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열기가 뜨겁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130만 명을 넘어섰고, 10여 종이 넘는 스마트폰이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렇게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스마트폰이 빠르게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안드로이드라는 개방형 모바일 플랫폼의 등장도 주요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이전에는 통신 업체별로 모바일 플랫폼이 달랐다. 이런 폐쇄적 환경에서는 기술이 제품으로 실현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었다.
‘개방’은 비단 스마트폰뿐 아니라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단순히 한 기업 차원을 넘어 관련 업계 전반에 영항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개방의 의미는 무엇이고 성공적인 개방의 조건은 무엇일까?
개방된 비즈니스 환경
한 기업이 공들여 만들어낸 기술이 있다고 하자.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은 이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여기에서 얻은 이익을 기술 개발에 다시 투자해 더 나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즉 기술이 경쟁우위의 원천이기 때문에 경쟁사로의 기술 유출을 막는 보안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기업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한계에 부딪혔다. 기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을 하게 됐고 기술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게 됐다. 또한 숙련 인력들의 이동이 많아지면서 기술에 대한 보안은 더 어려워졌고, 지식은 기업 외부의 다양한 곳으로 퍼지게 됐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은 기술에 대한 시각을 바꿔 나가야 한다. 즉, 내부 개발과 보안에 집중하기보다는 외부 지식을 이용해 내부 기술과의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하스 경영대학원의 체스브로 교수에 따르면 이와 같은 환경에서는 ‘열린 기술혁신’이 필요하다.
‘열린 기술혁신’ 모델은 내부에서 기술을 개발해 경쟁우위로 활용하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인 ‘닫힌 기술혁신’과는 큰 차이가 있다. 1
열린 기술혁신 체제에서는 외부에서 개발한 기술과 지식이 기업에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이를 가져다 사용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창출한 기술과 지식을 외부와 공유하며 더 큰 이익을 얻게 된다.
P&G는 Connect & Develop 모델을 통해 외부의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P&G가 보유하고 있는 9000여 명의 과학자들뿐 아니라 이와 비슷한 실력을 가진 150만 명의 외부 과학자와 기술자들에게서 아이디어와 기술을 공급받고 있는 것. P&G는 이런 열린 기술혁신으로 신제품 출시 기간을 2년에서 1년 미만으로 단축시켰다. 또 열린 기술혁신은 P&G가 2004년 출시 이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프링글스프린츠(Pringles Prints)와 같은 히트상품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개방된 기술
기술과 지식 의존도가 매우 큰 인터넷 업계에서도 열린 기술혁신이 실현되고 있다. 인터넷 업계의 개방성에 기여하고 있는 구글 2
에 있어 개방에 대한 정의는 인터넷의 기반 기술인 개방된 표준과 오픈소스에서 시작된다.
①개방된 표준: 1974년 빈트 서프 박사와 동료들은 개방형 표준(후에 TCP/IP가 됨)을 사용해 미국 전역의 컴퓨터들을 연결한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당시에는 실제로 얼마나 많은 컴퓨터가 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인터넷’이라는 용어 자체가 개방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TCP/IP방식으로 전 세계 컴퓨터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게 됐고, 오늘날 인터넷 상에는 약 6억8100만 개의 호스트 컴퓨터가 생겨나게 됐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구글은 개발자에게 제품 개발 표준을 개방하고 있다. 이런 개방형 표준을 활용해 개발자들은 제품을 더 쉽게 개발할 수 있다. 또 사용자들은 수천여 개발자들이 만드는 더욱 뛰어난 제품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②오픈소스:구글은 세계 최대의 오픈소스 기여자로 총 2000만 줄의 코드에 이르는 800여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있다. 이 중 4개 프로젝트(크롬 브라우저, 안드로이드, 크롬 OS, 구글 웹 툴킷)의 코드 길이는 각각 백만 줄이 넘는다. 또 구글에는 25만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호스팅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호스팅 서비스 팀이 있다. 이는 구글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데 외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구글이 충분히 혁신적이지 못할 경우 다른 사람들이 구글의 소프트웨어를 기초로 혁신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방된 정보
매일 인터넷을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은 많은 양의 개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화한 개인 정보는 사용자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일정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혼란이 야기된다. 구글이 고수하는 개방 정보의 원칙은 가치와 투명성, 통제가능성이다.
①가치:제품을 개발할 때 사용자 정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개발한 제품은 사용자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자신의 개인 정보를 이용하도록 허용하는 대신 개인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기업은 충분히 설명해 줘야 한다. 지난 3월 구글은 ‘관심기반 광고(Interest-Based Advertising)’를 시작했다. 관심기반 광고는 사용자 정보를 활용해 특정 사용자에게 보다 관련성 높은 광고를 보여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할 때 고객들은 자신의 개인 정보 이용에 대한 대가로 자신이 무엇을 얻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보게 된다. 고객들은 관심기반 광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설정할 수도 있고, 본인의 관심 분야를 선택해 관련 광고를 보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관심기반 광고를 거부하기보다 자신의 관심 분야를 선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자신의 관심 분야에 맞는 광고를 보는 게 더 가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기업들은 고객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가져다 주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객들이 본인의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을 갖지 않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