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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레드오션 + α > 블루오션

문휘창 | 60호 (2010년 7월 Issue 1)
 
최근 좀 가라앉았지만 한때 블루오션 열풍이 한국을 강타한 적이 있었다. 음악이나 의상과 마찬가지로 경영 전략도 유행을 심하게 탄다. 대표적 예가 리엔지니어링, 리스트럭처링, 블루오션 등이다. 이 전략들은 개혁의 중요성을 상당히 강력한 느낌을 주는 어휘로 표현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표현이 강할수록 사람들의 많은 주목과 관심을 끌 수 있지만 내용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그 열풍은 곧 시든다. 최근 베스트셀러라 불리는 경영 서적들의 제목들을 보면 현란할 정도로 새로운 전략과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과연 이렇게 파격적인 전략만이 해결책일까?
 
블루오션 전략가들은 레드오션을 버리고 블루오션으로 나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략의 본질은 한 가지 방향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잘 정리된 전략적 선택(strategic alternatives) 중 가장 적절한 방안을 고르는 것이다. 손자병법은 전략의 기본으로 정()과 기()를 제시한다. 이 중 단 한 가지만 좋은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이를 잘 조합해서 적절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양철학은 음양(陰陽) 이론 중 음과 양 모두를 중요시한다. 마찬가지로 경영전략의 기본인 저원가(low cost)와 차별화(differentiation) 중 무조건 둘 중 하나만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 저원가와 차별화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레드오션을 버리고 블루오션으로 나가라고 하는 주장이 항상 옳은 건 아니다. 레드오션 전략이 필요할 때가 있고 블루오션 전략이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블루오션 전략의 허()와 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DBR 57호에 실린 필자의 글 “베낄 것이냐 틀을 바꿀 것이냐”에서 언급한 운영 효과성(OE: Operational Effectiveness)과 전략적 포지셔닝(SP: Strategic Positioning) 개념을 기초로 블루오션 전략을 분석해 보자.
 
벤치마킹 전략과 패러다임 변화 전략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때 사용하는 전략으로는 OE를 높이는 벤치마킹 전략과 새로운 SP를 만들어내는 패러다임 변화 전략이 있다. 블루오션 전략은 두 가지 방법 중 패러다임 변화 전략에 해당한다(그림1 참조). 다시 말해 블루오션 전략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며 블루오션 저자들도 이를 인정한다. “블루오션은 분명 새로운 용어지만 블루오션 자체가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Although the term blue oceans is new, their existence is not).”
 
 
블루오션은 이미 알려진 OE와 SP 두 방법 중 SP만 강조한 전략이다. 나아가 SP 전략 중에서도 블루오션 전략은 범위를 더욱 국한하고 있다. DBR 44호에 실린 ‘한국인이 검토해야 할 다이아몬드 모델’ 아티클에서 다이아몬드 모델이 경영의 범위를 크게 생산조건, 수요조건, 관련산업, 경영여건 등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블루오션 주창자들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수요조건만을 강조한다(그림2 참조).
 
 
블루오션 주창자들은 레드오션이 오늘날 존재하는 모든 산업이자, 이미 세상에 알려진 시장 공간이라고 한다. 반면 블루오션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모든 산업이자, 아직 우리가 모르고 있는 시장 공간이다. 때문에 기존 시장에서 경쟁하지 말고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시장, 즉 블루오션을 창조하라고 주장한다(표1 참조).
 
 
그러나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시장 중에서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을 찾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벤처 비즈니스에서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훨씬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 있는 사업가라면 제한된 자원과 능력으로 현재의 사업에 충실할 것인가, 새로운 사업 창출에 몰두할 것인가를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설렁탕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업가가 있다. 현재 음식점 운영이 잘 안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 사업가에게 2가지의 전략적 선택이 있다. 첫째, 현재의 상황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설렁탕에 관한 새로운 요리법을 개발하는 전략이다. 얼핏 보면 매우 매력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사실은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 둘째, 현재 설렁탕을 가장 잘 만드는 설렁탕 전문점을 찾아서 철저하게 배우면서 벤치마킹하는 전략이다. 제대로만 한다면 성공 확률이 매우 높다. 즉 무조건 블루오션에 해당하는 첫 번째 전략보다는 레드오션에 해당하는 두 번째 전략이 필요할 때가 많다. 성공 확률 또한 후자가 높다.
 
그렇다면 블루오션 전략이 필요할 때는 언제인가? 이 설렁탕 식당이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는 상태라면 그 다음 단계, 즉 한 차원 더 높은 설렁탕을 만들어 내려고 할 때 블루오션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 설렁탕 국물의 목표는 영양가가 많은 진한 국물이었다. 반면 오늘날에는 칼로리를 줄이고 담백한 맛이 나는 국물이 소비자들에게 더 먹혀든다. 따라서 칼로리가 적고 시원한 맛을 내는 일본식 우동 국물을 잘 연구해서 이를 기존의 설렁탕 국물에 적용할 수 있다면 새로운 차원의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즉 블루오션 전략은 일류 기업에 적합하고, 아직 이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이류 기업엔 레드오션에 있는 일류 기업을 벤치마킹하는 전략이 더 적절하다. 물론 블루오션 전략을 통해 혜성처럼 나타나 단번에 일류 기업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애플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반 기업이 애플처럼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세계적 천재인 스티브 잡스도 수 차례 실패의 고배를 마신 후에야 현재의 성공을 이뤄냈다. 블루오션 전략가들이 인용하는 많은 사례들은 대부분 예외적으로 성공한 사례들이다. 즉 사례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다. 과장된 설명은 독자들에게 일시적 감동을 줄 수는 있어도 경영 전략 강의의 올바른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실제 레드오션에서 성공을 많이 해본 기업일수록 블루오션 전략을 더 잘 구사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표적 예다. MS는 레드오션에서 수 많은 성공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수 없이 많은 블루오션을 만들어냈다. 따라서 무조건 레드오션을 버리고 블루오션을 찾기보단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을 모두 중요시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대부분의 기업들은 레드오션에서의 성공을 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진정한 블루오션 전략은 레드오션을 버리는 게 아니라 레드오션을 한 차원 더 발전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과학자 아이작 뉴턴의 말을 되새겨 보자. “내가 남들보다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기존의 훌륭한 과학자들인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보았기 때문이다. (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 Sir Isaac New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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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휘창

    문휘창

    - (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현)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장
    - (전)미국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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