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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속가능 경영 실태와 과제

지속가능 우위 확보 기업은 2% 불과

이수열 | 48호 (2010년 1월 Issue 1)
기업의 경쟁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기업 전략의 핵심은 변화에 어떻게 잘 적응하느냐다. 즉 ‘지속가능하다’라는 말의 동의어는 ‘누가 변화에 잘 적응하느냐’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평준화되어 품질, 가격, 서비스 등 기존 경쟁 요소로는 더 이상 소비자를 매혹시킬 수 없다. 기업들이 세계의 거대 시장에서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지속가능성 이슈를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비록 소비자가 아직 이 분야에 관한 지갑을 활짝 연 건 아니지만, 이들은 사회, 환경 문제를 염려하는 자신들의 손을 누군가가 먼저 이끌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속가능 경영을 차별화, 경쟁력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단순히 환경 문제나 거추장스러운 부담으로만 인식하면 지속가능 경영으로 돈을 벌기가 어렵다. 전략이 없는 지속가능성은 비용과 의무에 불과하며, 이때 기업은 앞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사회, 환경과 경쟁력을 연결하는 것은 새로운 사고를 필요로 한다. 이는 결국 혁신의 문제다.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기존 경쟁력 중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제로섬(zero-sum)으로 여긴다. 하지만 지속가능 경영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경쟁 궤도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일이다. A에서 A'로 가는 게 아니라 A에서 완전히 다른 경쟁 체제인 B로 도약하는 일이다.
 



3M은 3P(PPP·Pollution Prevention Pays) 프로그램으로 22억 파운드의 화학 물질 사용량을 줄여 생산비용도 줄이고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동시에 얻었다. 친환경 제품으로 200억 달러의 시장을 키운 GE의 에코매지내이션(eco-magination) 전략도 마찬가지다. 지속가능 경영의 당위성, 즉 ‘Why’를 고민하지 말고, 전략의 문제, 즉 ‘How’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지속가능 우위(sustain-advantage)를 찾는 5단계 과정
지속가능 경영의 핵심은 자사의 지속가능 우위를 발견하는 일이다. 지속가능 우위는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결합한 용어다. 이를 지속가능 경영의 5단계 발전 모형을 통해 분석해보자.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0단계: 지속가능 무지자(sustain-the ignorant)
지속가능 이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이거나 무관심한 단계에 있는 기업들이다. 정부의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정도가 해당 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일한 지속가능 활동이다.
 
1단계: 지속가능 초보자(sustain-beginners)
경영 환경을 둘러싼 사회, 환경 이슈에 대해 감지하기 시작하며, 이중 일부를 경영에 반영하는 기업들이다. 지속가능 경영의 분야는 크게 지배 구조, 기업 윤리, 고객 및 제품 보호, 지구 온난화, 환경 보호, 공정 거래 및 협력, 사회 공헌 활동, 종업원 및 인권 보호 등 8개로 나눌 수 있다. 이중 몇 가지 부분에서 대응을 하는 기업들을 일컫는다.
 
2단계: 지속가능 검토자(sustain-analyzers)
8가지 영역 중 대부분의 영역에서 대응하는 기업들이다. 이 단계에서 비로소 지속가능 이슈가 조직 내부로 전파되기 시작한다. 조직 내에 지속가능 경영을 확산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지속가능위원회나 전담 조직을 두고 보고 체계, 교육 및 훈련, 성과 평가 등의 소프트웨어도 갖춘다. 대부분은 이 단계에서 지속가능성 보고서(SR)도 발간한다.
 
3단계: 지속가능 활용자(sustain-differentiators)
사회, 환경 이슈를 자사의 경쟁 우위 확보 방법으로 삼는 기업들이다. 지속가능 검토자와의 가장 큰 차이는 전자는 시스템은 갖췄지만 아직 이를 회사 전략과 일치시키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반면 지속가능 활용자는 회사 핵심 전략과 일치하는 지속가능 경영 중장기 추진 전략(로드 맵)을 가지고 있다. 지속가능성에 관한 개인별, 조직별 핵심성과지표(KPI)까지 갖추고 이를 모니터링한다. 개인, 팀, 사업 부서, 임원 성과 평가에도 지속가능 이슈를 포함시켜 지속가능 우위에 대한 전 직원의 인식을 높인다는 뜻이다.
 
4단계: 지속가능 탐험가(sustain-pathfinders)
지속가능 활용자 중 특별한 리더십을 보이는 기업들이다. 지속가능 문제와 관련한 산업 커뮤니티를 구성하거나, 새로운 표준 및 제도 제정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이야말로 앞서 언급한 경쟁의 판도를 바꾸는 기업들이다. 대표적 예가 듀폰이다. 듀폰은 ‘지속가능 발전 세계 기업 협의회(WBCSD)’라는 조직 설립을 주도하는 등 세계 비즈니스계의 지속가능성 확산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쳐왔다.
 
 
한국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실태와 과제
필자는 우리나라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웹사이트(www.bisd.or.kr)에서 최근 게시된 62개 지속가능성 보고서(환경 보고서, 사회책임 보고서 등도 포함)를 분석했다. 보고서 발간 연도는 2009년(11개), 2008년(28개), 2007년(18개), 2006년(5개) 순이었다. 매출액을 확인할 수 있는 59개 기업 중 매출 1조 원이 넘는 기업은 37개(80%), 1000억 원 이상은 10개(17%)였다. 매출 10조 원이 넘는 초대형 기업 수도 18개(31%)에 달해 한국의 지속가능 경영이 주로 대기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조사 대상 기업 분야는 다양했다. 기계, 금속, 화학 분야가 16개(26%)로 가장 많았다. 전기, 전자, 정보기술(IT) 분야는 12개(19%), 수송, 물류, 서비스 분야는 10개(16%), 전력 분야는 9개(15%)였다. 단일 산업으로는 전력 산업에 속한 기업 수가 가장 많았다. 62개 기업 중 공기업이나 정부 영향력이 높은 기업이 19개로 31%를 차지했다. 이는 지속가능 경영을 확산시키는 데 기업 역할 못지않게 정부 역할도 중요함을 보여준다.
 
62개 보고서 발간 기업 중 93.6%에 달하는 60개 기업이 지배 구조, 기업 윤리, 고객 및 제품 보호, 지구 온난화, 환경 보호, 공정 거래 및 협력, 사회 공헌 활동, 종업원 및 인권 보호라는 8개 분야 중 최소 6개 분야 이상에서 지속가능 경영 활동을 수행하고 있었다.(표1) 지속가능 경영의 주요 이슈에 관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잘 숙지하고 있으며, 활동 수준도 일정 단계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문제는 전략이었다. 이들 기업 중 자사 핵심 전략과 연계된 지속가능 경영 로드 맵을 가진 기업은 16개 기업(25.8%)에 불과했다.(표2) 향후 이에 관한 아무런 계획이 없는 기업도 무려 24%에 달했다. 자사 핵심 전략과 연계된 핵심 성과 지표를 보유한 기업은 더욱 적어 단 6.5%에 불과했다. 즉, 기업들이 지속가능 경영을 개별 이슈마다 산발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조직 핵심 전략과 연계시키고, 조직원의 성과 평가 체계에 반영시키며, 지속가능성 이슈를 자사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방안으로 생각하는 기업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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