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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a & Business

제 4의 전략패러다임, 메커니즘 경영

조동성 | 62호 (2010년 8월 Issue 1)

 

왜 메커니즘 이론인가?
기업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결정하는 비밀은 무엇인가. 기업이 탄생한 시점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경영·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물음에 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기업가들은 누구나 지속적 성장과 초과이윤 창출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성장동력의 부재, 무능한 경영능력, 경영판단의 오류, 과도한 채무 등 부정적 요소들에 의해 기업은 성장 정체 상태에 봉착하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다. 필자와 연구진은 이 같은 냉엄한 현실 속에서도 흥()과 성()을 달성하는 기업들의 비밀을 풀어내는 열쇠로서 ‘메커니즘 이론’을 제시한다. 메커니즘 이론은 기존 경영전략 분야의 이론들과는 차별화되는, 종합적이지만 독자적인 제4의 전략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메커니즘 이론의 구체적 소개에 앞서 메커니즘 이론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간단히 살펴본다.
 
과거 신()고전 경제학파(neoclassic econo-mist)는 기업의 목적이 초과이윤 창출에 있다는 가정 아래 “비록 특정 기업이 평균 이상의 초과이윤을 올릴 수 있을지라도, 시간 흐름에 따른 신규 경쟁자의 진입과 기존 경쟁자들의 대응으로 인해 궁극적으로는 어떤 기업도 장기적 초과이윤 상태를 유지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제너럴일렉트릭(GE), P&G 등과 같은 우량 기업들은 약 100년간 지속적인 초과이윤을 달성했다. 나아가 이를 더욱 굳건히 지키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성장동력 확보와 기술개발(R&D)에 주력하고 있다. 신()고전 경제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균형점을 벗어난 매우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들이 예외라고 부르는 상황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런 신()고전학파의 이론적 한계점을 보완하는 대안으로 경영학에서는 ‘전략’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정 기업들이 장기간 초과이윤을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수립한 우수한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즉 우수한 전략을 바탕으로 ‘지속적 경쟁우위(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속적 경쟁우위를 설명하기 위한 경영학 분야의 주요 이론들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1930년부터 1970년대까지 집중적으로 연구됐던 ‘주체 기반적 관점(SBV·Subject Based View)’이다. 이는 기업의 지속적 성장 및 초과이윤은 주체(subject)의 리더십, 능력, 성향 등의 요소들에 달려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과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등 대기업 창업주들의 도전정신 및 리더십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GE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잭 웰치 전 회장이나,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로 애플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스티브 잡스의 역량 역시 이 같은 이론을 뒷받침 하는 좋은 예다.
 
두 번째 관점은 1972년 1차 석유파동 이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활발히 연구됐던 ‘환경 기반적 관점(EBV·Environment Based View)’이다. 기업의 경쟁우위 창출은 기업 내부적 요인보다는 기업이 속한 산업(industry)이나 국가의 구조적 특성의 매력도(attractiveness) 등 외부적 요인에 좌우된다는 이론이다. 당시 1, 2차 석유위기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건이었으며 이를 극복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있어 기업의 내부적 요인보다는 외부 환경요인에 대한 통찰력과 이해가 필수적이었다.
 
셋째,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까지 활발히 연구된 ‘자원 기반적 관점(RBV·Resource Based View)’이다. 1980년대 중반 일본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을 추월하면서 이들이 지닌 경쟁우위를 탐구하고자 시작된 RBV는 경쟁 우위의 원천이 기업내부의 요인, 즉 기업이 지닌 내부의 자원(resource)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당시 혼다(Honda)의 약진은 고성능 엔진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으로부터 기인됐다는 해석이나, 높은 품질의 광학렌즈 제조기술이 캐논(Canon)의 성공을 가져왔다는 분석은 대표적인 RBV의 예다.
 
이처럼 ‘지속적 경쟁우위’를 설명하는 관점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그런데 이 같은 이론들은 각각의 한계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이론에 편향된 해석은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 경쟁우위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주체, 외부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능력, 경쟁 우위를 지닌 기업 내부 자원 등의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의문점이 발생한다. 지금까지는 S(Subject), E (Environment), R(Resource) 세 가지 요소가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함으로써 이를 균형적이고 적절하게 조화시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것만으로는 ‘경쟁우위’를 설명하는 데 문제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적절한 예로 한국 기업들의 약진을 들 수 있다. 대한민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고속 성장을 이룩해왔다. 하지만 그 원인을 S, E, R의 세 가지 관점으로 분석해 보자면 한국이 타 국가 기업들에 비해 독보적으로 가지는 경쟁우위의 원천요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원자재나 천연자원을 100% 가까이 해외에서 의존해왔으며, 각 산업분야에 후발주자로 경쟁시장에 뛰어든 한국 기업들의 약진은 어느 이론 하나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필자와 연구진은 ‘메커니즘 이론’의 당위성을 주장한다. 즉 기업의 경쟁 우위의 원천은 S, E, R적 요소 외에도 보이지 않은 어떤 것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것이 바로 메커니즘이라고 설명된다는 것이다.
 
메커니즘 경영, 즉 MBV(Mechanism Based View)란 기존에 있던 SBV와 EBV, RBV의 세 가지 관점을 통합, 발전시킨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MBV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공은 특정 시점의 기업 경쟁력에 영향을 주는 주체, 환경, 자원 등 어느 한 가지 요인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거쳐 기업 내에 구축돼 온 기업의 운영원리 또는 경영방식과 같은 메커니즘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삼성그룹의 성공요인을 살펴보면, 우선 이병철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S)이 있었다.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기업을 지원해주는 환경(E)도 존재했다. 또한 삼성그룹은 국내 최고의 인적 자원(R)을 활용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S와 E, R만으로 삼성그룹의 장기간에 걸친 성공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서로 다른 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갖춰지는 것이 아니며, 각 요소가 갖춰져 있다고 해도 당시의 성공과 직결된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서로 다른 임기와 경영 스타일, 정부의 대기업 지원 시기와 규제 시기 등 각 요소들의 속성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해 왔다. 따라서 S, E, R 각각의 요소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같은 요소들이 어떤 관계와 순서에 의해 메커니즘을 형성했고 결과로 이어져왔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예로 포스코는 박태준 회장의 강한 집념(S)이 있었고, 제철산업이 성숙산업이라는 인식 아래 선진국에서 투자를 회피했던 시대적 상황(E)이 있었으며, 해외에서 차관을 도입해 적기에 필요한 투자(R)를 했으며, 국가기간산업인 포항제철에 우수인력이 지원(R)하는 등 여러 요소에 의해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S와 E, R 각각의 요소를 포스코가 제철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올라서는 데 기여한 결정적인 단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같이 한 기업이 성공의 바탕이 될 수 있는 각각의 요소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이것들이 기업의 성공을 100% 명확하게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우리는 이런 한계점을 뛰어 넘어 설명해주는 원리를 메커니즘이라고 생각한다. S와 E, R 각각의 요소들이 합쳐져 기업 내 특유한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이 메커니즘이 타기업과 차별화되는 ‘장기적 경쟁우위’를 지니게 될 때 기업은 지속적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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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동성dscho@snu.ac.kr

    -(현)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위원회 위원
    -(현)핀란드 명예총영사
    -(현)안중근의사기념관 관장직
    -(현)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학총) 회장 역임
    - 한국복제전송권협회 이사장 역임
    - 서울대 경영대학 학장
    - 하버드, 미시건, 듀크, 동경대, 북경대, 장강대 초빙교수
    - 전 정부혁신관리위원회위원장
    - 전 한국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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