 편리하고 재미있는 제품을 내놓는 게 진정한 경쟁력의 원천이다. 잡스는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도 했다. “우리는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접점에서 두 가지 모두의 가장 좋은 점들을 얻으려고 노력해왔다(We have always tried to be at the intersection of technology and liberal arts and to be able to get the best of both).”
 
스티브 잡스의 인생
 
그렇다면 잡스가 왜 인문학(liberal arts)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알아보자. 이를 이해하려면 그의 인생 역정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는 태어나기 전부터 양부모가 결정돼 있었던 아이였다. 그의 생부는 시리아 출신 회교도이고 생모는 미국의 백인 여성이었다. 그의 생부와 생모는 둘 다 대학원생 시절에 만나 잡스를 임신했으나 헤어졌다. 이후 혼자 남은 생모가 입양을 결정했다. 당시 양부의 학벌은 고등학교 중퇴, 양모의 학벌은 대학교 중퇴였다. 이에 생모는 잡스를 꼭 대학 공부까지 시켜야 한다는 조건으로 양부모에게 잡스를 입양시켰다.
 
잡스는 학교 공부에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리드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제공하는 정규 과목을 공부하기 위해서 그 비싼 등록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에 회의를 느끼고 한 학기만 다닌 후 학교를 그만뒀다. 하지만 그는 부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년 반 동안 학교에 더 머물렀다. 그런데 그는 이미 정규 학생이 아니었으므로 정규 과목은 수강할 수 없었고 관심 있는 교양 과목 등만을 청강할 수 있었다. 이 때 그가 주로 청강했던 과목들이 바로 철학이나 외국 문화에 관한 인문학 수업이었다.
당시 잡스가 특히 관심을 보였던 과목은 서예(calligraphy)였다. 이때 익힌 지식은 그가 다양한 글자 모양과 글자 간의 자연스러운 간격이라는 특징을 지닌 애플컴퓨터의 그래픽 모드 운영체제를 만들어내는 데 밑거름이 됐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인 윈도 역시 원래는 애플의 그래픽모드를 모방했다. 개인용 컴퓨터의 현대적 운영체제는 잡스가 정규 학업을 그만두고 서예 과목을 청강하는 순간에 기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을 창립한 잡스는 큰 성공을 거두지만 곧 회사에서 쫓겨났다.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개인용 컴퓨터의 다음 세대인 컴퓨터 개발에 중점을 두면서 설립한 넥스트(NeXT)는 잡스의 뜻대로 운영이 되지 않았다. 그 후 컴퓨터 애니메이션 회사인 픽사(Pixar)를 설립해 성공을 거뒀지만 이 회사를 월트디즈니에 넘겼다. 이후 애플이 넥스트를 인수하면서 잡스는 다시 애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아이팟, 아이폰 등 여러 개의 히트 상품을 내 놓으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에게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2004년 췌장암 선고를 받은 것이다.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그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고 하는 일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만약 답이 ‘아니오’라면 지금 하려는 일을 그만두고 더 중요한 일을 찾기 위해서였다.
 
잡스의 화려한 경력 뒤에는 이렇게 인생의 어려운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났다. 생부모와 양부모, 정규 교육과 청강 교육, 성공과 실패, 삶과 죽음 등 갈림길에서 상호 모순되는 측면들의 장점을 살려 그는 그 자신만의 천재성을 만들어냈다. 잡스가 말하는 자신의 핵심 역량, 즉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학문적으로 기술과 인문학은 관련성이 작아 보인다.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인문학적 감성이 아니라 냉철한 자세를 지녀야 한다. 인문학을 하려면 너무 기술과 과학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잡스에게 인문학은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였다. 진정한 천재성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대상에서 의미 있는 관련성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잡스는 바로 이를 해냈기 때문에 천재라고 할 수 있다.
 
패러다임 변화의 원천
 
천재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은 우선 기존의 최고를 철저하게 이해하는 데 있다. 기존의 최고를 적당히 흉내만 내면 짝퉁은 만들 수 있어도 명품은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명품을 만들어 내려는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영국의 대 시인 T. S. 엘리어트의 말은 이를 잘 표현해 준다. “어설픈 시인은 흉내만 내지만, 원숙한 시인은 훔친다(Immature poets imitate; mature poets steal).”
 
 
PC 소프트웨어 발전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기존 기술을 철저하게 활용해서 조금 더 발전시키거나 다른 분야와 연결시켜서 성공한 것이다.(그림2) 개인용 컴퓨터의 현대적인 운영체제는 1981년 제록스 컴퓨터가 그래픽 모드를 출시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제록스는 윈도 시스템에 아이콘, 메뉴, 포인팅 시스템 등을 도입해 WIMP(window, icon, menu, pointing device) 패러다임을 확립했다. 물론 이 시스템도 완전히 새로운 게 아니고 더글러스 엥글바트의 운영 시스템을 발전시킨 것이긴 하지만 제록스 컴퓨터를 현대적 운영체제의 시작이라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잡스는 이를 더 발전시켰다. 그는 애플 컴퓨터의 1983년 리사(Lisa) 모델에서 아이콘을 이용한 인터페이스, 풀다운 메뉴와 마우스 등 여러 기능을 첨가시켰다. 이를 더 발전시킨 1984년의 매킨토시 모델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면서 잡스와 애플 컴퓨터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애플 컴퓨터의 그래픽 모드를 본뜬 후 몇 개의 새로운 기능을 첨가해 윈도 운영체제를 출시했다. 1990년 윈도 3.0에서는 멀티태스크, 프로그램 매니저, 컬러, 속도 등의 기능이 향상됐다. 1992년의 윈도 3.11에서는 윈도의 운영체제 기능에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을 포함한 MS 오피스를 첨가했다. 빌 게이츠는 이를 더 발전시켜 1996년에는 윈도, MS 오피스, 인터넷 익스플로어도 포함시킨 윈도 시스템을 출시하면서 이 분야의 표준을 확립했다.
 
이러한 현재의 표준은 구글이 새로운 운영체제를 선보이면서 다시 도전받고 있다. 구글이 현행 시스템을 어느 정도 발전시킬지는 아직 미지수다. 어쨌든 새로운 도전이 끊임없이 계속될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발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제품은 기술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게 아니라, 기존 제품의 핵심 역량을 받아들이면서 이를 한 걸음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패러다임 변화의 원천은 기존의 최고를 철저히 벤치마킹하는 전략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 경쟁 전략의 시사점
 
잡스는 1976년 약관 21세 때 자신의 집 차고에서 애플 컴퓨터를 차렸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벤처사업가의 대명사이자 IT 업계의 세계적인 천재로서 인정받고 있다. 최근 출시한 아이폰4G는 폭발적인 판매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이폰 4G의 안테나 이상으로 잡스는 큰 곤경에 빠졌다. 스티브 잡스는 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아이폰 4G를 변호하기에 급급했고, 사고 싶지 않으면 사지 말라는 식의 오만한 태도마저 보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잡스의 해결안은 29달러 범퍼 케이스를 무료로 주는 일에 불과했다. 그러자 반발은 훨씬 더 거세졌다. “아이폰 4G 같은 하이테크 디지털 기기의 문제점을 단돈 29달러짜리 고무 케이스인 로테크적인 방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비판이었다.
 
잡스는 왜 이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가? 그는 기본적으로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가 쪽에 더 가까운 인물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그는 마술적이고 혁명적인 디자인에 치중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즉 그는 자신을 완전히 새로운 기술의 상품을 만드는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품을 창조하는 디자이너로 생각하고 있다. 과거 애플이 매킨토시를 개발하던 시절에 회로 기판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그가 크게 화를 낸 적도 있다. 아이폰 4G를 만들 때도 설계 과정에서 안테나 수신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기술자의 보고가 이미 있었다. 하지만 잡스가 이를 무시하고 현행 디자인으로 결정했다.
스티브 잡스의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우선 제품의 효용과 가치를 높이려면 기술뿐 아니라 인문학적 사고를 접목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또한 적절한 디자인의 접목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어필해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 그러나 기술중심적 제품은 다른 무엇보다 기술을 우선해야 한다. 휴대폰의 수신 기능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이용하려는 이유 그 자체다. 안테나의 기술적 기능과 인문학적 가치 및 디자인이 충돌한다면 일단 기술적 기능을 우선해야 한다.
 
둘째, 아무리 장점이 많더라도 조그만 약점이 큰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제품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빨리 리콜을 하고 대대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가 성격이 강한 잡스는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이러한 전략이 굴욕적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류 기업은 자사의 경쟁 우위만 강화할 게 아니라 결정적인 경쟁 열위도 없어야 한다. 일류 기업일수록 약점 관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편집자주 전략 경영 이론의 의미와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실전에서 기업이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전략 경영 분야에서 두드러진 연구 성과를 내온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코너를 통해 경영 전략 이론의 분석 틀과 그 올바른 활용법을 제시합니다. 고전 이론뿐만 아니라 최신 경영 이론도 함께 소개하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