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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표준 대응 방안

‘ISO 26000’에 지속가능의 길이 있다

박지혁 | 48호 (2010년 1월 Issue 1)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독일에 진주한 한 소련 병사가 베를린의 한 민가에 묵게 됐다. 그는 그곳에서 우연히 전등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다음날 그 집을 떠날 때 배낭에서 대검을 꺼내 전선을 잘라냈다. 그리고 전구를 잘 싸서 배낭에 넣었다.
 
“이 싸움도 이제 끝나가고 있다. 집으로 돌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가족들과 따뜻한 저녁을 먹고 싶다. 그때 우리 집 천장에 이 불을 매달아 켜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리라.”
 
이것이 이 병사의 소박한 꿈이었다. 그에게 전등 뒤에 숨어 있는 발전소과 송전선 그리고 전선과 스위치에 대한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본 것은 불이 켜진 전구였고, 그것은 어디에서나 천장에 매달기만 하면 불이 들어오는 마법의 구슬이었을 뿐이다.
 
이 일화는 우리가 다른 제도나 체계를 도입할 때 쉽게 저지르는 잘못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이는 국내 기업이 지속가능 경영을 추진할 때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현상에 매몰돼 시스템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 ‘소련 병사의 오류’처럼 섣불리 도입한 지속가능 경영으로 인한 폐단도 나타나고 있다. 이 글을 통해 필자는 국내 기업들이 직면하게 될 지속가능 경영을 향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한 실천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지속가능 경영의 3가지 실패 유형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잘못된 접근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크게 다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가이드라인 추종형
각종 지속가능 경영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따르는 유형이다. 지속가능 경영을 도입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가이드라인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통째로 모방하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지속가능 경영 담당 부서가 현장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가이드라인 형식을 모방해 무리하게 추진하면, 현장 실정과 겉도는 무모한 체제가 돼버린다. 결국 유지와 운용비용이 증가하게 되며 현장 직원의 반발을 불러온다. 조직 내에서 “지속가능 경영은 어려워” “지속가능 경영은 도움이 안 돼”라며 반대 분위기가 만연하게 되며 프로젝트가 중도에 무산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②선진 사례 모방형
이는 선진 기업 사례를 그대로 모방하는 추종형 기업에서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다. 이런 기업들은 ‘경쟁사보다 뒤쳐지지 않도록’ ‘경쟁사가 하고 있기 때문에’ 등을 이유로 들어 다른 회사의 추진 사례를 그대로 모방하기도 한다. 물론 타사의 성공 사례를 활용하는 일 자체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벤치마킹이 자사의 조직 문화, 전략, 업무 프로세스와 맞지 않는다면 비용만 늘고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지속가능 경영을 도입하려면 먼저 왜 지속가능 경영을 추진해야 하는지, 자사 전략과 목표에 맞춰 어떤 방식으로 이를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이런 노력이 배제된 선진 시스템은 현장과 유리된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③단기 실적 지향형
외부 기관 평가를 의식해 지속가능 경영을 도입하는 사례다. 외부 기관의 평가 결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면적인 지속가능 경영을 선포하고, 일시에 이를 완성하려고 덤비는 기업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공기업에서 자주 보이는 유형이다. 이런 기업들이 추진하는 지속가능 경영은 겉만 그럴듯하고 실속은 없다.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 ‘효과는 없고, 비용만 든다’는 이유로 단기간에 도입한 지속가능 경영의 원칙이 폐기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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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지속가능 경영 국제 표준 도입
국제표준화기구(ISO)는 2010년 지구촌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인 ISO 26000을 공표한다. 지속가능 경영이 경영 시스템의 주요 의제가 된 것이다.
 
물론 ISO가 구속력 있는 이행 강제력을 가진 기구도 아니고, ISO 26000 역시 인증 대상 규격도 아니다. 하지만 ISO 26000 제정 작업에 참가한 대부분의 국가와 이해관계자들은 결국 기업 간, 국가 간 거래와 계약 질서에서 ISO 26000이 결정적인 기준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ISO 26000이 실질적인 무역 장벽이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가 기우(杞憂)는 아니다. 20여 년 전 ISO 9000 1 이 등장했을 때를 돌아보면 개연성이 있다. 1979년 영국은 ‘BS 5750’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국가 표준을 제정해 발표했다. 제품이 시장에 유통된 뒤에 검사하는 것보다 생산 과정에서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승승장구하던 일본 기업들은 코웃음을 쳤다. 영국이 만든 새로운 규격의 근간을 이루는 품질 관리 개념이 대다수 일본 기업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적용해왔던 것인데다 일본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표준은 일본 기업 문화와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ISO가 1987년 품질 보증에 관한 국제 표준인 ‘ISO 9000’을 공표하자 사정이 달라졌다. 영국의 끈질긴 노력으로 ISO 9000에 영국 표준(BS 5750)이 거의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통합이 가속화되던 1990년대에 들어서자 유럽과 홍콩 등에선 ISO 9000의 요구 사항에 따라 품질 보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에 대해 제3자 인증을 받지 않은 기업들은 입찰에 끼워주지도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ISO 9000이 새로운 형태의 무역 장벽으로 작용한 것이다.
 
특히 품질 관리의 원조라고 자부했던 일본 기업들로선 땅을 칠 노릇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후회한들 소용이 없었다. 외국인이 영어를 모국어처럼 잘한다고 해도 토플(TOEFL)처럼 공인 시험 성적이 없으면 미국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뒤늦게 일본 언론들은 시급한 대책을 촉구했지만, 사후약방문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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