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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성도GL의 문화경영, 고객 직원 지역 간 창조적 소통을 가능케하다

신수정 | 62호 (2010년 8월 Issue 1)

Art & Business
“보드카 병 느낌이 좋아요. … 이걸로 뭔가 해보고 싶은데….”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이 1985년 보드카 업체 앱솔루트(Absolut) 관계자를 만나 이런 말을 한 후 보드카 병을 소재로 ‘앱솔루트 워홀’이란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데미안 허스트, 백남준, 키스 해링 등 400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앱솔루트를 소재로 창작 활동을 벌였습니다. 결국 앱솔루트는 ‘일개 보드카’에서 ‘문화의 아이콘’으로 격(格)이 높아졌습니다.
소비자들에게도 예술가에게 모티브를 준 ‘영감의 원천’을 구입한다는 정신적 가치를 제공했습니다. 기업의 재무적·사회적 성과가 높아졌음은 물론입니다. 글로벌 초경쟁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제 브랜드와 제품의 격을 높여야 합니다. 소비자들도 단순히 제품의 속성(attributes)보다는 미적(aesthetic), 상징적(symbolic) 가치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미와 상징을 창조하는 예술이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이제 기업들은 정신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술혁신(technology innovation)’에만 치중하지 말고 제품이나 브랜드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상징혁신(symbolic innovation)’도 함께 추구해야 합니다.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성공적인 문화예술경영을 위한 전략 및 솔루션과 우수 사례들을 종합했습니다.
 
 
 
1984년 어느 여름날,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 손에는 와인, 다른 한 손에는 담요를 든 채 대부분 편안한 복장이었다. 인근 빌딩에서 근무하던 회사원들도 셔츠를 걷어붙이고 공원으로 향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이 뉴요커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수만 명의 뉴요커를 센트럴파크에 삼삼오오 모이게 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중 하나면서 뉴욕의 자랑인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였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매년 여름이면 센트럴파크를 비롯한 뉴욕의 공원에서 무료 야외 콘서트를 연다. 공원을 둘러싼 울창한 나무와 그 위로 솟은 마천루 속에서 공연이 절정에 오르면 하늘은 황혼에 물들면서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는다. 미리 준비해간 와인을 마시면서 연주를 듣는 사람, 담요 위에 누워 눈을 감고 음악을 음미하는 사람, 아이들과 박자를 맞춰가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 등 다양하다.
 
당시 씨티은행 뉴욕 본사에 근무하고 있던 김상래 성도GL 대표이사 사장은 이 풍경에 흠뻑 빠져들었다. 입장권이 비싸기로 소문난 뉴욕 필하모닉의 무료 공연도 감동적이었지만 그보다도 반바지 차림에 가족, 친구, 연인과 와인을 마시며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몰입하는 뉴요커들이 인상적이었다.
 
김 사장은 씨티은행 동료들과 이 공연을 같이 보면서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바로 뉴요커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스폰서가 자신이 다니고 있는 씨티은행이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뉴욕 본사로 출근한 첫날, 회사에서는 업무 교육이 아닌 브로드웨이 쇼 티켓을 줬다. 씨티은행은 뉴욕에 처음 근무하게 된 그에게 “뉴욕에 왔으니 뉴욕의 문화부터 먼저 아는 게 중요하다”며 200달러짜리 브로드웨이 쇼 티켓을 건네준 것이다.
 
김 사장은 뉴욕에 근무하면서 문화의 힘을 누구보다도 실감했다. 특히 문화와 예술에 대한 기업의 투자는 지역 주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내부 조직원들의 자부심까지 키워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02년 부친이 운영하던 그래픽 솔루션 회사인 성도GL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문화경영을 본격화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게 문화 마케팅이다. 그 전까지는 주로 음주가무 접대가 관행이었지만 그는 과감히 문화 접대를 시작했다. 좋은 문화예술 공연을 예매해 고객사 임직원들에게 보여줬다.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역 사회를 위해 경기도 파주 예술마을 헤이리에 복합 예술 공간인 ‘공간퍼플’을 세우고 헤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대한 후원을 지속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굳은 의지로 8년 넘게 문화경영을 지속해온 성도GL은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전체 직원 수가 60여 명 밖에 되지 않지만 올해 예상 매출액은 650억 원이다. 문화경영 이후 경영 성과도 매년 좋아져 2002년 300억 원대였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두 배 가량 불어났다. 외부에서도 문화경영의 성과를 인정 받아 2005년에는 기업혁신대상 국무총리상, 2007년 사회책임경영 부문 중소기업청장 표창, 지난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하는 중소기업 문화대상을 받았다.
 
성도GL 김상래 사장, 문화사업 부문을 맡고 있는 김효린 마케팅 팀장과의 인터뷰 및 광범위한 자료조사를 통해 성도GL의 문화경영 성공 요인을 집중 분석했다.
 

문화경영, 행복한 일터를 만들다
김 사장에게 문화 경영이 무엇이냐고 묻자 “문화예술을 통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감과 소통, 창조경영의 모멘텀”이라며 “문화 경영이야말로 창조적 소통과 윤리 경영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①업을 재조명하다
김 사장은 문화경영을 시작하면서 성도GL의 문화경영이 단순히 CEO의 취미생활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직원들과 함께 문화경영이 왜 성도GL의 핵심 가치가 될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오랫동안 생각한 결과, 업(業)의 본질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었다. 이전에는 단순히 인쇄용 필름, 기자재 판매로만 인식했던 회사의 핵심 가치를 문화와 연결시켰다. 성도GL의 비전이 ‘문화 콘텐츠를 세상에 구현시키는 일종의 문화지원 사업’이라는 가치관을 정립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우리의 신념’이다. 우리의 신념은 ‘성도GL은 개인과 조직이 가지고 있는 그래픽의 꿈과 상상을 세상에 구현하게 함으로써 인류문화 발전에 공헌하고자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해 ‘문화경영을 통하여 고객과 지역사회에 대한 우리의 참여와 책임은 지속될 것이다. 성도GL은 그래픽 드림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문화발전에 공헌하는 그래픽 솔루션 파워하우스이다’로 끝난다.
 
김 사장은 전 직원이 문화경영을 강조하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이 문화경영의 시작이라고 봤다. 전략, 전술, 시장, 제품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전 직원이 공유하는 가치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업의 재조명을 통해 문화경영을 기업 철학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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