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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의 전략, 숫자보다 대본을 활용하라

마이클 G 제이코비데스 | 50호 (2010년 2월 Issue 1)
이제 기업이 전략을 개발하는 방식에 변화를 줄 때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뚜렷한 특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급격한 변화’라고 대답할 것이다. 최근의 변화는 전례가 없고 막을 수도 없으며 금방 사라질 것 같지도 않다. 세계화와 기술 혁신, 규제의 변화, 인구 변화, 환경 규제 등이 더해져 경쟁 환경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로 대다수의 업계에서 산업의 본질 자체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자사의 경쟁업체, 공급업체, 고객들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것을 겪게 됐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변화를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변화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안을 내놓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전통적으로 전략 도구는 경쟁 환경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게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정적(靜的)인 카테고리와 시각적인 자료를 만들어내는 데 그쳤다. 가령 관리자들이 산업 분석 시 사용하는 분석 틀(5가지 구성 요소 및 전략 지도), 블루오션에서 사용하는 도구(가치 지도, 비교 가치 곡선)를 활용해 경쟁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도구들은 정적인 지도를 만들어내고 2차원 그래프에 주변 환경을 투영하기 때문에 실제 환경이 지닌 복잡성을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이런 도구들은 환경이 급변하지 않을 때에만 신뢰할 수 있는 나침반일 뿐이다. 또 이런 도구들을 활용할 때는 각 산업이 제대로 정의되어 있고 기업들이 자사의 경쟁업체, 공급업체, 고객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현실에서는 변화에 노출되어 있는 변수를 변하지 않는 존재로 가정하는 것이다.
 
몇몇 도구들은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신규 진입업체가 만들어내는 가치(value)는 고려하지 않고, 각 기업이 보유한 자원의 상대적인 가치만을 비교한다. 1990년대 등장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이 IBM, 애플과 같은 하드웨어 제조업체를 밀어내고 어떻게 컴퓨터 산업을 통째로 바꾸어놓았는지 생각해보자. 마찬가지로 구글이 삼성전자와 같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나 유럽 통신업체인 오렌지와 같은 휴대전화 서비스 제공업체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해 이동통신 시장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살펴보자.
 
대부분의 전략적인 도구는 상황을 단순화시켜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데 그친다. 기업들이 해당 산업 분야를 변화시켜 경쟁하는 상황에서는(요즘은 이런 경우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기존 도구들은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 기존 도구들은 산업의 경계가 변화하지 않고 항상 같은 형태를 유지한다는 암묵적이고 명백한 가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잘못된 길을 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이 발달하자 수많은 신문과 잡지들은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했고, 그 결과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서비스에 요금을 부과하기 어려워졌다. 둘째, 기업들이 수익성이 높은 사업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일례로 코닥은 비즈니스의 변화를 인정하고 자사의 강점을 차별화된 방식으로 활용하지 않고 사진 분야에서의 변화에 맞서려고 한 탓에 수익성이 높은 사업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드물기는 하지만 몇몇 전략 도구들은 경영자들이 변화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도구들도 항상 도움이 되는 결과가 아닌 혼란스러운 결과를 내놓을 뿐이다. 게임 이론과 전쟁 게임은 기업이 자사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초래할지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기업은 게임 이론과 전쟁 게임을 이용해 경쟁 우위를 유지하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 이론과 전쟁 게임과 같이 수학적인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는 모델조차 해당업계나 경쟁업체,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 등이 일정하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이런 모델들도 미리 정의해둔 영역에서만 발생하는 경쟁과 상호 작용만 보여줄 뿐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경영진이 가상의 미래를 상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 방법도 정적인 풍경, 즉 미래에 대한 정지된 사진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자들과 경영진은 식물을 조심스레 분류하는 식물학자들처럼 주변 환경을 연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들은 결국 전략을 개발하기 전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학 관계를 이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간과한다.
 
필자는 최근 한 연구를 통해 기업들이 전략 개발이라는 과제에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관련 비즈니스 내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포착하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근본적인 논리와 스토리라인, 결정, 동기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필요가 있다. 경영진은 지도를 그리고 분석하거나 도표 위에 숫자를 표시하는 방법보다 단어를 활용해 이른바 ‘대본(playscript)’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대본이란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등장인물 목록, 각 등장인물이 연결된 방식, 등장인물이 준수하는 규칙, 등장인물이 참여하는 플롯과 하부 플롯, 비즈니스와 등장인물이 변할 때 기업들이 가치를 창출하고 유지하는 방법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서술 기법을 뜻한다.
 
단어는 가치 곡선(value curve)보다 강력하고 유연하다. 모든 것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경영진은 변화를 몰고 오는 조직의 동기 및 역할, 비즈니스 내에서 변화하는 규칙, 비즈니스 내에서의 관계, 현재와 미래를 잇는 줄거리 등을 이해하기 위해 단어를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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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클 G 제이코비데스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전략과 국제 경영을 가르치는 부교수. 그는 런던비즈니스스쿨 내 기업가 정신 및 혁신 센터에서 도널드 고든 경 의장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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