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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형 교수의 의사결정 미학(美學)

신속한 의사결정, 경거망동 안 되려면

민재형 | 61호 (2010년 7월 Issue 2)
 

많은 경영자들이 스피드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남보다 ‘먼저(early), 빨리(fast), 제때에(on-time), 실시간(real-time)으로’라는 스피드 경영의 모토가 조직의 민첩함(agility)을 증진시켜 조직의 경쟁력을 배가할 수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많은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능력은 조직의 지속적 성장(sustainable growth)을 가능하게 한다. 신속한 의사결정은 새로운 시장 기회를 한발 앞서 포착할 수 있도록 하고, 시장의 리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제때에 적절한 양의 자원을 올바른 곳에 분배하는 능력은 낭비를 줄이는 적시 경영을 유도한다. 실시간으로 자주 점검을 받는 제반 프로세스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견고히 하고, 실수를 방지하는 메커니즘이 된다.
 
그러나 신속한 의사결정이 경솔한 의사결정과 동의어가 될 수 없으며, 신속한 실행이 경거망동이 돼서도 안 될 것이다. 재빠른 의사결정이 불충분한 자료와 엉성한 분석에 기반한다면, 그리고 발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전문가들의 참여를 제한하고 체계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무시한다면 이는 부실공사와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신속히 하기 위해서 경영자는 체계적인 의사결정과정을 배워야 한다. 돌다리를 두드려보지 않고 바로 건너는 것이 신속함이 아니다. 돌다리를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으로 두드리고 가는 것이 바로 스피디한 의사결정이다. 물론 체계적인 방법이 어려운 문제를 쉽게 바꿔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선택 과정을 학습함으로써 우리는 선택에 대한 후회를 최소화하고 의사결정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훌륭한 의사결정의 6가지 절차
그렇다면 좋은 의사결정이란 어떠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가. 크게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단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문제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복되는 문제인지, 독특한 문제인지를 판별해야 한다. 반복되는 문제는 원칙, 규칙, 정책 등 문제해결 매뉴얼에 근거해 해결하면 된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는 개별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둘째, 개별적으로 다뤄야하는 문제라면 의사결정의 목적을 분명히 한다. 즉, 문제해결을 통해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명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면한 문제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 문제이며, 왜 이러한 문제가 생겼으며,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앞으로 조직에 어떠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지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인식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values)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근본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탐구하기 위해 고민하기보다 피상적인 목표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피상적인 목표는 근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때가 많다. 따라서 피상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안들은 미봉책이 될 위험이 많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우리가 달성해야 할 근본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탐구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조직에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가치지향적 사고(value-focused thinking)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치에 도달하기까지 고려했던 목표들을 하나의 사슬(value chain)로 구조화한다. 이러한 연계된 목표들은 우리가 제안하는 대안들의 평가기준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셋째, 조직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목표가 설정됐으면 역량과 환경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분석은 설정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실행 가능한 방법, 즉, 대안들의 모색을 가능하게 한다. 대안의 모색은 의사결정자의 창의성에 따라 좌우된다.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바가 보다 근본적일수록 대안의 폭은 넓어지고, 이에 따라 목표가 피상적으로 머물렀을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롭고도 기발한 대안(breakthrough)의 모색이 가능해진다.
 
넷째, 최선의 해결책(Optimal Solu-tion)을 찾는다. 최선의 해결책이란 우리가 추구하는 바를 모두 달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을 말하지만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고려하는 목표들이 상충되면 현실적으로 최선의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때는 최선은 아니지만 가장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대안들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를 객관적으로 예측하고 비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울로 가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겨야지 어떤 방법이든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사고는 위험하다. 어떠한 대안이 좋은 대안인가? 이를 위해서는 대안들의 장점과 단점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기준이 필요하다. 모든 대안들은 다양한 평가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평가돼야 하며, 대안들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의 장단점을 냉정히 비교하고 절충함으로써 ‘만족해(satisficing solution, satisfy and sacrifice)’를 도출해야 한다. 즉, 모든 이해관계집단의 요구를 다 만족시켜 주지는 못하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이해관계자 집단의 불만족의 폭(희생의 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의 선택이 필요하다.
 

다섯째, 일단 해결책이 선택됐으면 이를 즉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추진력과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의사결정의 실행과 관련된 부서들의 협력을 도모하고 그들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도 있다. 리더의 자질은 이 때 부각된다. 리더가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은 의사결정의 공정성과 구성원들의 행동을 유발시킬 수 있는 동기부여능력, 그리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줄 아는 자세다. 최종 대안이 선택되기까지 리더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항상 두 귀를 열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의견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도전적인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여섯째, 우리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를 사후적으로 분석하고, 반성하며, 문서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최선이라고 선택했던 대안이 반드시 우리가 원했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즉, 좋은 의사결정이 항상 좋은 결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의사결정이 여러 가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를 학습하는 것은 성공사례에 대한 학습 못지않게 중요하다. 심사숙고 끝에 내린 선택이 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따져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피드백해 후속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공식화하는 것이 외양간을 잘 고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반성 과정을 통해 공식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보다 세련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직의 의사결정 능력도 개선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스피드 경영을 위해서는 첫째, 조직의 속도는 가장 취약한 부분의 속도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조직 전체의 속도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둘째, 아무리 바빠도 밟아야할 절차와 지켜야 할 원칙을 중시해야 한다.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반복되는 불필요한 피드백과 그로 인한 후속적인 수정에 조직의 한정된 역량을 낭비하기보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번에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현대 조직의 경영자에게 필요하다. 그게 진정한 스피드 경영을 실천하는 길이다.
 
필자는 서강대 경상대를 거쳐 미국 텍사스대에서 경제 학사를 받았으며,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의사결정학(Decision Sciences)으로 경영학 석사 및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The British Chevening Scholar)와 미국 스탠퍼드대 객원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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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재형jaemin@sogang.ac.kr

    - (현)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 영국 캠브리지대(The British Chevening Scholar) 객원 교수 역임
    - 미국 스탠퍼드대 객원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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