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알아야 답이 보인다 - CRT(현상분석도)

47호 (2009년 12월 Issue 2)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신 사장이었다. 그는 무척 역동적인 사업가다. 회사가 잘 나갈 때도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꾸준히 찾는다. 그런 신 사장의 목소리에 흥분이 배어났다. 신규 사업을 맡긴 장 상무의 보고를 받고 뭔가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다고 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어서 곧장 신 사장네 회사로 달려갔다.
 
아이디어는 그럴듯했다. 제품을 그저 제품으로 판매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더해 고객에게 일종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재구축하겠다는 말이었다. 신 사장에게 소감을 전하고, 2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먼저 고객은 누구인가를 물었다. 그러곤 ‘누가 돈을 내는가?’ ‘사용자인가 구매자인가?’ 등을 꼬치꼬치 따졌다. 이 솔루션이 고객의 현실 문제를 잘 해결해줄 수 있다고 보는지도 물었다. 신 사장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곁에 있던 장 상무가 나섰다. 주섬주섬 노트북에서 뭔가를 찾더니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고객 정의도 명확했고, 구매자와 사용자도 정리가 잘됐다. 타깃을 명확히 잡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업의 세부 내용은 손볼 데가 있었지만, 방향성은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노련한 장 상무도 두 번째 질문에서는 머뭇거렸다.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흐지부지 넘겼다. 초점이 흐렸다. 공급자 시각에서 장점과 강점에만 집중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순발력이 뛰어난 장 상무가 상황을 알아채고 솔직하게 도움을 청했다.
 
“고객의 현재 상황을 잘 정리하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요? 빈칸 채우기에 좋을 그런 틀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머릿속으로 현상분석도(CRT·Current Reality Trees)를 그렸다. 내가 아닌 고객의 관점에서 문제를 살펴보고 고객의 ‘깨진 유리창’을 찾아낸다면 문제의 실마리가 곧바로 풀리지 않을까?
 
신 사장도 장 상무에게 CRT를 그려보자고 채근했다. 장 상무는 인터넷으로 자료를 검색하고 CRT 분석 사례를 찾았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한 번 시간을 내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왜냐하면 CRT는 여러 부서원이 함께 문제의 근본을 찾아가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서비스 경영과 생산관리, 물류 등을 연구해온 김연성 인하대 교수가 비즈니스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툴을 사례와 함께 소개합니다.
 
김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벤처기업 사장을 역임하고 <서비스경영> <생산관리> <품질경영>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저술했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