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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비자 조사법

고객의 두뇌 속까지 관찰하자

김옥남 | 55호 (2010년 4월 Issue 2)

전통적인 소비자 조사 기법의 한계
기업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시장 조사 기법은 설문조사나 인터뷰다. 모두 언어를 사용해 묻고 소비자가 직접, 혹은 서면으로 답하는 방식이다. 이런 기법들은 뚜렷한 장단점이 있다. 우선 대규모 설문조사로 대표되는 정량 조사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조사 기간이 짧으면서 통계적 검증이 가능해 조사 결과를 일반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시장 규모나 지불 가능 가격, 구매 빈도, 매장 선호도, 시장점유율 등 수치화된 결과를 원할 때 널리 활용된다. 그러나 응답자의 기억과 말에 의존하기에 잠재 수요 발굴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소비자들이 특정 제품군이나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유, 해당 제품이 소비자 생활에서 담당하는 역할, 제품에 대한 총체적 경험 등에 대해서는 답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표적 집단 면접법(FGI·Focus Group Inter-view) 또한 운용이 쉽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널리 쓰인다. FGI는 보통 2시간 안에 68명을 대상으로 1030가지 문항을 묻는 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고객에게서 통찰을 얻는다는 측면에서는 FGI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얻으려는 정보가 너무 많고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기 때문에 2시간 만에 깊이 있는 분석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FGI를 통해 소비자의 즉흥적인 반응을 얻을 때가 대부분이며 상호 토론의 기회도 적다. 즉 FGI를 통해 기존 제품의 디자인 매력, 제품 사용 편이성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광고와 브랜드 이미지 평가, 신제품 콘셉트 개발 및 평가 등에는 효과적이지 못하다. 특히 소비자의 심층적 사고와 감정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언어에 기반한 전통적인 조사 방법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다. 비슷한 조사들이 반복적으로 실시되는 바람에 정형화된 문구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응답들이 많이 나와 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소비자들의 요구는 이미 누구나 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전통적인 조사로는 소비자 의사결정의 핵심 동인에 대한 고유한 통찰력을 얻기 힘들다. 소비자들은 의외로 스스로 자신의 요구를 잘 알지 못한다. 소비자가 자신의 요구를 말로 표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특히 표현한 말과 실제 행동 간에 괴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스스로 표현하지 못하는 바를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비자의 내재적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 조사 기법에 대해 알아보자. 크게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하는 조사법, 소비자의 신체 반응을 관찰하는 조사법,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하는 조사법 등이 있다.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하는 조사법
언어를 활용한 시장 조사 기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소비자 행동 관찰법이 부상하고 있다. 관찰 조사법은 소비자에게 특별히 질문을 하지 않는다. 대신 조사자가 소비자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해서 특정 질문에 대한 답을 유추해낸다. 이 기법의 가장 큰 장점은 특정 환경에서의 소비자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소비자의 주관적 경험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제품 사용 환경을 고려한 상태에서 조사가 이뤄진다.
 
따라서 관찰 조사를 하면 실제 제품을 사용할 때 소비자의 행동을 볼 수 있어 무의식적인 동기나 태도를 알아낼 수 있다. 소비자 자신이 스스로의 느낌이나 태도를 명확히 모르고 있더라도 조사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우선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의미를 해석해야 하기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관찰이 불가능한 상황이나 행동이 있을 수도 있다. 응답자의 행동 양식이 변하기 쉽기 때문에 행동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분석하는 일도 어렵다. 관찰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내면 심리 탐구, 체험 마케팅, 시나리오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상품 기획, 제품 사용성 평가 등에 소비자 행동 관찰법을 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LG전자는 북미 세탁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대규모 관찰 조사를 시행했다. 이를 통해 북미 지역 고객들은 대용량 세탁기를 원하고, 알레르기 방지 등 건강 관련 기능에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된 LG전자의 북미 지역 세탁기는 디자인과 기술력 면에서 매우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당연히 현지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증가했다.
 
관찰법은 소비자의 일상 환경에서 그들의 자연 행동을 관찰하는지, 조사 환경과 대상을 설정하고 특정 행동을 관찰하는지, 응답자가 자신이 관찰된다는 사실을 아는지, 미리 관찰할 행동과 기록 양식을 정해놓는지, 행동이 실제로 일어날 때 관찰하는지, 과거 행동의 결과로 나타난 물리적 흔적을 관찰하는지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조사의 효율성과 경제성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인위적, 공개적 기법이 주로 쓰이지만, 결과의 신뢰성과 일반화를 중시할 때는 자연적, 비공개적 기법을 적용할 때도 있다.
널리 쓰이는 주요 관찰법은 다음과 같다.(표1)

섀도 트래킹(Shadow Tracking)은 소비자의 생활상, 제품 사용 패턴, 응답자의 이동 경로에 따른 행동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소비자의 일상 생활을 동영상 촬영을 통해 관찰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기회를 파악하기 위해, 혹은 실제 사용자의 요구를 깊이 있게 파악하고자 할 때 주로 사용한다. 실험 참가자가 퇴근하는 순간부터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잡화점에서 생활용품을 사고, 백화점에서 옷을 고르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레스토랑에서 친구를 만나는 모습 등을 촬영하는 식이다.
 
피어 섀도잉(Peer Shadowing)은 조사자가 기록하는 일반 섀도 트래킹 기법과 달리 소비자 본인이나 그 친구, 가족 등 지인들이 특정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 기록하는 방법이다. 조사자가 따라다닐 수 없는 부분까지 촬영할 수 있고, 소비자가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은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다만 조사 주체가 비전문가여서 이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때문에 사후 인터뷰나 FGI를 병행해야 행동에 대한 이유 및 동기를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다.
 
타운 와칭(Town Watching)은 소비자 집단의 라이프 스타일 및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에서 관찰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거리의 행인이나 매장을 주로 관찰하는 식이다. 상품 기획 단계에서 활용되는 조사로 소비자들의 특성 및 성향을 이해하고 제품 포지셔닝이 적절한지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할 때 사용한다.
 
비디오 에스노그래피(Video Ethno-graphy)는 특정 제품이나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사용 행태를 한 지점에 카메라를 고정하여 기록하고 관찰하는 방식이다. 가전제품 등 기존 제품 사용상의 문제점을 파악하거나 식품 매장 등 특정 환경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문제점을 파악하여 이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할 때 활용한다. 가정에서 냉장고를 사용하는 방식을 관찰하기 위해 식탁, 냉장고, 조리대 등이 보이는 지점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시간대별로 소비자들이 생활 속에서 냉장고를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를 관찰하는 식이다. 대형 할인 매장의 주요 지점에 몇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매장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관찰한 후 제품 디스플레이나 판매대의 위치 등을 개선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가정 방문(Home Visiting)은 조사 대상 가구를 방문하여 집안 환경을 관찰하고 가족 구성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족 구성원들의 라이프스타일 및 제품 사용 행태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세탁기 사용과 관련해 세탁실은 주로 어디에 있는지, 세탁기 주변에 어떤 물건들이 놓이는지, 세탁물은 얼마인지를 관찰하고, 사용상의 불편한 점, 개선 요구 사항 등을 인터뷰할 수 있다. 면담실에서 진행하는 심층 면접과 달리 사용 상황을 직접 관찰할 수 있고, 소비자가 좀 더 편안하게 제품을 직접 사용하는 순간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포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OP(Point Of Purchase)는 매장 관찰 및 판매원 인터뷰를 통해 매장 환경을 분석하고 고객의 구매 행태를 관찰함으로써 문제점을 발견하는 방식이다. 매장 환경 개선 및 소비자 구매 행태를 통한 상품 판매 전략 수립에 사용된다.
 
온라인 일기는 개인의 중요한 생활 이야기를 개인적 관점에서 기록하는 방식이다. 일상생활에서 제품 및 서비스 이용 경험에 대해 소비자가 스스로 내용을 작성하고 이미지를 기록한다. 소비자의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제품 사용 및 서비스 이용에 대한 경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생활 전반에 걸친 특성을 이해하고 요구를 파악하고자 할 때 사용한다.
 
이런 관찰법을 잘 응용한 기업이 인텔과 노키아다. 인텔은 제품 개발을 위해 PaPR 그룹이라는 팀을 두고 있다. 고객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제품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이 팀에는 심리학자, 인류학자, 마케팅 담당자, 개발 담당자, 재무 담당자들이 모여 연구를 진행한다. 이 중 일부는 10대, 신세대 가족, 알래스카 어부, 인디언, 브라질 빈민들과 섞여 지내며 미래의 하이테크 잠재 시장 개척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노키아 역시 신흥 시장 공략을 위해 관찰 조사를 적극 활용했다. 이를 통해 우간다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마을별로 전화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내구성이 좋고, 개인별 메뉴 저장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개발하여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소비자의 신체 반응을 관찰하는 조사법
의료 장비의 발달로 마케팅 조사 부문에서도 마케팅 자극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체적인 반응을 직접 포착하여 측정하는 일이 가능하다. 눈은 마음의 창이다. 소비자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를 관찰함으로써 그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사실 소비자의 시선을 관찰하는 기법은 수십 년 전부터 쓰였다. 기술 발달에 힘입어 소비자가 시선 관찰 장비를 몸에 착용하고 활동하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쇼핑 과정에서 소비자가 보는 모든 지점을 기록하는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해졌다.
 
첨단 의료 장비를 이용하여 뇌의 활성화 정도를 파악하여 광고나 브랜드 등 마케팅 자극에 대한 미묘한 심리적 반응을 포착할 수도 있다. 관찰 기법이 의료 기술의 발달과 만나 한 단계 더 수준이 높아지고, 소비자의 내면에 더 가까이 다가선 셈이다. 주요 신체 반응 관찰법의 예는 다음과 같다.
 
뇌 영상 촬영 기법은 뇌 영상 장치를 이용해 소비자의 뇌세포 활성 정도를 측정하여 소비자 심리 및 행동을 이해하고자 하는 조사 방법이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는 뇌가 활동할 때 혈류의 산소 수준 신호를 반복 측정하여 뇌가 기능적으로 활성화된 정도를 파악하게 해준다. 먼저, 참여자의 관심이 있는 뇌 영역에 대해 초기 촬영을 한다. 두 번째로 광고 영상을 보거나,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등 마케팅 자극과 관련한 인지 과정을 참여자가 수행하는 동안 동일한 부분의 뇌 영상을 촬영한다. 두 번째 영상에서 첫 번째 영상을 제외하면, 자극을 통해 활성화된 뇌 영역을 보여준다. 다만 이때 피험자가 시끄럽고 갑갑한 장치 안에 누워 있어야만 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기능적 확산 광학 촬영 기법(fDOT)은 대뇌 피질의 1cm 깊이에서 일어나는 신경 활동만 기록하는 기법이다. 촬영 중에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현장 측정이 가능하다. 소음이 적고 비용도 적게 드는 편이다.
 
fMRI나 fDOT를 통해 얻은 뇌 영상을 해석하여 브랜드, 제품 디자인, 광고 등이 지닌 심층 은유를 분리해낼 수 있다. 이 후 그중 어떤 게 가장 주의를 끌고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는지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뇌 영상을 통해서 구체적인 사고나 감정을 판독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즉 특정 종류의 사고나 감정과 관련이 있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었다는 점만 확인할 수 있다.
 
시선 추적 조사(Eye Tracking)는 동공의 움직임과 동선을 추적하여 고객 탐색 반응을 계량적으로 수치화하는 방법이다. 시선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구매 및 서비스 이용 시 매장 동선을 최적화하고, 효과적인 디스 플레이 방안을 도출하고, 판촉물 제작 시 콘텐츠의 효과적 배치와 가독성 증대 등을 위해 사용한다. 마트나 편의점의 물품 배치와 디스플레이, 자동차나 비행기의 내부 설계, 가전 제품 디자인 등에 주로 쓰인다.
 
Eye Tracking 장비도 다양하다. 안경처럼 착용하는 형태, 시력 검사기처럼 머리를 고정시키고 세밀한 안구 움직임을 관찰하는 형태, 모니터 앞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동공이나 머리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형태, 모자에 추적 장비를 붙여 착용하는 형태 등이 있다. 소형 고글과 레코더로 이뤄진 장비는 레코더를 벨트에 부착하거나 어깨에 메는 식으로 착용한다. 결과물은 피험자의 시야를 촬영한 영상에 피험자의 시점이 점 또는 십자 모양으로 표시되어 실시간 저장된다.
 
한 소매업체에서는 제품 매장의 동선 및 디스플레이를 개선하기 위해 카메라와 동공 추적 장치가 내장된 휴대형 무선 헤드셋을 통해 고객 시선과 동선을 파악했다. 이 회사는 참석자들에게 매장 사용 임무를 준 후 참석자들의 동공 움직임, 동선, 대화 등을 기록했다. 실험 후에는 심층 면접을 실시했다. 그 결과를 매장 리모델링 및 신규 매장 설계에 활용해 큰 성과를 냈다. 소비자가 매장을 출입할 때 가장 먼저 눈이 가는 부분을 파악하고, 이에 집중적으로 신경을 쓴 결과였다.
 
무의식 세계를 탐사하는 조사법
인지심리학과 뇌 생리학 등 인간의 신체, 심리, 내면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무의식 세계를 탐사할 수 있는 조사 방법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제럴드 잘트만 교수는 인간의 인지 과정 중 95%가 스스로도 지각할 수 없는 심층 의식 차원에서 이뤄지며, 5% 정도만 고차원적 인식 차원에서 발생한다는 원리에 근거해 소비자 내면 심리 파악 기법인 잘트만식 은유 추출 기법(ZMET·Zaltman Metaphor Elicitation Technique)을 개발했다. ZMET는 인간의 사고는 언어가 아닌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다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의사소통은 비언어적 소통 즉 접촉, 공간 단서, 시간 단서, 눈짓 등으로 이뤄진다 은유는 사고 과정의 중심이다 등을 전제로 한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외부인이 자신의 내면 심리에 접근하는 일을 꺼리는 방어 기제 때문만이 아니다. 의식적 지각 영역 아래에 있는 요구를 의식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인지적 장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장애를 극복하고 소비자의 숨은 욕구를 끌어내기 위해 ZMET 조사는 은유를 이용한다. 즉, 소비자들이 타인에게 바람직하게 보이고 싶어 하는 욕구 때문에 직설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을 때가 많으며 이때는 은유를 통해 소비자의 잠재 욕구를 알아낸다는 의미다.
다국적 식품업체 네슬레는 크런치바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ZMET 기법을 사용했다. 네슬레는 조사 대상 소비자들에게 인터뷰가 시작되기 2주 전, 크런치바에 관한 그림들을 68장 찾아오도록 했다. 참석자들은 픽업트럭, 나무울타리, 눈사람, 할아버지의 시계 등의 그림을 찾아왔다. 2시간 동안 일대일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네슬레는 참석자가 스스로 준비해 가져온 그림 68장 속에 감춰진 참석자의 사고를 추출하는 데 집중했다. 조사원들은 픽업트럭, 나무울타리, 눈사람, 할아버지의 시계 등의 그림을 통해 ‘시간’이라는 심층 은유를 추출해냈다. 맛, 질감, 소리와 같은 크런치바의 감각적 혜택이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안도감과 같은 감정적 혜택을 환기시킨다는 사실을 파악한 셈이다.
 
ZMET에서는 인터뷰에 대한 분석 결과로 공유 개념도와 심층 은유를 얻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공유하는 맥락과 상황에서 그들이 경험한 사고와 감정을 파고들면, 그들이 공유하는 중요한 개념을 포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조사에서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쇼핑을 여행과 동일하게 간주하며, 소비자들이 쇼핑 과정을 인생의 이정표, 목적지, 좌절, 놀람, 성공과 실패, 개인적인 성취 등으로 인식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참석자들의 응답이 내포한 구성 개념을 분류하고 개념의 연계를 분석하여 각 참석자의 인지 지도를 구성 개념과 관계로 나타낸 후, 이들을 프로그램에 입력해 집단의 구성 개념과 관계를 추출하면 공유 개념도가 된다.
 
한 금융 서비스 기업은 이 공유 개념도를 이용하여 고소득 고객들의 긍지를 존중한다는 마케팅 전략이 얼마나 잘 전달되었는지 평가했다. 고객들은 이 회사의 정직과 후원 측면에서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고객 요구에 대해 반응 정도나 속도가 낮고, 자부심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해당 기업이 실시한 내부 평가와는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이 기업은 고객 담당자들이 고객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회사에 대해 설명할 때 사용하는 표현도 바꾸게 하고 고객에게 홍보 책자를 제공했다. 이런 변화가 고객 담당자들의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성과도 향상시켰다.
 
ZMET는 표본 크기를 12명 정도로 제한한다. 이는 듀퐁, GM, 코닥 등 대기업들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주요 구성 개념 수가 12명 이상에서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안정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어떤 은유는 표층적이고 명시적이다. 반면, 어떤 은유는 심층적이고 암묵적이거나 무의식적이다. 심층 은유는 다양한 표층 은유를 조직화하는 원동력이며, 인간의 무의식적인 정서를 이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심층 은유를 이해할 수 있다면 소비자의 행동 원인도 규명할 수 있다.
 
한 제약회사는 소화제에 대한 ZMET 조사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균형’이라는 심층 은유를 표현한 사실에 주목하고, 이에 맞춰 소화제 광고 전략을 수립했다. 소비자들은 균형을 경험하기 위해 고통 완화를 가져오고 유지해주는 소화제를 찾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제약회사는 기존 광고의 핵심 콘셉트였던 통증 완화를 육체적, 정신적 균형으로 대체했다. 이 광고 방영 후 즉각 매출이 증가했다.
 
코카콜라는 에너지 충전, 갈증 해소, 해변의 즐거움 등과 같은 기존 이미지 이외에 고요함, 쓸쓸함, 정신 이완 등과 같은 새로운 이미지를 찾아냈다. 모토로라도 보안 장비 개발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개의 이미지를 선호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개가 충성스러움, 안전, 안락함을 의미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모토로라는 브랜드명을 토커트론에서 워치독(Watchdog)으로 즉각 변경했다.
 
ZMET가 주로 쓰이는 영역은 브랜드나 제품의 콘셉트 발굴, 위상 재정립, 소비자의 중요한 요구 발굴, 신상품 기회 발굴, 회사 이미지 창출, 커뮤니케이션 전략 및 내용 개발 등이다. P&G 는 ZMET에 대한 독자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자체 검증 과정을 거친 신상품 아이디어의 40%를 ZMET을 통해 발굴한다.
조사 기법의 진화
전통적인 소비자 조사에서는 한 가지 방법만 사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론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한 통신 서비스 회사는 고객 가치를 발굴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통해 고객의 영역별 행동 유형을 관찰, 기록했다. 고객 일상 활동을 심층 관찰하기 위해서는 섀도 트래킹과 포토 다이어리(Photo Diary) 기법을, 행동 관찰 내용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심층 면접과 아이디어 도출 워크숍(Idea Generation Workshop)을 실시했다.
포토 다이어리와 가정 방문을 결합하는 사례도 많다. 포토 다이어리를 통해 고객이 직접 자신의 생활 전체를 표현하고, 가정 방문 방식으로 방문 관찰함으로써 그들의 생활 속에서 특정 상품이 실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여 포토 다이어리 형식으로 자신의 생활을 기록하고,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이나 글을 첨부하여 개인의 가치관을 표현하기도 한다. 가구 내 특정 상품 이용 행태에 대해 관찰 분석하기 위해 가정 방문 조사 요원이 가구를 방문하여 가구의 특정 상품 사용 환경을 직접 확인하고 사진을 찍고, 추가 상세 인터뷰를 진행하여 포토 다이어리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정량 조사와 정성 조사를 결합하는 사례도 많다. 조사기관 TNS가 보유한 요구 분석 시스템은 사진과 콜라주를 이용해 정성 조사와 정량 조사를 통합한 기법이다. 정성 조사에서는 심층적, 잠재적 소비자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간접적 인쇄물, 사진, 천 등 여러 가지를 붙여서 작품을 만들라고 유도한다. 또 특정 브랜드에 대한 사용 경험이나 느낌을 다른 형태로 묘사해서 브랜드 이미지의 상징적 수준을 측정한다. 정량 조사에서는 정성 조사에서 확인된 소비자 욕구 간 역학 관계, 브랜드 이미지, 콘셉트 평가 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며, 소비자 욕구를 기반으로 시장 세분화도 진행한다.
 
인텔처럼 여러 조사 기법을 결합하여 회사 내부에 독자적인 소비자 조사 체계를 갖춘 기업도 있다. 인텔은 다양한 관찰법에다 문화인류학을 기반으로 한 민족지학(Ethnography) 방법론까지 결합시켜 큰 성과를 냈다. 앞서 언급한 인텔의 PaPR 그룹의 중국 시장에서 가정용 PC를 개발한 과정을 살펴보자. 당시 중국에는 PC를 살 경제적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사용하지 않는 인구가 6000만 명에 달했다. 관찰 조사를 해보니 중국 학부모들은 컴퓨터 사용이 자녀들의 학습을 방해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중국 학부모들에게는 만다린어 조기 학습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크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인텔은 가정용 PC에 눈에 보이는 물리적 잠금 장치를 장착했다. 중국 내에서 열쇠와 자물쇠가 권위를 지닌다는 점을 노려 자녀들의 PC 사용을 부모가 통제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중국 가정의 내부 공간이 좁고 좌식 생활이 일반적인 점을 고려하여 터치스크린으로 마우스와 키보드도 통합했다.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장착한 터치스크린에는 만다린어 쓰기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만다린어 조기 학습에 대한 부모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인류학적 접근이 동반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결과였다.
 
새 조사 기법 활용 시 주의점
새로운 조사 기법을 활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첫째, 조사하고자 하는 시장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관련 문헌, 기존 소비자 조사 결과, 기사 등을 탐색해 시장의 경쟁 구도 및 소비자 태도에 관해 폭넓은 사전 지식을 축적해야 한다. 이를 위해 FGI나 설문 등을 통해 사전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둘째, 명확한 가설 추출이 필요하다. 수백 시간에 달하는 관찰 기록을 일일이 살펴볼 때 명확한 가설이 없으면 특정 사안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기 어렵다. 정작 알아야 할 내용을 알아채지 못하고 스쳐 지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문헌 조사와 사전 조사를 통해 다양한 가설들을 추출한 후, 조사를 통해 확인하려는 사안이 해당 가설 집합 안에 모두 속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가설을 선택한 후 이에 맞는 적절한 방법론을 선택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다양한 선택안 중 자신이 확인하고자 하는 가설을 가장 명확하게 도출해줄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조해야 할 부분이 전문가 섭외다. 수치 결과가 나오는 정량 조사와 달리 정성 조사에서는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같은 조사 결과를 놓고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각 방법론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조사 파트너나 조언자로 영입해야 한다. 이 전문가를 연구 설계부터 연구 결과의 해석까지 포함시켜야 조사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
 
많은 선진 기업들은 새로운 조사 기법을 통해 얻은 고객 통찰력을 바탕으로 혁신과 성과 향상을 이뤄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많은 한국 기업들은 이를 사용하는 데 소극적이다. 시간과 비용의 제약도 존재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조사 담당자와 해당 임원들의 관성 때문이다. 새로운 조사 방법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더 많은 기업들이 고객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갖고 새로운 시장 기회를 포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무의식에 잠긴 모티브를 자극한다
 
마케팅 리서치, 숫자놀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많은 리서치는 이미 알고 있는 ‘상식’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국에서 실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리서치 업계 종사자와 클라이언트 중 80%는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리서치를 위해 만든 질문지의 80%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상식을 확인하는 평범한 작업에 적잖은 비용과 시간이 쓰이는 셈이다.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조사 방법들은 일대일 개별 면접, 전화 조사, 인터넷 조사, FGI 등이다. 이들 전통적 조사는 주로 구술 언어(verbal language)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조사 기법은 사람들이 응답을 할 때 자신의 행동 원인을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기본 가정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뇌과학 연구 결과들은 이런 가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대표적 인물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석좌 교수인 제럴드 잘트먼이다. 그는 사람의 인식 활동 중 자기도 잘 모르는 무의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95%이며, 의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 5%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더구나 사람의 기억은 대부분 시각, 청각 등 감각 이미지로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더 놀라운 것은 무의식에 대한 정의이다. 버지니아대 심리학과 교수인 티모시 윌슨은 그의 저서 <나는 내가 낯설다(Strangers to Ourselves)>에서 “무의식이란 의식에 도달하지는 못하지만 그 사람의 판단과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 작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는 의식이란 공보 담당 대변인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대변인은 내부 결정 사항을 외부에 가장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도록 브리핑하는 업무를 맡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대변만 하고 의사결정 회의에 자주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식과 구술 언어에 의존하는 전통적 리서치 패러다임으로는 소비자의 진심을 파악하기 힘들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최근에 많이 쓰이는 조사 방법이 그림 은유를 통해 무의식을 활성화시키는 무의식 코드 파악법이다.

무의식 코드 조사법
필자는 잘트먼 교수가 만든 ‘은유 추출 기법(ZMET·Zaltman Metaphor Elicitation Tech-nique)’을 한국 실정에 맞게 변형해 ‘심층 은유 파악을 위한 11단계 접근법 DEM(Deep Meta-phor Extractor)’을 만들었다. 이 방법의 특징은 소비자의 무의식을 끄집어내기 위해 은유법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사람은 자신의 행동 원인을 잘 모를 때가 많으며 알더라도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은유법으로 이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은유는 X=Y의 과정으로 사고를 확장시킬 때 매우 유용한 도구다. 우리의 감각 경험은 은유의 좋은 소재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등이 좋은 예다. 과거에 학습된 추상적 개념 역시 새로운 경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을 잘트먼 교수는 다음과 같은 그림을 통해 2가지 프로세스의 사고(버텀업과 톱다운)로 요약하고 있다.
무의식 코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은유 중에서도 그림을 활용한 은유가 중요하다. 사람의 무의속에 저장된 기억은 대다수가 시각, 청각 등 이미지로 저장되어 있으며, 어떤 단서나 맥락 속에서 더 잘 회상되기 때문에 그림은 무의식을 활성화시키는 데 좋은 도구가 된다. 이 방법은 뇌과학 활용법에 비해 비용이 적고 단시간 내에 실행할 수 있다. 그리고 무의식 코드 속에 감추어진 행동의 원인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은유에는 크게 2가지, 표층 은유(Surface meta-phor)와 심층 은유(Deep metaphor)가 있다. 표층 은유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 속에 묻어 있다. 예로 들면 ‘돈을 물 쓰듯이 쓴다’, ‘자금 시장이 얼어 붙었다’ 등과 같다. 돈을 모두 물과 같은 액체로 비유하고 있다. 이는 물이 우리의 귀중한 자원이듯이 돈도 귀중한 자원이란 의미를 내포한다. 여기서 돈의 심층 은유는 ‘자원(Resource)’이다. 인간의 무의식 코드를 압축하고 또 압축시킨 게 심층 은유인데 대표적인 7가지가 전체 무의식 코드의 7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 7가지는 균형(balance) 전환(transformation) 여행(journey) 상자(container) 연결(connection) 자원(resource) 통제(control)다.
DEM은 무의식 코드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모두 11단계 과정을 거친다. 1단계 사전 준비, 2단계 워밍업, 3단계 그림 단서 찾기 및 선택, 4단계 스토리텔링, 5단계 기존 그림 보완, 6단계 그림 분류, 7단계 주요 개념(construct) 유도, 8단계 은유의 정교화 및 반대 이미지, 9단계 감각 이미지, 10단계 요약 이미지, 11단계 사후 접촉이다. DEM의 핵심 프로세스는 응답자에게 특정 질문에 어울리는 그림을 찾게 한 뒤 그 그림의 의미, 그림과 질문 주제의 연관성에 대한 응답자의 대답을 듣고 거기에 다시 추가 질문을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무의식적 동기들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필자가 진행한 햄버거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보겠다.
햄버거점 케이스
조사 당시는 웰빙 푸드, 슬로우 푸드 등이 유행하면서 햄버거 매출이 급감하던 시기였다. 프로젝트는 햄버거의 재활성화(Rejuvenation) 방안을 찾고자 했다. 아래 그림은 한 응답자가 1800여 장의 이미지 갤러리 중에서 햄버거점 느낌을 담은 그림으로 찾아낸 것이다. 이 그림을 통해 주고받은 주요 대화는 다음과 같다.
질문) 그림은 무엇을 묘사한 내용인가?
답) 패스트푸드의 가장 긍정적인 면으로 간편함을 꼽을 수 있다. 이미지를 통해서 패스트푸드의 간편함과 더불어 도시성을 상상할 수 있다.
질문) 도시성과 패스트푸드와는 무슨 연관성이 있나?
답) 패스트푸드는 전통적인 한국적 이미지를 가질 수 없고 상대적으로 도시성이 강하다.
한국 음식은 볶고 끓이지만, 패스트푸드는 천편일률적인 음식이며 조리 과정도 간편해 도시적이다.
질문) 왜 사진 속 모델이 간편한 음식을 먹을까?
답) 1분 1초를 다투는 아주 바쁜 사람들은 먹는 시간조차 아까워한다. 그런 사람들은 빨리 나오고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을 찾는데 그런 음식이 패스트푸드일 것이다. 이 남자는 식사 시간에 패스트푸드를 사 가지고 와서 일을 하면서 먹고 있을 것 같다.
질문) 편의점에도 간편히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왜 패스트푸드를 먹을 것 같나?
답) 식사로 먹을 수 있는 것을 한 번에 고를 수 있고, 접시나 상자 같은 게 필요 없다. 먹고 한 번에 버릴 수 있는 것도 편리하다. 라면 같은 경우는 국물도 따로 버려야 하고 그릇 재활용도 해야 하고 냄새도 나서 귀찮다.
이 한 장의 그림과 짧은 대화 속에서 찾아낸 통찰(insight)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쉽게 간과하고 있던 것들이다. 바쁜 현대인에게 주는 햄버거의 유용성을 무의식 활성화를 통해 캐낸 것이다.
공유 개념도(Consensus Map)

DEM을 위한 11단계 접근법 조사를 완료하면 참석자들이 응답한 내용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면서 고객들이 중시하는 구성 개념(construct)들을 파악한다. 그 개념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관계도로 표현한다. 이 관계도가 바로 공유 개념도(Consensus Map)다. <그림2>의 햄버거에 대한 공유 개념도를 보면 크게 2가지 심층 은유가 발견된다. 첫째는 자원(resource), 둘째는 상자(container)이다.
공유 개념도에서 보듯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햄버거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매우 유용한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 조리가 간편하고, 먹기 간단하고, 뒤처리마저 쉬워 시간을 절약해준다. 즉, 바쁜 현대인들에게 금상첨화이다. 요즘 한 정유회사가 ‘I am your energy’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정유회사보다는 햄버거에게 더 잘 어울리는 슬로건으로 판단된다. 현대인들이 바쁜 이유는 열심히 일하고, 취미 생활을 하고, 공부하기 때문이다. 햄버거는 무언가 자기 목표를 위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성공을 도와주는 유용한 라이프스타일 푸드다. 또 햄버거를 떠올리면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고, 자유스러운 매장 분위기가 떠오른다. 따라서 햄버거는 라이프스타일 에너지이자 ‘자원’이라는 게 첫 번째 무의식 심층 은유다. 두 번째 무의식 심층 은유는 햄버거가 정크푸드, 인스턴트 식품의 대명사라는 인식이다. 기름기가 많고, 재료도 불투명하고, 영양소도 편중되어 있는 비만 식품으로 한마디로 성인병의 인자를 담고 있는 매우 부정적 이미지의 ‘상자’이자 음식이다.
그러나 햄버거는 한편으로 빵과 고기, 야채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균형식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는 균형보다는 안티 웰빙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의 ‘상자’가 지배적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영양학적으로 균형식이면서 바쁜 사람에게 좋은 에너지원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면 부정적인 무의식을 희석시킬 수 있다. 즉, 햄버거는 바쁜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일종의 기능성 식품이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햄버거의 선은 무시되고 악만 부각되어왔던 셈이다. 새롭게 의미를 찾은 선을 잘 활용하면 햄버거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정열적인 에너지로써 핫 에너지(Hot Energy), 또는 멋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쿨 에너지(Cool Energy)라는 주제로 포지셔닝할 수도 있다. 이를 테마로 삼아 스토리 마케팅을 펼친다면 햄버거에 대한 인식을 대폭 개선시킬 수 있다. 이게 바로 고객과 브랜드의 감성적인 결합이다. 이는 인간의 무의식 코드를 압축시킨 심층 은유를 통해 끄집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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