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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수립 5단계 방법론

‘성실’과 ‘혁신’으로 가치를 극대화하라

박천홍 | 48호 (2010년 1월 Issue 1)
최근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가 화제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기존 대비 30% 감축하기로 확정한 바 있다. 그간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 반응을 보였던 미국도 17%라는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의견 차이 등 일부 난관은 있지만 이번 총회는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 못지않게 향후 세계 비즈니스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이에 대비하는 한국 기업은 많지 않다. 지속가능 경영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관련 행위는 이미 원가, 매출, 자본 비용, 현금 흐름 등 기업의 가치 창출에 매우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지속가능 경영은 어쩔 수 없는 기업의 도덕적 책임이나 새로운 마케팅 도구가 아니다. 기업의 핵심 전략이자 경쟁력 확보의 수단이다.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이슈에 반드시 대응해야 하는 이유를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자본 조달의 용이성 기업이 가장 주목해야 할 요인이다. 투자회사들이 투자 대상을 결정할 때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성과부터 고려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많은 투자은행, 자산 운용 회사들은 투자 대상 기업의 사회적, 환경적 성과를 측정하고 이를 활용해 각 기업의 점수를 매긴 후 자사 투자 포트폴리오를 결정한다. 유럽 대형 투자은행인 뱅크 사라신(Bank Sarasin)은 투자 대상 기업이 속한 산업과 개별 기업의 지속가능성 성과를 환경 분야와 사회 분야로 나눠 평가한다. 이후 각 분야 상위 그룹에 속한 일부 기업에만 투자한다.
 
지속가능성 관련 펀드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유럽 지역의 SRI 펀드(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Fund•펀드 편입 종목을 고려할 때 사회, 환경, 윤리적 요인을 고려하는 운용 방식을 지닌 펀드)는 1999년 159개에 불과했지만 2008년 498개로 10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SRI 펀드들이 운용하고 있는 자산 규모 역시 1999년 111억 유로에서 2008년 404억 유로로 4배가량 늘었다. 2007년 유럽 내 SRI 펀드로 인한 매출만 93억 유로에 달했다. 이는 SRI 펀드가 더 이상 틈새 시장용이 아니라 펀드 시장의 주류 상품으로 떠올랐음을 의미한다.
 
2. 공공 정책 2005년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대해 국제적으로 목표치를 정한 ‘교토 의정서’를 필두로 각국 정부의 환경 관련법, 규제, 정책 수가 급증하고 있다. 단순히 수만 증가한 게 아니라 내용 측면에서도 과거 전통적인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요소가 늘고 있다. 미국 환경 관련법 제정 현황을 살펴보면 1870년대 법 제정이 시작된 후 1970년대를 기점으로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00년대에는 무려 120개 이상의 환경 관련법이 제정되었다. 유럽 환경 관련법 제정 현황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급증하고 있다.
 
공공 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산업별로 다르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이라 해도 개별 기업 상황에 따라 공공 정책 영향을 달리 받는다는 사실이다. 여러 산업 중 이산화탄소 규제 정책에 가장 민감한 북미 전력 산업을 보자. 북미 전력 시장에 존재하는 기업 중 아메리칸 일렉트릭(American Electric)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평균 25%를 규제 정책 대응 비용으로 쓰고 있다. 반면 엑셀론(Exelon)은 불과 1% 비용만을 지출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가장 낮은 비용을 소모하는 의약 산업을 보자. 마일런 랩(Mylan Laboratories)은 EBITDA의 9%를 지출하고 있으나 존슨앤존슨은 불과 0.04%만을 지출하고 있다.
 


3.
원자재 가격 급변동 및 에너지 소비 2008년 세계 원유 가격은 한때 14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단순히 가격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가격이 종종 급등락한다는 게 더 문제다. 원자재 가격 급변동은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자원 및 에너지 사용의 중요성을 더욱 일깨운다.
 
기업들의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는 투자의 중요 지표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 지표인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DJSI•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는 세계 2500대 기업들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기준들을 평가하여 상위 10% 기업을 선정하는 지수다. 다양한 평가 기준이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기준이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 및 에너지 소비 실태다. DJSI 에 속했다는 건 전 세계 자산 관리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됐다는 점을 뜻한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DJSI에 편입되는 일을 회사 운영 목표로 삼는 이유다.
 
또 다른 지표로 산업 평균 대비 탄소 배출 우수 기업들로 구성된 탄소배출우수기업 지수(ECPI Carbon Winner Equity Index)가 있다. ECPI Carbon Winner Equity Index에 속한 기업들은 미국계 펀드 운용에 절대적 기준으로 자리 잡은 모건스탠리의 모건스탠리종합지수(MSCI) 소속 기업들보다 꾸준히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03년 이후 ECPI 소속 기업의 주가는 MSCI 소속 기업의 주가보다 평균 20% 이상 높았다.
 
4. 경쟁 우위 확보 특정 산업, 예를 들어 대형 소매 산업에서는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 및 성과 등이 경쟁 우위를 창출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은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와 달성 정도를 일반 대중에게 적극 홍보하고, 그 성과를 일부러 경쟁 회사와 비교한다. 자사 위상을 높이고,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영국 테스코는 2008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0년 대비 60% 이하로 낮추기로 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지속가능성 이슈는 이미 기업 간 경쟁의 주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5. 공공 책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 성과에 대한 사회 압력이 점점 높아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캠페인이나 프로그램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발간하는 사회적 책임 관련 보고서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현재 FTSE 소속 100대 기업의 99%가 기업의 지속가능성 성과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자사의 지속가능 경영 관련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회사 브랜드 가치도 높이기 위해서다.
 
 

 
지속가능성 문제에 관한 기업의 전략적 대응
기업들이 개별 회사가 처한 지속가능성 이슈에 적절히 대응해서 자사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성실(integrity)과 혁신(innovation)이라는 2가지 관점에 따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성실은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달라지고 있으며, 그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성실하게 의무를 다하는 행동이다. 혁신은 기업 이해관계자들의 욕구에 대응하여 새로운 사업 수행 방식을 찾아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험 노출 최소화, 제품 포트폴리오 변경, 비용 절감, 신규 수익원 발굴이라는 4가지 실천 방안이 필요하다.
1. 위험 노출 최소화 자동차 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자동차 관련 기업들은 싫건 좋건 이 현실에 적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앞서 말한 대로 개별 기업의 준비 정도에 따라 규제 대응에 들어가는 비용은 엄청나게 달라진다. 즉, 규제에 빨리 대응하는 기업은 경쟁사에 비해 잠재적 위험에 대한 노출 정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2003년 아서디리틀(ADL) 분석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 120g/km에 도달하기 위한 회사별 한계 수익점의 변동폭은 약3000유로였다. 그러나 2007년 씨티그룹 분석에 따르면 이 수치가 9000유로로 증가했다. 즉 규제에 미리 대응하는 기업과 늦게 대응하는 기업이 치러야 할 대가 차이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약 2000유로면 탄소 배출량 변화에 대응이 가능한 반면 미국 포드는 약 8000유로가 필요했다. 환경 규제 위험을 줄이려면 반드시 적절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2. 제품 포트폴리오 변경 맥도널드는 식품 안전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로하스(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성향 강화에 따라 제품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재정비하고 매장 디자인을 변경했다. 맥도널드는 독일 유기농 음료업체인 바이오네이드(Bionade)와 손잡고 새로운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로하스의 정반대 지점에 위치한 패스트푸드 회사에도 몸에 좋은 음식이 많다는 점을 집중 홍보하며 환경 친화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쌓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개별 음식 포장마다 칼로리를 표시하고, 샐러드 관련 제품 수도 늘렸으며, 매장 디자인 또한 친환경 이미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바꿨다. 지난해 맥도널드는 맥카페, 샐러드 등 신규 제품군 성장으로 약 6.1%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새로운 디자인을 채택한 매장 매출은 일반 매장보다 평균 40∼60% 이상 많았다.
 
3. 비용 절감 유럽의 한 대중교통 사업자는 단순한 기술을 통해 연료 이용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원가를 절감했다. 이 회사는 운전자마다 운전 효율성이 달라진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연료 이용이 많아 낮은 효율로 운전할 때는 붉은 신호가 들어오도록 했다. 반면 연료 이용이 적어 높은 효율로 운전할 때는 녹색 신호가 들어오도록 했다. 운전자들이 실시간으로 자신의 운전 습관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 연료를 최대 40%까지 절약할 수 있었다. 동시에 운전자들의 운전 습관 개선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승차감까지 향상시켰다. 이 시스템을 채택하기 전 이 회사는 연간 연료 구입을 위해 평균 1억5000만 파운드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 간단한 시스템을 도입하자 연간 1000∼1500만 파운드를 절감할 수 있었다. 연료비 절감, 탄소 배출량 절감, 고객 만족도 향상이라는 1석3조를 이뤄낸 셈이다.
 
4. 신규 수익원 발굴 한 전자기기 제조업체는 에너지 절약형 제품 개발로 새로운 매출원을 발굴했다. 이 회사는 과거 제품 생산을 위해서 평균 23만500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문제는 이 제품을 사용할 때 무려 3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사실이었다.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이뤄내려면 생산 공정 개선이 아니라 사용 효율이 높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야만 했다. 이 회사는 각고의 노력 끝에 제품 사용 시 쓰이는 이산화탄소를 대폭 줄인 신제품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2006년 40억 유로, 2007년 53억 유로의 매출을 기록했고, 앞으로 더욱 높은 증가세를 기대하고 있다.
 
청정개발체제(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또한 기업에게 새로운 매출 창출 기회를 제공한다. ADL의 고객인 한 에너지 회사는 ADL과 공동으로 아프리카 가스 발전 플랜트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권 판매를 통해 무려 1억900만 달러의 신규 매출을 창출했다.
 
전략 수립 및 실행 방법론
그렇다면 과연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전략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가. ADL의 방법론은 크게 성과 진단, 핵심 이슈 파악, 목표 설정, 전략 정의, 전략 실행이라는 5가지 단계로 이뤄져 있다.
 

 


1)
성과 진단:해당 기업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항목별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진단하기 위해 관련 내부 인력과의 인터뷰, 자료 분석 등을 진행한다. 그후 성과 측정 툴을 이용해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 평균, 혹은 벤치마킹할 기업 사례와 대비한 자사 성과를 정확히 평가한다. 위 그림에서 낙후기업 라인에 속한 기업은 동종 업계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간신히 따라가는 정도의 기업을 뜻한다. 선도기업 라인에 속한 기업은 동종 업계를 선도하는 수준임을 의미한다.
 
특정 항목의 2009년 성과가 지속적 성과 창출(Sustainable performance) 수준, 즉 5점으로 나왔다면 해당 기업은 그 항목에서 시대를 앞서가고 있다는 뜻이다. 해당 업계를 미래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보통’이란 평가는 해당 산업계에서 평균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선도기업과 낙후기업 사이는 ‘적합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평가 점수가 이 부분에 위치한다면 해당 기업은 꽤 괜찮은 수준의 지속가능 경영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핵심 이슈 파악:성과 진단이 주로 조직의 ‘아래에서 위(bottom-up)’로 진행된다면 핵심 이슈 파악은 경영진과의 워크숍 등 ‘위에서 아래(top-down)’로 이뤄진다. 워크숍이나 회의를 통해 도출한 다양한 이슈들은 우선 순위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각 이슈가 사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impact)과 성숙도(maturity)에 대한 평가를 통해 우선 순위를 매겨야 한다.
 
성숙도는 자사가 4단계 중 어디에 있는지를 평가해 확인할 수 있다. 즉,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해 인지하는 잠복기(Latent), 실질적으로 지속가능성 이슈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는 부상기(Emerging), 지속가능성 관련 제도 및 법규 등을 신설하고 실행하는 성숙기(Mature), 지속가능 경영 전략이 조직의 핵심 과제로 자리잡는 제도기(Institu-tionalized)다. 특히 제도기는 주주, 사외 이사, 협력 회사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에서도 지속가능성 관련 이슈들을 도출하는 시기다. 이해관계자들이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해 어떤 기대를 어느 정도로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3)목표 설정:도출된 지속가능 경영 핵심 이슈들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동종 업계의 참고 사례를 파악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해당 기업과 벤치마킹 대상 기업의 전반적인 지속가능 경영 성과를 비교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벤치마킹은 반드시 특정 이슈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정 이슈에서 자사 수준이 ‘보통’ 정도라면 이를 ‘양호’ 또는 ‘지속적 성과 창출’ 등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해야 한다.
 
4)전략 정의:앞에서 설정한 개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정해야 한다. 위험 노출 최소화, 제품 포트폴리오 변경, 비용 절감, 신규 수익원 발굴이라는 4가지 실천 방안 중 해당 기업 성과를 가장 두드러지게 개선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이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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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전략 실행:해당 전략의 단계별로 비용 대비 이익 분석을 실시하고, 이를 회사의 성과평가체계(KPI)에 연동시키며, 지속가능성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조직 문화에 이를 정착하는 일들이 필요하다. 실행력을 높이려면 사내 조직 구조나 업무 프로세스에 지속가능 경영을 반드시 통합해 조직원들이 이를 일상 업무로 여기도록 해야 한다. CEO를 의장으로 하는 ‘지속가능성 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지속가능 경영 전담 임원 및 지속가능성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일이 좋은 예다. 사내 임직원 간 공감대 형성과 주요 이해관계자에게 필요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면 회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성공 사례를 적극 공유해야 한다.
 
 
박천홍 이사는 연세대 이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SDS를 거쳐 아서디리틀(ADL)에 재직하고 있다. 제조, 연구개발(R&D), 정부 분야의 컨설팅 업무를 주로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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